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플리] 죄 많은 이의 초상

1975°F 2023. 2. 12. 00:46

아기다람쥐는...
 
준비되엇다면~
 
야옹^^
 
디안 밀리테:(;;) 야 옹...
 
사랑스러워~~ 이제적응이되엇지요?
 
디안 밀리테:(아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쾌하게 출발~
 
아 (장례식이지만)
 
디안 밀리테:
(장례식이지만)
 
-
 
-
 
덜컹.
 
당신은 마차의 창에 기댔던 머리를 바로 세웁니다. 짧게 잠에 빠졌던 걸까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많이 변화하여 교외의 한적한 풍경이 보입니다.
 
짧게 잠들었던 동안 무슨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디안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 며칠 새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꿈속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아내는 이제 죽고 없는 사람이니까요.
 
당신은 이제 홀로 남아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환부. 그런 것이 되었습니다.
 
검은 옷을 두르고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사실은 그정도의 형식적인 애도조차도 표할수 있을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아내와의 결혼생활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암울했고, 지쳐있었으며, 외로웠습니다.
 
이제는 어떤 이유로 그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당신의 그런 적막한 반응을 다르게 해석한 것인지, 짧게 재가에 관해 물어본 사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내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말을 물렸었습니다.
 
...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우중충합니다.
 
✎:밖으로 나설 때만 해도 저렇게 금방이라도 쏟아낼 듯 먹먹한 하늘은 아니었는데요.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은 당신의 아내의 장례식이고, 그 장례식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는 당신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
 
✎:마차가 작고 허름한 교회 건물 앞에 천천히 멈춰 섭니다.
신이 부디 그의 안식을 비호하기를. 눈을 감으며 작게 기도합니다.
 
하늘에서는 기어코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장례식이 끝난 자리에는 당신만이 외롭게 서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당신의 아내의 이름이 적힌 묘비 위에 가볍게 쌓여가는 모습을 망연하게 바라보며.
 
✎:하얗게 눈구름이 몰려든 하늘 아래 이렇게 우산도 없이 서 있노라면 고요한 주변의 환경에 기억마저 쌓이는 눈 아래 묻힐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괴로움도, 쏟아지는 입김처럼 가볍게 흩어지는 것이라면 좋으련만.
 
까만 장갑으로 감싼 손을 맞잡습니다.
 
오한이 듭니다.
 
✎:결국, 곁에 아무도 남지 않았음에.
당신만이……. 홀로 남아서…….
 
...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장례식을 도와주신 늙은 신부님께서 우산을 가져오겠다고 하셨었기에 놀라지 않았었지만,
 
당신의 뒤를 지키고 선 이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렇게 우산도 없이 눈을 맞고 계시면 감기에 걸리실 거예요.
외모
기준치: 90/45/18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낯선 사람이 말을 걸었으니 분명 거부감이 들어야 할 텐데 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려 하자 그가 손을 뻗어 팔뚝을 붙잡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더 눈을 맞으시면 안 돼요.
 
발렌틴은 당신의 손에 우산을 쥐여주고 자신이 우산 아래를 벗어납니다.
 
그의 어깨 위에 하얀 눈이 쌓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디안 밀리테:...눈, 맞으시는데.
 
발렌틴은 그저 가만히 웃고,
 
당신에게 청합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럼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갈까요. 여기 오래 서 있기에는 날이 너무 춥네요.
 
디안 밀리테:그러죠. (고개 끄덕이며 동의 표했다. 눈은 여전히 얼굴에 향한 채로...)
 
...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장례식에서 보았던 늙은 신부님이 둘을 맞아줍니다.
 
신부:아, 돌아오셨습니까. 우산을 들고 나가려니 자매님께서 직접 하신다기에 부탁드렸습니다. 예배실에 작은 화로를 가져다 놓았으니 움직이셔야 할 일이 있으시다면 몸이라도 녹이시고 움직이세요.
 
디안 밀리테:감사합니다... (어디서 만난 적 있던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한 번 다시 바라보고, 이유를 묻는 건 초면에 예의가 없을 것 같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같이 몸 좀 녹일까요.
 
플로렌틴 발렌틴:(마주 바라보다가 고개 끄덕이고 한쪽 장의자에 걸터앉았다. 옆에 앉으란 듯 눈 맞춘 다음에는.) 그렇게 해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디안 밀리테: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밖에 오래 있어 몸이 춥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눈을 맞은 옷을 입고 있게 되면 더는 괜찮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몸을 녹이는 것이 좋겠네요.
 
디안 밀리테:괜찮아요. 원래 튼튼한 편이라. (어색함에 손만 묵묵히 보고있었다.) ...근데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던가요?
 
눈에 젖은 코트를 벗어내고 붉게 타들어 가는 화로 앞에 앉습니다.
 
앞에서 전해져오는 온기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당신의 곁에 발렌틴이 조금 더 가까워집니다.
 
아마도 함께, 화로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플로렌틴 발렌틴:글쎄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은 워낙 좁으니까. (네 질문 슬쩍 얼버무리고...) 갑작스럽게 말을 걸어 미안해요.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플로렌틴이에요. 플로렌틴 카사 발렌틴.
 
디안 밀리테:그런가요. 하기야, 사교 파티 오가며 얼굴 본 사이일 수도요. ...오늘 장례식에 와줘서 고마워요. 이 말 먼저 했어야 했는데. (옅은 웃음...) 발렌틴 씨... 라고 부르면 되려나요. 저는 디안 세레니티 밀리테입니다. (손 내밀었고... 악수 청하려는 듯.)
 
플로렌틴 발렌틴:(네 이름 듣고 고개 끄덕인다. 몇 번 되짚는 듯싶더니 손을 맞잡았다.) 네, 디안. 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 저는 소중한 사람의 기일이라 교회를 찾았고... 장례식 내내 혼자 있는 당신을 봤거든요.
당신을 처음 보자마자 신경이 쓰였어요. 말을 걸 생각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났음에도 떠나지 않고 서서 눈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산이라도 씌워주고 싶었어요.
 
