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Cthulhu 7th Edition Fanmade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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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렌을 잃은지 3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솔렌이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잭,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불량하게 앉아있다...
뭉개지는 연기가 연신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시간을 보내고만 있는 오늘.
그러니까, 원래의 일상이란 이런 것이었죠.
조용하고 고요한.

기준치: | 50/25/10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립니다.
철컥, 끼익…
누구죠?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아아, 역시나 집주인이 한소리 하러 마악 들어온 걸까요...
그렇게 고개만 돌려 문을 바라봅니다.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잭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
맞습니다. 솔렌입니다.
하지만 너는 분명 죽었을 텐데.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잭,

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이성 -1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솔렌은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하긴. 당신은 솔렌이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원체도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지만요, 옆에서 재잘대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잭이 집을 둘러본다면, 엉망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솔렌]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 이라거나... 말이죠.
솔렌은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붙입니다.
지팡이를 꺼내려다 만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요? 습관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만.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솔렌이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것이 많지 않나요?

...마법부에서 나온겁니까? 재미없습니다. 본론부터 말씀하시죠... ...

우연찮게 얻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줘.
나 안 보고 싶었어? 응?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인다.)

... ... 손 잡아봐도 돼? (닿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질까, 두려움이 몰려온다. 가만히 있어야 유지될 꿈이라면 단 한 걸음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응. 하지만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안 돼! 대충 둘러보니 해야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바보야, 엉망이잖아!)
이리 와. 잭.
잭 멍청이 홉킨슨, 바보, 멍청이... 내 봄. 어서!

(하고 싶은 말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 ... 미안해. 미안...

다치진 않았어도 지금 꼴은 아주 엉망이네.
예쁘게 하고 다니랬지. (잭 이마를 콕콕 찌른다.)
솔렌은 끊임없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잭. 받아들여야죠.
✎:솔렌, 소파, 바닥, 서랍장, 테이블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솔렌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기준치: | 40/20/8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정장은 정장인데... 평소 입던 것하고는 좀 다릅니다.
뭐, 기장이나 색깔이나 그런 섬세한 것들이요. 원래 솔렌이 가지고 있었던 옷 중 저런 옷은 없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종이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가 몇 개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나보다 더 행복해지라고 했잖아, 이 바보!
안 되겠다아. 정말.
솔렌은 한숨을 푹 쉬더니,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하지도 않던 정리라서 좀 찡그린 채 헤매긴 하는데 말이죠.
어? 잠시만, 저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침침.)
청소를 하는 솔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것이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뭔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다른 곳 살펴볼 수 있나? 얼마나 쓰레기장인지 확인 안했는데.)
(이미 치우는 와중에 늦었나 싶기도...)

저건... 치우지 못한 재떨이(전과는 달리 수북하게 쌓임)와 여기저기 흩어진 종이들입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치웠으니까 끝. 간다! 이런 거 바라는 건 아니지?
잭은 슥... 바닥도 살펴봅니다.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차마 버리지 못한 솔렌의 물건들이 담긴 박스도, 여기저기 곳곳에….
오, 잭. 집 관리를 어떻게 한건가요?

담배는, 행복해지기 위해 아주 잠깐, 조금 필요했던 거라고. (두배로 불행해졌지만.)
(먼지 쌓인 서랍장 바라본다.)

솔렌의 시선이 잭을 따릅니다. 분명 서랍장도 엉망이겠죠.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신의 물건들이니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아닌데. (맞다.) (뭐 어떻게 놨더라...)

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어떤 사랑의 힘을 느꼈?다...)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친구들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예전, 기억을 되찾고 다시금 소중한 친구들과 연락하던 흔적입니다.
언제 한 번 보자는 말이 수두룩한데 때마침 솔렌의 그런 일이 생겼었죠.
왜인지 당신이 온전히 옛 친구들과의 만남을 이뤘던 일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상하며 웃고 떠드는 일들이요.
솔렌은 그 편지 중 하나를 집어들더니, 반갑다는듯이 웃습니다.

그러고 보니, 애들하고 요즘도 연락해?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러한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든간에요.

(... 네 일도 있고. 굳이 내가 연락하면 더 불편하지 않을까. 가만히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 널 보고 싶어 했어. 다들.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게 회복에 좋대. 뭐든. 흘리듯 말하고 정리 끝낸다. 테이블 근처로 갔다.)

(따라 테이블로 다가선다. 한 공간이 정리되는 순간마다 마음이 비워지는 기분이다.)

