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 S. 밀리테:여기도 난방이 좀 안 되나 봐. (옅은 웃음...)(그리고 빨간 틀의 액자에 담긴 그림 바라본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러게. 좀... 춥네. (여상...) 넌 아주 따뜻한가 봐?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한 명의 아이와, 미완성의 눈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합니다. 행복이 가득해보이네요.
디안 S. 밀리테:아주 따뜻한 것 까진 아니고. 그냥... 음, 누구 생각이 나서. (부러 손 깍지 껴 잡았다.)
(좋은 그림이네... 잠시 감상하고 다음 파란 틀의 그림을 바라본다.)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여태껏 정말 많은 사람과 전시회를 가봤지만. (힘 주어 잡는다...) 나랑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 생각 난다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딘.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는 한 아이와 완성된 눈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눈사람은 마치 감정이라도 얻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그 사람도 넌데... 옅게 웃으며 생각했다.)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당연히 내가 널 좋아할 줄 알았어? (농담...)
(...아이가 죽고 눈사람이 완성되기라도 한 거야? 조금 인상 찌푸리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갔다. 아주 작은 그림.)
플로렌틴 발렌틴:그럼, 아니야? (그림 보던 시선 돌려 네게로 맞췄다가 이쪽도 농담인 양 웃으며 다시 그림 본다. 유쾌한 그림은 아니네...)
눈사람과 아까와는 다른 아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는 눈사람에게 모자도 씌워주고 목도리도 둘러주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방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아주 행복해보입니다.
디안 S. 밀리테:오, 글쎄... (말 늘리다가) ...맞아. 너 좋아하는 거. 넌 내가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니까.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기엔 무거운 말...)
(그림마다 이야기가 연결되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보통 크기의 그림 바라보았다.)
플로렌틴 발렌틴:과감하네... (어째서인지,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그림 세세하게 살피다가 입 달싹인다.) 좋아. 나도 너 사랑해. 첫만남이 강렬했어. (으쓱...)
눈사람이 넓은 설원에 덩그러니 혼자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있었던 것 같은 장면입니다. 아이가 더 이상 눈사람의 곁에 오지 않는 걸까요?
디안 S. 밀리테:나는 그렇다 쳐도. 너는 아무리 첫만남이 강렬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거야? (조금 어이없는 표정. 뭐, 언제나처럼 가벼운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혼자네. ...왠지 전에 잠깐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 인상 찌푸린다. 남은 가장 큰 그림으로 발 옮기고)
플로렌틴 발렌틴: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게 더 이상한걸. (그럼, 내가... '그래? 우린 오늘 처음 만났는데. 조금 당황스럽다. 미안. 우리 이쯤하고 갈라지자.' 하고 말했어야 했나. 이상한 무게가 배어 있었지만, 곧 작은 웃음으로 무마한다.)
눈사람이 부서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녹은 부분은 눈사람의 눈 부분입니다. 마치 눈물을 흘리듯 눈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그런 말 하는 건, 그러니까... 나여서 그래?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 못 들을 건 알지만. 다른 차원으로 넘어와서도 왠지 너한테는 특별한 취급을 받고 싶어서. 그런 감정으로 너한테 물었다.)
(결국 부서져 녹아내리는 건가. 전에 본 연극처럼... 소원은 아마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 ... 하고 추측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림 보더니 간극. 이내 매끄러운 목소리.) 나는 좋아했던 사람이 꽤 많아. 네가 내게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내달란 말을 함으로써... 앞으로 너도 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말에 미세한 흔들림이 있다.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 할.)
전시회는 그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전시회를 나가는 문 앞에는 팻말이 하나 붙어있네요.
" 가짜 눈사람의 소원은 뭐였을까요? " 라고 적혀있습니다.
플로렌틴은 가볍게 무시하고 걷습니다.
디안 S. 밀리테:나는 떠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기다리는 건 자신 있으니까... (두서없는 말. 모르고 듣는다면 필히 눈사람과 아이 얘기라고 착각할 만한 말이었다.)
차가웠던 몸은 근질근질하며 따듯해지고 있습니다. 덜덜 떨리기만 하던 몸도 어느새 진정되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 누구... 누군지 참, 궁금하네. 집중 깨지게. 약하게 투덜거린다.) 좋아. 미련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욕심이 많거든... (주변 보면서 걷는다.) 그래서 평생을 줘버릴 만큼 바라는 것도 있고. (다들 내가 안 그럴 것 같다더라. 사실은 누구보다 더 바라고 있는데. 추상적인 문장 덧붙였다.)
