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플리] 미완성 눈사람 살해하기

1975°F 2022. 12. 26. 02:04

 

 

흠흠
 
디티테~
 
준비됐으면
 
야옹!
 
디안 S. 밀리테:예???
야옹..................
 
귀여워~!!!!!
 
디안 S. 밀리테:(ㅜㅜㅜㅜ)
 
디티테의 깜찍한 야옹과 함께 열리는 세계인가 보네요^^
 
출발~
 
디안 S. 밀리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안의 눈두덩에 차가운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습니다.
 
솜털 같은 눈발이 하늘하늘 쏟아지고 있습니다.
 
쌓일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시야를 가릴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면 올해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기상예보는 매일같이 눈 소식을 알리고, 겨울이라는 이름답게 하얀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9372
+2: 보통 성공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제;제가roll20너무오랜만에써봐서;)
 
✎:아이들은 쌓인 눈을 보고도 그냥 지나칩니다. 오히려 조금 꺼리는 느낌입니다.
 
저쯤 나이의 아이들은 눈에 환장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주변에 눈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듬성듬성 보이곤 했는데요.
 
하지만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야 당연히 눈은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이 아니게 됐기 때문입니다.
 
눈뿐이 아닙니다. 겨울 자체가 우리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몇 해 전, 그 병이 발발했습니다. 바로 눈사람 병 입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눈사람 병은 살아있는 많은 것의 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해 겨울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단순한 감기처럼 시작된 병은 고온을 찍었다가 급격히 저온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마치 얼음처럼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입니다.
굳어버린 이후에는 눈사람으로 변해버립니다. 몸이 눈사람처럼 희고 불투명하게 변하는 것입니다. 변해버린 몸은 외부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가면 점차적으로 녹아내립니다.
이윽고는 완전히 물이 되어버립니다.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그 병은 발발했고, 눈사람 병을 가진 사람들은 봄을 넘기지 못하고 녹아내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운이 좋기를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다가올 병을 대비한 채 이 겨울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겁니다.
때문에 겨울에 진행하는 모든 행사는 빛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크리스마스나 신년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삭막합니다.
 
화려한 장식도 없고, 캐롤도 흐르지 않습니다. 세상은 희게 빛나지만, 거리는 뿌옇게 흐립니다.
 
디안 S. 밀리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문득 메세지 알람 소리가 울립니다. 진동도 함께입니다.
 
디안 S. 밀리테:응? (핸드폰 꺼내서 확인해본다...)
 
플로렌틴 발렌틴:나 도착했어.
 
디안은 플로렌틴이 불러서 약속 장소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나왔었는데도 불구하고 플로렌틴이 먼저 도착했나 봅니다. 걸음을 서둘러야겠습니다.
 
부연 입김이 주변으로 흐트러지고, 신발 밑창 아래로 으스러지는 눈 바닥의 소리가 들립니다.
 
✎:무미건조한 배경들이 주변으로 느리게 지나갑니다. 이 거리에 존재하는 색이라고는 건물 위에 달려있는 전광판,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 약국 벽에 붙어있는 몇 장의 종이 정도입니다.
 
디안 S. 밀리테:(전광판 빠안 바라보기...)
 
번쩍거리며 빛을 내고 있는 전광판입니다. 수시로 광고하고 있는 브랜드며, 물건이 달라집니다.
 
눈부신 화면에 잠시 시선이 머물고 있으면 최근 인기 급상한 제품이 전광판에 뜹니다.
 
✎:유리로 된 사람 크기의 박스입니다. 마치 관같이 생기기도 한 저 제품은 박스 내부를 평생 영하로 유지시켜 박스 안에 있는 것을 녹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디안 S.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강행 가능!!
 
디안 S. 밀리테:(아 ㅜㅋㅋㅋ)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사람 병' 이 발발하고 난 이후에 생겨난 제품입니다. 사람을 박스 내부에 얼린 채로 마치 조각상처럼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디안 S. 밀리테:그래도 사람을 조각상처럼... 음.
 
조금 떨떠름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 다들 하나쯤은 있을 텝니다.
 
디안 S. 밀리테:만약 로렌이 그렇게 된다면... 나는 놓아줄 수 있으려나. (그리 생각하며 뉴스 소리 듣는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행인에게서 라디오 소리가 들립니다. 뉴스는 대부분 '눈사람 병'에 관한 이야기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부가적으로 폭설과 점차 낮아지는 온도에 대한 것도 들립니다.
 
디안 S. 밀리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지구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
 
"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를 넘기기 힘들며.. "
 
" 제2의 빙하기를 맞는 것이 아닐지.. "
 
우울하군요.
 
디안 S. 밀리테:(우울하다...)
로렌더러 겨울 옷 좀 더 사둬라 해야 되나. 안 그래도 쉽게 감기 걸리니까...
(그리고 약국에 붙은 종이들 살펴본다!)
 
✎:약국 벽에 붙어있는 여러 장의 종이입니다.
다이어트, 홍삼, 노화 등등 평소에 붙어있는 것들은 그런 종류의 것이었겠지만 현재 약국 벽에 붙어있는 종이들은 90% 이상이 눈사람 병에 대한 내용입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사람 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눈사람 병 예방접종, 두꺼운 마스크, 등등 눈사람 병이 이미 걸린 이후의 방법보다는 예방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디안 S. 밀리테:한 번 걸리면 치료는 힘들다는 건가.
...음, 최대한 안 걸리길 바라는 수 밖에.
 
✎:속눈썹까지 성에가 낄 것 같다 느낄 정도의 추위가 지속됩니다.
 
저 멀리 커다란 나무 앞에 플로렌틴이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 트리는 이 거리의 상징이자 크리스마스를 밝히는 전구와 선물들로 가득했지만 현재는 그저 커다란 나무일 뿐입니다.
 
디안 S. 밀리테:로렌! (크게 이름 부르기~..)
 
디안이 다가가면 플로렌틴이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내민 말은 …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더 이상 네가 보고 싶지 않아졌어.
 
디안 S. 밀리테:...그게 무슨 말이야?
 
플로렌틴은 그길로 자리를 떠버립니다.
 
✎:눈은 쉴 새 없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잿빛 하늘과 거리가 펼쳐집니다.
흩날리는 눈 사이로 걸어간 플로렌틴은 더 이상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디안 S. 밀리테:왜, 설명도 안 해주고... 왜, 또 떠나는 거야.
떠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
 
.
 
.
 
✎:집으로 돌아오면 나설 때랑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디안의 마음이 달라져있겠죠.
 
✎:내일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선물을 준비했을 수도 있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기로 했는데 왜 플로렌틴은 예기치도 못하게 이별을 고한 것일까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대답해 줄 이는 이미 디안의 곁에 없습니다.
 