테이블 위는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병들, 담배꽁초와 꽉 차 재가 이리저리 튀어있는 재떨이라던가요.
솔렌은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있네요. 청소합시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요리도 잘 하잖아. 대충 때울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요리다운 요리 말이야. 나한테 자주 해줬던 것들.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병 이리 줘. 손 다쳐.


그래도... 겨울이 온다는 사실은 기억해. 그거면 충분하지 않아?

그리고 또...
앗.
그때, 병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잭은 보기좋게 발가락을 찧었습니다. 아!
체력 -1
손도 얼룩덜룩해졌네요.


넌 안 다쳤어?

응. 난 멀쩡한데...
네가 내 말 안 들어줘서 그렇잖아! (아니다.)
바보. 바보.
엉망이 된 손이 보입니다. 솔렌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늘 스스로를 챙기지 않던 것도 너였고 그런 너를 챙겨주는 건 나였는데...
어쩐지 바뀐 기분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한결같은 우리였는데.
어쩐지 죽음이 실감나서 기분이 이상할지도요.
...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있자면, 문득 거울에 당신이 비쳐보입니다.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 이후로 어쩌면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침이라 포장하기에는 삐쳐 있는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옅은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이라거나.
물이 흐르는 소리...
샤워까지 하고 나가나요? 아니면 그냥 나갈까요?

곧바로 나가면...
어라. 솔렌이 있던 자리가 비었습니다.

솔렌?

다행히 안쪽에 있었네요.
참 가만히 있으랬는데 놀랄 일이나 만들고.
솔렌이 주방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정말 열심히 청소했는지 조금 지친 얼굴이지만 활짝 웃어보입니다.
그대로라는 듯 깨진 그릇 몇 개가 쓰레기통 밖으로 나와있었지만요. 모른척 해줍시다! 마법을 쓰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딘가요.


그래도 피는 안 묻히게 했으니까 봐주라아. (응?)
그리고 있지. 냉장고가 비어있던데. 장 보러 다녀오자.
원래 이런 말은 네가 해야 하는데...
준비하고 나올래? 기다릴게.

나가도 괜찮은 거야? (준비랄 것도 없었다. 소파 옆에 걸쳐진 자켓 하나 집어든다. 외출 준비는 이걸로 끝이다.)

해봤자 사라지기라도 하겠어? 가자.
아무렴 어떠냐는 듯 엷게 웃은 솔렌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 먹은것도 까마득하게 오래 된 기분입니다. 식사를 차려줄 사람이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옅게 웃는다. 문을 열고 네 손을 잡았다.) 가자.
솔렌은 한 번 끄덕이고 언제나처럼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참고로, 솔렌에게 물었다간 순간이동을 하자고 할 게 뻔합니다.


믿을게! 너... 너 믿을게.
원래 좋아하면 믿어주는 거랬어.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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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런던 오전의 거리는 막힘이 없고...
잭의 운전실력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솔렌은 창 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뿐이라고 했었죠.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솔렌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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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하, 좌, 우, 모든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기준치: | 49/24/9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성 -1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가만히 앉아있어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잭, 당신은 앞, 뒤, 오른쪽, 왼쪽. 어느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솔렌, 어디있어? 솔렌 문릿... ... 여기 있어?
휘청하다가도 계속 나아갑니다.
이곳엔 혼자인 것처럼 텅 빈 공간만 계속되다가...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잭.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정신이 멍하다. 어딘가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았고, 기억을 빼앗기던 날이 떠오르는 기분도 들었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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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솔렌의 음성입니다.

여전히 아까 걸렸던 신호가 걸려있는 걸 보면,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나 보네요.
당신의 옆에서는 솔렌이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솔렌, 내 머리 한 대만 쳐 줘. (잠 깨게...)

솔렌은 그런 잭을 빤히 바라보더니,
한손을 잡아 가만히 끌어와 손바닥에 가볍게 입 맞춥니다.


... 어. (이마 짚었다...)
비죽 웃은 솔렌이 손을 만지작거리다 놓아줍니다.
그나저나, 놓아진 손 밑에, 그러니까 차의 파인 홈 부분에 무언가가 만져지네요.
무언가를 꺼내면… 이건 종이?
아, 기억났습니다. 삼촌의 편지네요. 몇 주 전에 왔던 걸 읽어볼 정신조차 없이 아무데나 처박아두었었죠.
차가 막히며 빨간불은 제법 오래 갈 것 같은데 훑어 읽어볼까요?