디안 S. 밀리테:(눈사람병이 없는 다른 차원 아니었나? 먹먹한 정신으로 흐린 시야 사이에 노란 색채 찾아 시선 주었다.) ... 플로렌틴, 로렌. 공연 마지막에 눈사람이 두 개 있었잖아. 그렇다면, 눈사람의 기다림은 성공한 건가?
플로렌틴 발렌틴:(어디 아픈가. 가만 들여다본다. 네 눈 응시하더니.) 성공한 것 같지. 방식은 달라도, 어찌되었든. 기다리다 먼저 걸음을 뗀 거잖아. 끝이 함께라면 그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을까?
디안 S. 밀리테:그렇지? (옅은 웃음. 네 얼굴이 안 보인 적은 없었는데, 이거 꽤 불편하네...) 그러니까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을... (말 흐렸다.) 그것을 소망하는 것은 그리 잘못된 게 아닐 거야. ...그렇다고 말해줘, 로렌. (너한테 말하는 게 맞을 테다...)
플로렌틴 발렌틴:(한참 보다가 말했다. 고민하는 기색이라기보다는 공백이다.) 누구나 바라는 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고개 끄덕인다. 긍정.) 기다림에 따르는 통증은 본인의 몫이니까... (틀렸다고 할 처지가 못 돼, 나도. 작게 덧붙인다.)
디안 S. 밀리테:너는 기다리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눈 깜박였다.) ...너도 그리움이 많았지. 만약에 말이야, 로렌. 만약에... (손 맞잡았다. 느껴지는 건 체온이나 부드러운 살의 촉감 대신 존재하는 무언가 뿐이었지만.)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너와 현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면. (어때, 믿겨져?)
플로렌틴 발렌틴:기다리고 싶지 않아. (정말, 음,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짓이지.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잖아...)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의아함은 아니다. 존재치도 않았을 과거에 흠뻑 번진 목소리. 헛웃음.) 아니. 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안 믿어.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여기서 수긍하면 내가 미친 거 아닐까.) 하지만... 네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그게 무어든- 나와 있는다고 말하면, 그건 믿을래.
근처에서 종을 울리며 사람을 모으는 한 서점이 보입니다. 옆에 세워진 현수막에는 ‘크리스마스 복권’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가게에 가까이 다가가면 상인이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추첨권 있으신가요?” 하고 물어오기도 합니다.
디안 S. 밀리테:아, 네. (추첨권 내밀면서...) 상품은 뭔가요?
"일 등은 세계 여행권이에요. 아주 크게 준비했죠. 비행기부터 호텔까지."
추첨권 두 장을 건네면 젓가락이 가득 들어있는 통을 내밉니다.
첫 번째는 플로렌틴이 뽑습니다.
디안 S. 밀리테:(로렌 화이팅!)
플로렌틴 발렌틴:나쁘지 않은데. 여행이면... (유쾌하게 뽑는다!!) 안 간 지도 꽤 된 것 같아.
첫 번째 젓가락을 뽑으면, 아쉽게도 꽝입니다.
대신 따뜻한 손난로를 받습니다. 손난로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잔뜩 나는 트리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 따뜻하네. (두 손으로 만지작...)
디안 S. 밀리테:(음...) 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걸. (난 재력 75의 남자니까...)
재력 75의 13남자 디안, 뽑아볼까요?
디안 S. 밀리테:
운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재력굴려봐도되나요?)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있으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의심해봐라.
하지만!!
지금은 낭만의 계절이 아닌가요. 소중한 사람(아마도)과 함께하는 겨울에 재력은 한없이 작아집니다. 저런...
두 번째 젓가락을 뽑으면, 어라, 10등입니다.
디안 S. 밀리테:(,,,)
상품은 ‘마음에 드는 열쇠고리 인형 2가지 받기’ 입니다^^
상인은 열쇠고리 인형이 가득 담긴 상자를 보여줍니다. 그 안에는 각종 동물들이 들어있어요. 두 개 골라서 가져가볼까요.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꼭, 일 등 할 것처럼 말하더니.
디안 S. 밀리테:세상 일이 맘대로만 되진 않네. (특히 돈으로 다 될 줄 알았는데... 한숨...) 나는 여우 열쇠고리. 닮았어. (주어 빼고 말하기!)
플로렌틴 발렌틴:어째 도련님처럼 보이더니. (재벌...) 나는 다람쥐 열쇠고리. 누구랑 닮았네. (묘하게 웃으며 집어든다.) 아, 물론 너는 아니야.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다른 사람' 생각 하고 있었거든. (거짓말!)
뒤끝 참...
