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벨티아] 서른한 번째 시도

1975°F 2022. 10. 25. 23:50

 

 

 

흠흠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기야옹이~
 
준비되엇다면 야옹~ ^^
 
락테아:하.......................................
야.........................
야...야.....
 
야옹^^
 
락테아:하 에반데
 
이이이잉
 
락테아:하...
 
애옹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락테아:야옹 ..................................................................................
 
끼아아아악
 
귀여ㅑ워^^
 
락테아:울고싶다...
 
헤헤 출발합니당
 
허름한키퍼링,
 
오류나도
 
애교로
 
봐주세요
 
락테아: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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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락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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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폐부에 밀려드는 거센 날숨에 락테아는 깨어납니다.
 
훅 끼쳐오는 과호흡의 전조 덕분에 기침이 목울대를 거칠게 긁습니다.
 
✎:지독하게 소독된 알콜 비린내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새하얀 이불에 고개를 묻고 있던 락테아가 기침하며 고개를 들자, 의아한 표정의 테트라가 담담하게 들리는 음성으로 말합니다.
 
벨트란 테트라:…락테아, 너 괜찮아?
 
어땠나요, 락테아. 괜찮았나요?
 
마지막 장면은… 아, 기억 납니다. 테트라가 진통제를 손아귀 가득 쥐고 입에 욱여 넣었던 순간이 스치웁니다.
 
면역될리 없는 그 통증에 동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백빛으로 점철된 지루한 병원 복도를 뛰며 애닳은 이름을 부르짖었고, 종국내 서른 번째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독한 반복성에 젖은 속눈썹이 안구를 때리며 현실로 고착시킵니다.
테트라가 죽음을 선택한지 서른 번째가 되었고, 락테아 당신이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살해한지도 서른 번째 입니다.
 
지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병세로 마른 손길이 건조하게 당신의 손마디를 쓸어내리네요.
 
벨트란 테트라:빌런 답잖게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이네.
잠든 새로도 계속 내 이름을 불렀어, 너.
 
혹시 꿈 속의 내가 나쁜 일이라도 당했던 걸까 하고는 속삭이듯 짧게 덧붙여진 말입니다.
 
락테아:...꺼져. (눈가 비비며 손길 짜증스레 쳐낸다.) 내가 그랬다고? 꿈 속의 네가 날 괴롭히기라도 했나보지. (찌풀...)
 
벨트란 테트라:여상하기는. 이미 미쳤는데 더 미칠 곳은 없어야지. (이래야 너잖아. 빌어먹을 악당. 덧붙인가.)
 
락테아:더 미칠 곳이 있나보지. (소매 들어 눈가 거칠게 비비기만 한다. 혹 울기라도 할까 봐.) 환자면 환자답게 얌전히 누워있기나 해. 아니면 확...(뜸...) ...아니다.
 
벨트란 테트라:빌런이 상냥할 때도 다 있네. (아프다고 봐주는 모양새잖아. 짓씹듯 뱉고 한숨 내쉰다.)
 
아침 햇볕이 창문 틈새로 드리우고, 노란 빛무리가 테트라의 홍채에 닿아 유유히 빛납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그을음 짙은 눈밑과 버석하게 마른 입술이 참,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병약합니다.
고른 숨소리는 두어번 호흡을 게우며 통증으로 앓는 신음성이 섞입니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인내하는 모습에 이상한 마음이 들 때 즈음, 정갈한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똑똑.
 
테트라 씨, 약 드리겠습니다.
 
✎:간병인의 상투적인 어투는 지겹도록 많이 들었던 문장 중 하나입니다.
머리를 하나로 틀어 묶은 나이 지긋한 여성은 주사기에 담긴 여러 진통제를 트레이에 담아 천천히 들어섭니다.
익숙한 기색으로 테트라의 팔목에 연결된 링겔에 진통제 몇개를 혼합해 넣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락테아를 바라봅니다.
서른 번째 들었던,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주려는 것 같군요.
 
...
 
간병인:오늘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셔서 진통제와 안정제를 섞어서 드렸어요.
점심 드시기 전까지 푹 주무시게 두세요.
 
엷은 미소를 덧그리며 늘 행하던 일을 마친 간병인은 천천히 자리를 나섭니다.
 
테트라는 한결 편해진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불규칙하던 호흡도 안정적으로 돌아왔군요. 이제 괜찮을 겁니다.
 
테트라는 금방내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앉고 잠듭니다. 혹여나, '이번엔'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알 수 없는 병증으로 인해 더 이상의 치료를 그만둔 후 지속적으로 지내고 있는 곳 입니다. 통증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부 청결과 안락에 힘 쓴 공간입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창문, 책상, 책꽃이, 약물 진열장, 잠든 테트라] 입니다.
 
락테아:(뭐 얼마나 달라진 게 있기야 하겠냐마는...)(창문 쪽 살펴본다.)
 
✎:테트라가 잠든 이불보에 햇볕을 묻히고 있는 주범입니다.
바깥에 나갈 수 없는 테트라를 배려해 외부를 더 넓게 볼 수 있게끔 천창을 터 놓았습니다.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고 있군요. 바깥은 드넓은 푸른 하늘과 바삐 출근하는 이들로 가득입니다.
 
락테아: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정갈하게 늘어진 자동차들, 신호등,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는 사람들.
참, 고리타분합니다. 늘 보던 지루한 장면일 뿐 입니다.
 
여명은 염증내로 얼룩진 이불을 비추고 있어도, 결코 희망이 되진 않았으니까요.
 
락테아:(다 쓸어버릴까 고민...하다가 관둔다...)(다른 건 없나?)
 
창문에 반사되는 테트라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 그런데...
 
락테아:(?)
 
✎:... 검은 무언가가 테트라의 곁에 서 있습니다.
`흉측하게 찢어진 입가에 먹빛 토사물을 질질 흘리는 잔상``이 일렁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창문에 비치던 것은 없습니다. 피곤해서 환각이라도 본 걸까요?
 
락테아:(...?)(저승사자를 봐야되는 건 쟤 아냐?)
(책상...뭔가 달라진 거 있는지 본다...)
 
저승사자라면 참... 특이하게 생긴 사자일 텝니다.
 
평소 히어로와 경호 업무로 바빴던 테트라가 자주 앉아 있었던 책상입니다.
 
현재는 작은 마찰에도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 조차 고통이어서, 과거의 부산물이 되었을 뿐 입니다.
 
✎:책상 위에는 테트라가 자주 사용했던 [노트북]과 [일기장]이 놓여 있습니다.
 
락테아:(노트북...열어본다...)
 
✎:테트라가 이전에 자주 사용했던 노트북입니다.
매끄럽게 은빛으로 뻗은 사각의 전자기기를 열자 ONLINE 이라는 글씨와 함께 비밀번호 입력 창이 보입니다.
 
락테아:(자신있게 자기 생일 넣어봄)
 
락테아:하...
왜지...(일기장에 써져있나?)(일기장 파라락)
 
✎:테트라가 사고가 난 후 부터 적기 시작한 일기장입니다. 검은색 가죽 케이스에 줄만 그어져 있는 가벼운 노트입니다. 루프 이전에도 보았던. 되감기를 번복해도 내용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락테아:(이것도...전에도 봤던 내용인가?)
 
✎:전에 보았던 내용입니다.
더 넘겨보자면...
 
락테아:
정신
기준치: 20/10/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락테아:(찌풀...)
(노트북 비밀번호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나?)
 
지금으로선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락테아:(저.저.저거를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고)(찌풀)
 
저거는 곤히 처자고 있군요. 어렵겠습니다.
 
락테아:(책꽂이 뒤져본다...)(배열이라도 달라졌을까 싶어서...)
(아)
 
✎:테트라가 좋아하는 서적류로 가득 채워진 책장입니다. 외출을 할 수 없기에 종종 원하는 책들을 사다 주거나 주문했던 기억이 있군요.
통증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때엔 테트라가 직접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읽어주기도 했었습니다.
그 음성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신경질적이었지만 그 본질은 다정했었죠.
 
락테아: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하...
 
강행 가능합니다.
 
락테아:(go...)
 
지능이나 관찰력 굴려주세요!
 
락테아: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웨이드리즈인은 삼세판인 법입니다.
 
한 번 더.
 
락테아:(이런 빌런이라도 해당되는건가?)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감...격...!)
 
관찰력이 남다른 빌런이네요. 축하합니다.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들 중, 낯선 책 하나를 발견합니다.
 
락테아:하...(힘들었다)(책 펴봄)
 
✎:본 적 없는 표지의 책 입니다. 워낙 책이 많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던 책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루프를 번복하면서 테트라의 침실을 전부 꼼꼼히 살피진 않았기 때문에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일전에 구매해 놨던 책이었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칭하기에 책은 지나치게 낡아있습니다.
책은 알아보기 힘든 문장으로 가득합니다. 어느 나라의 언어도 아닌 것 같은 문자 나열의 연속입니다. 테트라가 이런 책을 좋아했던가요?
글자는 마치 종이를 먹빛 여백으로 가득 채울 듯 서로 엉켜 붙어 백색을 집어 삼킵니다
종국내 검은색으로 가득해진 종이는 무엇도 알아볼 수 없었지만, 마지막 장에 흰 글씨로 휘갈겨진 한자가 보입니다. 완연한 문장은 아닌 듯 합니다.
 
----放--
 
락테아:(고...? 인가?)
(읽...어볼 수는 없을까...?)
 
락테아는 한자를 알아볼 수 있나요?
 
락테아:(대충 8급까진 읽을 수 있을지도)
 
락테아: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비상한 머리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글자는,
 
放 놓을 방.
 
그뿐입니다.
 
락테아:(저.저.저거....그냥 영어로 쓸 것이지...)(구시렁거리면서 책 덮음...)
(약물 진열장 살펴본다.)(그동안 나 때문에 비운 신경안정제가 몇 통이나 될까?)
 
