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제로 벨트란] 시월의 눈

1975°F 2022. 9. 17. 22:24

 

 

준비가 됐다면...
 
제로 야옹!
 
제로:(아진짜싫어)야옹................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만족~
 
그럼 세계를 한 번 열어봅시다
 
출발!
 
...
 
.
 
.
 
.
 
당신의 체중을 버티는 목재가 삐걱입니다.
 
버텨 서는 것이 고작인 나뭇더미에 당신은 체중을 실어 밟습니다.
 
고작 한 풀의 목숨을 꺾는 것이 왜 망설여지는 것일까요.
 
그것도 한때 전우이자, 옛적엔 친우였던 벨트란 테트라를 가여히 죽여버린.
 
악독한 살인마, 지독한 범죄자, 끔찍하게도 인간같은 존재.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이 모습 또한 여실한 진실이겠죠.
빛나는 거울을 통해 비추어지는 모습은 당신이 죽여버린 벨트란 테트라의 색채입니다.
목덜미에 둘러 맨 밧줄은 이미 목과 몸뚱아리를 분리한 듯 이질적입니다.
익숙치 않은, 아니… 동시에 익숙한 낙엽 빛과 녹색 눈.
분명 찰나의 이전엔 분명한 저였음에도.
 
거울을 다시 훑어 보아도,
 
눈을 깜빡여도,
 
생명력 없는 손길로 차가운 거울을 만져도 그 색은 변함이 없습니다.
 
흘러내리는 머리칼부터 거울을 응시하는 눈까지,
 
모든 것이 당신이 기억하는 그 색깔입니다.
 
꿈이라면, 왜 이런 메마른 악몽을 꾸어야 하는 건가요.
 
적진조차 아닌 전우를 죽이고도,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일까요.
 
제로: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눈 깜빡...)
 
이성 5 감소.
 
제로 베르첼, 일시적 광기 실시간 판정.
 
제로:
광기의 발작 - 실시간
필사적인 도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최대한 멀리 도망칩니다. 1D10 라운드 동안 계속 도망칩니다.
For 2 rounds.
 
음...
 
실시간 재판정! 다시 한 번만 굴려주세요.
 
제로: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심신성 장애:
심신증으로 인해 1D10 라운드 동안 눈이 안 보이거나, 소리가 안 들리거나, 사지가 안 움직이게 됩니다.
For 2 rounds.
 
제로 베르첼, 1d3 판정.
 
제로:3
 
오른 눈의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마치 블러라도 친 것처럼요.
 
어찌되었든, 무어가 되었든 이곳은 현실.
 
당신이 건조하기 그지없는 무감을 가지던 그간의 시간도 진실,
 
죽음을 결심하고 새하얀 목덜미에 밧줄을 감아내던 것도 진실,
 
✎:때가 언제건, 저 녹색을 보자면 당신은 한 사람을 두 번 죽이게 될 것입니다.
끔찍하게 잔잔한 이 현실은 무얼 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거울을 다시 응시하면, 테트라의 머리색과 눈 색을 한 당신이 목에 밧줄을 매고 서있습니다.
피폐하고 창백한 몰골은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사라질 것 같습니다.
비춰진 생기 없는 눈동자가 죽음 직전의 테트라의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 같아, 기묘한 소름이 돋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세월과도 같은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당신의 무게를 버티던 낡은 나무 의자의 다리가 무너집니다.
 
당신은 예상치도 못하게 그 자리에서 휘청입니다.
 
...아, 이대로 죽는 건가.
 
계획한 죽음조차 이룰 수 없다는 점이 우습네요.
 
어쩜 당신은 제대로 하는 일이 없습니다.
 
테트라의 죽음부터, 테트라의 색채를 한 당신의 죽음까지.
 
✎:중력의 힘은 감히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당신은 땅에 이끌려 목이 죄입니다.
숨구멍이 막혀 내뱉지도 못하고 삼킬 수도 없습니다.
세계와 단절된 공기는 산소가 고갈되어 금방 눈 앞이 새하얘집니다.
테트라가 죽었던 그 날의 눈밭처럼… ….
 
그래요,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몰라요!
 
생각 없이 몰려오는 죽음을 맞이합시다, 우리!
 
장송곡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곡이 좋겠습니다.
 
고난 겪은 자에겐 복이 있나니.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오.
 
✎:마치 살인자인 당신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 같지 않습니까?
허무한 삶에서 벗어나 구원받읍시다.
무가치한 목숨을 고난으로 치환합시다.
 