에휴...
디안 S. 밀리테:나 다람쥐 닮았다고 한 건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작게 큭큭대며 웃었다.) ...난 너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소 지었다.)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언제 그랬어? (나 참...) 넌 알 수 없는 말들을 해, 자꾸. (고개 절레절레 하면서 인형 손에 감싸쥔다. 만족...하다가 표정 잠깐 흐트러진다. 답잖게.) ...이제 와서 정정해도 늦었어, 딘. (보란 듯 웃으려다 실패하고 시선... 피한다!)
인형을 고른 뒤, 디안은 서점 앞에 놓인 책 한 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적혀있습니다.
화려한 풍경에 둘러싸인 이 공간이 디안이 보았던 그 트리와는 사뭇 느낌이 달라 미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디안 S. 밀리테:아, 기억났어. 트리... 그래,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렸던가.
플로렌틴 발렌틴:(갸...웃...) 트리? 여기에 세워지는 게 트리래? (이상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지.)
디안 S. 밀리테:(그러니까... 음... 변명 생각 중.) 관심 있어서 따로 찾아봤어.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를 걸. (시선 슬슬 피하면서 대답...) 그나저나, 오늘 어땠어?
미심쩍은 표정으로 잠시 보다 맙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오늘, 말이지. (하늘 올려다본다. 문득. 그리고 이내로 밝은 노을색이 그리워져서, 네 눈을 마주보았다.) 기대한 것보다... (더...) 어지러웠어. 기분이. (잘게 웃는다.) 네가 말 안 해 줬으면 어디 바나 가서 술이나 마시고 있었겠지. 고마워. (가벼이 말한다.) 내가 오늘 사랑하는 사람. (미술관에서의 문장. 농조...)
디안 S. 밀리테:(눈 마주치자 휘어 웃었다. 여전히, 어느 차원이든, 네 웃음엔 마주 웃을 수 밖에 없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어지럽다는 거.) 오늘 사랑하는 사람이라... 로렌, 오늘이 끝나도, 날 잊게 되더라도. (뺨 잠깐 쓸었다. 넘치는 그리움을 담아서. 지금의 너에겐 닿지 않을 것이 분명한 그리움이라도, 사랑을 담아.) 내가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거 잊지마. 네 기다림을 같이 기다려주고 싶지만... (알잖아, 그건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내 평생을 바쳐 사랑하는 로렌.
플로렌틴 발렌틴:우린 오늘 처음 만났다는 사실 잊지 마, 딘. 너는 자꾸 그걸 망각하는 것 같다? (네 미소 바라본다. 그 끝자락에 달린 제 시선을 확인하고, 또 만족했다. 겨울이지만... 사계절을 전부 겪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나, 우리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언젠가 너를 잊더라도. (눈이 일렁인다. 분명 초면의 하루로서는 의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가 했던 말은 잊지 않아. (사랑한다고. 속삭임.) 너도 잊으면 안 돼. 네가 누구를 향해서,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꼭이야.
플로렌틴 발렌틴:아, 그렇지. 그것보다 먼저. (찬 손이 네 손 겹쳤다가, 언제나처럼 얽혀 잡는다.)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였어?
디안 S. 밀리테:내가,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혼란스런 얼굴. 얽혀 오는 온기에 인상을 찌푸렸고, 말을 머뭇거렸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디안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총 세 가지입니다.
✎:이대로 플로렌틴과 영원히 결별하고 ‘감정’을 이끌어내지 않는 것.
감정을 받아들이고 홀로 눈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플로렌틴과 함께 눈사람이 되는 것.
디안 S. 밀리테:넌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맞지? 남 얘기 읊듯 건조한 목소리었다. 확신 없이 흔들리는 눈.)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됐었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아마 기억하기로는, 평생에 걸쳐 후회하지 않을 일이 있다면 네 곁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여전히 남 얘기하듯 말했으나 점점 확신에 들어차는 목소리.) ...널 사랑하는 게 나한테는 꽤 행복한 일이었나 봐. (아 그래, 분명히, 내게는 과분한 일이었다. 웃음 지었다.) 끝이 온다고 해도 네 곁에 있고 싶어. 그 말이 하고 싶었어. ...아주 오랫동안 그 말이 하고싶었나 봐.
(그래서 홀로 눈사람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뒷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옅은 웃음만 머금은 채.)