책장에 무언가 더 있을까요? 한 번 더 훑어봐도 좋을 듯합니다.
 
락테아:
(자잠깐)(책장 훑어본다....)(꼼꼼히...)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책들 중, 익숙한 소설 하나를 발견합니다.
 
락테아:(...?)
 
아카데미 시절 테트라가 종종 몇 구절씩 읽어주었던 책입니다.
 
제목은 "바다" 였던 것 같아요.
 
유명하지 않은 미상의 작가의 작품이었죠. 책 중간이 약간 구겨져 있습니다. 마치, 그 부분만 자주 펼쳐서 책이 굽은 것 처럼 빳빳합니다.
 
락테아:(구겨진 중간 부분 펼쳐본다.)
 
✎:꺼끌대는 종이 표면이 검지 끝에 두들겨집니다. 마치 이 장을 연신 몇 번이나 보았다는 듯, 모서리가 구겨져 있습니다.
락테아, 그래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지러진 낯으로, 옛적은 물론 병상에 누운 후까지 아주아주 가끔, 쉰 성대를 긁어가며 테트라가 읽어주었던 구절입니다.
마치, 자신을 놓아달라는 듯 애닳고도 아픈 발성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말을 기어코 침묵시켰죠.
몇 번째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락테아:... 안 어울리게...(약물 진열장 살펴보러 걸음 옮기며)
 
✎:직접적인 병 치료가 불가능한 테트라의 통증 경감과 연명을 위한 약물이 [진열장]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 스테로이드, 신경안정제. 없는 것이 없습니다. 비워진 신경안정제 박스가 수두룩 쌓여 있군요. 어림잡아 53개는 되어 보입니다.
진열장 아래에는 링겔에 바로 주사하거나 근육에 주사할 수 있는 주사기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간병인이 트레이에 담고 왔던 주사기는 아래 [의료 폐기물 박스]에 따로 버려져 있습니다.
 
락테아:(아)
(비워진 신경안정제 박스본다. 이거 다 나 때문?)(의료 폐기물 박스 뒤적여본다...)
 
...노코멘트.
 
의료 폐기물에는 약물을 담았던 주사기와 앰플이 버려져 있습니다. 바늘은 따로 제거해 버려야 하기 때문에 주사기 몸통만 남겨져 있습니다.
 
락테아:(무슨...약물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락테아:
의료
기준치: 25/12/5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음...
 
주입식 신경안정제, 여타 알 수 없이 복잡한 약물, 수면제 등등... 알아볼 수 있는 건 이게 전부네요.
 
락테아:(다른 건...더 살펴볼만한 건 없는가?)
(전과 달라졌을만한...)
 
의료 폐기물 박스는 그대로인 것 같네요.
 
락테아:(짜증나)(벽 발로 걷어참)(마지막으로....저거 보러간다.)
(저거)(벨트란 가리킴)
 
진열장 내부를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저거에게 가나요?
 
락테아:(진열장 내부 더 뒤적여본다;)
 
...
 
진열장 내부에는 약물과 주사기가 가득합니다.
 
매일 같이 바늘로 꿰뚫리는 고통을 인내하는 테트라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음, 그뿐입니다.
 
락테아:...자업자득인데. 멍청아. (흥)(더 없는건가?)
 
딱히 특별한 건 없습니다. 늘 보던 것과 같아요. 하지만 붉은 라벨이 붙은-그러니까 강한 약물들의 양이 특히나 많이 줄어들어 있군요.
 
락테아:(전에도...이랬던가?)
 
지능 판정 해볼까요?
 
락테아:(yes)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
 
워낙 기억력이 좋아 지능이 특출난 나머지, 지나치게 잘 돌아가는 고급 인력의 두뇌로 기억을 차차 되짚어보자면...
 
락테아:(뿌듯함)
 
살짝 더 많이 줄어든 감이 있기는 하네요.
 
락테아:(뭐...지?)(일단 기억해두며...)
(더 없으면 잠든 벨트란 구경하러 간다...)
 
저건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잠들어 있습니다.
 
락테아, 당신이 자신의 생을 바쳐가며 지속적으로 과거에 고착된 모든 이유입니다.
 
그는 안정제를 투여 받고 지친 기색으로 잠들어 있습니다.
 
참, 많이 말랐네요. 앙상한 손목에 꽂아진 링겔은 매일 같이 진통제가 투여되고 있습니다.
 
이불로 [다리]를 덮어둔 채 입니다. 테트라는 건드려도 깨지 않을 것 같습니다.
 
락테아:(이.이걸 확!)(주먹 들었다가 지친 기색 보고 내려놓음...)
(이불만 살짝 들춰본다...)
 
...
 
✎:깊게 잠든 테트라가 깨지 않게끔, 고요한 손길로 이불을 걷기 시작합니다.
흰 이불 속에 포박된 다리가 허공에 노출되자, 염증 들끓는 시큼한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일까요?
 
검은 얼룩이 발목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본디 테트라의 상흔은 발등까지만 덮어 있었을진대, 어떻게 된 걸까요.
 
✎:시간의 부작용이라도 생긴 걸까요.
건조한 살 표피 틈새로 검게 썩어든 그것은, 마치 화상 흉터처럼 기괴하게 돋아나 발목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락테아:(....?)
(더...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을까? 원인...이라던가...)
 
락테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락테아:
정신
기준치: 20/10/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생각해보면...
 
아, 잠깐. 머리가 울려옵니다. 더 깊게 생각했다가는 피곤해지겠어요.
 
락테아:(지끈!)
(더...살펴볼 점이나 변한 점은 없는걸까?)
 
없습니다. 그저 보기 역겨운 흉일 뿐이에요.
 
락테아:(이불 다시 덮어줌...)
 
대강 둘러보고 나면, 노크 소리가 울립니다.
 
락테아 씨, 간병인입니다.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락테아:...아, 네. (문 열어주며)
 
✎:테트라가 점심에 먹을 죽을 끓이고 있던 모양인 간병인은 느슨하게 입매를 풀어 미소를 덧그립니다. 마른 수건에 손을 닦은 후 당신과 마주한 이는 조금, 곤란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짓습니다.
아마, 늘 말하던 점심 식사를 대신 전해 달라는 이야기를 하겠죠.
 
그 이후엔 산책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며 휠체어를 끌어다 줄 것... ...
 
간병인:다름이 아니라, 제가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간병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서른 번 들었던 말과 다릅니다. 당신은 의아한 얼굴이 됩니다.
 
간병인:갑작스럽게 집안일이 생겨서 이곳에 있기 힘들 것 같아요. 테트라 씨에겐 미리 말씀 드렸어요. 락테아 씨는 여기 자주 계시니까 말씀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젖은 손길을 손수건에 닦아내며 사람 좋은 미소를 그려냅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요. 아니, 잘못되었겠죠.
 
락테아:...어, 혹시...다른 전달사항은 없나요...?
 
간병인:글쎼요... 음, 저를 대신할 사람이라면 테트라 씨가 따로 사람을 구하겠다고 대답하셨습니다.
 
락테아:아, 그럼...그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시...겠죠?
 
간병인: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간병인은 진열장이 아니라, 외부에서 가져온 약물을 링겔에 다시 연결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도 밖에서 가져온 약을 주입했었죠.
 
락테아:저기, 혹시 그 약은...(알짱거림...)
 
간병인:아, 테트라 씨의 통증 정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걸 사용하는데... 오늘따라 통증 호소를 심하게 하셔서 조금 강한 것으로 주사했어요.
테트라 씨가 직접 약물을 불러 주시면서, 그걸 주사해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락테아:...야, 약 이름을 기억하세요?
 
혼합 약이라 모든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겠네요.
 
그리 뱉습니다.
 
락테아:(ok...)(고개 끄덕이고 물러난다...)
 
간병인:감사했습니다. 락테아 씨. 벨트란 테트라 씨의 완쾌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녀는 마지막 다정을 남기고 자리를 떠납니다.
 
✎:어쩐지 기이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거실의 공허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당신은 현실을 분간하기 위해 애씁니다. 테트라의 발목 흉터, 간병인의 갑작스러운 퇴직, 낯선 것들이 자꾸만 당신을 괴롭힙니다.
 
무엇이 비틀렸을까요.
 
번잡스러운 마음을 채 정돈하지도 못했을 때, 침실 안에서 작은 소음이 들립니다.
 
락테아:(...?)(소리따라 고개 돌린다...)
 
...
 
락테아, 당신이 그가 있는 곳을 보았을 때,
 
그곳은 "형장" 이라는 단어 외엔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참담함으로 얼룩진 낯의 테트라가 무덤덤한 눈물로 짓무른 시선으로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통증을 인내하는 입술은 이빨에 짓씹혀 피가 맺혀 있습니다.
 
✎:덜덜 떠는 손길로 움켜쥐고 있는 건... ... 진열장 안에 있던 주사기입니다.
혓속에 감춘 거친 울음과 신음이 고막을 따갑게 내리칩니다.
 
그래요, 당신. 느낄 수 있죠. 이미 그 죽음을 막기엔 늦었다는 것을요.
 
벨트란 테트라:왔구나.
...너는 끔찍한 이기주의자야, 티아. 알잖아, 한참이나 아팠어. 내 시간은 그 때 멈춰 있고.
그만 나를 보내 줘.
 
울컥 피가 솟구치는 상흔을 쥐어짜듯 움켜쥔 테트라가 울음 찬 성음으로 당신에게 애걸합니다.
 
표정은 잔뜩이나 일그러져 평소의 견고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미 늦은 걸까요? 서른 한 번째 시도는 다시 또 실패한 걸까요. 까요."
 