발렌틴은 손을 맞잡은 채로 잠시 간극을 두더니, 말을 잇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리고 가까이서 바라본 당신은 처음 먼 발치에서 보았을 때보다도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당신을 만난 곳이 장례식이 아니라 당신의 결혼식이었다고 해도 나는 당신에게 끌렸을 거예요.
나를 당장 받아 달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당신이 만약에 내게 흔들린다면, 내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요.
 
디안 밀리테:(침묵. 처음부터 이끌린 건 맞았고, 부정할 생각도 없지만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기에.) 아, 나는..., 저는, ...죄송합니다. 당장은 힘들 것 같아요. (고개 피했다.) ...오늘 장례식이 아내 장례식이라서요.
 
악수를 하는 손이 떨어지고, 발렌틴은 조용히 당신의 말을 듣습니다.
 
아무리 저런 말을 한다고 해도 어찌되었든 발렌틴은 당신에게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놓았던 손을 다시금 내밀지만, 당신의 손을 먼저 잡으려 들지는 않습니다.
 
당신에게 내민 발렌틴의 손을 보며…….
 
잡을까요? 아니면 거절해야 할까요?
 
플로렌틴 발렌틴:그런가요. 제가 너무 성급했네요. 유감이에요.
 
디안 밀리테:친구 사이부터라면 좋을 것 같네요. (네가 내민 손을 마주잡고) 친구 발렌틴, 음, 너무 딱딱한가. 플로렌틴..., 로렌이라 불러도 될까요.
 
발렌틴은 그럭저럭 만족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기댑니다.
 
좋아요. 친구 사이. 작게 답하면서 잡은 손을 깍지 낍니다. 손이 차가워요, 따위의 말을 뱉으면서.
 
과하지는 않지만 의도가 선명한 행동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렇게 해주세요. 딘.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살짝 기대어 읊습니다.
 
디안 밀리테:(눈 깜박. 보통... 보통 초면에 이러나? 요즘은 다 이런가? 따위에 생각을 하며...) 네, 로렌.
오늘... 아는 사람의 장례식에 왔다고 했죠. 누구의 장례식인지 물어도 될까요, 실례가 아니라면.
 
플로렌틴 발렌틴:(잠시 침묵한다. 눈을 감고 나른히 기대어 있다가.) 익숙한 사람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아요.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답해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또한 당신도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난로의 온기(와 발렌틴의 손이 전하는 열기)에 쌓여있던 피로함이 몰려와 눈이 가물가물 감겨듭니다.
 
낡은 모포를 걸치고 예배실의 의자에 기대어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려다,
 
이윽고 잠에 빠져들고 맙니다.
 
……물에 잉크를 탄 듯 번져가는 의식 사이로 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매만지는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손을 들어 쳐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지옥에 가기를 바라는 것은…….」
 
.
 
.
 
.
 
잠깐 내리던 눈이 멎고, 창밖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시간에 눈을 뜹니다.
 
또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꿈이었을까요.
 
잠에서 깬 당신은 몸을 움직이려다 무언가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건……. 아, 그래. 누군가의 체온이 등 뒤에서 느껴집니다.
발렌틴이 당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잠들어 있습니다. 딱딱한 예배실의 의자에 기대어.
 
플로렌틴 발렌틴:아, 깼어요? 역시 잠자리가 불편했나 보네요.
 
발렌틴은 손을 풀어내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모포를 밀리테의 어깨 위에 걸쳐줍니다.
 
자는 동안 얼었던 몸은 많이 녹아 이제 오한은 느껴지지 않지만, 아직 걱정스러운 듯,
 
발렌틴은 당신에게 둘러준 모포를 매만져 바람이 스며드는 곳이 없게 합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저도 같이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꽤 오래 흘렀어요. 댁으로 돌아가실 방법은 있으신가요?
 
당신이 타고 온 마차는 개인 마차가 아닌 삯마차였습니다.
 
제 할 일을 마친 마부는 시내로 돌아갔을 테니 당신에게 남은 수단은 다시 삯마차를 부르는 것뿐이었습니다.
 
디안 밀리테:(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가만히 이 모든 걸 받는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긴 했지만.) 삯마차를 타고 왔어요. 다시 타고 가면 되겠죠. (예의 웃음 지으며...) 그 쪽, 로렌은... 괜찮나요? 돌아갈 방법은 있으신지.
 
플로렌틴 발렌틴:음, 눈이 꽤 많이 내려 삯마차는 여기까지 오지 않을 거예요. 제게 마차가 있으니 저와 함께 가는 게 어때요? 제가 사는 곳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서요.
 
혼자 계시는 신부님이 관리하는 작고 낡은 교회에 이 시간까지 남게 되면, 당연히 귀가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과연, 오늘 처음 만난 발렌틴의 집까지 따라가는 것이 옳을까요?
 
……당신은 나름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디안 밀리테:(어차피 집에 돌아가봤자 쓸쓸하기만 할 테다. 그리고, 정말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마음이지만, 어쩐지 오늘은 혼자 밤을 지새기가 싫어서...) 실례가 아니라면 기꺼이. 하루만 부탁할게요.
 
당신이 발렌틴을 따라가기로 하자, 그의 얼굴은 부드러운 미소를 띱니다.
 
기쁜 듯이, 혹은 만족스러운 듯이. 그가 다시 잡아달라는 듯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그를 따라가기로 한 이상 당신은 그 손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홧홧한 열기가 느껴지는 그 손을 잡습니다.
 
이 손을 뿌리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이 체온을 잊지 못할 겁니다.
 
머뭇거리는 당신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는 손의 온기를…….
 
...
 
마차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요.
 
✎:발렌틴과 둘이서 마차 안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는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고는 했지만, 저녁 시간이라 해가 빨리 저물었기 때문일까요.
마차에 올라탈 때는 분명 일몰의 기운으로 어슴푸레하게 접어들었던 하늘이 지금은 별이 보일 정도로 까맣게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단출하게 서 있는 저택이 눈에 들어옵니다.
 