...
 
✎:새하얀 눈길이 평안해질 즈음,
거두어진 숨이 잦아들을 즈음… ….
 
당신의 죽어가는 몸을 누군가가 잡아 비틀어 자유케 합니다.
 
제로:(아...)
 
금단의 숨은 미치도록 달콤합니다.
 
천장에 달린 줄에서 떨어져 낙하하여 팔다리에 감각이 사라져도 말입니다.
 
✎:우습지 않나요?
죄를 저지른 자에게도 생이 따뜻하다는 점이.
시야는 여전히 흐릿하여 초점조차 잡히지 않지만,
죽어가는 당신의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만큼은 익숙합니다.
한 번의 죽음 뒤로 바로 마주한 이는 다름아닌 자신의 색.
자신의 색채를 한, 자신의 색채와는 다른 이.
 
✎:제로는 두 눈을 뜨고 자신을 마주합니다.
 
끔찍하고 추악한 그 살인마.
 
벨트란 테트라를 세상으로부터 앗아간 악마의 형색.
 
하지만 내려오는 제 녹빛 시선은 명백한 타인입니다.
 
마주한 적 없는 색의 익숙한 자신.
 
...이 자는 누구인가요?
 
제로: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벨트란 테트라:...제로 베르첼.
 
시선 너머 창가엔 어느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형적인 시월의 눈.
 
비도 눈도 눈물도 아닌 그것이, 훨훨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본디 물이었던 것이 얼어붙어 형을 잡더니 다시 추락해선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마치 원래부터 없던 존재처럼… ….
 
허상처럼,
 
환영처럼!
 
당신이 죽인 그는 당신의 이름을 읊습니다.
 
제로:(잠시 비틀대다 희미한 시야에 힘 준다.) 당신......
 
벨트란 테트라:아직 겨울이야. 사체가 얼어붙기에 좋은 날씨기는 하지만 한 번으로 족하지 않나... (담담히 내뱉는다.) 기분이 어때?
 
제로:(도통 적응할 수 없는 이질적인 낯에 잠시 눈 뜨기를 포기할까 생각이 스친다.) ......답할, 기분이 아니에요, (침묵.) 저를 왜 살렸죠...... 스스로가 가여워서?
 
벨트란 테트라:그러게. 내 생각에는 네가 도망치려는 걸 막고 싶었던 것 같네. (조금 전의 내가.) 차라리 복수나 용서 따위의 답을 기대하지 그랬어. 혹은 환각이라고 치부하든가. 도망치기에는 일러, 네게 아직 죄가 있잖아. 아니야? (여기에 있는 내가 그 반증인데.)
 
제로:......내버려두세요, 제가 제 눈으로 모습을 보는 건 여간 끔찍한 게 아니거든요. (라기에는, 생전 제 손에 죽었던 사람에겐 죽음을 허락하는 지독한 헌신은 없었던가...... 생각이 머물자 감았던 눈을 뜨고 반듯이 웃는다.) 그래요, 제가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벨트란 테트라:(붉은 눈이 창가에 가닿았다. 낡은 의자를 정리하는 새 옅은 머리칼 한 줌이 어깨로 흘러내린다.) 생에서든 사에서든 존재하기만 했으면 하고 바라니 어떻게 하든 상관 없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이타심에 헌신하기를 거부했으니 네 죄악 심판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가 봐, 내가. 달리 바라는 건 없고, 하나만 대답해 봐. 지금 네가 제정신인지 알려줘. (이를테면, 비정상의 색채 같은 근거.)
 
제로:(네 행동 하나 빼놓지 않고 가만히 눈에 담아낸다. 이윽고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대답에 탄식 비슷하게 차가운 숨 내뱉는다.) ...... ......그러면 미쳤게요. 사실 조금은 미쳤다고 생각도 했는데요. 아니, 미쳤는지도...... (개의치 않은 양 막연히 하늘 올려다본다.) 제가 미쳤는지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죠, 만일 어떻게 해도 괜찮다면 거기 계세요. 마저 하던 거 할게요. (멀찍이 던져진 밧줄 질질 끌어온다.)
 
전에 비해 다시 몸에 피가 도는 것만 같습니다.
 
박동하는 심장은 혈액을 운반하여 산소를 공급합니다.
 
진정된 숨은 고르게 퍼집니다.
 