락테아:...너, 젠장, 미쳤어? (손에서 거칠게 주사기 빼앗았다.) 가만히 있어. 금방 사람 불러올테니까, 알았지?
 
...
 
의료에 지식이 전무한 자라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불러오려고 나가는 순간, 걸리는 시간은 현재로서 그 무엇보다도 깁니다.
 
벨트란 테트라:너보단 덜 미쳤겠지. 다행이라고 생각해. (입이 얕게 움직인다. 한탄 젖은 숨이 느려진다.) 내 말 들었잖아, 보내달라고. 아팠다고. 악인이라 그런가, 끝까지 날 괴롭히려는 셈이야? 그럼 이해가 가네.
 
락테아:아니, 아니...(혼란스러워져 잠시 자리에 이마 짚고 서서 생각 정리한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세 표정 험악하게 바꾸고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겉옷 벗어 네 손목에 눌렀다. 험악이라기보다는 간절에 가까울 얼굴이다.) 그래, 네 말대로 쓰레기라서 그런가보다. 그러니까 빌어먹을 입이라도 닥치고 있어! ...다, 내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벨트란 테트라:...거짓말. 넌 항상 그랬어. 어릴 때도, 그래, 커서는 조금 덜 했던가. 그 무엇보다 끔찍한 너라서 더 고통스러워, 티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게 가장 지독해. 사명이고 신념이고 다 잃은 것과 다름없다고. 너는 이해 못 하겠지. 절대로, 죽어서도. 원망스러워. (마지막 눈물 자국이 목소리로 짓눌리고 하나같이 차가운 체온은 겨울에 스미기 시작했다. 가라앉았던 눈 색채가 다시 밝아져도 고통은 여전하단 듯 눌린 손은 떨리고 있다.) 날 위한다면 강제하지 마, 락테아.
 
잘 지혈되고 있음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애초에 손목 하나로 이렇게까지...
 
락테아:그래, 난 몰라. 이해 안 돼. 그깟 사명이 뭐고 신념이 뭐라고 이러는지 몰라. 난 내일 당장 세상이 멸망해도 약해 빠져 죽어버릴 수천 수만의 사람보다 네가 중요하거든. 네가 중요히 여기는 것과 내가 요하는 것은 절대 일치하지 않아. (...) 그러니까, 나도 네가 미워. 원망스러워. 이게 벌써 몇 번째인데...(들으라는 듯이 심한 욕설 뇌까렸다. 뭘 잘했다고 울어. 모진 말과 다르게 눈가가 벌개졌다. 말과 함께 짓누른 손에 세게 힘준다.) 싫어, 널 위하니까, 나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으니까 이러는거야. 알아들어?
 
코 끝을 지독히 저리게 만드는 비린내, 염증내, 눈물과 애증으로 잠겨든 성대가 발음하는 모든 언어가 당신의 심장을 두드립니다.
 
이토록 아픈 말들이 있을까요. 수십번 들었던 작별 인사와 고해 원망은 여전히 비탄으로 뭉쳐 당신을 괴롭힙니다.
 
검붉은 핏물이 당신의 손을 완전히 적실 때까지, 당신을 바라보는 녹음 사이, 벨트란 테트라의 눈물은 멈추지 않습니다.
 
벨트란 테트라:…락테아. 이해가 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다시는 만나지 말자. 그토록 증오하는 너라서, 이런 모습으로는 더더욱 싫어.
 
또.
 
또입니다.
 
초라하고 간결한 이별을 끝으로 당신에게, 당신이 무언의 감정을 품은 이가 품 어귀에서 스러집니다.
 
✎:그 육신은 참으로 가벼워요. 대지를 딛고 서서 손을 내뻗던, 올곧고 다정한 품은 분명한 무게를 가지고… 싫다 말하면서도 장난치듯 당신을 안았었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에요.
또, 추락은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서늘히 식어가는 체온, 답하지 않는 입술, 피로 젖어든 몸...
 
... 진정한 작별을 고한 이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요. 락테아.
 
이것으로 서른 한 번째 입니다.
 
어떤 안락으로도, 평화로도, 격려로도 막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 무기력함을 비관하며 상실을 곱씹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시간의 결에 마모된 당신은 다시 실패를 맛보고 말았습니다. 죽음으로 당신의 품을 달아난 이를 붙잡을 수 없었어요.
익숙한 이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선 이별이죠.
학습된 헤어짐은 슬픔을 간추리진 못했습니다.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요. 이 비탄을.
 
BAD ENDING 벨트란 테트라 로스트, 락테아 생환.
 
.
 
.
 
.
 
... ...
 
하지만,
 
락테아.
 
당신은 또, 그 죽음을 막으러 가겠죠.
 
✎:테트라 손에 쥐어진 날렵한 바늘이 보입니다.
아마 이것으로 수 없이, 자신의 손목을 관통시키며 절멸을 바랬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락테아. 돌아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락테아:(안에는... 무엇이 들었던걸까? 하잘 것 없는 생각하며 바늘 들어 빤히 보다가 망설임 없이 손목에 꽂아넣었다. 어디가 혈관인지는 알 턱이 없었으니 적당히 꽂은 곳이 치명적인 곳이길 바라며.)
 
.
 
.
 
.
 
폐부에 밀려드는 거센 날숨에 락테아는 깨어납니다.
 
✎:훅 끼쳐오는 과호흡의 전조 덕분에 기침이 목울대를 거칠게 긁습니다. 지독하게 소독된 알콜 비린내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새하얀 이불에 고개를 묻고 있던 락테아가 기침하며 고개를 들자, 의아한 표정의 테트라가 담담하게 들리는 음성으로 말합니다.
 
벨트란 테트라:…락테아, 너 괜찮아?
 
어땠나요, 락테아. 괜찮았나요?
 
마지막 장면은… 아, 기억 납니다. 테트라가 주삿바늘로 손목을 관통시켰죠.
 
면역될 리 없는 그 통증에 동조라도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락한 침실 안에서 언젠가를 회상하며 종국내 서른 한 번째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독한 반복성에 젖은 속눈썹이 안구를 때리며 현실로 고착시킵니다.
 
✎:테트라가 죽음을 선택한지 서른 한 번째가 되었고, 락테아 당신이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살해한지도 서른 한 번째 입니다.
지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병세로 마른 손길이 건조하게 당신의 손마디를 쓸어내리네요.
 
벨트란 테트라:빌런 답잖게 나쁜 꿈이라도 꾼 모양이네.
잠든 새로도 계속 내 이름을 불렀어, 너.
...그런데 나 이상한 꿈을 꿨어.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젠장할, 네 앞에서 주삿바늘로... ...
 
모든 말이 마쳐지기 전에 당신은 깨닫습니다.
 
서른 번째 부터 생겨난 이변이 이번에도 일어났음을요.
 
본디 이전에 있었던 일은 기억나지 않아야 하는 것일진대, 어떻게 된 걸까요.
 
테트라는 좀, 이상하지.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하며 여상한 한숨 몇 가닥을 그려낼 뿐입니다.
 
락테아:(네 말 듣고 멍하니 네 얼굴 바라본다. 그러더니 돌연 네 손길 그러쥐고는 그대로 얼굴 묻는다.) ...만약, 그게...꿈이, 아니면...어떡할거야?
 
벨트란 테트라:아무리 날 증오한다지만 그런 가정은 너무한 것 아닌가. 됐어, 신경쓰지 마. 기분 좋은 내용도 아니었으니까.
 
햇볕이 창문 틈새로 드리우고, 노란 빛무리가 테트라의 녹색 홍채에 닿아 유유히 빛납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그을음 짙은 눈밑과 버석하게 마른 입술이 참,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병약합니다.
고른 숨소리는 두어번 날숨을 게우며 통증으로 앓는 신음성이 섞입니다.
그리곤, 병상 옆에 있는 작은 죽 그릇을 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하는군요.
죽? 잠깐만요. 저 죽... ... 분명, 전 루프에서 그만 둔 간병인이 만들던 게 아니던가요.
 
지금은 분명 아침일텐데?
 
락테아:(...?)(시간을 확인할 수 있나?)(두리번...)
 
시계가 저 멀리 놓여 있군요.
 
락테아:(지금은 몇 시지?)
 
락테아:(...?)
 
점심시간대입니다.
 
락테아:(눈 부비적...) 이, 있지. 간병인이 왔다갔어...? (벨트란 봄...)
 
✎:아, 그래... 너, 이야기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간병인 분이 오늘 그만두셨어. 일이 생기셨다고.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겼나봐. 그래서 더 매달리기가 힘들었어. 새 간병인을 구할 때까진… 피곤하고 싫겠지만 네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어서.
 
그런 답이 돌아옵니다.
 
락테아:(뭐...지?)(다른 달라진 것들은 없나?)
 
말을 끝맺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트라는 따뜻한 죽으로 허기를 채우곤 까무룩 졸고 있습니다.
 
눈은 감겨 있지만, 여전히 고통으로 앓는 듯한 작은 신음성은 멎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 통증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면 잠시 잠결에 두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락테아:(저.저.저거 진짜)
 
✎:알 수 없는 병증으로 인해 더 이상의 치료를 그만둔 후 지속적으로 지내고 있는 곳 입니다. 통증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부 청결과 안락에 힘 쓴 공간입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창문, 책상, 책꽃이, 약물 진열장, 졸고 있는 테트라] 입니다.
 
락테아:(저거저거)(손가락질하다가 창문이나 보러감...)
 
✎:저거가 졸고 있는 이불보에 따스한 볕을 묻히고 있습니다.
 
락테아:(아니 내가 미안)
 
✎:바깥에 나갈 수 없는 저거를 배려해 외부를 더 넓게 볼 수 있게끔 천창을 냈었죠.
아침 햇살, 아니. 점심의 따사로운 햇빛이 내부에 들어차고 있습니다. 바깥은 드넓은 푸른 하늘과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락테아: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
 
강행 가능.
 