넓지 않은 정원과 낮은 층수를 가진 저택은 상류층보다는 중산층의 그것입니다.
 
최근까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오래되어 보이지만, 흉물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발렌틴은 부드럽게 당신을 에스코트하여 발을 들입니다. 작은 정원을 지나쳐 저택 안으로.
 
...
 
손님방으로 가방을 옮기는 것을 도와준 발렌틴은 손에 들린 가방을 내려놓더니 말을 꺼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씻고 싶으시다면 방으로 데운 물을 올려드릴게요. 사용인이 있는 날이라면 사용인을 보내드렸을 텐데 오늘은 방문하지 않는 날이라, 저밖에 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네요. 불편하실 것 같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그러고 보니, 교회에서는 눈을 맞은 머리를 닦기만 하고 말리는 것에 급급했었지요.
 
이대로 있으려니 위생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용인마저 없다고 들은 마당에,
 
발렌틴에게 도움을 받아 몸을 씻어야 할까요?
 
디안 밀리테:(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하루 정도라면 괜찮아요. 갑작스레 손님으로 와서 방을 얻은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처지인데요, 저는. (옅은 웃음...)
(그리고 숙녀 분께 도움을 받는다니 디안의 정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지금 샤워를 하기에는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집도 아닌, 처음 오는 곳에 심지어 이 저택에는 발렌틴과 단둘뿐인 것을요.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편하실 대로. 쉬고 계세요. 많이 피곤하실 것 같아요.
 
...
 
밀리테는 불현듯 아직 이 저택 내부를 안내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이미 발렌틴은 자신의 일을 하러 가버린 뒤였네요.
 
쉬려니 영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주인에게서 안내받지 못한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1층에는 응접실을 겸하는 [거실]과 거실 밖으로 이어지는 [로지아],
그리고 그 맞은편에 [식당]과 지금 발렌틴이 있는 [부엌]이 있습니다.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올라오는 2층에 [발렌틴의 방]과 밀리테에게 내어진 [손님방], [서재]와 [갤러리]가 있습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디안 밀리테:(거실부터 둘러본다!) 응접실 정도는 손님이 둘러봐도 되겠지...
 
✎:응접실로도 쓰이는 거실에는 따뜻하게 불을 지핀 [난로]와 [소파], [테이블], 그리고 [장식장]이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테이블 가서 살핀다. 기웃기웃...)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신문의 내용을 확인한다면 의문의 강도살인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본 부부에 관한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건, 당신과 당신의 아내에 관한 기사입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살인 사건.
 
✎:물품을 훔쳐 간 흔적은 없으나 아내는 저택에서 살해되었고 부인 또한 피해를 입었다.
부인의 경우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으나 정신적…… 충격을 호소…….
 
허억. 급하게 숨을 내쉬며 손에서 신문을 내려놓습니다.
 
잊으려 노력했던 기억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디안 밀리테:아, 이런... 젠장. (작게 중얼거렸다.) ...잊어야 하는데. (말 내뱉고는 소파로 고개를 돌렸다. 별 건 없겠지만...)
 
✎:소파 위에는 쿠션과 모포가 푹신하게 쌓여있습니다. 낡은 질감의 소파지만 꾸준하게 관리되어 헤진 부분이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의 손길을 계속해서 받는 집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디안 밀리테:따뜻한 집이네. (자기 집 떠올리곤... 고개 저었다. 거긴 사람 사는 곳 같지가 않아, 특히, 아내가 죽은 이후로는...)(난로 쪽으로 걸어갔다.)
 
✎:난로는 불꽃을 내며 빨갛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난로 앞에 세워진 철망에 부지깽이가 걸쳐있고 낮게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평화롭습니다.
불길에 의한 그림자가 낮게 일렁입니다.
 
디안 밀리테:평화롭네. (마지막으로 장식장 가서 살폈다.)
 
✎:은식기와 작은 조각들, 어느 집에서나 볼 법한 장식품들 위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영문은 모를 일입니다.
 
디안 밀리테:(...위화감? 고개만 기울였다.) 특별한 건 없네. (여느 가정집 같아. 그리 생각하며 거실과 연결 된 로지아로 나가보았고)
 
로지아로 나서자 추운 바깥 공기가 훅 끼칩니다.
 
✎:이런 이탈리아식 로지아 구조가 있는 건물은 드물 텐데요. 겨울이라 사그라든 정원이 로지아의 뚫린 시야 너머로 보입니다.
가느다란 티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로지아는 분명 봄이 되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디안 밀리테:봄이 되면 꽤 볼만 하겠어... (봄이 오면 다시 초대해달라고 말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가 멈춰 섰다. 대체 오늘 처음 보는 사람한테 뭘 요청하려는 거야, 디안 밀리테...)(문 닫고 들어와 이층으로 올라갔다. 손님방으로 들어가 살펴본다.)
 
✎:밀리테에게 내어진 손님용 방입니다. 1인용 [침대]와 [테이블], 몸을 씻을 수 있도록 준비된 [욕실]과 [수납장] 등이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침대부터 살펴본다. 손님으로 와 깐깐하게 살피는 게 예의가 아니란 건 알지만 몸에 벤 습관이 그러해서...)
 
✎:침대 옆에는 당신이 놓아둔 짐가방이 놓여 있고 침대 위에는 하얀색 시트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침대에는 큰 특징이 없습니다.
밀리테의 가방을 조사한다면 아침을 겸한 점심으로 챙겨두었으나 먹지 못한 샌드위치, 사용한 지 10년이 지나 낡은 지갑, 길거리에서 받아 아무렇게나 챙긴 신문과 이제는 끼지 않는 보석 박힌 결혼반지, 밀리테의 사진이 담긴 로켓 목걸이가 있습니다.
샌드위치는 상하지 않았고 신문은 뒤져보면 날짜가 2주 이상 지난 신문이라 딱히 얻을 정보는 없습니다.
 
