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KM] HOLD YOUR BREATH

1975°F 2025. 9. 14. 01:57

 

 
루퍼뜨~~
 
준비됐으면 야옹해 ㅋㅋ
 
안된다고했다진짜로:기무가 하면 안될까요 ㅋㅋ??
 
안돼///
 
루퍼트 블랙우드:
oO(삶이 힘들다)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귀여워 ㅎㅎ
 
루퍼트 블랙우드:어떡해 많이 힘든가봐
하..............................................................
 
루퍼뜨야옹하면 시작함
 
루퍼트 블랙우드:죽는다
야옹^^ (하
 
✎:ㅎ컄
 
귀여워 ㅎㅎㅎㅎ
 
큼큼 그럼 출발
 
Written by12
 
.
 
.
 
.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릿한 눈앞에 세계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일 뿐입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 그렇습니다.
 
…숨이 조여옵니다.
 
도대체 누가?
 
...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폭력적인 감각…
 
매끄럽고 단단한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모습의 솔렌과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과 솔렌을 둘러싸고,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 차림의 사람들이 여럿 서 있습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솔렌이.
 
떨리는 목소리로 희미하게 웃으며 묻습니다.
 
솔렌 문릿:루퍼트, 나를 알아보겠어?
 
그는 목을 조르는 힘을 덜지도 않은 채 당신을 채근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겨우 시선을 굴려 위치를 먼저 파악해본다. 연구원? 애초에 여긴 어디지, 그런 잡생각을 뒤로하곤 다시 네 두 눈 마주친다.) ... 솔렌 문릿? 네가 어떻게...
 
당신의 대답을 듣자. 웃고 있던 솔렌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솔렌 문릿:아, 잠깐... 잠깐.
루.
 
쥔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시선이 흔들립니다, 살아 움직일 리 없다는 듯이.
 
솔렌 문릿:무슨 말이라도, 좀,
더,
해봐... ...
 
루퍼트 블랙우드:... 뭐하는 짓이야? 일단 이거 좀, 놓고... (제 손에 최대한 힘을 실어 네 양 손목을 잡아내려본다. 힘이 왜 이렇게...)
나라고, 네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
 
젠장, 하고 중얼이는 소리. 미묘한 미소와 한참 떨리는 손끝.
 
당신의 목을 조르던 손을 확 떼어내고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솔렌 문릿:…어떻게 말을….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이러나저러나 내가 끔찍이도... (잠깐 소리가 끊긴다, 아끼는? 미워하는?)
싫어하는 너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린 그는,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멀어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총의 안전 장치를 풀고….
 
연구원1:뭐야,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난사합니다.
 
다루는 손길이 제법 익숙해 보이네요.
 
두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솔렌은 도망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솔렌 문릿:...
안녕. 다시 인사할게.
나 때문에 겁 먹은 건 아니지?
 
약이라도 맞은 건지, 당신의 몸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솔렌은 당신을 상냥하게 의자에 바로 앉혀두고 무릎 꿇습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이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손을 붙잡고, 손등에 이마를 기댑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너..... (그 모습은 빤히 바라본다. 총에 맞아 죽은 사람들보다도, 네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걸 처음봐서 그런가. 어딘가 낯설어보이는...) 솔렌 아케르나르 문릿... 맞아?
아니, 애초에 나는 분명 죽었을텐데...
 
솔렌 문릿:그래, 나의 레인 메이커.
죽어버린 사람들을 동정하려는 건 아니겠지.
난 정말... ... (수벽에 고개를 묻는다. 나직한 두어 번의 숨 후에,) 죽은 너를 보고 싶지 않았어.
네 시체, 차갑게 식은 흔적, 모든 것,
...아직 움직이기 힘들 거야. 천천히 나와.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내 곁으로 돌아온 걸 진심으로 축하해.
 
루퍼트 블랙우드:그 말은, 네가 날 살리기라도 했다는 뜻이야?
... 아니, 네가 그럴리가 없어. 분명... (피부에 닿는 따스한 감각. 처음과는 다른, ... 그래, 분명 나는 살아있다. 지금 네 앞에.) ...
이해가 안돼.
하지만, ... 알겠어. 난 널 믿으니까.
 
