간수:프로파일러님, 그는 폭력성을 보이지 않으나 1급 범죄자로 분류되어 현재 최고 단계의 구속을 진행했습니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를 유지하시는 것을 권장하나, 심문하는데 불편함이 따른다면 제거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구속복의 경우 풀어도 반드시 수갑을 차야 합니다.
견차연의 기본 정보를 준비해 두었으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사가 진척되는 대로 심문 진행 전에 내용을 전달해드릴테니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심문을 위해 재갈을 풀겠습니다.
현정우:다시 채울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간수:가능합니다. 심문 도중에 채우거나 풀 수 있습니다.
이는 재갈의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현정우:알겠습니다.
(문서 팔랑...) 정보는 뭐, 확인이 미리 된 상태고. (빤) 그럼 시작합시다.
말을 마친 간수는 벽에 구속복과 함께 붙들린 견차연의 재갈을 풀어냅니다.
마른 기침과 함께 입을 틀어막은 입술 끄트머리에서 타액이 맺힌 자국이 길게 늘어졌다 끊깁니다.
악의 현신은 입술을 곡선으로 비틀립니다.
견차연:반가워요.
웃음소리가 소름끼칩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 목소리에 실린 무게는 변함이 없습니다.
견차연:(네 목소리 듣고 잠깐 침묵했다가 입 열었다.) 다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입으로 듣고 싶으시다면. (으음.) 견차연, 사립 서화원 미달-졸업생... 이력은 이거 말고 더 없네요? 아쉽게도.
현정우:나이는?
견차연:스물여덟. 아, 스물여섯이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정우:(서류에 고정되었던 시선 잠시 들어올려 눈 맞춘다. 그 사이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네. 새삼스레...) 이번에 저지른 살인 행위에 대해 설명해. 이유는?
견차연:잠깐만요, 잠시만... 이거 진짜 너무한데. 심문인께서는 자기소개 안 해주시나요? 말 돌리려는 거, 질문 무시하려는 거 아니고,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현정우:(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헛웃음...)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다시 서류 본다.) ...착각했어. 오늘 너를 심문할 프로파일러 현정우라고 한다. (이제 됐지?) 질문에나 대답해.
견차연:차암, 내가 무슨 인식 재능인도 아니고.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알고 있겠어요. (네 이름 듣고 얇게 웃는다.) 네, 현정우 씨. 업무 중 부득이하게 치울 거리가 생겨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죽였는지도 묘사해 드려야 해요?
현정우:(질문에 대답하는 데 내 정보가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름 부르자 잘게 경련하는 손으로는 서류만 더 세게 쥐었다. 괜히 신상명세서의 '살인'이란 단어 위로 눈동자를 쉬게 하다가, 멀끔히 이어간다.) 그래.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지?
견차연:(잠시간 네 문장들을, 정확히는 네 목소리를 곱씹는 듯하더니.) 너무 다양해서 하나만 고를 수가 없어. 딱히 인상 깊었던 살인도 없고요, 하나같이 정말 쉬웠고, 처리하기도... (말 흐리다가.) 그냥 그게 다예요. 총, 목 조르는 끈이나, 칼도 썼고, 바다에 밀어 빠뜨리기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하진 못해. 내가 이렇게 순순히 전부 말해주는데, 조금 더 상냥하게 말해주지.
현정우:까다롭네. (어차피 얼굴은 볼 수 없을 테니까... 목소리만 가장하여 다소 친절히 흘려보낸다. 어디까지나 효과적인 심문의 연장선일 뿐....) 살인을 저지른 후에는 어떻게 했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으니까. ...평소에는.)
견차연:고마워요. (입꼬리 올린다. 눈도 접혔을 테지만, 보이지 않을 거고.) 그냥 자리를 떴어요. 별도로 귀찮은 일은 하지 않고. 내가 능력 있는 사람이기는 한데, 시체를 가져다 숨길 여력까지는 없네. 시체의 위치 같은 건 물어도 답해줄 수 없고. (물론 나는 답해주고 싶지만요, 아는 게 없어서.)
현정우:(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사실일 리가 없는데.)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어떻게 살인을 감행했는데, 후처리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있는지.
현정우:(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네. 여전히 완벽하게 믿지는 못하겠지만서도. 시체의 위치를 알려주고 싶다 하는 건, 분명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어. 이 부분은 추후 확인하도록 할까.) 하지만 지금까지 잡히지도 않고 용케도 도망다녔지. 안 그래? (아주 골머리를 앓았는데.) 어떻게 여태껏 숨어 다니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대. 참 신기해....
견차연:글쎄,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거나? 숨어 살면 볼 수 없는 사람. 혹은 질렸을지도 모르죠. 흥미가 떨어졌다거나. (모호한 문장들을 나열한다. 잠시 입 닫고 있다. 얕은 숨을 들이쉬고 뱉는 말이란.) 정우야. (한 박자 느리게,)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용케도 도망다니다가 드디어, 기껏 잡혀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현정우:(내가 기계도 아니고, 당연히... 호흡 가다듬기 위해서는 - 하나 전에도 흐트러진 것이 음성으로 티 나지 않도록 애썼다. - 정당화 말고는 길이 없었다.) 그렇게 묻는 걸 보면 결국, 날 만나기 위해 일부러 잡혔다는 건가? (이름 부르기 직전의 짧은 망설임.) 견차연. ...이렇게 하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어떻게 확신했어? (다만 날카로운 기색 역력하다.) 세상에 프로파일러가 한두 명은 아니잖아.
견차연: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나는 네가 프로파일러인지도 몰랐는걸. 물론. (미묘한 투로.) 그냥, 운 나쁘게 잡혔는데 당신을 만나서 좋다고 해둘까요. 쓰레기 같은 간수들이 배려 없이 대하는 바람에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는데, 목소리 들으니까 나아진 것 같다. (경청한다. 지나칠 정도로 집중해서, 하나라도 더 파악하려고. 경계라기보다는 욕심이다.) 대답은 안 해주시네요. 심문 시간도 곧 끝나가는데.
현정우:(이정도에 휘둘려선 직업 타이틀 달 수도 없는데.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오늘 좀 쉬어야겠어. 미간 꾹꾹 누른다.) 아하... (서류 툭툭 두드리는 소리. 뉴스에 이름이라도 한 번 올려서 생사 여부, 뭐하고 다니는지 정도는 알리겠다. 앵커 입을 통해서라도 이름 한 번 들려주겠다?) 죽음이 목전인데 참... 긴장하는 것 같지가 않아. (사적인 질문에는 우선 무시로 일관.) 지금껏 총 몇 명의 사람을 죽였길래 사형을 앞두고도 이렇게 태연하지.