지갑 안에는 약간의 현금과 밀리테의 집 열쇠가 들어있습니다.
 
디안 밀리테:(지갑 확인하곤) 내일 집에... 돌아갈 여비는 잘 있네. (이부자리 정리 탁탁하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을 살폈다.)
 
✎:테이블 위에는 당신이 벗어서 걸쳐놓은 코트가 놓여 있습니다. 목이 마를 거라고 생각했는지 발렌틴이 가져다 놓은 물병이 보입니다. 둘 다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코트를 뒤적거리면...
동전 두어 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력 +2
 
디안 밀리테:(오... 넣어두고 잊어버렸나. 잘 챙기곤 욕실 한 번 열어본다.)
 
✎:욕실 안은 메말라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자동 수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욕실이기에 이곳에서 샤워하기 위해서는 물을 올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발렌틴은 그것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겠지요.
 
디안 밀리테:(혼자 사는데 수도가 잘 안 되어 있으면 불편하지 않나... 그런 걱정을 삼키며,) 역시 거절하길 잘했네. 몸도 약해보이는 사람이 무슨 물을 올려준다고... (투덜투덜... 문 닫고 수납장 쪽으로 갔다.)
 
✎:수납장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손님방인지 조금의 먼지만 있을 뿐입니다. 수납장 위에는 밤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등불과 성냥이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밤에 어두울 걱정은 없겠어. (등불 위치 기억해두고 손님방을 나왔다. 옆에 무슨 방인가하고... 갤러리로 이동했다.)
 
✎:갤러리의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없다면 열 수 없어 보입니다.
 
디안 밀리테:음...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속으로 생각하며 서재로 이동... 여기도 열쇠가 필요한가?)
 
✎:서재의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열쇠가 없다면 열 수 없어 보입니다.
 
디안 밀리테:(집주인도 아닌데 열쇠를 막 찾아서 여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남은 플로렌틴의 방 앞에서 문 두드렸다.) 로렌, 거기 있어요? 들어가봐도... (말이 뭔가 이상해서 멈칫,) ...될까요.
 
안에서는 대답이 없습니다. 방에 없는 걸까요? 문은 잠겨 있지 않습니다.
 
디안 밀리테:(갈등... 들어가는 거 완전x100 실례인데... 하며 고민하다가.) 들어... 갑니다? (결국 문 열어본다.)
 
발렌틴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봅니다.
 
손님용 방으로 내어준 곳과 크기와 구조 면에서는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방 한쪽 구석에는 [침대]가 있고 그 침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테이블]이 있습니다. [수납장]으로 보이는 곳과 [드레스 룸], [욕실] 정도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가장 먼저 보이는 침대부터 살펴 봄... 이상한 생각으로 보는 게 절대 아닌 그저 호기심일 뿐임...)(하고 자기세뇌하기.)
 
귀여워
 
✎:그다지 화려하거나 아주 값비싼 침구는 아닙니다. 이 정도 규모의 저택에 어울리는 침대이긴 하지만, 그래요.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디안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까부터 위화감이...)
 
✎:이 침대는 발렌틴 혼자 사용하기에는 큰 침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사이즈를 따지자면 2인이 사용하는 것이 적당해 보이네요.
 
디안 밀리테:(왜 2인용 침대가? 하고 생각하다가...) 혹시 남편이 있다던가, 하는... (그럴만도...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보였으니까. 근데 왜 나한테 그런... 그런 말들을? 역시 혼자 사는 건가?)(혼란만 증가했다... ...옆에 있는 테이블 살펴본다.)
 
✎:테이블 위에는 장미가 꽂혀있는 화병이 놓여 있습니다.
 
메리골드. 당신이 꽤 좋아하는 꽃입니다.
 
디안 밀리테:이 꽃을 꽂아두는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는데. (옅게 웃었고...)(수납장도 가서 살펴보았다. 특별한 건 없겠지만...)
 
✎:수납장은 열쇠로 잠겨있어 열리지 않습니다. 하긴, 주인이 있는 방에 들어와 수납장을 열어보려고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안 밀리테:(양심의 가책에 땀 뻘뻘....... 내가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지.)(생각은 그렇게 하며 열심히 돌아다닌다... 드레스 룸도 기웃거렸고)
 
✎:드레스 룸은 잠겨있습니다. 하지만 저택 규모로 보았을 때, 드레스 룸과 붙박이장의 중간 정도의 크기인 듯싶습니다.
 
디안 밀리테:(내가 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욕실은... 별 다를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실례 그 자체인 것 같아 둘러보지 않는다...) ...로렌은 어디로 간 거지. 방에서도 안 보이면... 식당에 있으려나.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식당으로 가보았다.)
 
식당으로 가면, 준비된 음식을 차려놓고 당신을 기다리는 발렌틴과 마주칩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는 발렌틴의 안내에 따라 당신의 것으로 마련된 자리에 앉으면 푸짐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먹기 좋을 만큼의 양에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발견합니다.
 
고급진 스테이크에, 와인. 담백한 소스. 하나같이…… 당신의 식성과 취향에 맞춘 음식으로만 준비되어있습니다.
 
서투르기는 하지만 그럴싸하네요.
 
플로렌틴 발렌틴:내일 아침에 시간이 된다면 함께 어디 가보지 않겠어요? 어디인지는 말해주지 않겠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예요.
 
디안 밀리테:가장 사랑하는... (네가 사랑을 말하는 울림이 듣기 좋아 무심코 되뇌였다.) 좋아요. 어차피 중요한 일정은 없으니까. (앞으로도, 한동안은...)
 
플로렌틴 발렌틴:(만족스럽게 고개 끄덕이고 앞자리에 앉는다.) 좋아요. 음식은 입에 잘 맞나요?
 