이제 디안은 뭘 하나요?
 
디안 S. 밀리테:...로렌을 기다려봐야겠어.
우리 사이가... 그냥 단순한 변덕으로, 멀어질 사이는 아니라고 믿고 있는 걸.
언제나처럼 조금 짖궂은 장난이겠지... 기다리면 올 거야.
 
디안은 그렇게 플로렌틴을 기다립니다.
 
삼십 분, 한 시간이 지나도...
 
현관에서는 아무런 울림이 없습니다.
 
...
 
디안 S. 밀리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우;)
 
그때,
 
지독한 두통이 몰려옵니다.
 
...
 
...
 
쨍그랑!
 
디안 S. 밀리테:(!!)
 
✎:어디선가 대차게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납니다.
집 안에서 난 소리는 아닙니다. 집 바깥에서 난 소리입니다.
 
디안 S. 밀리테:(밖에서 누가 싸우기라도 하나...?)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면, 얼음조각같은 것이 허공에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느 것은 눈이며, 어느 것은 사람의 손가락입니다. 또한 어느 것은 발 모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디안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건.. 눈사람 병에 걸린 사람의 깨진 신체조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디안 S.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정신을 차리면 디안 주변의 모든 것이 부서지고 사라져있습니다.
 
따듯한 공간같은 것은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
 
✎:디안 주변에 펼쳐진 것은 눈보라. 칼날 같은 바람. 그리고 고독입니다. 혼자예요.
당신은 이제 혼자입니다. 덩그러니 남은 당신의 주변을 휩싸는 것은 부서진 눈사람 조각들입니다.
문득 여러가지 문장이 머릿속에서 뒤엉깁니다.
 
‘ 세상이 멸망했어. ‘
 
‘ 세상을 구할 수 있어. ‘
 
‘ 네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
 
‘ 어떡할래? ‘
 
‘ 너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말야. ‘
 
디안 S. 밀리테:...나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러면, 그렇다면... 세상을 구하는 게 맞는 선택이겠지. 다른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혼란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세상의 멸망. 생각해 보면 웃기지도 않습니다. 눈사람 병의 발병 시점부터 예기치 못한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아아.. 손끝이 녹아내립니다. 이렇게 추운데 말입니다.
이가 달달 떨릴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당신의 모든 것이 녹아내립니다.
 
눈사람 병에 걸린 사람들이 죽기 전에 이런 고통을 느꼈을까요?
 
✎:실은 고통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닿아오는 것은 그저 약간의 허무함 정도이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엄청나게 밝은 빛입니다.
 
다시 암흑, 다시 빛.
 
몇 번의 깜박임 뒤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환한 흰 공간이 디안의 주변을 메우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앞에 서있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디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입이 천천히 열립니다.
 
디안 S. 밀리테:갑자기... 멸망이니, 로렌이 최초의 바이러스 보균자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로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야...
 
바이러스라면 역시 눈사람병일까요.
 
믿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하긴, 마법도 있는데요. 다른 차원이라고 없을까요?
 
혼란한 상황에서 디안은 받아들임을 택하나요?
 
디안 S. 밀리테:딱히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걸... 받아들일게.
 
.
 
.
 
.
 
다시 눈을 떴을 땐, 흐린 먹빛의 하늘이 디안을 맞이합니다.
 
✎:눈이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방에서 들리는 캐롤.
시선을 잠시만 돌려도 반짝이는 전구와 장식들이 보입니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디안이 원래 살던 공간이 아닙니다.
 
✎:정말 그 말대로 다른 차원으로 넘어온 것입니다.
 
디안 S. 밀리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
 
강행하자...
 
디안 S. 밀리테:(잘 ...들리지 않는다... 차원이동휴유증...)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디안 S. 밀리테:(..)
(/??)
 
우리의 천재 밀리테,
 
잘 들어봅니다.
 
...
 
“ 저기, 괜찮아? “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틀면, 놀란 얼굴의 플로렌틴이 서있습니다.
 
플로렌틴은 조금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디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육교를 걷고 있었는데, 네가 차도로 뛰어들려고 해서 얼른 잡아당겼어.
 
플로렌틴의 말을 듣고 보니 뒤통수가 얼얼합니다. 육교 밑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플로렌틴의 말을 듣고 보니 뒤통수가 얼얼합니다. 육교 밑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순식간에 많은 감정들이 몰려옵니다.
 
디안 S. 밀리테:로렌...
 
이름이 불리자, 다소 놀란 표정을 짓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우린 지금 처음 보는 건데, 네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진 모르겠다. 그런데 왜 죽으려고 한 거야?
 
✎:얼토당치도 않습니다. 디안은 죽으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되려 죽기 일보 직전이었죠. 세상을 구하라더니 맞닥뜨린 것은 믿기지 않는 장면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은 디안에게 주어진 어이없는 기회입니다.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디안 S. 밀리테:죽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 구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플로렌틴. (...) 아까 마음대로 이름 불러서 미안해.
 
플로렌틴 발렌틴:음, 아니. 미안할 것까지야...
 
솔직히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이 망할 거라고요! 숨겨도 상관없습니다. 플로렌틴이 이런 어이없는 말을 믿어줄지도 확실치가 않으니까요.
 
다만, 확실한 건 플로렌틴을 이대로 놓친다면 다음 기회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대인기능]을 이용해서 플로렌틴을 설득해 봅시다.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내달라고요.
 
디안 S. 밀리테:
설득
기준치: 40/20/8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있잖아, 혹시 나랑 같이 하루만... 보내줄 수 있을까?
갑자기 이런 소리 해서 당황스럽겠지만. (음.) ...그, 내가 아마도 너가 마음에 든 것 같아서 말이야... (팔자에도 없는 플러팅하기!)
 
흐음.
 
플로렌틴은 미묘한 미소를 짓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좋아. 어차피 일정도 없었고. 이름 좀 알려줄래? 우리가 어디서 본 적 있었다면 미안해. (기억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미안. 기억이 안 나네.)
 
디안 S. 밀리테:이름은 디안, 디안 세레니티 밀리테... 너는 딘이라 불러도 돼. (그리고...) 너는 플로렌틴, 맞지?
 
플로렌틴 발렌틴:응, 그럼 딘이라고 부를게. (고개 두어번 끄덕인다.) 맞아. 플로렌틴 발렌틴...
 
설득에 성공한 디안은 문득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원래 세계에서는 지긋지긋하게 보던 것이 눈인데요.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플로렌틴 발렌틴:눈이 오지 않게 된 지도 꽤 오래됐잖아.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디안 S. 밀리테:눈이 안 온지 꽤 됐다니. (잠시 침묵... 그리고 옅은 웃음.) 확언같은 건 잘 안 하는 편이지만. 네가 그리 바라면 이뤄지리라 믿어. 화이트 크리스마스, 될 거야.
 