락테아:(눈에...힘을주고...)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지능도 좋습니다. 마지막.
 
락테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뇌에 힘 줬음)
 
창문에 반사되는 테트라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 그런데. 검은 무언가가 테트라의 곁에 서 있습니다.
 
✎:흉측하게 찢어진 입가에 먹빛 토사물을 질질 흘리는 잔상이 일렁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테트라를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락테아:(...?)
 
기괴하게 일그러진 그것은 곧내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우걱, 우걱 테트라를 삼킬 기세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잠시 잠에서 깨어나 눈만 깜박이며 의문을 품은 테트라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
 
창문에 비치던 것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전 루프에서도, 지금도... ...
 
락테아:(...)(눈 깜빡)(창문에 더 살필 건 없나?)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정갈하게 늘어진 자동차들, 신호등, 일렬로 줄지어 이동하는 사람들.
참, 고리타분합니다. 늘 보던 지루한 장면일 뿐 입니다. 여명은 염증내로 얼룩진 이불을 비추고 있어도, 결코 희망이 되진 않았으니까요.
더이상은 없습니다.
 
락테아:(똑같군...)(책상...노트북이 이번에도 있나? 살펴본다.)
 
✎:평소 업무로 바빴던 테트라가 자주 앉아 있었던 책상입니다. 현재는 작은 마찰에도 통증을 호소하기 때문에 의자에 앉는 것 조차 고통이어서, 과거의 부산물이 되었죠.
책상 위에는, 이전과 다르지 않게 테트라가 자주 사용했던 [노트북]과 [일기장]이 놓여 있습니다.
 
락테아:(노트북...이번에는 벨트란 생일 넣어본다.)
 
락테아:(벨트란...아직 깨어있나?)
 
깨어 있습니다.
 
락테아:...야. 풀어. (냅다 노트북 들이민다.)
 
벨트란 테트라:... (찌풀...) 몰라, 잊어버렸어.
 
락테아:하여튼 도움이 안 돼...잠이나 더 자. (이불에 꾹꾹 묻어버리고 일기장 몰래 펴봄...)
 
힘없이 야! 하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곧 이불에 묻힙니다.
 
락테아:(일기장 소리내서 읽어버릴까 확)
 
저거는 타격이 없을 것 같네요. 하여간 아픈 건 사실이고, 이능력의 부작용조차 이 고통을 감내해주지는 못했으니까요.
 
락테아:(;)(아무튼 조용히 혼자 몰래 읽는다...전과 달라진 내용이 있을까?)
 
다른 장은 모두 똑같지만, 이 문장 하나만이 추가되어 있을 뿐 입니다.
 
XXXX, XX, XX
 
정갈했던 단어는 점점 어그러져 우울로 물들어 있습니다.
 
테트라의 정갈하고 덤덤한 글씨체는 문장의 형태라기 보다는 단어의 끊김으로 이루어져 있었죠.
 
✎:펜 하나를 쥐기도 힘겨웠을 겁니다.
자신의 존재를 짐이라고 지칭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왜, 이런 문장이 추가되어 있는 걸까요.
 
락테아:...이런 건, 언제 쓴거야. (일기장 내려놓고 책장 뒤적이러간다.)
 
✎:테트라가 좋아하는 서적류로 가득 채워진 책장입니다.
외출을 할 수 없기에 종종 원하는 책들을 사다 주거나 주문했던 기억이 있군요.
통증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때엔 테트라가 직접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읽어주기도 했었습니다. 그 음성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신경질적이었지만 그 본질은 다정했었죠.
 
락테아: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낯선 책을 발견합니다.
 
이전 루프 때 까지만해도 본 적 없는 표지의 책이었죠. 어느 나라의 언어도 아닌 것 같은 문자 나열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에 한자가 적혀 있었던가요.
 
✎:...본디 한 글자만 적혀 있었던 마지막 장에 하나의 글자가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摩 --放--
 
락테아: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찌풀...)
 
한참을 들여다보면, 겨우 기억해냅니다.
 
摩 문지를 마, 放 놓을 방.
 
✎:백빛 고결로 흘려써진 그것은 또 다시 가슴을 아리게 만듭니다.
 
락테아:마...방...? (이런 단어도 있나? 아직 깨어있으면 책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을까?)
 
잠들어 있습니다. 늘 그렇듯 편히 잠들진 못한 모양이지만.
 
락테아:왜 그새 또 자...(짜증스레 책 덮는다. 책꽂이에 더 확인할 것 없으면 약물 진열장 살핀다...)
 
✎:직접적인 병 치료가 불가능한 테트라의 통증 경감과 연명을 위한 약물이 [진열장]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빈 신경안정제 53박스, 여분 안정제, 마약성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 스테로이드. 없는 것이 없었죠. 진열장 아래에는 링겔에 바로 주사하거나 근육에 주사할 수 있는 주사기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이전 루프에서 테트라는 아마, 여기에 있는 주사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겁니다.
 
락테아:(주사기...안 보이게 잘 한쪽 구석에 쑤셔넣는다....)(진열장에 더 확인할 게 있나?)
 
✎:진열장 내부에는 약물과 주사기가 가득합니다. 이전 루프에서 보았던 것들과 같습니다. 따로 더 살펴볼 건 없을 것 같군요.
이제 주사기는 치워버렸네요.
 
락테아:(인상 팍...)(졸고 있는 벨트란 구경하러간다...)
 
락테아, 당신이 자신의 생을 바쳐가며 지속적으로 과거에 고착된 모든 이유입니다.
 
따뜻한 미음을 머금고 허기가 가셨는지 까무룩 졸고 있습니다.
 
참... ... 앙상합니다. 가는 팔뚝에 꽂아진 링겔은 매일 같이 진통제가 투여되고 있겠죠.
 
이불로 [다리]를 덮어둔 채 입니다.
 
락테아:(깨지 않게 슬쩍 이불 들춰본다. 이번에도 뭔가 달라진 게 있나?)
 
졸고 있는 테트라가 깨지 않게끔, 고요한 손길로 이불을 걷습니다.
 
흰 이불 속에 포박된 다리가 허공에 노출되자, 염증 들끓는 시큼한 악취가 다시금 코를 찌릅니다.
 
✎:...검은 얼룩은 발목 가로질러 종아리를 썩히고 있습니다.
발등, 발목, 이제는 종아리인 걸까요. 무언가 잘못됐어요.
건조한 살 표피 틈새로 검게 썩어든 그것은, 종아리의 살덩이를 완전히 덮어 더이상 살점의 효험을 잃은 것 처럼 보입니다.
 
...
 
벨트란 테트라:보기에 끔찍하게 흉한데 구태여…
 
이불을 걷는 기색에 눈을 뜬 테트라가 고통을 억누른 쉰 성대가 볼품 없는 문장을 발음합니다.
 
녹빛 홍채에 희망이라곤 한 점 없어 보입니다.
 
락테아:...깨, 깼어? (급하게 들춘 손 내리고는 어색한 몸짓으로) ...더 자.
 
벨트란 테트라:무슨 일로 신경질을 안 내. 이상하네. (작은 소리로 말 늘어놓는다.) 누구 덕분에 다 깼어. 유감스럽다. 너무 오래 잔 탓인가.
 
락테아:내가 만날 신경질 내는 사람인 줄 알아? ...원래 자면 잘수록 졸린 법인데. (빤히 바라보다가 침대 끝에 살짝 걸터 앉아 네 어깨 꾹 누른다.) 깨어있어도 도움 안 되니까 잠이나 자, 멍청아.
 
벨트란 테트라:싫어, 락테아. 나 지금 너무 아프거든. 아침에 진통제를 못 맞아서... ... 혹시 링겔에 달려 있는 버튼 눌러줄 수 있을까. (일어나기가 너무 괴로워. 중얼거리듯 한숨처럼 기어나온 말이다.)
 
락테아:...아침에, 못 맞았다고? (기억 더듬어본다. 분명 간병인이 아침에 놓지 않았나? 리셋된건가? 한숨 쉬며 시키는대로 얌전히 버튼 누른다.) ...아프면, 잘됐네. 그냥 그대로 침잠하면 되겠네.
 
마른 손아귀가 링거액에 매달린 작은 기계 장치를 가르켰습니다.
 
일전에도 본 적이 있었죠. 간병인이 자리를 비울 때 달아 놓았던 보조 기구입니다.
 
통증이 느껴질 때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진통제가 링거액에 섞이게 되는 장치였어요.
 
✎:평소엔 테트라가 자의적으로 필요할 때 눌렀지만, 지금은... ... 다리가 썩어 들어가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괴로운가 봅니다.
 
벨트란 테트라:네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내가 싫지만. 여기에서 더 침잠할 곳 있다면 생의 끝 이상으로 더 있나... 반가운 말이긴 하네. (자조적으로 웃는다. 엷고 투명한 표정이 너를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더 아픈 것 같네. 왜 그런 걸까.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하고 작게 속살이는 문장을 끝으로 살풋 눈을 감았다 뜹니다.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네요.
 
락테아:그래? 최악의 악당이 잘난 히어로 하나 아프다고 안절부절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 뭐라도 된 기분이려나? (네 말에 헛웃음 지으며 가만히 네게 기대었다. 아직 미약한 사람의 온기가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듯해 안심이 되면서도 두려워졌다.) ...죽지는, 마.
 
벨트란 테트라:왜, 살아서 계속 괴로웠으면 좋겠어? 너답네. 기분은... 글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헌신이고 사명이고 무어고 전부 사라지니까 기분 좋단 것 경계도 잃었지만. 대강 그런 소감이야. 나는 애초에 그 무엇도 될 수 없어. (애초는 아니었나... 하고 고민하는 태도가 유약하다. 견고하지 못해. 종랜 짜증스러운 어투로 마무리되었다. 한참의 간극 둔다. 습관적인 감정 표출조차도 지쳐 스러지는 기분.)
 