✎:추위에 새하얗게 피는 입김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추위에 새하얗게 피는 입김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래요. 당신은 빌어먹게도… 살아있습니다.
 
그 날의 그 때, 그 계절처럼… ….
 
오늘은 시월임에도 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고,
 
당신의 눈 앞에는 죄인의 껍데기를 쓴 자가 교차합니다.
 
운명이란 이리도 경이롭고 신비합니다.
 
시적으로 하자면...
 
죄인과 그 죄의 결과물의 구원적 만남.
 
혀끝에 쓴맛이 감도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
살인을 저지른 것은 분명 당신이지만,
당신의 색상은 테트라이며,
당신의 눈 앞에 자리하는 것은 그 악역의 색입니다.
 
제로:(지끈...)
 
제로 베르첼, 밀려오는 무감에 죽음이 그립나요.
 
✎:책상 위에 자리한 탁상 달력을 보면 시간은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죽음을 결심한 그 날, 그 자리, 그 장소.
만일 눈 앞의 자가 죄를 저지르기 이전의 당신이고,
당신이 그를 말릴 수 있는 시점의 테트라라면,
분명 그의 죄를 대신 치루어주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입니다.
목숨은 눈의 결정과도 같아서, 금방 사라질 터이니.
 
✎:하지만 지금은 분명한 미래입니다.
그 날, 그 절망의 날의 딱 칠일 뒤.
당신은 그저 죽고자 했을 뿐인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요?
 
테트라는 일어서서 느리게 당신의 손목을 잡아냅니다.
 
벨트란 테트라:아직, 기다려. 내가 결정을 못 했거든. 어떻게 할지. (조금만 더 살아. 그토록 죽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내가 네 죄악이 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겨울을 들이켜.) 그래줄 거지? 오래도록 살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잠깐인데. (이 정도 부탁은 해도 괜찮잖아. 부탁이 안 되면 그 다음은 강요겠지만.)
 
테트라는 당신의 손에서 밧줄을 앗아간 후, 차갑게 식어버린 벽난로에 장작과 함께 집어넣습니다.
 
며칠 내내 쓰이지 않고 잿더미만 날리던 벽난로에서,
 
간만에 따스한 온기가 피어오릅니다.
 
✎:타닥이며 붉게 타오르는 마른 장작의 냄새가 온 방을 감쌉니다.
유리로 된 창을 보면, 제 것이 아닌 머리칼이 흐드러집니다.
옅게 반사되는 녹음조차 이질적입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타인의 것.
희미하고도 흐릿한 그의 것.
 
도처에서 솟아나는 이물감….
 
같잖은 죄책 따위 있으니만 못하겠지만요. 그런 사소한 이유가 아니라, 무언가 기묘한 이질감이 듭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을 겪고도 무감한 당신에게는...
 
...
 
벨트란 테트라는 차를 한 잔 내와 당신에게 내밉니다.
 
향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이곳과 당신과 그는, 얼어붙어있네요.
 
제로:(앞으로 숙여 늘어진 머리칼의 색채에 역겨움이 속절없이 밀려왔다. 그대로 미동없이 굳어 있다가 손으로 느리게 치워낸다. 이는 필시 추위의 탓이다......)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미쳤는지도 모르겠어요.
 
벨트란 테트라:(아무래도 상관 없지. 그게 무어가 그렇게 중요한데. 네가 했던 말 그대로 읊는다. 억지로 입꼬리 올리는 듯싶더니 네 녹색 눈 똑바로 마주본다.) 제대로 봐, 제로 베르첼. 네가 나를 죽였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지금부터 네 죄악을 자처할 거고. (그리고 그 다음은 고민 중이야, 말했듯.) 나의 이 끝없는 헌신을 네게 향하도록 하고, 그래서 내가 너를 죽인다면 받아들일래? (아, 물론 참고하고자 묻는 건 아니야. 이기적이게도 네 의견 묵살하고 전부 내가 결정할 거거든.) 그럼 감히 말하건대 네겐 구원이겠다. 그렇지...
 
제로:(눈 느리게 감았다 뜬다. 이런 환상에 지독히 파묻혀 있을 바에야 아까 진작에 죽었어야 했는데.) 벨트란 테트라는 내게 끝을 맹약했어, 마땅히 이야기를 나누었던대로 마지막에 함께해준 것뿐이고. (지친 얼굴로 차 한 모금 들이키고는 조용히 웃는다.) 어차피 제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데 묻는 이유는 조롱을 위해서일까요. (근데, 확실히. 당신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자살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도 같고. 그렇네. 그런 점에서는 당신의 살인이 제게 오롯이 구원이 되겠다.)
 