디안 S. 밀리테:
기준치: 50/25/1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주머니가 묵직한 기분이 듭니다.
 
디안 S. 밀리테:(주머니...?)(뒤적뒤적)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보면 지도 하나입니다. 지도에는 세 군데의 장소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있고 순서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봉 되어 있는 네 가지의 물건 또한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일단... 지도 먼저 펼쳐본다.)
 
✎:마을 지도입니다. 어디 부동산 벽에 붙어있을 법한 것을 대충 찢어버린 듯한 모양새네요.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는 세 군데입니다. 극장, 전시관, 호수공원 입니다.
 
디안 S. 밀리테:왠지 데이트 장소같네... (음...)
(물건도 꺼내서 살펴본다.)
 
✎:네 장의 봉투입니다. 쓰임새는 각기 달라 보이네요.
각각 1부터 4까지의 숫자가 적혀있습니다. 차례대로 뜯어보면 되는 걸까요?
 
디안 S. 밀리테:(1부터... 뜯어보기!)
 
✎:1번 봉투에는 연극표가 두 장 들어있습니다. 2번 봉투에는 전시회 입장권이 두 장 들어있습니다.
3번 봉투에는 자전거 대여권이 들어있습니다. 4번 봉투에는 추첨권이 들어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이 봉투의 순서대로 장소를 이동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는 연극표였습니다.
 
디안 S. 밀리테:플로렌틴, 연극 좋아해?
내가, 음... 어쩌다 연극표가 생겨서 말이야.
 
플로렌틴 발렌틴: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네가 보러 가자고 하면 볼 의향은 있어. (미소...)
 
디안 S. 밀리테:오, 그렇다면야... 먼저 저기 극장부터 가보자.
 
원조 개수작 마스터는 디안의 제안을 수락합니다.
 
디안 S. 밀리테:(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안 S. 밀리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갑자기 엄청난 강추위가 몰려옵니다. 바람이 살을 에는 것 같아요.
 
동시에 와장창! 하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소리는 익숙합니다. 차원이동 직전에 들었던 눈사람이 깨지는 소리인데?
하지만 주변을 돌아봐도 깨진 물건은커녕, 그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착각이었을까요?
 
디안 S. 밀리테:...잘못 들은 건가?
 
플로렌틴 발렌틴:무슨 소리 났어?
 
디안 S. 밀리테:뭔가 엄청나게 깨지는 소리가... 너는 못 들었어?
 
플로렌틴 발렌틴:전혀. 너 많이 추운가 봐.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
 
.
 
.
 
극장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된 연극표 두 장을 내밉니다.
 
직원은 인원과 시간을 확인 후, 표를 다시 돌려줍니다. 연극의 이름은 '눈사람의 꿈' 입니다.
 
연극은 바로 시작되기에 입장하면 되겠습니다.
 
✎:소극장이었기에 크기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사람이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잠시간의 소란이 있다가 극장의 불이 꺼지면 이내 소음이 잦아듭니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연극이 시작됩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이 연극 알아? 난 (당연히도) 처음 듣는데. (영 관심이 없었나 보다...)
 
디안 S. 밀리테:음, 나도 처음이야. (그나저나 눈사람의 꿈이라니, 불길한 제목이네... 생각하고) 평소에 연극 잘 안 보나봐?
 
플로렌틴 발렌틴:관심이 없어서. 차라리 영화가 낫던데. (그것마저도 잘 보지는 않지만.)
 
둘은 자리에 앉습니다.
 
덤덤하게 말한 플로렌틴은, 막이 올라가고 얼마 가지 않아...
 
연극에 집중하기를 벌써 실패합니다.
 
대신...
 
손을 뻗어 디안의 손끝과 제 손끝을 느긋하게 겹칩니다.
 
진짜 연극에 어지간히도 관심이 없나 보다.
 
어휴...
 
디안 S. 밀리테:...로렌? (속삭이기...) 손은 왜...
 
플로렌틴 발렌틴:(소곤...) 여기 난방도 안 되나 봐. 춥다.
 
디안 S. 밀리테:(따뜻? 한 것 같은데...)(대충 고개 끄덕이고 공연보기)
 
난방은 아주 따뜻하고, 온기 어린 바람이 둘을 감싸지만...
 
어쨌든요. 다른 차원에 와도 개수작질은 진짜 대단합니다.
 
연극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무대의 막이 내린 후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극장에서 나오고 있으면 관람객들이 간이 무대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흐릿...)
 
안경이 없는 탓인지 흐릿하게나마...
 
눈사람이 두 개 보입니다.
 
문득 눈사람을 바라보던 플로렌틴이 한 마디 합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눈사람은 만족했을까?
 
그래도 보긴 본 모양이네요. 양심상.
 
디안 S. 밀리테:만족했지 않았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름을 느끼고 갔으니까...
 
디안 S. 밀리테: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치 감기기운이 도는 것처럼요.
 
왜 이 순간, 눈사람병이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눈사람병의 초기 증상이 감기기운이라는 것을 디안이 모를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눈사람병이 없는데?
 
디안 S. 밀리테:설마... (그냥 진짜 감기 기운일 뿐이겠지. 나쁜 쪽으로 생각 안 하려 하기...)
 
디안 S. 밀리테:플로렌틴. 너도 만약 눈사람이었다면... 어때, 행복했을 것 같아?
 
플로렌틴 발렌틴:(으음...) 그래, 마침내는. 어찌되었든 나는 목숨보다 기억을 더 중시하니까... 행복했을 거야. 더할나위 없이.
 
플로렌틴에게서 제대로 그 단어를 이끌어냈나요?
 
디안 S. 밀리테:(네!)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어서 머릿속 어딘가에서 철컥, 하고 무언가가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
 
.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합니다. 전시관입니다.
 
거리는 멀지 않습니다. 길거리는 온통 겨울의 냄새가 묻어있습니다.
 
목도리에 얼굴에 묻은 채 웃으며 입김을 뿜어내는 가족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와플을 한 입 베어 무는 젊은 청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
하나같이 디안이 살던 시대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입니다.
 
활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거리가 문득 스쳐 지나갑니다.
 
디안 S. 밀리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강행 가능~!
 
디안 S. 밀리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성공~~b)
 
천재딘 나데나데
 
도로를 걷고 있는 디안의 옆으로 커다란 트럭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싣고 있었던 것은 분명 눈사람 병에 걸린 사람을 얼리는 관 모양의 상자였습니다.
 
다시 트럭쪽을 바라보면 트럭 뒤에 실린 물건은 평범한 짐들입니다. 헛것을 본 것이었나 봅니다.
 