락테아:너는 내가 괴롭길 바랬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런 생각 한 적 한 번도 없는데. 아프면 사람이 꼬인댔나. 하긴, 넌 굳이 안 아파도 그런 사고방식이긴 했지. 잘됐네, 그거. 그냥 퇴원하면 이대로 민간인 해. (문득 고개 들어 네 얼굴 바라보다가 다시 기대었다. 그러다가 손 더듬에 네 마른 손 꾹 쥐었다. 지금 이 감정 해명하려면 한참을 돌아가 풀어야하기에 단순한 행동으로 이어냈다.) ...손, 잡아 줘.
 
벨트란 테트라:이타적인 빌런 나셨네. 퇴원은 무슨 퇴원. 솔직히 이제 가능할 거란 생각도 멍청한 거잖아. 피차 알면서도 남아 있는 너는 더 무지한 거고. 미치더니 좋은 머리까지 가져다 버린 모양이네. (침대 위 앉은 채로 고개는 벽에 기대었다. 들어가지도 않는 힘으로 네 손 훑다 서툴게 깍지 끼고 들어올린다. 손목 살짝 돌리어 네 손등에 건조하게 입 맞춘 것이 전부였다. 온기 한 점 없을지라도 서툴러 잡았다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그 행동 무마하려고 굳이...) 티아, 나 이제 그만 자고 싶어. 다 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네 향수에 수면제라도 들어 있나. ...그런데, 지금 잠들고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만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테트라가 감겨오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락테아:그래, 최근 들어서는 더 미쳐서 이제 이게 무슨 사단인지도 분간이 안 가는 것 같아. (실소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매도하는 거 아냐? 네 행동 바라보다가 괜한 불안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 싫어 여느때와 같이 말한다.) ...숙녀의 몸에 함부로 손 대는 버릇은 아파도 여전하고. 물론 이번엔 내가 먼저 잡긴 했지만. 닥쳐, 졸리면 자. 자는데, 시간 맞춰 깨울거야. 네가 안 일어나면 때려서라도 깨울거니까 그렇게 알아.
 
피로한 음성으로 당신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던 테트라는 곧, 낮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 이상은 힘겨운지 나지막한 힘으로 잡고 있던 손도 떨구어지네요.
 
한참 있다 다시금 한 번 더 노력합니다.
 
뼈가 돋아난 마른 손길로 느릿하고, 아주 천천히 당신의 뺨 언저리를 원망스레 쓸어 내립니다.
 
서느렇게 식은 체온에는 온기라곤 느껴지지 않아요.
 
뼈 마디에 접착된 살거죽의 감촉이 아리도록 슬픕니다.
 
...
 
어쩐지 이상해요. 테트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벨트란 테트라:어쩐지 이상해요. 테트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락테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테트라는 분명 진통제 때문에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죠.
링거액이 섞이고 나서 실제로 한결 나아진 것 처럼 보였는데... ...
잠깐만, 테트라가 입맛이 없다며 내려놓은 죽.
 
고개를 돌리자, 그릇 안에 있던 죽이 이상한 색으로 변모해 있습니다.
 
락테아:...?
 
뺨으로부터 손이 떨어지고,
 
억양 없이 부드러운 속삭임이 살결로 떨어집니다.
 
벨트란 테트라:있지, 락테아. ...잘 자. 비록 내가 가장 싫어하는 너지만.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모호한 표정으로 손길을 재촉하던 테트라는 엷게 미소를 그립니다.
 
포근한 이불 위로 맥 없이 내리앉은 손이 참으로도 차가워요.
 
...
 
또.
 
또입니다.
 
초라하고 간결한 이별을 끝으로 당신의 무언 감정 일부를 차지하던 이가 고요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간병인:그 숨소리는 참으로 얕고 유약해요. 온 세상을 거닐며 새로운 것들의 향취를 가쁜 날숨으로 들이마시고, 기쁨으로 내뱉던 이였죠.
 
상실은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서늘히 식어가는 체온, 답하지 않는 입술, 피로 젖어든 몸... ... 진정한 작별을 고한 이는 또 다시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요. 락테아.
이것으로 서른 두 번째 입니다.
 
어떤 안락으로도, 평화로도, 격려로도 막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 무기력함을 비관하며 상실을 곱씹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시간의 결에 마모된 당신은 다시 실패를 맛보고 말았습니다.
죽음으로 당신의 품을 달아난 이를 붙잡을 수 없었어요. 익숙한 이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선 이별이죠. 학습된 헤어짐은 슬픔을 간추리진 못했습니다.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요. 이 비탄을.
 
BAD ENDING 벨트란 테트라 로스트, 락테아 생환.
 
생환 보상,
 
없음.
 
.
 
.
 
.
 
하지만,
 
락테아.
 
당신은 또, 그 죽음을 막으러 가겠죠.
 
✎:테트라의 옆에 올려진 죽그릇이 보입니다.
아마 락테아, 당신이 돌아오기 전에 죽에 약물을 섞었을 거예요.
그 고통을 인내하기 힘겨워, 당신에게 진통제를 넣어달라고 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락테아. 돌아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락테아:...약물은 오래 아파서 싫은데. 어쩔 수 없지. 준비는 늘 되어있어.
 
.
 
.
 
.
 
✎:폐부에 밀려드는 거센 날숨에 락테아는 깨어납니다.
훅 끼쳐오는 과호흡의 전조 덕분에 기침이 목울대를 거칠게 긁습니다. 지독하게 소독된 알콜 비린내가 코 끝을 자극합니다.
새하얀 이불에 고개를 묻고 있던 락테아가 기침하며 고개를 들자, 어두운 방 내부가 눈에 띕니다. 창문에 드리운 빗소리가 잔잔히 귓가를 간질이고 있습니다.
비 얼룩으로 잔뜩 수채된 창가에 달빛이 요요히 들어차, 예쁜 그림자들이 이불을 잔뜩 수놓았네요.
지친 기색으로 잠든 테트라의 숨소리가 조금은 가쁘게 들립니다.
 
서른 세 번째네요.
 
늘 같은 장면, 같은 곳에서 깨었는데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당신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다시 또 보아야만 하겠죠.
 
✎:알 수 없는 병증으로 인해 더 이상의 치료를 그만둔 후 지속적으로 지내고 있는 곳 입니다.
통증과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내부 청결과 안락에 힘 쓴 공간이죠. 흰 벽지 옆으로 드넓게 트인 전창이 인상적입니다.
바깥을 나가지 못하는 테트라를 위한 배려였어요.
 
하지만, 이렇게 늦은 저녁에 바깥을 보아하니 굉장히 쓸쓸하고 초라하기만 합니다.
 
✎:나갈 수 없고, 걸을 수 없는 이가 지속적으로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에요.
옆으론, 늘 봐오던 지루한 구조의 침실입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빗소리를 가로지르는...
 
벨트란 테트라:... ...그래, 네가 나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 계속, 계속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구나. 최악이네.
 
당신의 머리맡 위에서 읊어진 테트라의 괴로운 음성이 원망과 애정, 증오로 젖어 있습니다.
 
실핏줄이 다 터진 짓무른 눈가로 당신을 마주하고 있어요.
 
이 얼마나 고단하고, 괴로움으로 얼룩진... ... 절명한 자의 애탄일까요.
 
떨리는 목소리가 볼품 없습니다.
 
벨트란 테트라:있잖아.
너는 미쳤어. 피차 알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짓거릴 해. 어떻게… 말했잖아, 아프다고. 다시는 견고한 히어로 따위 될 수 없고, 나는 모든 게 너무 원망스러워. 그만 놔줘. 이제, 이제 그만해도 돼.
 
눈물 섞인 간청은 당신에게 닿을까요.
 
여울진 투미한 빗무리가 테트라의 뺨을 가로질러 이불을 적시기 시작합니다.
 
락테아:...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았어? 너, 네가...(벌떡 일어나 네 낯 내려다본다. 왜 네가 울고 있어. 잠긴 목소리가 목구멍을 기어코 비집고 나왔다.) ...어떻게 된건데?
 
벨트란 테트라:닥쳐, 빌어먹을! 네가 나를 죽였어. 몇 번이고. (어조가 강해지다 기침 두어번 뱉고 손 세게 쥐었다. 손톱이 누른 부분은 희게 질렸다.)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더라. 꿈인 줄 알았어. 내 끔찍한 흉을 자꾸 들춰보는 게 결정적이었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물론 네게는 중요하겠지. 너는 죽어 마땅한 이기주의자니까.) 네 애정이 그딴 거야? 아니지, 날 위하는 척 쏟아내는 증오의 방식이 이런 거냐고. (난 마지막까지 세계에 헌신하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너 하나는... 정신 없이 뱉어내다 호흡이 부족했는지 무언지 말 뚝 멈춘다.)
 
락테아:...아냐, 아니야. 나는 단지 널 위해서...(내가 널 죽였다니, 그 반대잖아. 혼란스러운 얼굴로 어쩔 줄 모른다는 듯이 갈 곳 잃은 손이 허공을 맴돌았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입술만 한참 달싹이다 다물었다.) ...네가, 네가 미웠다면 내버려뒀을거야. 네가 그렇게 아파서,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다가 죽도록. 그런데 그러지 않았잖아. 나도 같이 그만큼을 나눠 가지며 널 살리려고, 내가 다시...(...) 왜 몰라줘?
 