견차연:내가 안타깝게도 사이코패스 같은 건 아니라서요. 그런 걸 일일이 세면서 죽이지는 않아. (죽음이 목전인데,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태도가 마냥 여유로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급해 보이지도 않는다. 칠 일이 얼마나 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뇨, 긴장되어 죽을 것 같은데. 살려주세요. 내가 범죄자라는 사실은 그르지 않지만, 사형당할 정도의 죄중은 아니지 않나?
현정우:되짚어서 셀 수 없을 만큼의 횟수. 다섯 번이나 여섯 번 이쯤 됐으면, 지금까지 그 '방해가 된' 횟수를 전부 계산하는 데 몇 분 걸리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건수를 하나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목소리에 강단 있다.) 그러면서, 너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게, 정말... (빈틈을 보였다면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시간도 임박했고...) 네 자신이 그렇게 양심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견차연:(웃는다.) 여전하네, 정말. 아니면 더 좋아졌다고 해야 하나. (재능은 재능인가 봐. 못 보던 사이에 이렇게나...) 확신이란 단어는 너무 무겁고. (나의 죄중을 스스로 뱉어보라고 한다면, 명확히 판단할 수 없기에 중의적인 답 낸다.) 목숨 부지할 정도의 양심은 있다고 추정하고 있어. (농담하듯이.) 사실 타당한 이유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훨씬 강해서 그래.
현정우:......그 심정은 잘 알지. (어째 마음도 목소리도 무겁네.) 그래, 그럼... (그래서인가 눈에 띄게 진중해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와서 소용이나 목적은 의미가 없고, 아마 습관적 다정이 새는 게 아닐까 한데.) 오늘은 이쯤 할까. (지금 알고 있는 정보에서 더 캐낼 거리도 없을 것 같아.)
간수:프로파일러님, 심문을 시작하기 전 그의 구속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재갈, 안대, 구속복 순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구속복을 제거할 경우 수갑으로 대체됩니다. 하지만,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해서 책임지진 않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불어, 그에게 진정제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To GM): 오우 불안!! 3 : 불안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판별력이 떨어지고,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힘겨워하며 때로는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현정우:(하암...) 우선 재갈은 풀도록 하고. 안대도 풀까. (눈을 안 보니까 읽기 어려운 것 같다고 어제 느꼈거든. 그래도 오늘은,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하는 소리다. 어제 저녁에 머리도 잘 비웠고, 잠도... 평소보다는 오래 잤어. 시간이 많이 있는 게 아니다. 무리해서는 안 돼.) 진정제는 괜찮아. 아직... 아직은.
취조실로 들어가는 복도는 여전히 길고 어둡습니다.
일렬로 늘어진 복도등이 깜빡거립니다.
그 간수는 현정우의 말에 끄덕이고, 마저 걷습니다.
옆을 따르는 간수들은 말이 없습니다.
네모난 등이 몇 번씩이나 지나고 나서야 견차연이 구금되어 있는 곳이 보입니다.
주위는 엄숙하고 고요합니다.
곧 간수가 열쇠가 가득 달린 고리를 들고 당신의 앞에 섭니다.
무전기로 무어라 지시하더니 현정우를 바라봅니다.
간수:말씀하신대로 구속 정도를 조절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당부드렸듯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는 1급 범죄자임을 잊지 마십시오.
살인을 저지른 이후, 그 시체들을 어떻게 처리했지? (확인차. 살인자들은 종종 비일관을 내보이기도 한다.) 옮겼거나, 숨겼거나, 소각했거나.
견차연은 어제와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나, 입술은 뜯었는지 일부가 붉었고,
자세가 일관되지 못하여 어딘가 불안한 듯이 보입니다.
견차연:말장난이 아니라 진실인데. (가볍게 불만 토로한다.) 글쎄... 이미 답해줬잖아. 진척을 바라지 마.
현정우:그럼 다시 대답해.
견차연:모르겠다고. 직접 가서 묻었다는 답이라도 바라? 나는 정말, (정제되지 못한 숨 한 번.) 몰라. 차게 식은 시체를 본 기억이 없어. 묻지 마.
현정우:상대방이 완전히 죽기 전에 자리를 떴어?
견차연:(바라보던 시선 느리게 바닥으로 내린다. 입술 한 번 씹고. 묵살.)
현정우:차연아. 대답해 줄래?
견차연:죽였고, 당연하게도 죽었어. 그게 다야. (답 엇나간다.)
현정우:(구속복 천 위로 손 올려 약하게 짓누른다.) 자리를 떴는지 물었어. 어쩌다가 갑자기 내가 보고 싶어졌을까? 그동안은 일 때문이 전부였다며... (입꼬리 끌어올린다.) 도망을 깔끔하게 잘 치더라. 다 같은 사람이 죽였을 거라고, 우리 경찰 측이 무얼 보고 판단했을 거라 생각해?
견차연:필요했기 때문에... (그래서 죽였고, 맥락 엇나간 문장 되풀이하다가 네 표정 바라본다.) 죽이면 끝이었어, 항상. 지상의 그 어느 살인이라도 내 것보다 깔끔할 수는 없을 거야, 운 나쁘게도. (눈 감고 심호흡 한 번. 진정된 것 같지는 않지만.) 다른 질문은 없어요?
현정우:처음부터 숨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웃음...) 발뺌은.... 네 방식이 깔끔한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 뭘 남겨도 누가 자기 마음대로 뒤처리를 해버렸다.... 이 말이 하고 싶어?
견차연:(답 없다. 눈만 굴려 바닥 향했고.) 잡히지 않으려면 흔적은 남기지 않는 게 좋겠지. 나는 감옥에 처박히는 취향 아니거든. 덜미 잡히고 싶진 않았어. (목소리 얕다.) 정확한 건 하나밖에 없다고, 빌어먹을, 계속 말하고 있잖아. 나는 단순히 죽이기만 했어. 아주 중요한, 필요에 의해서.
현정우:그 필요가 뭔데?
견차연:말할 수 없어.
현정우:(눈빛으로 협박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현정우:
심리학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빠아안히 바라보지만... 태도에 진전이 있나?)
태도는 그대로입니다. 어딘가 불안한 듯 입술을 씹고, 시선을 맞추지 않는 것.
현정우:이러면 나 서운한데.