디안 S. 밀리테:(안경 끼고 올 걸...)
 
.
 
.
 
.
 
✎:몇 걸음 더 내딛다보면 커다란 전시관에 도착합니다.
입장권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소규모 전시관이 자리해있습니다. 천천히 둘러봐도 30분 안팎으로 관람이 가능할 것 같네요.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안경끼고올걸)
 
안경을 미처 챙기지 못한 디안은 흐릿한 글을 봅니다.
 
전시회의 주제가 적혀 있습니다. ' 가짜 눈사람의 소원 '
 
플로렌틴 발렌틴:눈사람이... 많이 보이네. 눈은 내리지도 않는데.
 
디안 S. 밀리테:그러게. 겨울하면 눈사람이 먼저 떠올라서 그런가.
그나저나 가짜 눈사람이라니... (눈사람이 왜 가짜지? 흠...)
 
따듯한 온기가 머물고 있는 전시관을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플로렌틴은 살짝 디안의 손을 잡습니다.
 
디안 S. 밀리테:여기도 난방이 좀 안 되나 봐. (옅은 웃음...)(그리고 빨간 틀의 액자에 담긴 그림 바라본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러게. 좀... 춥네. (여상...) 넌 아주 따뜻한가 봐?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한 명의 아이와, 미완성의 눈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합니다. 행복이 가득해보이네요.
 
디안 S. 밀리테:아주 따뜻한 것 까진 아니고. 그냥... 음, 누구 생각이 나서. (부러 손 깍지 껴 잡았다.)
(좋은 그림이네... 잠시 감상하고 다음 파란 틀의 그림을 바라본다.)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여태껏 정말 많은 사람과 전시회를 가봤지만. (힘 주어 잡는다...) 나랑 같이 있는데 다른 사람 생각 난다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딘.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는 한 아이와 완성된 눈사람이 그려져 있습니다. 눈사람은 마치 감정이라도 얻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그 사람도 넌데... 옅게 웃으며 생각했다.)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당연히 내가 널 좋아할 줄 알았어? (농담...)
(...아이가 죽고 눈사람이 완성되기라도 한 거야? 조금 인상 찌푸리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갔다. 아주 작은 그림.)
 
플로렌틴 발렌틴:그럼, 아니야? (그림 보던 시선 돌려 네게로 맞췄다가 이쪽도 농담인 양 웃으며 다시 그림 본다. 유쾌한 그림은 아니네...)
 
눈사람과 아까와는 다른 아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는 눈사람에게 모자도 씌워주고 목도리도 둘러주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사방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아주 행복해보입니다.
 
디안 S. 밀리테:오, 글쎄... (말 늘리다가) ...맞아. 너 좋아하는 거. 넌 내가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니까.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기엔 무거운 말...)
(그림마다 이야기가 연결되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며 보통 크기의 그림 바라보았다.)
 
플로렌틴 발렌틴:과감하네... (어째서인지,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그림 세세하게 살피다가 입 달싹인다.) 좋아. 나도 너 사랑해. 첫만남이 강렬했어. (으쓱...)
 
눈사람이 넓은 설원에 덩그러니 혼자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있었던 것 같은 장면입니다. 아이가 더 이상 눈사람의 곁에 오지 않는 걸까요?
 
디안 S. 밀리테:나는 그렇다 쳐도. 너는 아무리 첫만남이 강렬했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되는 거야? (조금 어이없는 표정. 뭐, 언제나처럼 가벼운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혼자네. ...왠지 전에 잠깐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 인상 찌푸린다. 남은 가장 큰 그림으로 발 옮기고)
 
플로렌틴 발렌틴: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게 더 이상한걸. (그럼, 내가... '그래? 우린 오늘 처음 만났는데. 조금 당황스럽다. 미안. 우리 이쯤하고 갈라지자.' 하고 말했어야 했나. 이상한 무게가 배어 있었지만, 곧 작은 웃음으로 무마한다.)
 
눈사람이 부서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녹은 부분은 눈사람의 눈 부분입니다. 마치 눈물을 흘리듯 눈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그런 말 하는 건, 그러니까... 나여서 그래?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 못 들을 건 알지만. 다른 차원으로 넘어와서도 왠지 너한테는 특별한 취급을 받고 싶어서. 그런 감정으로 너한테 물었다.)
(결국 부서져 녹아내리는 건가. 전에 본 연극처럼... 소원은 아마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 ... 하고 추측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림 보더니 간극. 이내 매끄러운 목소리.) 나는 좋아했던 사람이 꽤 많아. 네가 내게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내달란 말을 함으로써... 앞으로 너도 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말에 미세한 흔들림이 있다.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 할.)
 
전시회는 그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전시회를 나가는 문 앞에는 팻말이 하나 붙어있네요.
 
" 가짜 눈사람의 소원은 뭐였을까요? " 라고 적혀있습니다.
 
플로렌틴은 가볍게 무시하고 걷습니다.
 
디안 S. 밀리테:나는 떠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기다리는 건 자신 있으니까... (두서없는 말. 모르고 듣는다면 필히 눈사람과 아이 얘기라고 착각할 만한 말이었다.)
 
디안 S. 밀리테: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온 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습니다. 손과 발의 끝이 파래지고, 이는 절로 덜덜거립니다.
 
몸이 차츰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 증상은 눈사람병이 진행되었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아까도 그렇고, 왜 눈사람병의 증상이 디안에게 나타나는 걸까요.
 
플로렌틴 발렌틴:그 기다림은 영원할지도 모르지.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초면에 할 말은 아니지만, 너 되게 미련하다.) 그 누구도 너에게 장담해주지 않았잖아. 언젠가 돌아오겠다고.
 
디안 S. 밀리테:그렇지만 약속했는 걸. ...그리고 나는 돌아오지 않는 것에 더 익숙하니까. (조금 씁쓸한 웃음.) 사랑하는 것에게는 뭐든 해주고 싶은 걸. 사랑하니까... (잠시 먼 곳 헤아리고) ...넌 눈사람이었으면 어떻게 했을 거야?
 
플로렌틴 발렌틴:헌신적이기도 하지. (신랄하나 비아냥조는 아니었다. 애매한 자조가 담긴 것 같기도.) 할 수 있는 게 있었을까... 바보 같이 그리워하다가 그냥 녹아버렸겠지. 기다리고 싶지도 않지만, 기다렸을 거고.
 
디안 S. 밀리테: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4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래서, 싫어? (누구는 좋다고 하던데. 농조.) 가끔은 바보 같은 것도 괜찮겠지. 그만큼 누군가를 바라는 경험은 꽤... (음.) 인상깊잖아? 평생을 줘버릴 만큼...
 