디안 밀리테:방금 준비하신 거예요? 정말 제 취향이라... (놀랐어요. 옅은 웃음 지었고.) 고맙습니다. 방 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플로렌틴 발렌틴:취향이었다면 다행이에요. (몇 입 들다가 일어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네 잔에 느긋하게 와인 따라주었다. 가까이서 몇 마디 더 뱉는다.) ……혹시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지 않나요? 사실 나는 당신과 장례식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어요. 딘.
 
디안 밀리테:(고개 기울였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음, 죄송해요. 기억이 잘 나질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디서 만났는지 말 해주면 기억이 날지도요. (어색한 웃음 지었다. 와인 고마워요. 그 말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고.)
 
디안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디안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43/21/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그리운 느낌을 받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럴 수 있죠. 당신이 기억하리라곤 기대 안 했어요. (오랜 시간 차근히 와인을 따르고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한 번 눈 맞추고서 자리로 돌아간다.) 디저트 드시겠어요? 키위 케이크가 있는데 안 드시려나요.
 
디안 밀리테:네? (키위 케이크?) 그런, 케이크도 있군요. 주신다면 거절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플로렌틴 발렌틴:(달그락거리더니 한 조각 그릇에 담아 내어준다.) (빤히... 빤히...) (어서 먹으라는 눈 함)
 
디안 밀리테:(키위 케이크 한 번... 로렌 한 번... 바라 봄)(한숨... 삼키고)(먹...는다! 입에 넣었다!)
 
플로렌틴 발렌틴:(두근두근두근) 그, 맛이 어떄요? (반짝반짝눈...)
 
디안 밀리테:(시고 달고 하여간 오묘한 맛...) ............나쁘지 않네요. 직접 만드신 거예요?
 
플로렌틴 발렌틴:(...) 아뇨. (맞다.) 전혀요. (맞다.) ...날이 어두워졌네. 피곤하실 텐데 그만 들어가세요. (...)
 
디안 밀리테:(눈치...) 파는 것 같이 잘 만들고 맛있다는 얘기였어요. (...) 진짜. (괜히 덧붙이고.) 뒷정리는 도와드리지 않아도 되나요?
 
플로렌틴 발렌틴:(...미소.) 네. 치울 것도 별로 없고요. 손님에게 일 시키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정 마음에 걸리시면, 굿나잇 포옹?
 
디안 밀리테:그렇게 말 한다면야... (일어나 의자 집어넣다가 멈칫.) ...굿나잇 포, 옹이요? (눈 껌벅껌벅... 잔뜩 당황한 모양새...)
 
플로렌틴 발렌틴:(태연하게...) 네, 포옹이요. 친구 사이인데도 좀 어려울까요.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작게 덧붙이지만.)
 
디안 밀리테:(친구 사이에는 보통 하지만... ...오늘 친구가 되었는데도.....?)(그래도 뭔가 그렇게 말하니 못할 건 또 없겠다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 살짝 안고는) 좋은 밤, 좋은 꿈 꾸세요, 로렌.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곧 부끄러운 듯 빠르게 멀어졌지만...)
 
플로렌틴 발렌틴:(마주 안으려다 네가 멀어진다. 네 손목 부근 옷깃 살짝 잡아 멈춰세우고 꼭 안은 다음 놓아준다. 놓기 직전 속삭이기를.) 좋은 밤, 딘. 내일 봐요.
 
디안 밀리테:(...아, 귓가 조금 벌개졌을 지도 모르겠다.) ...네, 내일 봐요.
 
...
 
다정하게 저녁인사를 하는 그 표정엔 미련이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이 들 수 없는 밤입니다.
 
무언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아, 당신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듭니다.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방안을 둘러봅니다.
여기는, 맞아요. 당신의 집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택 안이라도 조금 돌아다니다 보면 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발렌틴은 자신의 방에서 잠들어 있고, 그 외엔 아무도 없는 저택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괜찮을까요?
 
디안 밀리테:(원래라면 안 되겠지만... 산책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잠이 너무 안 오니, 조금만... 그렇게 합리화하며 방 문을 열었다.)
 
거실의 난로는 불이 꺼졌습니다.
 
디안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달빛에 반짝이는 열쇠를 발견합니다.
 
디안 밀리테:열쇠...? (가까이 가 집어본다.)
 
열쇠 하나입니다. 어딘가의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군요.
 
디안 밀리테:음... (잠겨있던 곳이 서재, 갤러리였던가.)(일단 갤러리 쪽으로 가서 열쇠를 꽂아본다...)
 
열쇠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갤러리로 향한 후.
 
다시 꺼내어 문을 열면...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거짓말처럼 열쇠가 돌아가고 서재의 문이 열립니다.
 
...
 
잠깐,
 
지금 손에 쥔 것 말고도 주머니에 열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
 
꺼내어 보니...
 
방금 주운 열쇠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방금 문을 연 열쇠는,
 
원래 가지고 있던 당신의 자택 열쇠군요.
 
디안 밀리테:내 저택의 열쇠가 왜 이곳 서재를... (혼란스런 얼굴로 손 위 열쇠만 바라보다가.) ...들어가보자. (뭔가 알 수 있겠지... 문을 열었다.)
 
✎:낡은 경첩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립니다.
갤러리의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는 벽과 진열대에 걸린 [액자]가 상당량 보입니다. 개중에는 그림도 있고, 사진으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디안 밀리테:그림과, 사진... (아는 그림일까 싶어 자세히 살펴본다.)
 
벽에 걸린 가장 커다란 액자에 다가간 밀리테는 순간 온몸의 털이 거꾸로 서는 듯이 소름이 끼치는 감각을 느낍니다.
 
. 왜냐하면, 거기에 걸린 액자에는...
 
디안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왜, 내 얼굴이, 여기에...
 
이성 -2
 
당신의 곁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은 종이가 그을리고 찢어져 알아볼 수 없지만, 아마도 당신의 아내인 듯싶습니다.
 
이게, 이 그림이 어째서 발렌틴의 집안에 놓여 있는 걸까요.
 