어쩔 수 없나.... 그럼 다시 아까 전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다 너였을 거라고 우리가 어떻게 추측했을까? 증거가 남은 건 가장 마지막 살인밖에 없어. 그래서 이제야 잡혔고, 이전의 것들은 다 그 '지상에서 가장 깔끔한' 살인 방식에 묻혀 버렸지. 하지만 그랬다면 우리는 너를 사형까지 몰아넣지는 않았을 거야. 무기징역이면 몰라도.
우리가 너를 어떻게 알아봤을 거라고 생각해?
견차연:나를 말끔하게 사형시킬 수 없어서? 죽이고 나면 어딘가 찝찝할 것 같아? (헛웃음. 바라본다.) 남은 흔적으로. (DNA 같은 것이 아니라,) 증표로. (항상 남는 증표로. 작게 잇는다.) 내 살인에서 흠은 그것밖에 없었어. 맞지?
현정우:응. (팔에서 손 거두고, 제 소매 끝자락 걷는다. 이내 왼 손목 내밀어 눈앞까지 끌어와 보여주고는.) 익숙하지? 이거랑 비슷하게 생겼더라.
견차연:(눈가 확 찌푸린다.) 그래.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저리 치워. (신경질적으로, 다만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도 보인다.)
현정우:(완전히 똑같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동요할까?) 네가 남겼구나?
견차연:내 행동으로 인해 남은 흔적이지. (그 문양에는, 끔찍할 정도로 아무 의미 없어. 있다고 해도 너는, 나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고.)
현정우:(알고 행동했네.) 이번 기회에 잡히지 않았다면 너는 살인을 그만뒀을 거야? 네가 사이코패스, 뭐 이런 건 아니라면서.
견차연:아마도. (느리게 깜빡.) 다시 말하다시피 필요에 의한 것이었고, 허술하기 그지없던 그 건이 마지막 살인이었어. (말이 뚝뚝 끊긴다. 목소리도 미약하고.)
현정우:그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이제 마무리됐구나. 잘 알겠어.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건지, 아니면 적당히 회유하려 넘어가려는 식인지...) 차연아. 죄책감을 느껴? 후회하느냐를 묻는 게 아니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남겼으니.)
견차연:그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해서? 아니면 살인에 대해서.
현정우:후자. 네가 그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그 사실에만 한하여. (상체 기울여 조금 가까이 다가온다.) 너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것.
견차연:무고한 사람들. (제 입으로 읊어보고 조소한다.) 살인에 대해서는 물론, 죄책을 느껴. (진위가 모호하도록 억지로 웃었다.)
현정우:(모호한데도 묘하게 자세하단 말이지. 무고한 사람들의 살인에 한해서 죄책감을 느낀다면, 하나 후회하지 않는다면... 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조직 아래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하는 소리네. 세뇌라도 당한 걸지. 이걸 감면 요소로 여기기에는 죄중이 너무 크다만.) ...알겠어. 이해했어.
무고한 사람들. ...잠시만, 몇 명을 죽였다고 했더라. 확실하게 다시 말해줄 수 있어?
견차연:(네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 말 덧붙이지 않았다.) 말한 적 없어. (눈가 찌푸리면서 천천히 뱉다가 급하게 첨언했다.) 아니, 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현정우:(사람 수만 배정받고 임의로 선택해서 죽인 건 아닌가 봐.) 네가 죽인 사람들을 기억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어? (다시 뒤로 물러난다.) 아니면, 별로 관심은 없었나....
견차연:...너무 이르잖아. 아직 며칠이나 남았는데. (답하지 않는다. 멀어지네, 다시. 생각했다.) 천천히 하자. 대화를 너무 많이 했더니 머리가 아파. (다시 회피.)
현정우:대체 너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넌? (빤히 눈 맞춘다. ...내일 심문할 때는 어느 정도의 자유를 주는 게 적합할까. 오늘 집 가는 길에 생각할 주제는 이게 좋겠어....) 그럼 오늘은 이쯤할까.
현정우:수감 생활은 좀 어때? 어제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 보여. (하하.) 분명 하루하루 지날 뿐인데, 매일 다른 사람처럼.
견차연: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사형 운운되는 처지라. (눈 내리깐다.) 당신이 내 목숨을 저울질하고, 죄중을 천칭에 올린다는 게. (천천히 눈동자 올렸다.) 약간 서글픈 것 같기도 하고.
현정우:우습네. 나는 줄곧 네가 믿어도 되는 인물인지 질문해 왔는데....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웃음 머금은 채,) 무슨 말인지 알지? (서류 말아 네 머리 톡톡 두드린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약해졌나 봐. 너.
견차연:(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회상에 잠겼던 것도 같다. 미약하나.) 그럴지도. (고개 들었다. 비소는 아니고, 달리 그 어느 미소도 아닌 것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슬픈 낯인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데, 머리 좀 다시 묶어주시겠어요? 홀로 지내는데 온기가 많이 부족해서. (많이 흐트러지기도 했고. 애원하듯이.)
현정우:싫어. (...다소 힘겨워 보이는 답변.) 묻는 말에 대답하고 따라야 하는 건 너지, 내가 아니야. (...) 대답해. 죽은 사람들 있잖아.... 직전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어? 어떤 마음인 것 같았어? (비록 뒤에서 기습했다 말을 돌리더라도, 흘려가듯 외견에 대한 단서를 흘릴 수도 있다.)
견차연:(평소 같았으면 빈정거리기라도 할 걸, 오늘은 말 없이 고개 숙인다.) 죽기 직전 사람의 모습이었겠지. 내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아요? (물어도, 제 표정을 볼 수는 없었으니 답할 문장 없기는 하지만. 괜히 걸고 넘어진다.) 나도 사람을 죽이는 죄책 자체에 관해 무지한 것은 아니라. (고개 뒤로 젖힌다. 서늘한 내부에서 바스라지는 숨.) 많이 힘들었는데.
현정우:네가 힘든 정도가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지. 나도 한때는, 많이 힘들었어. 하지만 사람을 죽였나? (차분히 눈 맞춘다.) 아니. 나 자신까지도 죽이지는 않았어. (...) 차연아. 억울하지 않아? 답답하지 않아? 너도 나름 죄책감 있는 사람이어서, 어쩔 수 없이 죽인 건데. 불법적인 건 맞지. 비윤리적인 것도 맞아. 하지만 거기 네 의지는 없었잖아. 너는 청부해결사일 뿐이었고. (웃는다. 다소 고의적으로.) 차연아, 이건 너무 서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널 의심하는 게 싫잖아. (그러니 말해. 그 이유라는 게 뭔지. 또 회피할 셈인가...)