벨트란 테트라:나는 그리 생각하기 싫어. 너는 원체 그런 애니까. 제정신 아닌 사고방식 때문에, 내 곁에 남고... 고통받다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기억을 선물했잖아. (말했잖아, 이해하려면 차라리 둘 중 하나는 숨 쉬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네 애정은 내게 짙은 난도질이라.) 난 아직도 생생해. 너와 함께 걸었던 곳들, 혹은 죽을 듯 후회했던 찬연한 과거. 내가 사랑했던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꾸, 자꾸만 꿈을 꿔. 내가 온전했을 때의 시간들이 나를 괴롭혀.
 
목소리가 기어코 갈라집니다. 표정은 무너졌고, 히어로 벨트란 테트라, 이제 그는 없습니다. 적어도 세계와 테트라 본인은 그리 받아들이겠죠.
 
벨트란 테트라:더 이상 제정신 아닌 채로 허튼 짓 하지 마. 티아,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고, 세계를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없어. 존재하는 것조차 버거워서…
이제 놓아줘. 증오한다면, 위한다면... 이제 말과 숨조차 지쳤다고 했잖아.
 
락테아:시, 싫어. 네가 날더러 살아가랬잖아. 네가 나한테 그랬잖아, 이도저도 되지 못한 채로 살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거야. 너도 이도저도 되지 못한 채로 살아. 내가 널 위한다고 하는 게 모순이고 네게 고통이면 반대로 말해줄게. 날 위해서 살아. 그런 관계 아니었어? (어그러진 옛 것 휘저어본다.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임에도 애써 이어간다. 얼기설기 들러붙은 감정들이 제멋대로 조잡하게 열을 이루었다.) ...생생하다면, 찬연하다면, 사랑했다면! 그럼 살아주면 안 돼? 나, 나한텐 네가 필요해. 난 네가 죽는 게 싫어. 그래, 인정할게, 나 이기적이야. 그러니까 네가 살면 좋겠어, 날 위해서. 이유가 중요해? 살아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아냐?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다. 소매로 눈가 거칠게 닦아 터져나오는 눈물을 애써 지워낸다. 목 메인 소리가 비져나온다.) 알아, 알아주면 안 돼? 왜 매번 너는 몰라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네 삶에 가장 집착하는 건 나란 말이야...
너는 내가 없어도 괜찮겠지. 날 없앨수도 있겠지. 그런데 난, 어느 쪽도 안 돼, 란....
 
벨트란 테트라:너와 나 사이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성립되지 못하는 모양이야. 옛적부터 그랬지, 한 걸음도 물러서지 못해서는 결국 서로를 갉아먹는 관계라고. 내가 이타적이라고 생각하는 너도 참 꾸준해, 락테아. 쓰레기의 사고 방식은 죄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고문은 또 처음이네. 축하해. (수없이 많은 이기심의 증명을 했으나 너는 하나같이 무시했잖아. 이번에야말로 정확하게 짚어줄게. 그 역겨운 이타심이라는 것 내게는 천성부터 맞지 않는데. 격통이 온갖 곳에 스민 몸 일으켜 가까이 숙인다. 한 팔로 네 허리 끌어안고 입꼬리 비튼다. 붉어진 눈가에 창백하도록 푸른 핏줄에 그다지 설득력 있는 협박 방식은 아니었다.)
 
테트라는 울음을 혓속으로 억누르며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묻습니다.
 
꾹, 꾹 억눌러 참는 그 목소리가 참으로도 가여워요.
 
하지만, 하지만... ... 그래도. 테트라는 당신에게 짐이 아니니까요.
 
락테아, 당신의 손등에 얼굴을 묻은 테트라의 고요한 목소리가 멎습니다.
 
창문을 두들기는 빗줄기의 소음만이 두 사람의 공허를 가득 메우고 있어요.
 
여태 잔잔했던 테트라의 온갖 감정이 일렁이고 말을 토해내느라 거칠었던 호흡 소리는 점점 잦아듭니다.
 
더운 호흡이 손바닥에 닿았다 멀어집니다.
 
깊은 우울로 수장된 이 방 안에서, 두 사람이 고요로 질식할 듯 침묵만이 지속됩니다.
 
참, 따뜻한 호흡입니다.
 
참, 따뜻한... ...
 
따뜻한?
 
락테아, 당신은 손바닥에 마주닿인 더운 호흡에 끈적한 것이 와닿는 것을 느낍니다.
 
✎:방이 어두워 달볕에 겨우 비친 테트라의 홍채가 빛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의 속눈썹에 매달린 무언가가 뺨을 가로지르자,
거친 채도로 이불을 오염시키는 피웅덩이가 보입니다.
 
초록 눈 아래, 투명한 피부 아래 목덜미 깊숙하게 찔러넣어진 의료용 메스가 차게 반짝입니다.
 
이제 그 어떤 음성도 낼 수 없는 테트라는 덜덜 떠는 손길로 당신의 손목을 붙들고 그 무엇도 하지 말란 듯 고개를 좌우로 내젓습니다.
 
허리를 짙게 감았던 손이 떨어져나가고.
 
진득한 감정으로 범벅된 입술로 천천히 어물이며 그 모양이 단어 하나를 만들어내요.
 
살아가.
 
채 목소리로 내지 못한 이의 마지막 음절이 꿈뻑, 꿈뻑 입술로 만들어집니다.
 
✎:엉망이 된 낯으로 알 수 없는 죽음을 다시 또 마주케 합니다.
왜, 왜. 알 수 없는 말만을 늘여 놓은 채 자신의 곁을 떠나기만 하는 걸까요.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어요. 이해할 리 없어요.
 
무언가 말해주기라도 할 순 없었던 걸까요?
 
✎:...피로 엉망이 된 침실 내부는 지독하게 조용합니다.
 
또,
 
또입니다.
 
초라하고 간결한 이별을 끝으로 당신의 ... ...이가 흰 침상에 고꾸라집니다.
 
✎:그 언어는 참으로 다정하고 잔악했으며, 아팠습니다.
건네었던 영광의 가시면류관, 증오하나 차마 지울 수 없던 지난 날들. 또, 침묵은 지독하게 익숙합니다.
우울로 단절된 입술이 더는 세계와 헌신을 말하지 않았어요.
 
진정한 작별을 고해하지도 못한 이는 당신을 떠났어요.
 
✎:그래요. 락테아.
서른 세 번째 입니다.
 
어떤 안락으로도, 평화로도, 격려로도 막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 무기력함을 비관하며 상실을 곱씹을 수 밖에 없겠습니다.
 
✎:시간의 결에 마모된 당신은 다시 실패를 맛보고 말았습니다.
죽음으로 당신의 품을 달아난 이를 붙잡을 수 없었어요. 익숙한 이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선 이별이죠. 학습된 헤어짐은 슬픔을 간추리진 못했습니다.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요. 이 비탄을.
 
.
 
BAD ENDING 벨트란 테트라 로스트, 락테아 생환.
 
생환 보상: 없음.
 
수고하셨습니다.
 
... ...
 
하지만,
 
여태 해온 일인 걸요. 수고의 영광까지야...
 
당신은 또, 그 죽음을 막으러 가겠죠.
 
락테아:(천천히 눈 깜빡...)(그래야지. 그렇게 시작했으니까.)
 
.
 
.
 
.
 
흐느낌조차 침묵된 고요로 가득한 그 내부에 조그마한 빛이 깜빡입니다.
 
테트라가 사용하던 노트북입니다. 어째서 저절로 켜진 걸까요.
 
락테아:...?
 
본디 비밀번호 입력 창이 있었던 화면은 모르는 내용이 떠 있습니다.
 
摩頂放踵
 
화면은 두어번 깜빡 거리다가 새로운 문장을 다시 띄웁니다.
 
이해할 수 없는 구절이 화면에 떠오르고, 곧 검은 화면으로 변모합니다.
 
마지막.
 
당신은 직감할 수 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모든 것을 소비한 하루의 끝. 다음 루프가 마지막이라는 것을요.
테트라는 왜 자살하게 된 걸까요, 그렇게 아픈 표정으로 반복하여 떠나게 됐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락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락테아:...마지막으로, 이유라도 들을 수 있다면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래요. 절대 잃지 말아야할 것이, 절대적으로 되찾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야 할 시간이에요.
 
✎:폐부에 밀려드는 거센 날숨에 락테아는 깨어납니다.
훅 끼쳐오는 과호흡의 전조 덕분에 기침이 목울대를 거칠게 긁습니다. 락테아가 기침하며 고개를 들자,
 
기괴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사람의 내장과도 같은... ... 기이한 물질이 온 곳에 끼어 있습니다.
 
두근거리며 맥동이 뛰는 양... 그것은,
 
그것의, 핏대가 움직입니다.
 
테트라는 혈관으로 헝클어진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습니다.
 
이불 대신, [기이한 줄기]들이 테트라를 감싸고 있습니다.
 
락테아:...이게, 뭐야?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별...피해는 없겠지?)
 
혈관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그것은 테트라를 감싸고 있습니다.
 
마치, 그 침대에서 더는 일어날 수 없게 하려는 듯한 느낌으로요.
 
✎:기이한 틈 어귀 사이로 테트라의 하반신이 보입니다. 발등, 발목, 종아리, 허벅지... ... 하반신 전체를 감싼 기이한 상흔이 점점 더 번져 오르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타고 올라 상체를 물들이려고 합니다.
 
깜빡, 깜빡.
 
...빛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돌리면, 책상에 기이한 줄기로 하나가 되어 있는 노트북이 점멸하는 불빛입니다. 어두운 내부를 아스라이 비춥니다.
 
락테아:(...?)(노트북 화면 살핀다.)
 
화면에 글자가 떠오릅니다.
 
PASSWORD
 
_ _
 
락테아:...? (두 글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두 글자로 비어 있네요.
 
락테아:(고민...한다...)(그동안 내가 봤던 것들 중 한 단어인가...?)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눈 질끈..........)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바로 전... 기이한 글씨가 떠올랐던 기억이 나요.
 