그것도 당신의 아내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디안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그림 위에는 또한 피처럼 보이는 것으로 무어라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뒷면을 본다면 똑같은 필기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른 사진과 그림을 둘러보아도 모두 밀리테와 밀리테의 아내로 추정되는 사람만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밀리테의 아내로 추정되는 사람의 얼굴은 심하게 손상이 된 채로…….
 
✎:어째서 발렌틴의 집에 이런 물건들이 있는 걸까요.
 
디안 밀리테:...질이 나빠. (인상 잔뜩 찡그렸다. 대체 왜 이런 짓을? 그러다 보면 떠오르는 강도 사건. 집안 물건 중 없어진 건 없는데 아내만 살해 당해서... 그 쯤 생각을 멈췄다. 더 생각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을 내려버릴 것 같아...) 나가자. 나가, 나가야지. 주인 자는데 여기서 뭐하는 짓이람. (하하. 중얼거리고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다.)
남은 열쇠는... (분명 서재의 것이겠지만. 그 안에도 이런 게 있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앞서 방 앞에서 머뭇거렸다.)
 
✎:뒤틀리고 억눌린 증오,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분노, 이성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원망.
 
거부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손상된 초상화로부터 전해져옵니다.
 
만약……. 만약 이 모든 액자의 훼손을 저지른 것이 발렌틴이라면, 그렇다면 혹시,
 
...
 
플로렌틴 발렌틴:딘? 여기서 대체 무얼 하고 있는…….
 
당신이 갤러리의 문을 미처 닫기도 전에,
 
당신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열린 갤러리의 문 사이로 등불을 든 발렌틴이 서서, 멍한 얼굴로 당신과 커다란 그림이 걸린 액자를 번갈아 가며 바라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밤이 늦었으니 자러 가요.
 
디안 밀리테:...로렌.
 
발렌틴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 언젠가, 그랬듯이요.
 
하지만 저 손의 의미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처음 발렌틴이 당신에게 내민 손이 수줍음과 허락을 구하는 의미였다면 지금은…….
 
지금은 어떻게 느껴지나요?
 
디안 밀리테:(무섭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쳐내고) ...아. 죄송, 해요.
 
플로렌틴 발렌틴:(...손 내렸다가 한 걸음 다가선다.) 모두 설명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내일 함께 저와 가주기로 하셨잖아요. 해가 뜨면, 모두 이야기할게요. 하지만 아직은 안 돼요.
단 한 가지만, 맹세하자면 그 초상화를 훼손한 것은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디안 밀리테:손상한 게 당신이 아니더라도, 왜 저랑 제 아내의 초상을 모으고 있던 건데요? (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입만 꽉 깨문 채.)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지금이라도 짐 싸서 나가는 게, (원래라면, 맞을 테지만... 알 수 없는 그리움, 그런 것들에 자신도 모르게.) ...아니에요. 내일, 내일 얘기하죠. 부디 훌륭한 변명거리를 준비해놓으시길.
 
플로렌틴 발렌틴:(어설프게 웃었다.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네게 손 뻗어 거부당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네, 그럴게요. 기다려주세요, 딘. (마른침 삼킨다. 네 손목 약한 힘으로 잡았다.) 우리 아직 친구, 맞죠? (다소 조급하게. 하지만 아니라고 해도 상관 없어. 나 혼자 이 관계를 정립하면 그만이야.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서야 매끄러운 미소가 나왔다.)
 
디안 밀리테:(그대로 지나치려다 손목을 붙잡히고 멈춰 섰다. 네 얼굴을 바라보는 눈에 혼란, 배신감, 등이 가득 섞인 채로...) 친구요? 글쎄요, 이걸 보고도... 계속 친구를 할 사람이 있으면 전 그 사람의 비위를 칭찬해주고 싶네요. (웃는 꼴이 쓰다.) ...이만 들어가볼게요.
 
어찌되었든 내일, 발렌틴은 모두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말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진실만을 이야기하겠지요.
 
그러니 오늘 밤은 편하게 잠드는 것밖에 당신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가만 놓아준다. 네 미소 억지로, 끝까지 바라보았다.) 네, 딘. 이만 주무세요.
 
.
 
.
 
.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을 등지고서도 수마는 당신을 의식 아래로 깊게 끌어내립니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 뒤늦게 피곤함이 몰려들어 당신은 곧 잠에 빠져듭니다.
 
…….
 
당신은 깊은 꿈에 잠겨 익숙한 풍경을 봅니다.
 
익숙한 사람, 익숙한 장소, 익숙한…… 당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헤매며 멀미를 일으킵니다.
 
잊고 싶었던, 하지만 죽어도 잊을 수 없던 기억들이 어느샌가 거짓말처럼 당신의 머릿속에서 잊혔었지요.
 
그리고 눈앞의 풍경을 봅니다.
 
디안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이성 -4
 
당신의 아내는 지독하게도 이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사랑해서, 서로 간의 신뢰를 해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맺어진 인연이었음에도 아내는,
 
결혼 직후부터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리기 시작합니다.
 
있어서는 안 될 것을 신봉하며 그에게 헌신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지요.
 
화를 내고, 애원하고, 정에 호소해도 당신의 아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신 주변의 사람들을 글라아키의 입안으로 던져넣을 뿐이었습니다.
 
저 도끼로 당장 그의 목을 내리치지 않으면 당신이 미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랬던 겁니다. 둘 모두가 미치기 전에...
 
아래로 내리긋는 도끼날에 산란하는 빛, 뼈와 얽힌 살점이 진득하면서도 둔탁하게 쇠붙이를 받아내는 소리,
 
피가 튀어 카펫 위에 번지는 붉은 색.
 
✎:모든 것이 마치 연극을 보듯 멀리 느껴집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아내의 얼굴이 물에 풀어버린 잉크처럼 흐리게 보입니다.
아니, 찢어지고 얼룩진 초상화처럼 일그러져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죄는 지독합니다.
꿈속의 당신 손에서는 씻겨지지 않는 피 냄새가 납니다.
 