견차연:타당한 이유를 대라고. 내 행동에? (이쪽은 차분하지 못하다. 출처 모를 애끓는 감정이 차마 허공으로 휘발하지 않는 것 같았고, 눈이 일렁인다.) 내가 무슨 이유를 대든, 정우야,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나에게는. 그리고 아마도 너에게까지도. 나는 결국 나의 살해 이유를 증명할 수 없을 거고, 내 말은 곧 변명이 되어, 내가 처형장에서 목 매달려 죽은 다음에야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따위 변명이 존재했었다는 내용으로 회자되겠지. 이건 신뢰의 문제가 아니잖아. 너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거고, 네가 아는 나를 기반 삼지 않겠지. 내 목숨 존속 여부를 정하는 그 순간까지도 넌 오로지 건조한 증거와 자료만 쥐고 있을 테니까.
현정우:속아줄까?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진득하게 맞추는 눈에 과거의 감정이 섞여 부드럽게 묻어난다.) 변명, 들어줄게. 네 앞에 내가 있잖아. 전처럼 옆에 나란히 있지도, 손을 잡고 있지도 않아. 하지만, 차연아, (웃고.) 마주 보고 있는걸.... 내가 들어줄게. 응? 한 번만. (사 일 남았다.)
견차연:(마른침을 삼킨다. 그 눈을 한 번 보고, 입을 열었다가, 말이 막힌 듯 닫았다.)
현정우:(순간 덜컹하는 느낌과 함께 흔들릴 뻔했으나, 겨우 진정한다. 의도한 행동이다. 전적으로 내가 의도한.... 머릿속으로 리플레이 해 보자. 지금 내가 판단하고자 하는 건, 외부에서 압력이 있었는지 - 이 여부다. 공포? 초조함? 아니면 - 정말 세간에서 회자되듯 간악한 살인자가 탈출하기 위해 꾸미는 술수이자 거짓말일지. 파악해 보자.)
현정우:(살고 싶은 게 진심이라는 거지. 정확한 심정을 읽어내기에는 심신미약 상태 같고.... 어쨌거나, 이렇게나 절박해진 이상은 극단적인 두 경우밖에 남지 않아. 정말 억울하거나, 모조리 연기라는, 딱 두 가지.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만, 그건 아마 남아 있는 내 정 때문이겠지...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버려두는 게 좋아.) ...살려줘? (눈물을 닦아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손을 앞으로 뻗었으나, 닿지도 않은 채 부유할 뿐.)
견차연:(얕게 한 번 끄덕인다.) 살려줘. (저조하고 약한 소리로.) 나를 기억한다면. (이런다고 네가 휘둘리지 않을 것을 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회유나 설득을 기대하기보다 그저 뱉고 싶은 말을 뱉는 것에 가까웠다. 멀쩡한 정신은 아니었으므로.)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닿지 않은 손에 한탄하듯 튀어나온 문장이다.)
현정우:(정말 내일은 진정제가 다시 오든 말든 해야 할 것 같아. 너무 큰 지장을 주는데.) 나도 보고 싶었어. (다만 이것은, 담담하게 내뱉은 진심이 맞다.) 많이. (마지막으로 너 때문에 울어봤던 게 언제더라. 심문관과 범죄자 입장으로 마주한 지금까지도 그 감정이 잔존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빈 손바닥이 따갑듯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손은 뒤로 옮겨 재갈을 찾고, 이내 네게 천천히 채웠다. 다감하고 느린 손짓으로, 해치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믿어달라는 듯이 시선은 떼지 않고.)
그 눈은 오롯이 현정우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며,
색채 또한 그러하고,
애원 哀願이 향하는 방향도 오직 당신입니다.
...
간수: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프로파일러님.
현정우:잠시만, 나 머리만 묶어주고 나와도 되지? 자꾸 거슬리지 뭐야.
다시 안대를 들고 가까이 다가온 간수가 말합니다.
간수:조금의 시간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현정우:...감사합니다. (간수를 바라보고서는 말한다.) 착각하지 마세요. (하지만 네게 하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속지 않을 예정이니까. (하고는 시선 돌려 머리카락 반을 걷어 올려 최대한 깔끔하게 묶어준다.) 알고 계시죠? (마지막까지 바라보다 이윽고 뒤돌더니.) 됐습니다.
간수:현정우 프로파일러님, 심문을 시작하기 전 그의 구속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안대, 구속복 순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구속복을 제거할 경우 수갑으로 대체됩니다. 하지만,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해서 책임지진 않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금일은 긴급사항으로 미리 심문을 진행하느라 재갈이 이미 벗겨져 있습니다.
(To GM): 오우예씨몬 2 : 폭력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굉장히 거칠어집니다. 구속복을 입지 않았을 경우, 현정우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현정우를 공격하지 않을 경우 주위에 있는 간수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깨부숩니다. Tㅣ발 폭력충자아어케누르지 얘네순애하는데 ㅈ이되었네즌쯔
현정우:저기, 진정제는 없나요?
간수: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정우:내일까지 오게 재촉 좀 해보세요. 알겠습니까? 한두 달 남은 거면 몰라, 오늘 미포함 겨우 삼 일 남았습니다.
간수:노력해보겠습니다.
현정우:안대는... 도중에 풀 수 없다고 하셨고. 맞나요?
간수:그렇습니다. 재갈만 도중 채우거나 뺼 수 있습니다.
현정우:좋습니다. 안대만 풀고 가죠.
간수:요즘 순순히 구는 것을 보아 구속복도 풀어도 될 듯한데, 안대만 푸는 것으로 할까요?
간수:마지막 항목은 확인 중에 있어 명확해지면 바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테니, 취조 중 사실이 확증된다면 바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취조실로 이동하시죠.
현정우:그럽시다. 이걸 왜 이제야 전해주시는지, 참....
간수:진위 파악을 위해 조사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간수는 조급한 기색으로 문을 열고 당신을 취조실로 안내합니다.
복도의 등이 몇 번씩이나 지나고, 쇠문 앞에 도달합니다.
몇 번의 열쇠를 꽂고 비틀고 나서야 그 무거운 문이 열립니다.
안쪽에서 서늘한 기척이 드리웁니다.
견차연:마음에 들어요?
아, 그 목소리는 참으로도 간사하고 뻔뻔합니다.
마치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훤히 꿰뚫는 말투는 덤덤하고도 초연합니다.
견차연:어떻게 전달 받았을까.
스물두 명의 무고한 피해자?