(불효자라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간... 걱정과 안부를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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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입니다. 오르골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기준치: | 40/20/8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40/20/8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있다!
어디 굴러다니던 게 자켓 주머니로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마트도 안 간지 한참 된 것 같은데...
그보다는 카트가 필요할 만큼 정성껏 장을 본 적이 말이죠.


잭, 뭐 먹고 싶어? (그나마 잭이 즐겨 먹었던 것들을 하나둘 챙겨 카트에 담는다.)

...콩은 좀 담을까.

아무거나 말고, 좋아하는 거 말이야.
네가 좋아하는 거. (이건 어때? 패키지 시리얼이라든지 우유 따위 들어보인다.)


불공평해. 알아?
너는 나 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다 아는데...
나는 미세한 거, 습관, 이런 거 말고는 잘 모른단 말이야.






이젠 일 순위를 빼고 좋아하는 걸 찾아봐.
정말 좋아하는 걸 찾으면, 1순위를 바꿔도 좋아.
진심이야. 농담 아니고.

그래도 지금은 네가 가장 좋아.

요리도 계속 하고 방도 나한테 잔소리할 때만큼 잘 치우고 그래.
알았지? 계속 그렇게...
모든 순간 가장 보통의 너처럼 살아. 할 수 있는 거 알아.
이미 어느 정도는 그러고 있으리라 믿지만...
사람들 안 볼 때도 너를 챙겨. 행복하게. 응? 무슨 말인지 이해하잖아.

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솔렌을 위한 것은 없습니다.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솔렌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 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 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솔렌은 알까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솔렌이 툭 건드립니다.

돌아가자, 잭.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다.

솔렌은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잭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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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솔렌은 냉장고를 꼼꼼이 채워넣기 시작합니다.
어설프지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배열입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솔렌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솔렌은,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솔렌은 언제나와 같은 시선으로, 손길로, 향으로, 색채로,
품으로,
다 저물어가는 햇살 사이에서 닿아옵니다.
언제나처럼 소곤거리는 다정한 성음이 기어이 이별을 고하듯이,

그럼,
평소에는 조금 더 붙어있지 못해 안달내던 손이 쉬이 떨어집니다.

솔렌은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잭. 이대로 솔렌을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솔렌, 운명을 거스르는 행위가 있다고 해도...
넌 그걸 바라지 않을 거지?

응. 난 네가 너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잭. 꼭 무언가를 잃어야지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포기하는게 바른 길일 때도 있어. 그건 분명 정상이 아니잖아. 너도 그걸 알지?
너는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도 찾다 보면 있을 거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게 나라는 사람이잖아.
그래도, 있잖아... 이제는 더 잘 살아볼게. 좋아하는 것도 찾아내고, 친구들도 만나고. 비밀인데, 남들 몰래 일탈도 즐길거야. 마법부 몰래 네가 잠든 자리에 찾아간다거나. (이것도 아무튼 친구 방문이니.)
이미 많은 것을 잃었고 앞으로도 잃어가겠지만, 나는 괜찮을 거야. 네가 그렇게 알려줬으니까. 나 믿지? (따뜻한 손이 차가운 뺨 위로 닿는다. 유난히 겨울에 더 생기가 넘쳤던 너. 함께 봄을 기다리던 우리. 이제는 녹아내린 겨울을 두고 홀로 봄을 맞이할 차례.) ...작별이네. (그 말을 끝으로 입술을 포갠다. 출근하는 날에는 늘 이렇게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던 것 같다. 그러니 우리는, 아니.... '나'는, 일상으로 돌아간 셈이다.)
... 안녕. 사랑하는 나의 겨울아.

다음 봄이 오면, 그땐 반드시 나보다 더 행복해져.
사랑과 웃음은 아끼면 불능이 되거든.
내가 죽던 그때는 네 눈이 너무 아파 보여서 제대로 못 들은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이 말을 하러 다시 네게 돌아왔나 봐.
마지막으로 맞닿은 솔렌은 그림자진 뒤쪽으로 멀어집니다.
새밝도록 황홀하던 노을 또한 이만 져가고,
한없이 느린 걸음도 한 발자국씩.

두 번이나 내 마지막을 볼 필요 없어.
이만 가볼게, 정말로.
그러니 웃으면서 보내줘.

내가 네 말을 무시할 수 있었던 적이 있던가.
잘 가. 내 사계의 마지막 조각.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계절.
이 길의 끝에서 재회하는 날에는, 꼭 지금처럼 웃어주자.
마지막 걸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

마지막 웃음.

나의 봄.
철컥,
탁.
두꺼운 철제 문이 잠금쇠를 걸어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것 하나 솔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신 없이 잘 살아야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PC, 존립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