비리고, 추악하고, 죄 많은 이의 손 위에 붉고 뜨거운 피가 흐릅니다.
 
✎:죄를 헤아리라면, 누가 감히 그의 죄가 당신의 죄보다 크다 단언 할 수 있을까요.
죄 많은 그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죄가 아니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변화할 거라 믿어 방만했던 시간은,
그 사이에 또다시 아내의 손에 의해 죽어간 사람들의 목숨은, 그리고 당신의 손에 결국 삶을 마감한 당신의 아내는.
 
……그리고, 꿈밖에서 여전히 당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 발렌틴은.
 
디안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발렌틴. 그를 생각하자 꿈속의 풍경이 빠르게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맞아요, 당신은 이 꿈을 전에도 꾼 적이 있습니다.
장례식을 위해 교회로 가던 길의 마차 안에서.
그리고 예배실의 화로 앞에서.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빠르게 잊어버렸습니다.
 
지금과 똑같이.
 
✎:기억하고 싶나요? 기억한다 해도, 이 기억이 당신에게 의미가 있을까요?
 
꿈에서 깨어서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지능 판정 극단적 성공 이상을 요구합니다.
 
디안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빠르게 꿈과 멀어집니다.
 
꿈에 사로잡혀있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 당신의 짓눌려있던 몸을 깨워냅니다.
 
.
 
.
 
.
 
잠에서 깨면, 방안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상한 꿈을 꾸었던 것도 같지 않나요?
 
디안 밀리테:(뭔가, 굉장히 찝찝하고 질 낮은 악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이다...) 무슨 꿈이었지. (역시 기억나진 않는다.)
 
플로렌틴 발렌틴:...딘, 일어났어요?
 
발렌틴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당신의 안색을 살핍니다. 손에는 간단히 아침 식사로 할 만한 음식이 들려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아요. 몸이 좋지 않으시다면, 나가기로 한 것은 취소해야 하려나.
 
디안 밀리테:아뇨, 괜찮아요. 그냥, 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서... (눈 깜박이다가) 가야죠. 밤에 일어났던 일의 변명도 들어야 하고. 아침은...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가겠다고 하면, 발렌틴은 눈에 띄게 안도한 기색을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침 식사가 끝나면...
 
플로렌틴 발렌틴:외출 준비를 도와드릴게요. 필요한 게 있나요?
 
디안 밀리테:(테이블 위 놓여져 있던 코트 걸쳐 입었다.) 딱히, 챙길 게 많이 없어서 괜찮아요. (믿을 수 없기도 하고...)
 
플로렌틴 발렌틴:(끄덕...) 따로 궁금한 건 없으시고요. (...어제의 일 빼고.)
 
디안 밀리테:어제의 일 말고는... (눈 깜박. 당신의 다정의 연유? 문득 그 출처를 묻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고개를 저어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플로렌틴 발렌틴:(그 뒤로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마침내 침묵이 분을 꿰뚫자, 그제야 겉옷 챙겨입는다.) 나갈까요.
 
발렌틴은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의도라기보다는 습관적인 행동이었는지, 내밀고 나서 아차 싶었으나 거둘 기색은 없어 보이네요.
 
디안 밀리테:(내밀어진 손 분명 똑똑히 보았으나, 주머니에 넣었던 손 뺄 생각 없어 보인다. 그대로 네 옆을 지나쳤다.) 가야 될 곳이 먼 곳은 아니죠?
 
...발렌틴은 손을 내립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디안.
 
.
 
.
 
.
 
발렌틴이 당신을 이끈 것은 어느 호수입니다.
 
새벽의 물안개가 피어올라 수면 위로 아른하게 맺힌 풍경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습니다.
 
발렌틴은, 당신을 이런 장소에 데려오고 싶었던 것일까요.
 
그때 당신의 뒤에 있던 발렌틴이 말을 걸어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이걸 봐줄래요?
 
발렌틴의 손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들려있습니다.
 
그 사진을 받아서 확인하면, 사진에 찍혀있는 것은 당신과 함께 서 있는 발렌틴입니다.
 
어째서, 이런 사진이 존재하는 걸까요?
 
고개를 들어 발렌틴을 바라보면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웃고 있습니다.
 
무언가 의문의 말이라도 던지려던 찰나,
 
푹,
 
...
 
죽음의 순간은 짧지만, 오래도록 고통스러웠습니다.
 
가슴에 틀어박힌 어찌할지 모르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눈앞으로 잔인한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 일련의 사실이, 글라아키가 사용한 꿈의 소집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당신의 뇌리에 떠오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디안 밀리테:로렌, (쿨럭, 터져나온 숨이 아팠다.) 로렌... 왜. 네가 왜, 여기에...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네 앞을 막아서 글라아키의 가시에 찔렸을 때, 그리고 그의 신도가 되었을 때... 그래서 네가 신실하게 굴던 나를 죽였을 때조차 나는 네 행복을 바랐어. 그의 제물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지. 응? 디안. (스러지는 너 따라 주저앉는다. 바라보았다.)
 
가까이에서 보는 발렌틴의 목덜미에 선명한 흉터가 보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발렌틴, 그의 옆을 지켰던 당신. 지키다가, 견디지 못하고 아내를 죽였던 기억이 이제는 생생한가요?
 
디안 밀리테:내가 너를... (죽였어? 아, 악몽이 떠오른다.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었나. 그동안 기억 한 구석으로 밀어 넣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래, 강도 따위가 아니다. 내 손으로, 너를, 네 목을...) 아... (손을 뻗는다. 흉터가, 손 끝에 닿아서.) 로렌, 내가,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난... 미안해. 미안, 이것만으로, 네게 사죄가 되진 않겠지만. (미안해... 그 말만 반복해 속삭인다.)
 