차가웠던 몸은 근질근질하며 따듯해지고 있습니다. 덜덜 떨리기만 하던 몸도 어느새 진정되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그 누구... 누군지 참, 궁금하네. 집중 깨지게. 약하게 투덜거린다.) 좋아. 미련해서.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욕심이 많거든... (주변 보면서 걷는다.) 그래서 평생을 줘버릴 만큼 바라는 것도 있고. (다들 내가 안 그럴 것 같다더라. 사실은 누구보다 더 바라고 있는데. 추상적인 문장 덧붙였다.)
 
그리고 이내 머릿속에서 두 번째의 철컥.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
 
.
 
.
 
세 번째 장소로 이동합니다. 호수공원이던가요.
 
공원으로 가는 길, 가로수에 반짝이는 전구가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늘은 어느덧 자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바래지는 하늘색 만큼 시간도 흐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가로등은 하나 둘 불이 켜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파스텔빛으로 물든 구름은 하늘을 떠다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원에 도착합니다. 입구에 반짝이는 얼음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현수막을 보면 며칠 전 얼음축제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주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입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얼음조각상을 자세히 보면 전부 다 사람입니다.
게다가 각기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긴 여성, 모자를 쓴 남성, 어린아이, 교복을 입은 학생 등.
문득 과거에 보았던, 눈사람병에 걸린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잠시 뒤 다시 살펴보면 평범한 얼음조각상입니다.
 
귀여운 고양이부터 얼음으로 된 성, 천사모양 조각 등 일반적인 사람을 조각한 조각상은 없습니다.
 
✎:조각상을 지나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자전거 대여점이 있습니다. 디안이 갖고있는 자전거 대여권을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디안 S. 밀리테:마침... 음, 자전거 대여권이 있네. (어색...) 같이 탈래?
 
플로렌틴 발렌틴:나 자전거 타는 법 다 잊어버렸는데. (소리 내어 웃는다. 너 진짜 어색해.) 넌 탈 줄 알아?
 
디안 S. 밀리테:물론. 너가 잊었다면 2인용으로 같이 탈 수 밖에 없겠지만... (근데 진짜 잊은 거 맞아?)
 
플로렌틴 발렌틴:(이상한 미소...) 물론이지. 오늘 처음 본 사람과 자전거 같이 타는 취미는 없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주인은 자전거를 하나 대여해줍니다.
 
저 거지 같은 개수작이 빤히 보입니다.
 
...
 
하여튼, 주변을 둘러보면 호수를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리는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10분 뒤에는 여기서 드론 공연도 한다고 하니 자전거를 타며 드론 공연을 관람하면 되겠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자전거는 오랜만인데. (흐음.)
 
디안 S. 밀리테:나도. 막상 타보는 건 오랜만이라... (페달에 발 얹고) 음, 그럼... 가실까요? 플로렌틴 씨. (손 내밀기...)
 
플로렌틴 발렌틴:(뒤에 타고... 바람 결 따라 웃는다.) 네, 밀리테 씨.
 
플로렌틴과 함께 자전거에 탄 채 자전거 도로를 내달립니다.
 
스치는 바람은 차가우면서도 겨울의 향을 담고있습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흩어지는 입김. 아름다운 호수에 비친 달무리. 간간이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곳에는 행복이 스며있습니다.
 
✎:곧이어 드론 공연이 시작되는지 사람들이 호숫가 근처 울타리에 기대있습니다.
하늘에는 예쁜 색상의 드론이 떠다니고 연이어 환호성이 터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먼저 글자를 보여주네요. 산타 할아버지의 푸근한 얼굴을 시작으로 정식 공연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한동안 흘러나오다가 점차 흩어집니다.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예쁘다. (드론 올려다보다 네 뒷모습 빤히 보고...)
 
디안 S. 밀리테:응, 예쁘다...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어. (하늘만 올려다보다가... 뒤돌아 너 보았다.) ...왜?
 
플로렌틴 발렌틴:아니, 그냥. (드론이 예쁘단 거 말해주려고 그랬지. 네 눈 보고 가볍게 말한다.)
 
어느덧 디안과 플로렌틴도 다시 처음에 출발한 자리에 도착해있습니다. 자전거를 돌려줄 시간입니다.
 
자전거 대여점으로 가는 길, 사람들의 대화가 들립니다.
 
디안 S. 밀리테: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귀가 침침...)
 
“ ..기다리고 … 걸까? “
 
“ … 눈사람이 친구…. “
 
“ … 눈사람이 친구…. “
 
“ 결국 …눈사람이... “
 
“ … 바라던 거였을지도 몰라. “
 
희미한 말소리가 끊겨 들립니다.
 
마치 마비가 오는 느낌입니다. 감각이 둔해지고 점차 의식이 흐려집니다. 눈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에는 귀가 먹먹해졌고요. 춥다는 느낌이 덜해집니다. 시리게 코끝을 자극하던 겨울냄새도 옅어집니다.
 
처음엔 고열, 이후엔 저체온. 그리고 몸이 굳는 현상까지. 이것은 모두 눈사람병에 걸려 눈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정말 죽어버리는 걸까요? 디안은 눈사람병에 걸려버리는 걸까요?
 
디안 S. 밀리테:(눈사람병이 없는 다른 차원 아니었나? 먹먹한 정신으로 흐린 시야 사이에 노란 색채 찾아 시선 주었다.) ... 플로렌틴, 로렌. 공연 마지막에 눈사람이 두 개 있었잖아. 그렇다면, 눈사람의 기다림은 성공한 건가?
 
플로렌틴 발렌틴:(어디 아픈가. 가만 들여다본다. 네 눈 응시하더니.) 성공한 것 같지. 방식은 달라도, 어찌되었든. 기다리다 먼저 걸음을 뗀 거잖아. 끝이 함께라면 그도 만족스러워하지 않았을까?
 
디안 S. 밀리테:그렇지? (옅은 웃음. 네 얼굴이 안 보인 적은 없었는데, 이거 꽤 불편하네...) 그러니까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것을... (말 흐렸다.) 그것을 소망하는 것은 그리 잘못된 게 아닐 거야. ...그렇다고 말해줘, 로렌. (너한테 말하는 게 맞을 테다...)
 
플로렌틴 발렌틴:(한참 보다가 말했다. 고민하는 기색이라기보다는 공백이다.) 누구나 바라는 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고개 끄덕인다. 긍정.) 기다림에 따르는 통증은 본인의 몫이니까... (틀렸다고 할 처지가 못 돼, 나도. 작게 덧붙인다.)
 