견차연은 엷게 웃습니다.
애원하던 그때가 언제였냐는 듯 마치 가소로운 것을 보는 듯한 눈길입니다.
턱을 기울여 미소를 이룩한 이가 메마른 입술을 다물었다 엽니다.
견차연:시작하자.
진실을 밝혀야지, 정우야.
현정우:그래야지....
경청의 의지를 담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문장을 건넵니다.
지금부터 심문을 시작합니다.
현정우:기억하고 있었네. 이름. 명수. 전부 다.
왜 아닌 척했어?
견차연:그때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느릿하게 말 이어나간다.) 안 믿어주는 건 아니지? (수갑 한 번 철컹, 훨씬 낫네. 나지막이.)
현정우:혼자서 생각을 참 많이 했나 봐. 그런 게 갑자기 다 기억이 나고. 이름까지.
견차연:왜 그렇게 날카롭게 굴어... (쇠수갑 위를 손가락이 쓸었다.) 이리 와. 어제 그 이름을 말하고 나서, 간수들이 얼마나 나를 괴롭히던지. 네가 조금 더 내 가까이 있어야 나아질 것 같아. (간절히.)
현정우:(손에 손 겹치고, 순순히 머리까지 어깨 부근에 기대었다. 다소 잠긴 목소리는, 잘 들어본다면 가식과 옛날의 모습을 한 데 모아 휘저은 듯 알 수 없는 어조다.) 너를 믿어주려면, 나는 네 대답들이 꼭 필요해... (네가 무슨 작정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라고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꼭 그 사람들을 죽어야 했어? (얹지 않은 손에 쥔 서류는 등 뒤에 머무르고, 만일을 대비하여 - 너는 다르게 읽어내겠으나 - 잡은 손을 세게 짓눌러 제압한다.) 그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왔다면, 너는 나까지 죽였을까. 그렇게 쉽게.
견차연:네가 바라는 것 모두 답해주고 있잖아. 명확한 진상 규명을 원한다면 내게서 답을 들을 게 아니라 조합해야 하고. 난 직관적이지 못해, 항상, 알잖아. (부드러이 읊는다. 네가 무슨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어든 내가 이유를 직접 읊는 일은 없을 것이고. 잡힌 손 제압이라기보다는 접촉으로 받아들인다. 이쪽에서 진득하게 잡아왔기 때문에.) 제발 그런 가정은 하지 마. 정우야. 그럴 일 없었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몸 약간 옆으로 움직였다가, 고개 틀어 거리 가깝게 한다. 차근하게 입 맞추었다가 떨어진다. 꼭 다디단 연인처럼.) 한 번만. (손 꾹 쥔다. 충동 참으려는 것처럼. 평소보다 격양되어 있고.) 키스해 줘. 예전처럼.
현정우:(뒷덜미가 후끈하다.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거나... 그런 순수를 담고 있기에는 상황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미약한 소름을 동반했기 때문에. 일순 내가 넘어가지 않고, 이성을 유지한 채 심문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 하는 의문이....) 견차연. (재갈 대신 본인의 손날을 네 입가에 끼워 맞추다 보니 온기 어린 입안까지 치밀고 만다. 억지로 벌린 거리를 유지한 채 이어나간다.) 업무에 방해가 돼서 죽인 거라면서. (예전에 무언가 부탁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가장 잘 넘어왔더라...) ...나, 너한테, 몇 번 정도는, 연락하려고 했는데.... (얼굴 구겨진다.) 어떻게 확신해?
(하고는, 반응을 살핀다. 여태 단편적으로 떠올랐던 표정의 일각을 조립해보자.)
견차연:(확 물어버릴까. 그런 충동인 든 것 같기도 하다. 피가 줄줄 흐를 만큼 세게. 생각에 맥락이 없으나, 구태여 정립하려고 하지 않는다. 손에 힘 풀고 네가 마주 느슨하게 잡아주기를, 그렇게 종용했다. 고개 돌려 네 손과 멀어지고. 답한다.) 정확히는 업무 중 죽인 거야. 너랑 있을 때 이런 말들은 하고 싶지 않은데, (살인이니 시체니. 그런 목적으로 만나게 된 것을 지우고 싶기라도 하는지.) 교묘하다. (정말로 단 한 번이었는데. 가까이 있는 걸로 만족해야 하나.) 손에 힘 풀어. 부드럽게 대해줘. 내가 네게 악의를 품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현정우:
편집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강행 가능합니다.
현정우:(현재 정확히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급변하는 태도 뒤에 숨은 의도는 무엇일지... 조금이라도 파악하고자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캄캄한 것 같은데.)
편집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충동과 기복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딱히 계획적으로 태도를 바꾼다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무엇보다,
여전히 제정신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정우:(안정의 계기가 된다면 좋을 텐데. 서서히 입술가에서 손 떨어지고, 이마 맞대고 나서는 눈까지 차분히 감았다. 잔잔한 웃음기 다분한 어조로 묻는다.) 부드럽게 대해주면, 너는 나에게. (...)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어?
가까이 있으면 손대고 싶어지고, 흔적 남기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너를 얼마나 그렸는지 느껴졌으면 좋겠어.
정제되어있지 않은 폭력입니다. 과격하고, 매끄럽지 못해 둔탁한.
견차연은 호흡을 고릅니다. 목을 압박하는 것도 멈추지 않고요.
가라앉지 않는 격양입니다.
현정우:(숨을 쉴 수나 있었을까? 당장에 버둥거리고 동요를 보이는 게 좋을 바 하나 없다고, 명확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신체 곳곳에 당황의 흔적이 묻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작은 신음도 금세 갈무리하곤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빠져나오는 게 우선이야. 이런 상황은 예측했잖아. 급하게 네 목덜미 뒤로 두 손을 옮겨 가볍게 쓸고는 가까이 끌어와 입술 맞물린다. 얼마 남지도 않은 숨을 느릿하게 나누어 뱉으며 손으로는 묶어준 머리카락을 오가며 진하게 목 쓸어준다. 괜찮아. 진정해. 간헐적으로 토닥임은 물론이고.... 잠시 만들어진 틈새로 기어나오는 목소리는 어느새 바닥을 긁고.) 날 죽일 셈이야?