당신은 그를 위해 마땅히 OO 할 수 있는가?
 
그가 목맸던 것, 당신이 그토록 포기하길 바란 것. 자신을 마모시키면서까지...
 
남을 위하는.
 
락테아:(허...헌신...?)(입력해본다...)
 
.
 
.
 
.
 
노트북의 화면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락테아 당신의 눈 앞이 흐려집니다.
 
희뿌연 안갯속을 헤매는 감각이에요. 시선이 검게 물들었다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두 사람이 보입니다.
 
고등부의 벨트란 테트라는 두 다리로 뛰며 웃은 채로 당신에게 손을 내뻗습니다.
 
"놓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유치하지만. 덧붙는 말은 장난스럽고, 어리고... 그래요.
 
지긋지긋한 회상의 일종일까요.
 
과거의 기억 중 하나인가 봐요.
 
느슨한 흐름을 갖고 영사되는 장면 하나하나가 심장을 후벼파는 것만 같습니다.
 
이파리는 생기를 머금었어요.
 
이어 매끄러운 책갈피의 형상,
 
✎:그리고 당신의 손목을 조심스레 그러쥐고 히어로의 미래를 약속하는 장면.
졸업식 당일의 산란하는 찬연 닮은 계절…
 
낡지 않은 편지지는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쓴 것이 티 납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서로의 향수 옮겨진 편지지를 들고 부드러이 웃습니다.
 
이타심, 영예, 추억.
 
우리가 사랑했던...
 
.
 
.
 
.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요.
 
몸을 웅크리고 있는 테트라가 보입니다.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아요.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들립니다.
 
고개를 내저으며, 테트라는 죽을 듯 간청합니다.
 
그림자는 웃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요.
 
무어라 속닥이는 듯 흉측한 아가리는 몇 번 입모양을 달싹입니다.
 
가만 고개를 주억이며 슬픔을 목 놓던 테트라는 지독하게 괴로워 보여요.
 
그림자는 곧 몸을 흩뜨려 테트라의 발등으로 쏟아칩니다.
 
검게 물든 상흔을 문지르며, 테트라가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읊습니다.
 
소리가 멀어집니다.
 
...
 
탈색된 시야가 원점으로 돌아오고, 꿈틀대는 기괴한 이곳으로 당신은 되돌아옵니다.
 
✎:모든 게 농간이었던 걸까요.
다시 되돌렸던 과거는,
죽음을 막으려 했던 서른 네번의 기회는,
헛된 일이었던 걸까요?
 
참담한 얼굴로 앉아 있는 테트라와 눈이 마주칩니다.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엉망으로 치우쳐진 문장을 토해냅니다.
 
벨트란 테트라:어째서, 왜. 왜 다시 돌렸어. 이럴 것까지는 없잖아. 너, 이딴 선택을 할 만큼 무지하진 않잖아.
 
원망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드높아집니다.
 
락테아:...어떻게 알아, 네가? 이게 다 뭐야? 어째서, 라는 질문은 내가 너한테 해야지. (...) 무지하지 않으니까 이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주면 안 돼?
 
벨트란 테트라:절대로. 난 지독한 이기심으로... 네게 관련한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거야. 실컷 원망이나 하고 비루한 감정만 토해내다 시간을 보낼 거라고. (숨을 진정시키고,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꼴로 묻는다. 묻는다기보단 애원에 가깝다. 과거 내보여왔던 빈정거림이나 추레한 말은 없이.) 어떻게 하면 놓아줄래? 수십 번 나를 죽였으면 되었잖아. 날 위한다고 진창으로 밀어넣는 건 이쯤하면 됐잖아. 티아. (두 손에 얼굴 묻어 시선 흩트린다. 목소리가 이리저리 눌려 온전치 못했다.) 네가 원하는 말은 전부 해줄게. 제발, 마지막으로 날 한 번만 살려줘. 내가 동경하는 이상의 벨트란 테트라라도 살아갈 수 있게 놔줘. 역겨운 흉이 진 육체만 죽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니까. (그래, 빌었다. 가진 전부를 내려놓고 간원한다. 그저 지치고 아프다는 이유만 대가면서.)
 
락테아:말해주지 않으면 나도 널 놔주지 못해. (...) 네가 죽는 횟수만큼 나도 죽었어. 그러니까 이 정도 대답을 요구할 권리는 나에게도 있어. 그리고 말했다시피 네가 아니라...(입술 꾹 깨물었다.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며 남의 목숨 연명시키는 것은 쉽지 않구나.) ...나를 위해서, 살아가달라고. 당치도 않은 얘기지만. 빌런과 히어로가 아니라, 친구...였던 사이로 나 역시 애원할게. (너와 눈높이 맞추려고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자세 고쳐앉을 생각 없이 텅 빈 눈으로 바라만본다. 어디서부터 엉킨 것인지, 그 매듭 풀 수는 있는 것인지. 한참을 간원하는 널 응시했다. ) 그럼 내가 너한테 어떤 형식으로 애정을 베풀어야 해? 우리 사이에 일반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멀쩡한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게 가능했던가?
아, 아니지...애시당초 네가 널 향한 내 감정을 읽어낼 수는 있어? 어디부터 어디까지? 내가 널 죽인 게 아니라, 네가 날 죽였어...
네가 빌어먹게 아프지만 않았어도 이런 괴팍한 방식으로 애정 표현하진 않았을거야.
 
벨트란 테트라:빌런 어디 안 가네. 너는 끔찍한 사람이야. 그걸 알아야 해. (자조 한껏 담긴 입매가 웃었다. 가라앉은 눈은 지칠 대로 지쳐서 그 빛을 잃었고 어쩌면 어두운 공간 탓에 잿빛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증오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이가 어디에 있어. 성립이 안 되잖아. 허튼 회상 끌어오지 마. 그걸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후회하는 것조차 힘이 드니까. (살려달란 애원을 마지막으로 굽히고 들어가는 듯한 문장은 끝을 맺었다. 느릿하게 네게로 시선 옮긴다. 내려다보는 태가 전부 포기한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히어로란 명명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상적인 시선.) 응, 그러네. 불가능해. 이것도 애정이라면 수용해야 할까. (확연히 애정이다. 아끼는 마음으로, 각자의 욕심에서 기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고 있는, 폭력적인 애정. 수차례의 살해를 걸쳐야 비로소 증명되는 사랑이라. 기이하고 기괴함이 틀림없었다.) 되돌릴 수 없으니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은 채로, 그냥 같이 있자. 우린 항상 그래왔잖아. 한 숨 한 발자국 내어주는 것조차 못해서 매번 깨지고 부서져 온 것 알잖아. 이번에도 같은 거야. (말 끝내고서 한참의 시간 흐른다.) 나,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어. 네게 내 상흔을 옮기게 하는 것. 하지만 어쩌겠어··· 나는 어쩌면 너보다 더한 이기주의자라 혹은 겁쟁이라 그따위 짓은 못 했지. 감내하는 게 체질이거든. 목숨을 스스로 끊으면 이 모든 연쇄를 끝내주겠다고 했어. (격통에 얼굴 확 구겼다가 힘겹게 잇는다. 잠시 뚝 하고 끊긴 말 사이로 야트막한 웃음소리가 났다.) 그런데 웃긴 게 무언 줄 알아? 네게 이 사실을 말하면··· 그 누구도 살 수 없다고 했어. 네가 먼저 날 죽이는 짓 시작했으니 끝은 내가 맺어야겠다. 또 널 죽일 거야. (나 또한 면치 못하겠지만. 전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치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듯한 비교적 생기였다. 적어도 애원하며 빌빌 길 때처럼 우울해 보이지는 않았다.) 만족해? 이를테면 함께 파멸한다는 정도겠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낭만적이라고 여겨, 티아. 네가 먼저 물었고, 물러서주지도 않았잖아. (악랄한 책임 전가다. 젠장할, 이제는 진짜 아무도 지킬 수 없게 되었어. 최후로 지키고자 했던 너조차. 정말로 내 사명 신념을 잃은 거야. 일말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네가 망가트렸으니까.)
 
락테아:...그런 건, 이타적이라서 못했다고 하는 거야, 멍청아...(모든 말 받아들이고도 머리로 이해하기 벅차 막혀오는 숨을 애써 골랐다. 그렇구나. 이 모든 건 너와 내 각자의 애정에서 기했구나. 충돌한 건 감정이 아니라 표현 방식일 뿐이었으니.) ...아냐, 만족해. 그 파멸의 원인이 적어도 세계라던가 헌신 같은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아니니까, 충분히 낭만적이야. 아주 로맨틱해. 응, 우리한테 걸맞는 결말이라고 생각해. (말미에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야 말았다. 종내 미친 것인지 주저 앉아 실실 웃기만 한다. 두 손으로 제 얼굴 덮고는 가만히 말 잇는다.)
너도 참 머리가 안 돌아간다. 내가 그렇게 미웠으면 망설이지말고 그 상흔을 내게로 옮겼어야지. 네 입장에서나 세계의 입장에서나 제법 좋은 결말일텐데. 히어로랑 빌런의 목숨을 저울질 해봤을 때 가치 있는 건 전자니까. 악인에 대한 징벌인 걸로 했어도 재밌었을텐데. 그럼에도 끝끝내 매듭을 지으려는 네가 우스워. 기만적이야, 아주. (내가 할 말은 아니긴한데. 덮었던 손 내리고 천천히 몸 일으켜 네게로 걸음 내딛는다. 이윽고 네 앞에 지친 채로 섰다. 눈에 담기는 네 상에 가슴이 이유 모르게 저려온다. 다만 그 이유가 순수한 애정이 아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너 못지않게 야윈 손 들어 천천히 네 머리칼 쓸다가 이마끼리 맞대었다. 나직하게 입술을 밀고 나오는 그 언어가 너무나도 쓰라렸다. 나 영영 널 진심으로 미워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망가트렸어. 다만 그건 널 향한 애정에서 비롯한 내 이기심이란 것만 알아줘. 이 순간에도 꿋꿋이 밀어붙이는 이 감정이 그저 증오만은 아니란 것을 알아줘. 란, 나는...너를 애정해. 증오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야. 아니, 애당초 증오하지는 않았는데. (눈 길게 감았다 뜨니 흰 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기억을 회고하고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적어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음을.)
...란, 지키지 마. 나는 네게 지킴받을 자격이 없고 너는 세계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어. 그냥 살아. 그냥, 그렇게...아직 너는 하나의 인간이잖아.
나랑 다르게 그 인간성을 버리지 않았잖아. 잃은 채로 살아.
 