플로렌틴 발렌틴:아니, 나는 기쁜 것 같아. 네가 마지막까지 기억을 잃은 채가 아니라 다행이다. 네가 나를 알아봐 주어서 기뻐. 네가 내게 영영 손 뻗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했어... (환하게 웃었다. 눈가가 붉었다. 네게서 흘러나는 핏물이 무릎 아래로 질척였다.) 너는 나를 죽였지만, 딘. 그는 나를 살려주는 조건으로 너를 바치라고 했거든. 그래서 승낙했어. 작별인사를 하려고. (네가 나를 죽일 때는 말이야... 그때는 작별인사를 못 했잖아. 숨이 고르지 못하다. 기쁜데도, 열이 오르고 눈이 아팠다. 제 손의 반지 두 개를 만지작거린다.) 너는 어때. 슬퍼? 내가 고작 작별인사 하나 하려고, 다시 돌아와서 너를 죽였음에.
 
디안 밀리테:널... 이해하지 못하겠어.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네 손에 죽는 건 괜찮아. 나의 죄가 깊으매, 네 손으로 끝내는 것이 나의 속죄라면 받아들여야겠지. (눈 앞이 흐리다. 지금 제 감정은 자신도 모르겠다. 원망, 사랑, 안도, 그 따위의 것들이 한데 섞여서.) 그렇지만, 그래... 슬퍼. 네가 원망스러워. (침묵했다.) ...우리는 왜 여기에 다다랐지? 너는 왜 지옥에 있지 않고 여기에 있어? 작별인사,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고. 나는 널 만나서 건낼 작별인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 죄는 내가 널 죽여 내 것이 됐으니, 지옥에서조차 손 잡고 나란히 있는 것이 허락될 수 없는 걸 알았으니까... (웃는 꼴이다. 당연한 듯 네 죄를 짊어지는 꼴이 익숙해보였고) 죄를 늘릴 필요는 없었어, 멍청한 로렌... (원망의 이유란 이러하다.)
 
플로렌틴 발렌틴:괜찮아, 괜찮아, 딘. 단순히 죽는 게 아니야. 그의 신도로 널 바친 거니까. 비록 나는 한 번 죽었고, 다시 살아나 숨 쉬고 있지만 언젠가는 죽은 너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거야. 오래 걸리지 않아. (죄를 원망해본 적은 없었다. 너와 눈을 맞출 수 있게 된 이후부터는 없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죄의 존재가 싫다. 네게 원망받게 하는 원인이라. 원망 사이에 사랑이 없었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두 번 미칠 수도 있을까? 디안, 우리는 한 번도 제정신인 적이 없었는데. 우스웠다. 구태여 자조하지는 않는다.) 됐어, 딘. 다 필요 없으니까. 나는 어차피 다시 네게 손을 내밀 거잖아. 그걸 알잖아. 조금만 기다리면 돼. 기다리기 싫으면, 가시로 나를 찔러서 죽여도 괜찮아. 하지만... (네 손 맞잡는다. 다급하게. 네가 시야를, 숨을 잃기 전에.) 사랑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이제 너도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줘. 난 그거면 돼.
 
디안 밀리테:(나는 믿지도 않는 신의 제물로 바쳐진다, 너의 손으로. 되려 신이 있다면 난 너라고 생각했는데.) 네가 그를 사랑하는 게 싫어... (그러나 모든 원인은 자신이니, 제일 싫은 건 자신이라해도 모자람 없다.) 넌 예전에, 내 손을 잡아주면 안 됐어. 몇 번을 생각해도... 그건 정말 멍청한 선택이었는데. (네가 내 불행에 휩쓸렸잖아.) ...내게 다시 손 내밀어줄 거야?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내 삶을 너로 물들이고... (주위에 흥건한 혈흔 탓일까, 역겹고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네 손을 잡았을 때의 체온이 떠오른다. 딱 이쯤의 온도일까.) 내가 어떻게, 너를 찔러, 로렌... (손 뻗었다. 내 뺨을 쓸었고.) 난 너를... (사랑하나? 이것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결국 서로를 죽고 죽여도, 이것을 사랑이라 명명해야하는가?) ...사랑해. (그러나 사랑이 아닌 다른 단어가 없어서. 결국 사랑을 입에 담게 된다.) 사랑해, 응, 사랑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모든 것이 흐리고, 숨이 느려지는 과정에서, 손을 툭 떨어트리고는) ...아, 로렌, 죽기 싫어.
 
플로렌틴 발렌틴:나는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원망하지 말아. (네가 자조하리란 사실을 앎에도 탓을 했다. 네가 너로서 존재하는 게 좋아. 하지만 네가 나로서 존재하는 건 비할 수 없을 만큼의 기쁨이야. 그래서.) 응. 디안. 너를 죽인 책임을 질 거야. 네가 싫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해왔잖아, 언제까지나. 너는 그 말에... 몇 번이고 그래도 괜찮다고 답한 대가를 치르는 거야. (뺨에 느슨한 감각이 든다. 손보다, 네 눈에 온기가 있다. 그마저도 꺼져가고 있지만. 아, 저무는 태양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거 알아? 딘. 나는 네가 죽어가는 모습을 정말로 좋아해. 꺼져가는 낮빛을 끝까지 들여다 보고 있으면 꼭 그게 나만을 위한 볕이라는 착각이 들거든. 네가 모두를 사랑함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좋아. 다만 내가 지금 울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살아 숨쉬는 너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네. 너를 세게 안는다. 피에타의 품도 서늘하기 그지없는데. 어쩌겠어.) 걱정하지 마, 제발, 부디. 너는 다시 이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 (다시 세상을 바라볼 네가 지금의 너는 아니겠지만. 비록 네가 껍데기만 같은, 글라아키의 신도인 채라고 해도.) 이게 내 사랑이야. 딘. 우리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조금 더 다정한 사랑을 해보자. 그래. 나도 알아. 이건 너무 잔악해.
 
그리고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지옥을 발렌틴과 영원히 함께 걷게 되리라고.
 
서로가 온전히 서로가 아닌 상태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만나면,
 
조금 더 다정한 사랑을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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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