견차연:(닿자마자 입술 세게 씹는다. 파고들어 혀 얽히게 해도, 그런 흐름은 얼마 못 가 폭력으로 대체. 혀 또한 강하게 물어 기어코 피 낸다. 압박하는 목 수갑줄로 거칠게 밀어내며 떨어진다. 숨 고르지만 진정되지 않는다.) 그럴 리가. (맞물렸던 제 입술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보고 싶었다고 했잖아. (정신 없는 머릿속 가다듬을 생각도 않고 웃는다.) 애정 표현일지도 몰라, 어쩌면. (아...) 며칠 안 남았는데 어쩌지. 오늘은 취조 조금 힘들겠다. 배려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한 걸음 걸어 가까이. 수갑 이용하여, 힘 실은 채 네 머리 거세게 쳤다. 맞았을지.)
현정우:차연아. (눈썹 찡그리며 손바닥으로 제 입가 거칠게 쓸었다. 어지러움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 모양새.) 과거의 너를 기억해 달라며. (상처 난 입술 때문인가 피비린내가 골을 울린다. 전에는 통했는데. 전에는...)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혈흔 짙게 남은 손에 재갈이 딸려 나온다.) 기회조차 안 주는 수가 있어. 알아? 네가 나를 얼마나 그리워 했고, 그게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든. 내가 여기 들어오기 직전 어떤 단어들을 말하느냐에 따라 고개 말고는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이런 건 물론이고, 내 얼굴조차 평생 못 보게 될 거야. 죽는 순간까지. 그런 걸 원해? (그러고는 한 손으로 네 목 강하게 그러쥐고 일순 벽면으로 밀어 제압한다. 숙련되었기에 깔끔한 자세로.) 봐. 손이 묶여서 저항도 어려운걸. (서늘한 기색 어디 가고, 눈꼬리 접어 웃는다.) 협조해. 자꾸 피해 다니지 말고, 착각하지 말고. 원하는 게 있어도 참아. 나도 널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그걸 자꾸 어렵게 만드네.
대답해. 왜 죽였어?
견차연: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멀쩡히 굴 제정신이 남아있질 않나 봐. 이해해. (이 악물과 반항하다, 제압되자 괜히 손목만 움직여 본다. 철그럭대는 소리뿐이지만. 얌전히 굴 생각은 없어 보였고.) 같은 곳만 맴돌고 있네. 나는 솔직히 답했어, 그러니까, 제발, (말 날카롭고 난폭하다.) 도와달라고. (이런 꼴로 애원하는 목숨이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진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서 대화에 논리로 답하는 건 힘든 모양인지.) ...그건 명백히 선을 위한 희생이었어.
벌컥, 문이 열리고,
상황을 보고 놀란 간수가 급히 달려와 함께 견차연을 제압합니다.
처음 당신을 데려다 주었던 간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수2:시간이 다 되어 왔더니, 이게 무슨...
괜찮으십니까, 현정우 님?
현정우:(흐트러진 앞머리 정돈한다.) 괜찮아 보이십니까? 충동 전조 증상을 보였으면 저한테 보고를 했어야죠. 진위 여부는 무슨...
간수2:죄송합니다만, 이전까지 폭력 충동은 전혀...
간수의 손에 의해 급히 안대가 씌워지고 있던 견차연이 읊습니다.
견차연:정우야.
너는 죽어 마땅한 자가 있다고 생각해?
험하게 움직이던 몸은 간신히 제압당한 상태입니다. 간수는 재갈을 채우려다 말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현정우:가끔. 필요에 의해서. (...) 그렇지?
재갈 물리세요.
견차연이 다급히 입을 엽니다.
견차연:너는...
말 이어지지 못하고, 재갈에 의해 막힙니다.
간수2:다음부터는 주의해야겠습니다. 충동성을 다시 검토하도록 하죠.
현정우:가벼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애초에 심리 관련 전문 인력을 저 한 명만 투입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됐는데...
영상은 조금 지직거리고 흐리나, 체형과 헤어스타일 얼굴형으로 보았을 때 견차연임이 분명합니다.
견차연은 꽤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자기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곧 허공을 보며 무어라 말하는 것 같다가,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곧장 자리를 뜹니다.
영상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지금부터 심문을 시작합니다.
현정우:이때, 기억해?
견차연:아니, 전혀.
현정우:전혀?
견차연:완벽히.
현정우:술에 꼴아 있기라도 했던 건지. (농조) 이전의 살인들은? 기억해?
견차연:그것도, 아니. 너무 흐려서 알려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네.
현정우:내가 첫날 여기 들어오고 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 네가 나보고 반갑다고 해줬는데.
견차연:글쎄, 그랬나. 기억 나는 것 같기도 해. 반가웠으니까 그랬겠지.
현정우:그 다음에 나는 뭐라고 받아쳤지?
견차연:인사는 뒤로 하고,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현정우:나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고 있어?
견차연:내가 너를 사랑했을 적 정의내렸던 너에 대해서?
현정우:지금의 나도 잘만 기억하면서. (...습관적으로 서류 한 번 넘겨볼까.)
...잘 지냈어?
이건 지난 며칠에 대한 이야기도 맞지만, 우리가 헤어지고 난 뒤를 묻는 것도 맞아. 이번 살인에 손을 대기 전까지는 뭘 하고 지냈는지 알고 싶어. 너,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있잖아.
견차연:살고 싶다고 그렇게 매달렸는데 그런 가정이라니, 최악이야. (가벼이 으쓱.) 잘 지냈지. 일전에는 세계 여행을 갔었는데... (어디어디가 아름다웠다, 숲이 예쁜 곳이었다, 정원에 가니 서화원 생각이 나더라. 휘황한 말들 늘어놓았다.) 그리고 악세서리 가게들도... (...) 아, 정우야. 반지 아직 가지고 있어? 버렸겠지? (시답잖은 말들.)
현정우:(말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싶다. 견차연이 이를 사실로 믿느냐와 관계 없이, 현재 정신은 제대로 붙어 있고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일지. 아니면 다소 꿈에 잠겨 있을지.)
(To GM): 4 : 진실 (광기 진실은 두 번 이상 적용될 수 없습니다. 중복으로 될 시 재판정 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정우가 묻는 말' 에 '예, 아니오' 로만 진실로 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진상에 근거한 질문도 마찬가집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견차연:(미묘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내가 너를 이 이상 실망시킬 수나 있을지?)
현정우:네 말은 안 믿어줄 게 뻔한데, 그렇지? 간수가 나한테, 너 믿지 말라고 했어. (문장을 지나다 한 부분만 정확히 발음한다. 이어지는 말은 흐릿하기 그지없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솔직히 털어놓고 나서도 내가 불신을 내보이면 너무 비참할까 봐?
고개를 내젓습니다.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면 아이디어 판정이 가능합니다.