…테트라는 당신에게 찻잔을 내밀었습니다.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이 며칠이나 지났던가요?
 
의식하고 나면, 미쳐버릴 정도로 목이 마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로: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건강 수치 -15
 
삶도 간악하기 짝이 없군요.
 
당장 죽음을 떠올려도 모자란 판국에,
 
당신은 이런 상태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면...
 
차오르는 목넘김에 더욱 생경한 삶이 느껴집니다.
 
마주하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은 여전합니다.
 
목마름이 사라진 지금은 정말이지…. 제 자신이 이질적이고 추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온갖 벌레들이 당신을 기어 타오르는 느낌입니다.
 
날붙이가 몸을 기어올라 살을 파내는 기분입니다.
 
시체를 파먹는 까마귀의 부리에 쪼여 괴사함이 옳습니다.
 
그 어느 쪽이 가엾고 비루한 삶일까요… ….
 
타오르던 장작은 그 숨을 다하고 새하얀 재가 되어 형태만이 남았습니다. 어쩌면 저도 저것과 같은 형색일지 모릅니다.
 
제로: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지겹게도, 당장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목 매 죽고 싶은 생각이요.
 
칼로 찔러 죽든 물에 빠지든 절벽에서 뛰어내리든 다른 방법들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달아서 입안이 씁니다.
 
아니, 차의 향인가?
 
...
 
자신은 명백한 악인입니다.
 
한때 과거를 함께 났던 옛 친우, 테트라의 색을 하고 있는, 교만한 악한.
 
벨트란 테트라:그렇지. 하지만 네 탓이 아닐지라도 나는 아직 살아 있잖아. 맹약을 지키지 못한 셈이지. (더욱이 나를 살린 것도 네가 아니고. 이리 생각하니 더 이기적인 악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제해두고.) 알아서 받아들여. 구태여 조롱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는 생각은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네 살인으로 내가 죽었으니 대강 구원이라고 치면 이제 내 차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지. 영 새롭진 못하다. 겨울 눈송이 따라 문장이 배치된다. 네 손목 잡아올려 맥박 뛰는 곳 세게 눌러보았다. 그래, 아직 살아 있네.) 네게 진 빚은 그 죽음으로 갚을 수 없다는 건 알아. 네가 날 몇 번이고 죽여도 족하지 않단 사실도.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널 죽임으로써 구원하고 청산하는 게 빠르지 않겠어. 지독히 옅은 네 사체 끌어안고 오늘 밤을 나기는 싫으니... 뭣하면 따라서 죽어줄게. (이것 또한 헌신.) 너를 원망하는 내가 싫으니까. (살인자, 제로 베르첼... 속삭인다.)
 
제로:(입가에 비릿한 미소 스며든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달큰함과는 확연히 거리가 멀다. 몸을 타오르는 듯한 감각을 떨쳐내려 몇 번 움찔인다.) 구식적인 발상인데 제법 효과적이었네요. (사실 그 마지막 하나 제게 헌정한 것으로 충분했는데...... 이제와서 그리하자니 자처해 헌신하겠다는 사람 앞에서 답하기는 조금 기분이 미묘하게 나빠져서. 뻐근히 팔 움직이다 제 목가로 손 가져다댄다.) 그러면 그 헌신을 마치고 죽어요, 벨트란. 그 살인자가 된 후에 마침 당신 따라 죽으려던 참이었으니까....... (고개 슬며시 비틀어 역겹다는 양 시선 흘긴다. 괜히 상기시키지 말고.) 그러면 그렇게 없던 일로 합시다. 목을 조를 거예요?
 