플로렌틴 발렌틴:(지었던 미소가 누그러들고, 다급하게 네 손 세게 잡았다. 늘 그랬어. 불안하지 않은 적 없었지. 하지만 잠시나마 안온이 있었다면... 그게 너라고 말했을 테다. 억지로 끌어올린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미숙하다.) 디안, 왜 그래. 돌아왔잖아. 떠날 것처럼. (비튼 미소가 아팠다. 네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눈 마주본다. 여상하게도 깊다.) 내가, 그리고 네가, 그렇게. 그렇게 약속한 건데. 응? 저버리지 않을 거지. (손 잡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첫눈처럼 부서질까 무서워서 네 품에 어깨 기대었다.) 불안하게 만들지 마. 제발. 너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도 않고, 기약 없는 너를 기다리고 싶지도 않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를 보고 있으면. 지독한 애원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네 끝 이후에는, 내가 겨울에 갇히잖아. 그건 싫어. 차라리 봄에, 그런 말을 해. (네가 사계 전부 들고 떠나면 나는 어떡해. 추워서. 이기적인 말 짓씹힌다.) 항상 알지. 사랑해. 그냥, 그 어느 때보다 더. 말했잖아. 네 불행까지 사랑했을 만큼. (가벼운 채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부서지는 숨 닿을 거리에서 읊는다. 불안정하게.)
디안 S. 밀리테:기다리지 마, 로렌. 기다림은 나 혼자하는 걸로 충분한 걸... (품 안의 널 감싸 안았다. 언제나처럼 카시스 향을 기대했는데, 잘 느껴지지 않아 그게 조금 슬펐다.) 내 빈자리 채울 사람은 있을 거야. 나는 여기서 평생 너를 못 잊겠지만. 내가 알기로, 너는 사람을 잘 잊거든. (알지? 네 수많은 전애인들. 개중 다시 물으면 백에는 백 기억 못 했잖아... 농조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말했다.) 나도 잊어버려. 눈 녹으면 잠깐의 물만 남기고 결국 사라지는 것처럼. 난 잠깐 왔던 사람인 거야. 네 봄을 위해 퇴장하는 눈사람으로 하자. (춥지 않을 거야.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고... 넌 가장 밝은 별이니까. 누구나 얻을 수 있겠지. 담담한 말에는 항상 생각했던 죄책감이 담겨있다. 과분한 사람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 응, 알아. 너 말고 날 사랑해줄 사람도 없다는 거... 그래서 네 말이 참 달았는데. 결국 난 그 말에 보답도 못하고 끝까지 못난 사람이라서, 그게 너무 미안해... (끝에 가서 읊조리는 목소리가 떨렸다.)
플로렌틴 발렌틴:딘,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조차 두려웠던 것도 같다.) 나는 계절 없인 아무것도 아니야. 볕의 대체재는 없어. 알잖아. 그러지 마. (내가 어떻게, 얼마나... 급한 말이 뚝뚝 끊어진다.) 네가 싫어, 디안. 너는 네가 유일하다는 걸 몰라... 내가 항상 네게 되뇌이던 것처럼, 나만이 널 사랑하고... 너만이 내게 줄 수 있는 것 또한, 애정이라는 걸 너는 몰라. 다른 이들의 껍데기 말은 필요 없어. 그냥, 그냥 너 하나면 된다고. 어떻게 몰라줄 수가 있어? (가장 가까이, 오래, 짙게 있는 게 너였는데.) 너는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 아니다, 모른 척하는 거야? 네 자기만족을 위해서? (가시 박힌 말이 나왔다. 잡은 손에서 힘이 풀린다. 찬찬히 한 걸음 물러섰다.) 아직 봄이 올 기미조차 없는데. 아직 눈이 내려, 딘... 너는, 그 무엇도 아니라 네 마지막 선택에 영원히 사죄해야 할 거야.
디안 S. 밀리테:알아, 나한테 네가 유일한 것처럼, 그 비슷하거나 더 무거운 무게로 너도 날 유일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그래도, 그렇게라도, 살아주면 안 돼? (네 말대로 자기만족일지 모른다. 그래도 내가 너와 이별을 택하거나, 너를 안고 또다시 낙사하는 것보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죽고 이후의 너를 못 본다는 사실은 끔찍하지만, 내 감정 따위 바닥에 묻어버리면 되는 걸.) ...널 이해해, 로렌. 그리고 긍정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멀어지는 널 야속하게 바라만 봤다. 미안해. 결국 남은 시선은 여전한 죄책감.) 확언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네가 바라는 건 모두 이뤄질 거야. 어느 크리스마스에 네가 바라는 대로 눈이 가득 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네 바라는 대로 영원히 사죄할게. ...그래도 후회는 없어. 이게 네가 살 수 있는 미래라면. (찬연한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