현정우: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견차연은, 처음부터...
말하고 싶지 않다기보다, 말할 수 없는 상태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현정우:(그럴 것 같았어.)
(테이블 위의 카메라를 바라본다. 고정되어 있나?)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현정우:(테이블을 짚으며 실수로 렌즈에 지문을 남긴다. 가급적 고의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현정우:(근본적으로는, 아니. 속죄든, 용서든, 심지어 고문으로 감행하는 형벌까지도 산 사람에게만 주어지니까. 하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두 집단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편애와 편증은 불가피하지. 그래서 대답은 여전해 - 가끔. 선택하는 사람의 필요에 의하여.)
...
지금부터 심문을 시작합니다.
현정우:안녕.
견차연:응, 안녕. 인사로 포옹은 안 될까?
현정우:안 돼. 가만히 있어.
견차연:진정제도 놨으면서 그렇게 철저하게 굴 거야?
현정우:내 선택으로 네 생사가 결정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견차연. 우리가 연인 사이였던 건 옛날 얘기야.
견차연:옛 기억으로 설득하거나 회유하려는 건 아니야. 네게 그런 게 통하지 않는단 건 알아. (언제나 그랬듯이,) 내 욕심이야.
현정우:(...) 너 말이야.
사람을 죽여본 건 저 스물 두 번이 전부인가.
견차연:죽인다,의 정의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직접적으로?
현정우:간접도 포함한다고 해 두자.
견차연:아...
간접도 포함해서?
현정우:(직접은 저게 전부인가 봐.) 응.
견차연:정우야. 내가 마약 밀매에 일조 한 번만 하면, 고작 그것 하나만으로도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일지... (두 손은 테이블 위에 올린다. 찰그락, 소리 나고.) 가늠이 되질 않아.
현정우:왜 너였어?
협박하기 좋아서 너였나?
견차연:내가 협박하기 좋은 상대는 아니지 않나. (말끔하게 웃어준다.) 운이 나빴나 봐. 그러게, 왜 하필 나였을까. (반문하는 조는 아니었다. 상황에 대한 원망. 되짚는 결의 회상.)
현정우:너는 네 조직의 의견에 동의해?
견차연:조직이라고 할 수 있나. (말의 의중을 흐린다.) 심지어는 내 조직도 아니야. 지상 최악 살인마 타이틀 달고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숨 깊게 내쉰다.) 나는 그냥, 하나의 인형에 불과하고.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 말하기 힘들어.
현정우:(결국 긍정 부정 여부는 알려주지도 않고.) 그러면, 이렇게 묻자.
너는 하루 뒤에 죽을 수도 있어. (...) 하지만...
하루 뒤가 아니라, 그 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 날에.
견차연:어쩌면?
현정우:생각해본 가능성이 있어.
견차연:말해.
현정우:법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허술해. 결국 그것도 실수와 실수 위에 쌓아 올리는 거니까, 한 번 커다란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모든 사태를 막을 수 없어. 절대적이지도 않아.
이렇게 법이 놓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사적으로,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거대한 조직 - 우선은 이렇게 부르자. - 이 있다고 가정하면.
네가 인형이라는 말과도 맞아 떨어져. 보면 네가 처음으로 죽인 사람은 서른 한 번의 연쇄 살인을 저질렀고... 그게 그 사람에게 주어진 할당량이었을지도 모르겠고.
시체의 처리 건에 관해서는 내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데... 지금껏 누구도 그 문양을 해독하지는 못했으니까. (...) 이런, 불쾌한 가정이지만, 초인간적인 어떤 힘에 의해서 시체의 흔적을 사라지게 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바닥에 흔적이 남는 모양이지.
견차연:네 가정에 대해 내가 옳다 그르다 말해줄 수는 없어. 알지? 그냥 이렇게 듣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고, 내일은 오며, 네 생각이 어떻든 너는 나를 판결해야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네게 바라는 것은,
살려달라는 것.
(잠시 말 멈춘다.) 그리고 포옹이나 입맞춤 한 번 정도겠네. (농조인 것 같다.)
현정우:살고 나면 어찌 되건 기회는 오지 않을까. (네게 묘한 희망을 던져주는 말이다.) 이어갈까.
지금 짚고 싶은 건 앞서 말한 '거대한 조직'과 '초인간적인 힘'과의 연관성이야.
세상에 인간의 법을 넘어서 완벽한 정의구현을 바라는 건 이 '초인간적인 힘'의 근원 자체일지. 아니면, '초인간적인 힘'은 단순히 어떠한 희생만을 바랐고 '거대한 조직' 측에서 선택을 내린 걸지. 차라리 이럴 거라면 범죄자들만 죽이자고 말이야.
이건 아직 모호하지만, 너는 그 마지막 날에 처리되어야 했던 운명이었다... 라는 점. 억측인가? 확실한 건, 그 조직에서는 아무리 '범죄자를 처단한 너' 또한 살인자로 간주, 즉, 죽기를 원한다는 거야.
견차연:초인간적인 힘은, 말 그대로 초인간적이라. 우리가 어떠한 것을 행하길 바라기보다, 그저 관조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뭉뚱그린다.) 네가 정황을 파악한다고 해도 바꿀 수 있는 건 없어. 네 선택이 바뀔 수도 있으려나 싶지만. (손가락 만지작댔다. 손톱 끝에 시선 고정하고.) 계속 말하고 있어. 중요한 건 어떠한 조직의 의중이 아니라 네 선택이야. 결국, 현정우. 판단하는 건 너잖아. 네게 주어진 저울이잖아.
현정우:맞아. 사실 이 이상으로는 갈피가 잡히는 부분도 없고....
차연아, 역으로 묻자. 너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어떤 식으로 대답하든 모순이 되겠네.)
견차연:예상치 못한 질문인데. (시선 드디어 옮긴다. 네 눈동자에 들러붙어서.)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지만, (흐리게 미소 지은 것 같기도 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생은 있을 수 있겠지.
현정우:마음에 드는 답변이야. (동의하고 말고와는 관계 없이.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네 양 손목 가볍게 감싼다.)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은 게 남았어. (확인하고 싶은 것도 남았고. 둘 다 느리게 끌어다 제 목을 네 두 손이 감싸도록 위치하게 한다.)