솔렌 문릿:보고 싶었다니까... ...날 믿어, 이번에는, 이번만큼은. 제발.
오래 앓았거든, 좀.
너 때문에...
이번에는 죽지 마.
 
솔렌은 미소짓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문을 통해 방을 나갑니다.
 
활짝 열린 검은색 문과,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 둘….
 
당신은 이 방에 남겨집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1
 
저린 온몸에 아주 느리게 피가 돕니다. 머리에도 그제야 피가 도는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무언가 이상해요.
 
분명 죽기 직전까지만 해도...
 
어제까지만 해도... ...
 
…어제?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솔렌의 머리카락은 꽤 길어져 있었습니다.
 
목소리도 한참은 지친 듯했고 애새끼 같은 면모도 거의 없고.
 
...
 
…어느 정도 진정하면, 상황이 비로소 눈 안에 제대로 들어옵니다.
 
✎:당신은 흰 독실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대고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어야 했을 테지만, 시체 두 구 때문에 피가 잔뜩 튀어 붉은색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어라? 하나는 꿈틀거리는 것 같습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 둘]이네요, 일단.
 
루퍼트 블랙우드:(자기가 알던 솔렌 문릿이란 사람은 이렇게 극단적이진 않았는데. 그리고 뭐랬더라,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 뭐 흑마법이라도 쓴건가... 그 수장님이. ... 여전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호복을 입은 사람 한 명에게 다가간다.) ... 저기,
(발로 툭,) 살아있으세요?
 
✎:꿈틀거리는 쪽으로, 아니면 죽은 듯 늘어진 쪽으로?
 
루퍼트 블랙우드:(일단 살아있는 듯한 사람 쪽에게... 툭툭 차본다. 예의는 밥말아먹었다.)
 
툭툭... 차봅니다.
 
연구원1:허억, 헉… 도와… 도와줘…..
이런 개같은… 그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루퍼트 블랙우드:(으음...)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였는데...
(쪼그려 앉아본다.) 뭘 했길래. 날 가지고 실험하셨어요?
 
연구원1: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잘 들어. 우리는 어떤 사람의 완벽한 복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해 왔다.
 
루퍼트 블랙우드:복제...? 누구를? (설마 자신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는 듯,) 그럼 내가 복제인간이란 말인 겁니까?
 
연구원1:하, 하하, 하...... 문릿도 이번의 네가 ‘성공’인 줄은 몰랐을 테지… 원래 실패작들은 그렇게 처분한다고… 젠장, 너도 실패작 아냐?! 윽......
 
루퍼트 블랙우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78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이 연구원도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루퍼트 블랙우드:(이거... 열면 어떻게 되려나? 그런데 솔렌은 방호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 걸.) ...
(딱히 어떻게 처분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게 자신의 최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좀 별로여서.) 얼마나 많은 실험을 했길래, 아니 애초에 지금이 몇 년돈데?
 
연구원1:너는 상상할 수조차 없겠지... ...
 
.......고통에 씨근덕대던 사람의 신음이 잦아듭니다.
 
죽은 건지, 기절한 건지, 미동이 없네요.
 
방호복의 얼굴 창 부분에는 김이 껴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군요.
 
그것보다도, 어디선가...
 
...툭, 툭... 하고.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루퍼트 블랙우드: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높은 천장이 마치 밤하늘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함께 지냈던 유년의 그곳처럼.
 
무수한 별들을 흉내 내는 작은 전등인지 마법인지 무언가가 아름답게 빛나는, 아득한 밤하늘이네요.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하늘의 한쪽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합니다. ...기이합니다.
 
어쩐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그때, 천장에서 종이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립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뭐지...? 일단 받아본다.)
 
이렇게 쓰여 있네요.
 
「 O 」
 
✎:동그라미 하나입니다. 맞다는 표시 같기도 하고, 0이라는 숫자 같기도 합니다.
이래서야,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열려있는 검은색 문이 눈에 띕니다.
온통 흰 방에 핀 튀 조금... 그리고 문패가 달린 검은색 문뿐이라니.
멀어서인지 시야가 아직 흐려서인지 뭐라고 써져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질적인 상황이지만, 저기로 나갈 수 있겠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원래도 하나밖에 없는 시야로 살아왔는데 이젠 더 침침하다. 용기내서 죽었는데 또 살아버렸다. 참...)
(사람 둘을 지나쳐 검은 문을 열고 나가본다.) 솔렌 있나? (고개만 빼꼼...)
 