디안 S. 밀리테:너는 기다리지 않을 줄만 알았는데. (눈 깜박였다.) ...너도 그리움이 많았지. 만약에 말이야, 로렌. 만약에... (손 맞잡았다. 느껴지는 건 체온이나 부드러운 살의 촉감 대신 존재하는 무언가 뿐이었지만.)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너와 현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면. (어때, 믿겨져?)
 
플로렌틴 발렌틴:기다리고 싶지 않아. (정말, 음, 세상에서 가장 짜증나는 짓이지.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잖아...)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의아함은 아니다. 존재치도 않았을 과거에 흠뻑 번진 목소리. 헛웃음.) 아니. 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 안 믿어. 지나치게 낭만적이라. (여기서 수긍하면 내가 미친 거 아닐까.) 하지만... 네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그게 무어든- 나와 있는다고 말하면, 그건 믿을래.
 
디안 S. 밀리테:
??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8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야가 뚜렷해집니다. 소리도 잘 들리고, 겨울의 향도 짙어집니다.
 
그리고 세 번째의 철컥,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립니다. 자물쇠가 풀리는 것과 같은 소리입니다.
 
.
 
.
 
.
 
플로렌틴을 따라 도착한 곳은 한 상가의 거리입니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화려한 전구들과 흥겨운 크리스마스 음악으로 가득차있습니다.
 
디안, 마지막으로 이렇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거리를 걸은 건 언제였나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걸음을 내딛는 이 순간이 어쩌면 꿈과 같이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네 번째 봉투가 남아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추첨권이 두 장 들어있었습니다.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근처에서 종을 울리며 사람을 모으는 한 서점이 보입니다. 옆에 세워진 현수막에는 ‘크리스마스 복권’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가게에 가까이 다가가면 상인이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추첨권 있으신가요?” 하고 물어오기도 합니다.
 
디안 S. 밀리테:아, 네. (추첨권 내밀면서...) 상품은 뭔가요?
 
"일 등은 세계 여행권이에요. 아주 크게 준비했죠. 비행기부터 호텔까지."
 
추첨권 두 장을 건네면 젓가락이 가득 들어있는 통을 내밉니다.
 
첫 번째는 플로렌틴이 뽑습니다.
 
디안 S. 밀리테:(로렌 화이팅!)
 
플로렌틴 발렌틴:나쁘지 않은데. 여행이면... (유쾌하게 뽑는다!!) 안 간 지도 꽤 된 것 같아.
 
첫 번째 젓가락을 뽑으면, 아쉽게도 꽝입니다.
 
대신 따뜻한 손난로를 받습니다. 손난로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잔뜩 나는 트리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 따뜻하네. (두 손으로 만지작...)
 
디안 S. 밀리테:(음...) 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걸. (난 재력 75의 남자니까...)
 
재력 75의 13남자 디안, 뽑아볼까요?
 
디안 S. 밀리테:
기준치: 50/25/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재력굴려봐도되나요?)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돈으로 안 되는 건 없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있으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의심해봐라.
 
하지만!!
 
지금은 낭만의 계절이 아닌가요. 소중한 사람(아마도)과 함께하는 겨울에 재력은 한없이 작아집니다. 저런...
 
두 번째 젓가락을 뽑으면, 어라, 10등입니다.
 
디안 S. 밀리테:(,,,)
 
상품은 ‘마음에 드는 열쇠고리 인형 2가지 받기’ 입니다^^
 
상인은 열쇠고리 인형이 가득 담긴 상자를 보여줍니다. 그 안에는 각종 동물들이 들어있어요. 두 개 골라서 가져가볼까요.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꼭, 일 등 할 것처럼 말하더니.
 
디안 S. 밀리테:세상 일이 맘대로만 되진 않네. (특히 돈으로 다 될 줄 알았는데... 한숨...) 나는 여우 열쇠고리. 닮았어. (주어 빼고 말하기!)
 
플로렌틴 발렌틴:어째 도련님처럼 보이더니. (재벌...) 나는 다람쥐 열쇠고리. 누구랑 닮았네. (묘하게 웃으며 집어든다.) 아, 물론 너는 아니야.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다른 사람' 생각 하고 있었거든. (거짓말!)
 
뒤끝 참...
 
에휴...
 
디안 S. 밀리테:나 다람쥐 닮았다고 한 건 한 사람 밖에 없었는데. (작게 큭큭대며 웃었다.) ...난 너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소 지었다.)
 
플로렌틴 발렌틴:내가 언제 그랬어? (나 참...) 넌 알 수 없는 말들을 해, 자꾸. (고개 절레절레 하면서 인형 손에 감싸쥔다. 만족...하다가 표정 잠깐 흐트러진다. 답잖게.) ...이제 와서 정정해도 늦었어, 딘. (보란 듯 웃으려다 실패하고 시선... 피한다!)
 
인형을 고른 뒤, 디안은 서점 앞에 놓인 책 한 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 셀러라고 적혀있습니다.
 
책 제목은 ‘눈사람병’이네요.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있습니다. 마지막 삽화에는 눈사람과 아이가 손을 잡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뭔가... 슬픈 동화네.
 
디안 S. 밀리테:
기준치: 50/25/10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동화책 맨 뒤에 끼워져 있던 종이를 찾습니다.
 
종이를 들어서 읽어보면, 작은 눈사람 그림과 함께 하나의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디안 S. 밀리테:눈사람병을 일으키는 게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
 
플로렌틴은 동화책을 빤히 보다 마저 걷습니다.
 
눈사람병이 없는 이 세계에서는 동화일 뿐이니까요. 아마 그저 동화라고 생각하겠지요.
 
.
 
.
 
.
 
걷다보면 어느새 상가의 중심입니다. 커다랗게 공간이 비워져 있습니다.
 
무언가 세워두려는 걸까요.
 
디안 S. 밀리테: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디안은 이곳을 알고 있습니다. 온 적이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으면 플로렌틴이 그 자리를 보면서 말을 꺼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이곳엔 나중에 큰 나무가 세워질 거야. 그렇게 들었어.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제야 떠오릅니다.
 
✎:이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아무 장식도 없는 그저 큰 나무요.
화려한 풍경에 둘러싸인 이 공간이 디안이 보았던 그 트리와는 사뭇 느낌이 달라 미처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디안 S. 밀리테:아, 기억났어. 트리... 그래,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렸던가.
 
플로렌틴 발렌틴:(갸...웃...) 트리? 여기에 세워지는 게 트리래? (이상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지.)
 
디안 S. 밀리테:(그러니까... 음... 변명 생각 중.) 관심 있어서 따로 찾아봤어.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를 걸. (시선 슬슬 피하면서 대답...) 그나저나, 오늘 어땠어?
 