벨트란 테트라:너는 모든 걸 이타심으로 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실상은 그게 절대 아닌데도. 봐, 죄 이타심의 이름을 하고 있는 무형의 것들이었다면 넌 진작 행복해졌겠지. 이 죄가 이타심이라면, 아주 무겁고 자기희생적이면서 짙은 결일 텐데. 그만큼 네가 나아져야 하는 거잖아. 하지만 지금 우리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어디 멀쩡한 사람 하나 없이 엉망진창에 곧 있으면 사이좋게 침전물의 잔해 따위로 남을걸. 아니, 운이 나쁘면 그조차도 찾아볼 수 없겠다. 그렇지. (결론은 되돌아 같다. 너는 선의를, 나는 악의를 주장하는 것. 우리의 끝은 언제나 그곳에서 맺었더라. 중등부도, 고등부도, 졸업하고서 이제는 다 해진 편지지에서까지. 참으로 지긋하고 오래된 연이다 결말을 낼 때가 되었다. 어깨 언저리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정리할 생각조차 없이 말하는 투는 더러 기분이 불유쾌할 때만 그러하듯 얌전하기 짝이 없다 결단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 묘사의 한계가 이쯤이다.) 피차 안 돌아가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게 아니었음 이러고 있지도 않았겠지 티아. 끔찍하도록 멍청한 논제에 아무런 소용도 없는 근거 붙여가며 말 늘일 바에야 욕이라도 지껄이지 그랬어. 장단 맞추어 몇 마디 더 해볼까 그럼... 그것도 욕심이야, 젠장할. 그래! 욕심이라고, 전부. 아무리 말해도 네게는 소용이 없어. 나는 그 점이 가장 싫어. 역해서 죽어버릴 지경이라니까 알아들어? 인간인지라 죄책감 같은 것들 밀어닥쳤고 그때문에 포기한 거야. 얼떨결에 네게 줄 수 있는 고통을 약간 감내하기야 했지만 감정적인 것에 비해선 그 아무것도 아닐 테고 그게 전부야. 그냥, 정말로. 방관했을 뿐이야. 더이상의 사족은 붙이지 말아 악인이든 무어든 중점은 네가 지금 당장 빌런이 아니라 락테아라는 데 있으니까. 곧 죽을 테지만 그 전에 죽어버릴 것 같아서. (가까워진 줄로도 모르고 편협한 말로르 토해내었다 깊이서부터 이끌어내는 말 틈 하나하나 그 사이에는 끈질긴 지긋지긋함이 스미어 있다 정말이지 오래도 견뎌내어 켜켜이 쌓여버린, 부패한 덩어리의 극히 일부.) 잘 됐네. 나는 너를 증오해.
그리고 나를 애정하는 너를 증오할 수 있어서 기뻐. (어쩌면 애초부터 악의로 점철된 증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그 몇 문장 이후로는 속내를 당최 끌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쉬운 말로 거짓이라고 하던가 쇄도하는 이물감은 심장으로부터의 비롯됨이라. 감각의 감정의 그리고 문장에서도 차마 애정을 논할 수 없었다 전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추억조차 스미게 둘 수 없다 자질구레한 조각들이 섞여서 손 대는 즉 저를 파고들 것이란 확신이 터무니없이 뿌리내려서. 겁이 많다. 지금 이 시각에는, 차마 이겨낼 수 없는 장애물이 많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몸 상태와는 일절 연관이 없는 불명예적 멸절이다.) 그리 생각해 그럼. 너는 내 수단이고 내 생명의 세계의 것이니 나는 순리를 따르는 것뿐이라고. 감정적 개입은 없이. 애정과 증오와 친우 회상 따위 읊기에는 인내가 턱없이 부족해. 티아, 나는... 있잖아, 사실 네가 무어든 개의치 않았나 봐. 인간성이고 무어고 그저 존재했으면 하니까. 틀에 맞추어 재단하는 건 불능하단 결과를 알아서 이런 말 건네는 걸지도 모르겠다. (말이 혼란하다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횡설수설 실의 가닥처럼 계속해서, 다시금 늘어놓는 괴이한 문장들이 차라리 네게 닿지 않았으면 한다.) 죽을 거야, 티아. 이제는 살라는 말 하지 마. 서로의 동시 절종 죽음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방금 말했잖아. 내가 네게 진실을 털어놓는 순간 그리될 거라고. 어쩌면 이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릴 수도 있어. (다행히 그렇진 않네. 하지만 곧일 거야. 야트막한 중얼거림이 습관적 다정을 모방한다 오직 네게만 건네는 모자람이다. 정의나 헌신 혹은 정립, 논리와 용기 따위는 저리 내던진 꼴이 보일 것은 차마 못 된다.) 끝이 고지인데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나 있을까.
 
락테아:그야 네가 이타적이니까, 멍청아. 이타적인 걸 이타적이라고 하지 뭐라고 해. 다른 이름을 붙일까? 네 이름으로, 벨트란 테트라라고. 내가 행복해지지 못한 건 내 선택의 결과야. 그러니까 네가 그것에 대해 가타부타 별다른 말 얹을 필요는 없어. 너와 나는 각자의 이유로 그렇고 그런 전개를 펼쳤고, 그런 결말에 다가가는 거니까. (전엔 네가 이렇게 말해주었던 것 같은데, 이젠 내가 말하네. 실소했다. 이마 맞대고 속삭이는 그 목소리 어울리지 않게 퍽 다정했다. 낙엽의 빛깔이 흩어지는 그 사이에 투명한 살구색의 손등이 교차해 비쳤다. 가느다란 그 손가락이 머리칼 훑을 때마다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럼 내가 미운만큼 날 사랑하겠네. 미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도 없잖아. 우린 그런 관계잖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네가 날 미워해. 기쁘다, 결말 끝에 네 입으로 사랑한다고 들을 수 있어서. 이게 우리 사이엔 보통의 감정이잖아. (이지러지는 표정 가까스로 붙잡아 입꼬리 애써 끌어올렸다. 울지 않으려고 입술 깨물며 바로 네 낯 마주했다.) 죽지 마. 아직 종지부 찍을 때가 아니야. 아직 내가 네 목에 창 겨누지 않았잖아. ...겨눌 일 없을 거고, 넌 죽을 일 없어. 그리고...설명해줄까. (맞대었던 이마 떼어 한참을 네 얼굴 바라보았다. 수백번 보았던 그 얼굴 사이에 열여덞 그리고 열다섯 적의 인상이 겹친다. 변하기도 많이 변했구나. 구겨지면서도 애써 웃던 낯의 뺨 위로 미지근한 것이 흘렀다.)
알아서 생각해. 무어라 생각하든 좋아. 그런데, 이것만 알아둬. 나에게는 널 진심으로 증오할 이유가 없어. 겉으로는 그래 보일지 몰라. 그런데 그 증오 얼마나 두껍겠어. 막상 파헤쳐보면 네가 기겁할만한 것들이 더 많을걸. 말해줄게, 몇 번이고. 널 애정한다고. 네가 나를 증오하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그리고 너는 여전히 나에게 다정해. 그게 죽고 싶을 정도로 싫겠지, 너는? (천천히 손 들어서 네 머리 쓸어내렸고 이내 거두었다. 무슨 결말이든 수용할게, 그럼.)
전했으니까 이제 상관 없어. 진실을 알았으니까 됐어. 너한테 미움 받아도 상관 없다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듣고보니 마냥 그건 아닌가 봐.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 않네, 이거.
 
마지막 문장이 마쳐지자, 주위가 무너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검은 혈관으로 얼기설기 엉켜 있던 내부가 진동합니다.
 
침대에 묶여 있는 테트라는 움직일 수 없었죠.
 
벨트란 테트라는 팔을 뻗습니다.
 
가까이로 서 있는 락테아의 손을 다소 우악스레 그러쥐고,
 
이제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입니다.
 
정말, 모든 것의 끝이네요.
 
벨트란 테트라:마지막 영예를 나눌 시간이야, 락테아.
 
섧은 미소가 참으로 슬퍼 보여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서로를 위해 몇 번이나 선택한 죽음이 지금에서야 끝을 맺고 진정한 안식을 줄 거예요.
 
두 사람의 평화라는 건 그런거겠죠.
 
.
 
.
 
.
 
눈을 감습니다.
 
처음으로 테트라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작별은 없을 겁니다. 둘은 영원히 함께일 테니.
 
컴컴한 낙원의 아래에 그들이 천천히 수장됩니다.
 
먹빛으로 얼룩진 꿈 속으로 아득한 기행은 이제 여기서 마쳐야 할 시간일 거예요.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
 
핏물을 게우며 침실을 옥죄던 혈관들,
 
질척이는 벽, 깜빡이는 노트북.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끔해진 그곳에서, 유일하게 두 사람만 없어요.
 
아침의 따사로운 볕이 들어옵니다. 수 없이 돌던 밤의 끝이었어요.
 
빛이 되어주진 못해도
 
함께 그늘에 잠겨들 수는 있을 테니.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