벨트란 테트라:(그럴까. 네가 했던 대로. 네 목덜미로 시선 흘린다. 가늠하듯 한참 보다가 눈 올려 시선 맞춘다. 지금은 여름도, 어렸던 날도, 노을 질 시간도... 그 무엇도 아닌데. 그래서 낭만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날씨였다.) 사람이 두 번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죽은 사람이 다시금 구원받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답 바라지 않은 질문을 던져낸다. 살아난 내가 아직도 죽을 수 있을지, 사람은 맞을지. 사람도 불사도 아닌 존재가 된 건 아닐지. 요지는 그거야. 말 끝나면 차근히 네 목에 제 손 가져간다. 다급함이라고는 애초에 없었다. 거부하지 않을 걸 아니까.) 음, 그래. 소감을 말할게. 너를 구원하거나 혹은 썩어가는 진창, -그러니까 삶..._으로 내던질지 정할 수 있게 되어 기뻐. (네게는 죽음이 구원일 테지. 분명.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생명이 구원이라 칭하겠지만.) 용서라는 단어가 어울릴지는 모르겠다. 대신 구제 救濟가 낫겠네. (네 맥박에 제 피와 살점, 뼛조각 얹은 채로 거리 좁힌다. 아주 작은 거리만이 남았을 때 구절이 들려온다. 네 색채를 지닌 내가 말하는 것조차도 문장이라면... 순간 속살인다.) 없던 일로 하지는 말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인데... 낭만이 슬퍼할 걸. (간극 흘리다가.) 단죄할게. 너도 살해로서 나를 단죄했으니. (죽을 만큼만 살아. 지겹겠지만, 그게 내 결론이니까. 알잖아? 나 항상 식상한 거. 느긋한 말을 마지막으로 입 맞춘다. 다소 억지스럽고, 이상할 정도로 깊으며 건조하고 메말라 있다.)
 
제로:(그러나 죽음을 마주하기에는 기이하리만치 익숙한 날씨이다. 조용히 울리는 목소리에 새하얗게 눈이 쌓여가는 창 너머에서 눈을 돌린다. 지금 죽는 사람은 자신임이 자명했음에도 분명 저 창에 비칠 사체는 벨트란 테트라의 것이리라.) 두 번 죽을 수 있을까…… (네 말 나지막이 따라한다.) 그건, …… 조금 망설여지네요. 만약 당신이 죽지 못하면 어떡하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한다. 체온이 선연한 목에서 쥐어짠 말은 썩어들어가는 죽음과 다름이 없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헌신은 오롯이 저를 위해 남기세요. 어차피 그 끝은 제 거였잖아요. (한 번 소유하길 허락했으면 거두지 말라고, 작은 목소리로 너 따라 소곤댄다. 삶을 바라기에 지금의 자신의 비정상인이다. 그리고 이전에도, 단 하나의 예외없이.) .......그래요, 단죄. 그리고 곧 구제...... (하지만 이 뒤에는 없어야 한다고, 이게 당신의 마지막 구제가 되어야만 해, 벨트란 테트라. 닿아오는 메마른 온기에 조용히 눈 감았다 뜬다. 옅게 웃어보이고는 네 신체一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몸 앞으로 비스듬히 기댄다. 그 일련의 행동마저 지겹다는 양 네 어깨 붙잡으려던 손 떨어뜨리고, 동시에 차가운 숨이 고개와 함께 곤두박질친다. 비릿하게 웃는다.)
 
벨트란 테트라는 제로 베르첼을 용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그건 수지에 맞지 않는 단어네요.
 
곁에 남아 원망스러운 당신을 진창으로 밀어넣기로 했습니다.
 
이 추악한 결정을 단죄라고 감히 칭할 수 있을까요...
 
테트라는 제로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습니다.
 
달콤하고 씁쓸한 크랜베리 향이 납니다. 아까 마셨던 차의 향인가요.
 
이 입맞춤은 살아 느끼는 당신의 모든 불행을 극대화시킬 것이 자명합니다.
 
이 시월의 눈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라,
 
일출에 녹아 사라지는 꿈결과도 같아서….
 
나지막한 한 마디가 남겨집니다. 점점 흐릿해지나 싶을 만큼 작게, 고르지 못한 숨으로부터 스며나옵니다.
 
벨트란 테트라:실은 둘 다 알고 있잖아. 구제 따위가 아니라는 거. 그냥, 인간적이고 짜증나는... 원망에서 비롯된 결정이란 것. 언젠가는 죽여줄게. 그리고 나 또한 절멸해줄게. 그러니 이 지독한 생이 지겨워 죽을 것 같아도 지금은 견디고 살아.
 
다시금 제대로 보아도, 당신의 눈 앞에… 여전히 그가 남아 있습니다.
 
손 위에 닿은 진눈깨비처럼,
 
체온에 녹아 사라지지도 않고… ….
 
...
 
.
 
.
 
.
 
[ED.N 고난 겪은 자에겐 복이 있나니,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오.]
 
KPC 생환, PC 생환
 
엔딩 보상: 건강 회복 +10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