미심쩍은 표정으로 잠시 보다 맙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오늘, 말이지. (하늘 올려다본다. 문득. 그리고 이내로 밝은 노을색이 그리워져서, 네 눈을 마주보았다.) 기대한 것보다... (더...) 어지러웠어. 기분이. (잘게 웃는다.) 네가 말 안 해 줬으면 어디 바나 가서 술이나 마시고 있었겠지. 고마워. (가벼이 말한다.) 내가 오늘 사랑하는 사람. (미술관에서의 문장. 농조...)
 
디안 S. 밀리테:(눈 마주치자 휘어 웃었다. 여전히, 어느 차원이든, 네 웃음엔 마주 웃을 수 밖에 없는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어지럽다는 거.) 오늘 사랑하는 사람이라... 로렌, 오늘이 끝나도, 날 잊게 되더라도. (뺨 잠깐 쓸었다. 넘치는 그리움을 담아서. 지금의 너에겐 닿지 않을 것이 분명한 그리움이라도, 사랑을 담아.) 내가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거 잊지마. 네 기다림을 같이 기다려주고 싶지만... (알잖아, 그건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내 평생을 바쳐 사랑하는 로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돌연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눈입니다. 눈이 하늘하늘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플로렌틴은 입을 달싹이려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들뜬 목소리가 들립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문장들입니다.
 
플로렌틴의 원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플로렌틴 발렌틴:우린 오늘 처음 만났다는 사실 잊지 마, 딘. 너는 자꾸 그걸 망각하는 것 같다? (네 미소 바라본다. 그 끝자락에 달린 제 시선을 확인하고, 또 만족했다. 겨울이지만... 사계절을 전부 겪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나, 우리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언젠가 너를 잊더라도. (눈이 일렁인다. 분명 초면의 하루로서는 의아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가 했던 말은 잊지 않아. (사랑한다고. 속삭임.) 너도 잊으면 안 돼. 네가 누구를 향해서,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는지 꼭이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잠시 바라보던 플로렌틴은 디안을 향해 언제나처럼 웃으며 말합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딘. 좋은 자정이야. (...) 메리 크리스마스.
 
디안 S. 밀리테:응, 로렌. 좋은 밤이네. ...메리 크리스마스.
 
디안은 플로렌틴에게 답합니다.
 
디안이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답하자마자,
 
그리고 시작된 것은 폭설입니다.
 
엄청난 눈이 쏟아집니다.
 
디안, 이제 기분이 어떤가요? 이 차원에서의 첫눈입니다.
 
디안 S. 밀리테:뭔가, 허무하고. 이별은 정말,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네.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앎에도...
 
...
 
눈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서… 결국에는 디안의 키를 넘겨버립니다.
 
그대로 정신이 끊깁니다.
 
.
 
.
 
.
 
다시금 눈을 뜹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재를 품은 듯한 흐린 색을 하고.
 
어둔빛의 눈송이가 휘날립니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네요.
 
거리에는 화려한 전구와 흥겨운 캐롤이 어우러져 있어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알립니다.
 
눈 앞에는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로 밝게 반짝이는 장식물들이 커다란 트리에 걸려있습니다.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고전 캐롤. 번갈아가며 빛을 내는 아기 전구. 희고 붉은 줄무늬를 가진 막대사탕.
 
...
 
...
 
...
 
✎:하지만 지독하게 고요한 거리입니다.
사람이 내는 목소리가 조금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화려한 거리라면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당연한데, 너무도 조용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있는 엄마와 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신나하는 어린 아이.
목도리를 칭칭 두른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젊은 여성.
 
디안 S. 밀리테: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로렌?
 
이성 -2
 
디안 S. 밀리테: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살짝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옆에서 누군가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 딘! “
 
✎:어느새 시야가 점멸해있었습니다.
아, 플로렌틴입니다. 살아있었습니다.
 
눈송이가 되어 흩어지지도, 눈사람이 되지도 않은 그대로의 플로렌틴입니다.
 
디안 S. 밀리테:로렌...
 
플로렌틴 발렌틴:너 괜찮은 거 맞지? (...) 오늘, 크리스마스야. (무얼 하면 좋을까. 가벼운 미소로 계획 늘어놓고...)
 
디안 S. 밀리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머니에서 떨어진 것인지 동물 모양 열쇠고리 한 쌍이 눈밭에 떨어져있습니다.
 
이 열쇠고리는 이전 차원에서 추첨권을 사용해 두 사람이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나 불안한 걸까요.
웃으려해도 웃음이 나지 않고 치미는 우울과 불안감만이 디안을 엄습합니다.
그리고 깨닫게 됩니다.
 
✎:즉, 플로렌틴은 디안에게 더이상 소중한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플로렌틴과의 시간, 함께 했던 기억, 그 모든것이 존재하는데 단 하나만이 빠져있습니다.
그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스며들고 있습니다.
 
플로렌틴의 얼굴을 보면 구멍이 뚫린 듯, 감정이 들어찹니다.
 
그러니 여기서 끝을 맺어야 합니다. 손 끝의 감각이 무뎌지고 있습니다.
 
플로렌틴 발렌틴:아, 그렇지. 그것보다 먼저. (찬 손이 네 손 겹쳤다가, 언제나처럼 얽혀 잡는다.) 그래서 나한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뭐였어?
 
디안 S. 밀리테:내가,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혼란스런 얼굴. 얽혀 오는 온기에 인상을 찌푸렸고, 말을 머뭇거렸다.)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디안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총 세 가지입니다.
 
✎:이대로 플로렌틴과 영원히 결별하고 ‘감정’을 이끌어내지 않는 것.
감정을 받아들이고 홀로 눈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플로렌틴과 함께 눈사람이 되는 것.
 
디안 S. 밀리테:넌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맞지? 남 얘기 읊듯 건조한 목소리었다. 확신 없이 흔들리는 눈.)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됐었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아마 기억하기로는, 평생에 걸쳐 후회하지 않을 일이 있다면 네 곁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 (여전히 남 얘기하듯 말했으나 점점 확신에 들어차는 목소리.) ...널 사랑하는 게 나한테는 꽤 행복한 일이었나 봐. (아 그래, 분명히, 내게는 과분한 일이었다. 웃음 지었다.) 끝이 온다고 해도 네 곁에 있고 싶어. 그 말이 하고 싶었어. ...아주 오랫동안 그 말이 하고싶었나 봐.
(그래서 홀로 눈사람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너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뒷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옅은 웃음만 머금은 채.)
 