내가, 만약, 널 살려준다면. (오래된 웃음.) 그리고 언젠가 감옥에서도 나오게 된다면... (진정제 덕을 많이 보겠어, 차연아.) 뭐부터 하고 싶어? (이건 네가 나아질 가망성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기도 해.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견차연:(손 그대로 둔 채, 느슨하게 한다. 감싼다기보다 닿은 것에 가까웠고. 네 어깨에 고개 묻는다. 목소리가 묻혀 낮았다.) 내가 산다면, 만약 살 수 있다면. (심장 소리 듣는다. 정확히는, 듣고자 하였으나 당연히도 멀었기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막연하다. 하고 싶은 것? 이미 진창인 이 상황에서, 감히 존재할 수가 없는데.) 미래 같은 건 모르겠고. (빛 한 점 새어들지 않는 방 안. 한 번 훑는다. 계절을 알 수도 없어.) 적당히 벚꽃이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걸, 뜬금없이.)
현정우:(등에 손 얹어 위아래로 차근히 쓸어준다. 중간에 주변 훑는 머리를 꾸욱 제게로 누르면서는, 옅게 웃음 흘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그저 나의 회상 속 네가 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던 나를 여전히 놓지 못하겠다 선언했기 때문에.) 봄까지는 살아 있자. (너를 향한 애정은 사그라든 지 오래에 옷깃 안까지 스민 피 비린내를 나는 어느 정도 경멸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너는 사람을 쉽게 죽여버릴 수 없어. 그랬다면 나는 진작 손목에 긴 상흔을 남긴 채 땅바닥 관 속에서 매몰찬 흙 냄새 맞고 있었을 테니까. 그걸 누구보다 바라지 않았던 사람이 너니까, 이에 너를 죽이는 것으로 보답하기보다는 네가 회개하고 회귀할 가능성을 믿을래.)
당신의 손을, 고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가, 그는 눈을 감습니다. 보이지는 않았을 테지만.
견차연:나중에,
너랑 같이 걸어 보고 싶어. (동시에 과한 욕심이라는 것 알았다. 답 바라지 않는다.)
...
간수: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현정우 프로파일러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견차연과 간단한 면담 후 그의 처분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겁니다.
간수는 엄숙한 목소리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쥐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는 듯 두어번 탁, 탁 쳐냅니다.
현정우:그쪽도 아예 냉혈한은 아니었나 보네요? 인사가 드물게 친절해. (부드러운 투.) 그래요, 갑시다.
하지만 너를 놓아주는 게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삿대질은 나한테 할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 한 명한테 모든 책임을 떠맡긴 쪽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까, 그나마 편해져서.
변함 없어.
견차연:좋아. 마지막 면담인데 하고 싶은 말은?
현정우:딱히. 난 네 심정이 더 궁금해.
기분이 좀 어때?
견차연:네 판결에 대한 기분은 잘 모르겠고, 지금 당장은 일단. 너를 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기분?
정말로 마지막인 것 같아.
현정우:...왜?
왜 마지막이지?
견차연:모든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물론 너는 살아가겠고, 그렇지만,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현정우:나는 너를 잊지 않아.
떠올릴게. 혼자 남아서라도. 그 자리에 서서.
너도 나를 잊지 마. 이 기회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며 회억하고, 네가 느끼는 죄책감에 집중해. 내가 너를 위해 판단을 내린 이상 그 뒤에 숨은 커다란 이유 같은 건 의미를 잃거든. 마지막 부탁이야.
견차연:물론, 언제까지나 변치 않고. (그래. 너는 나를 기억할 거야. 나직하게 웃는다.) 충분히 힘들었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 변함없이. (고개 들어 바라본다.) ...머리 묶어줄래? 마지막으로.
현정우:(몇 걸음 뒤에는 지척에 있었다.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고. 손가락으로 쥔 머리끈을 천천히 풀어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늘어지도록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끽 소리 나도록 의자 끌어 오고는 새로 앉았다. 머리카락 사이로 길게 손가락 흘려보내고는 조심스레 따기 시작했다.)
견차연:땋는 실력,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네.
현정우:땋아준 적이 있던가.... (그냥.) 예전에, 우리 아직 사이 안 좋았을 때. 그때가 문득 생각이 나서.
견차연:응.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제 손의 반지 만지작거리다가 왼손 약지에 끼운다. 이상하게도, 짓궂은 장난이라기보다는 추억하는 모양새로. 다소 즐거이 웃은 것도 같다.) 마지막인데도 떠올리는 게 그런 기억이라니. 그땐 사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었잖아.
현정우:(응?) 무슨 소리야? (......멈칫.) 자는 동안에 내 손 조종이라도 했어? (농담조 묻어나오게 덧붙였지만, 따져 묻는 어조기도 했다. 대수롭지 않게 이어간다.) 처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되짚고 있어서 그래.
견차연:(말 덧대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둔 채. 시간이 흘러 네가 머리를 거즘 다 땋았을 때, 묻는다.) 지금은 어디쯤을 되짚고 있어?
현정우:네 앞에서 운 날...까지 왔다가. (개의치 않는 듯하다.) 너무 많아서인가 길을 잃었네. 그래도 그 덕에 여러 다른 기억들이 떠올라서 좋아. (마지막으로, 고무줄 꼬아 끝까지 묶어줬다.)
견차연:(짧게 웃음소리 냈다. 떠올랐는지, 그리고 이어 맑지 못했던 기억까지도.) 네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어느 의미로든.) 작별인사는 하지 말자, 우리.
현정우:응.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원 자리에 돌려 놓고는, 서 있는 자세에서 네 손 가져다 제멋대로 손등에 입 맞춘다. 약지 자리와도 가까웠다.)
저기, 면담 끝났습니다.
.
.
.
현정우.
현정우:네.
그는 22번의 살인을 감행했다 추정되는 지상 최악의 살인마 견차연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가 사형대로 오르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현정우:네. 그렇죠.
원성과 분노로 가득 찬 이 소리가 들리나요?
현정우, 진실하십시오.
판별하겠습니다.
...
그는 마지막 살인을 포함한 22번의 살인을 감행한 자가 맞습니까?
그가 모든 시체를 은폐했으며, 마지막에 실수를 저질러 붙잡힌 게 맞습니까?
그가 자신의 살인을 과시하기 위해 흔적을 남긴 것이 맞습니까?
현정우:질문의 답변으로는, 긍정과 부정 중 한 가지를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답변을 종합해 보았을 때, 죄수 견차연에게 내려진 형벌은 과잉처벌이라 판단됩니다.
그는 살인을 감행하였으나, 모종의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시체를 은폐하고 흔적을 남긴 것 또한 견차연이 아닙니다.
따라서 심문관 현정우는 죄인 견차연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것, 그리고 앞서 설명드린 공범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