플로렌틴 발렌틴:(지었던 미소가 누그러들고, 다급하게 네 손 세게 잡았다. 늘 그랬어. 불안하지 않은 적 없었지. 하지만 잠시나마 안온이 있었다면... 그게 너라고 말했을 테다. 억지로 끌어올린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미숙하다.) 디안, 왜 그래. 돌아왔잖아. 떠날 것처럼. (비튼 미소가 아팠다. 네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눈 마주본다. 여상하게도 깊다.) 내가, 그리고 네가, 그렇게. 그렇게 약속한 건데. 응? 저버리지 않을 거지. (손 잡은 것만으로도 모자라, 첫눈처럼 부서질까 무서워서 네 품에 어깨 기대었다.) 불안하게 만들지 마. 제발. 너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도 않고, 기약 없는 너를 기다리고 싶지도 않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를 보고 있으면. 지독한 애원은 낭만적이지 못했다.) 네 끝 이후에는, 내가 겨울에 갇히잖아. 그건 싫어. 차라리 봄에, 그런 말을 해. (네가 사계 전부 들고 떠나면 나는 어떡해. 추워서. 이기적인 말 짓씹힌다.) 항상 알지. 사랑해. 그냥, 그 어느 때보다 더. 말했잖아. 네 불행까지 사랑했을 만큼. (가벼운 채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부서지는 숨 닿을 거리에서 읊는다. 불안정하게.)
 
디안 S. 밀리테:기다리지 마, 로렌. 기다림은 나 혼자하는 걸로 충분한 걸... (품 안의 널 감싸 안았다. 언제나처럼 카시스 향을 기대했는데, 잘 느껴지지 않아 그게 조금 슬펐다.) 내 빈자리 채울 사람은 있을 거야. 나는 여기서 평생 너를 못 잊겠지만. 내가 알기로, 너는 사람을 잘 잊거든. (알지? 네 수많은 전애인들. 개중 다시 물으면 백에는 백 기억 못 했잖아... 농조 섞인 목소리로 가볍게 말했다.) 나도 잊어버려. 눈 녹으면 잠깐의 물만 남기고 결국 사라지는 것처럼. 난 잠깐 왔던 사람인 거야. 네 봄을 위해 퇴장하는 눈사람으로 하자. (춥지 않을 거야.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고... 넌 가장 밝은 별이니까. 누구나 얻을 수 있겠지. 담담한 말에는 항상 생각했던 죄책감이 담겨있다. 과분한 사람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 응, 알아. 너 말고 날 사랑해줄 사람도 없다는 거... 그래서 네 말이 참 달았는데. 결국 난 그 말에 보답도 못하고 끝까지 못난 사람이라서, 그게 너무 미안해... (끝에 가서 읊조리는 목소리가 떨렸다.)
 
플로렌틴 발렌틴:딘,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조차 두려웠던 것도 같다.) 나는 계절 없인 아무것도 아니야. 볕의 대체재는 없어. 알잖아. 그러지 마. (내가 어떻게, 얼마나... 급한 말이 뚝뚝 끊어진다.) 네가 싫어, 디안. 너는 네가 유일하다는 걸 몰라... 내가 항상 네게 되뇌이던 것처럼, 나만이 널 사랑하고... 너만이 내게 줄 수 있는 것 또한, 애정이라는 걸 너는 몰라. 다른 이들의 껍데기 말은 필요 없어. 그냥, 그냥 너 하나면 된다고. 어떻게 몰라줄 수가 있어? (가장 가까이, 오래, 짙게 있는 게 너였는데.) 너는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 아니다, 모른 척하는 거야? 네 자기만족을 위해서? (가시 박힌 말이 나왔다. 잡은 손에서 힘이 풀린다. 찬찬히 한 걸음 물러섰다.) 아직 봄이 올 기미조차 없는데. 아직 눈이 내려, 딘... 너는, 그 무엇도 아니라 네 마지막 선택에 영원히 사죄해야 할 거야.
 
디안 S. 밀리테:알아, 나한테 네가 유일한 것처럼, 그 비슷하거나 더 무거운 무게로 너도 날 유일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그래도, 그렇게라도, 살아주면 안 돼? (네 말대로 자기만족일지 모른다. 그래도 내가 너와 이별을 택하거나, 너를 안고 또다시 낙사하는 것보다.)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죽고 이후의 너를 못 본다는 사실은 끔찍하지만, 내 감정 따위 바닥에 묻어버리면 되는 걸.) ...널 이해해, 로렌. 그리고 긍정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멀어지는 널 야속하게 바라만 봤다. 미안해. 결국 남은 시선은 여전한 죄책감.) 확언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네가 바라는 건 모두 이뤄질 거야. 어느 크리스마스에 네가 바라는 대로 눈이 가득 내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네 바라는 대로 영원히 사죄할게. ...그래도 후회는 없어. 이게 네가 살 수 있는 미래라면. (찬연한 웃음.)
 
어떻게 함께 죽어갈 수 있겠나요.
 
감정을 가진 것은 두 사람, 하지만 짐 정도는 디안 혼자 짊어져도 상관없습니다.
 
디안의 감정까지 플로렌틴이 끌어안고 세상을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그러니 문제 되지 않아요.
 
아니, 어쩌면 이기적일 수도 있습니다.
 
죽어버리는 디안과는 달리 플로렌틴은 죽는 순간까지 디안에 대한 감정을 갖고 매일을 지내야 하니까요.
 
✎:어쩌면 진짜 이별의 순간입니다.
그러니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요.
미련도, 감정도 다 이곳에 두고 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흐려지는 시선에 플로렌틴이 담깁니다.
 
내뻗은 손끝에 플로렌틴의 온기가 닿습니다.
 
코 끝에는 플로렌틴의 향이 머뭅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끔찍해. 정말. 내 삶을 온통 채워놓고, 또 멋대로 앗아가지. 이건 여백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을 네게 내어준 내 잘못인가…
 
그런데,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어요.
 
그리곤 스멀스멀 다가오는 인생의 끝이 느껴집니다.
 
플로렌틴 발렌틴:너를 바랐어. 그래서 네가 나만을 바라고, 또 떠나지 않도록 다디단 문장들을 읊었어.
나는 얽매이지 않고,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안정된 자리에서 널 내려다볼 수 있길 바랐지. 처음에는.
 
목소리의 잔상. 색채의 흑백화.
 
플로렌틴 발렌틴:그런데 이제 전부 망쳤어, 네가. 더 이상 그런 걸 바라지 않아. 너 없으면 나도 무너질 만큼 깊게 얽매였으면 하고, 설령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라도 스러질 땐 같이 스러지기를 바라.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된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오래 전부터…
 
플로렌틴 발렌틴:…디안. 축하해. 원하진 않았겠지만, 네가 나를 꺾게 되었네. 내 마지막 계절을 가져간 것도.
 
디안이 완전히 눈을 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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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떴을 땐,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눈사람 하나와, 덩그러니 남은 사람 하나가 서있습니다.
 
[ END2 생채기가 심해 금방 무너져도 ]
 
KPC생환? PC로스트
 
...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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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