[판별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고 나서면...
 
찾는 솔렌은 없고, 바깥은 사방의 벽이 전부 거울로 이루어진 거울 복도입니다.
 
✎:난잡하게 반사하는 광경 탓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복도에는 조형물들이 주르륵 세워져 있습니다. 몸은 정장에,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입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아... 눈부셔. 인상 찡그린다.)
취향 특이하네. (일단 나간김에 외모 체크부터 해본다...)
(거울 빤히...)
 
외모췍한다!!
 
루퍼트 블랙우드:
외모
기준치: 50/25/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거울로 이루어진 탓에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와... 진짜존나아름답습니다.
 
남자 아프로디테의 강림, 얼굴에서 빛이 나서 거울이잘안보여으아아악
 
와진짜 미청년이 따로없씁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에 개폐급이 남긴 한가지 흠이 눈에 띕니다...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 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솔렌이 조르면서 생긴 걸까요?
 
당연하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는데.... 지금도요.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솔렌문릿 진짜 이 미 친 놈이 따로없습니다.
살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정신 나가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죽어서 정신이 나간건가?...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 이 손자국의 주인이 솔렌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걸요.
 
루퍼트 블랙우드:(흠... 나쁘지 않네. 머리도 차분히 정리했고, 안대도 똑바로 쓴다. 살아나자마자 하는게 외모체크라니 이쪽도 미 친 놈인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다지 아프지는 않은데. (목에 남은 푸른 멍자국은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궈 반쯤 가린다. 실패작이니 뭐니... 연구원들에게 눈에 띄여서 사살당하는 건 싫으니까.)
(거울에서 시선 돌려 주르륵 나열된 마네킹본다. ... 여긴 백화점인가? 그럴리가...)
 
✎:총 10개의 마네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습니다.
사늘한 주변을 보니 백화점일 리 없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끝까지 단정하지만은 않은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체구는 약 6피트 정도입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 실재하는 너와 닿고, 대화 나눌 날이 오길. 」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투구는 벗길 수 있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꼭 흡사 제 킹이 할 법한 말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마네킹에? 정말 미친건가, 아직도 총을 난사하는 모습이....... 그만 생각하자.)
(손 뻗어 투구 벗겨본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가지 대사...) 에이 설마...
 
투구를 벗긴다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한 쪽이 빛을 잃은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것만 같은 훌륭한 예술품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 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그냥 당신의 본을 딴 마네킹인 걸까요? 이런 곳에 왜?
하지만 꼭 말을 걸면 대답이라도 할 것처럼 생생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루퍼트 블랙우드:... 이런게 왜? (저를 본따 만든 마네킹, 아니 어쩌면... 실패작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살아있을리가 없지. (여기서 성공작은 오직  뿐일테니까. 어쩌면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는 건 분명 착각이 아닐터...)
(마네킹의 머리 딱딱 손등으로 두들겨본다. 정말 살아있지는 않겠지...?)
 
만져보면, 말랑한 것 같기도 하고. 딱딱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아래 미약한 온기가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말을 걸면 대답하나?...
 
루퍼트 블랙우드:으음...? (멈칫한다. ... ...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마에 노크 하듯 두세 번 딱딱딱...) 저기... 살아있어?
 
말을 걸면,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네킹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요?
 
...라고 생각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나의 킹.”
 
그리고, 산산이 부서져 내립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2/21/8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문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깜짝 놀라 몸을 뒤로 물린다. 그러니까, 저건...) ...
(살아있지만, 살아있지않은 것. 죽어있지만... 실패작 이 저런거군.)
... 그 바보멍청이가 왜 말해보라했는지 이해되는게 짜증나네... (다시 검은 문으로 다가간다. 열 수 있나?)
 
바보멍청이폐급등신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검은 문으로 총총총 코냐니처럼 귀엽게 다가갑니다...
 
✎:문은 아주 단단해 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에는 고급스러운 명패가 하나 달려 있는데,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Memoria 」
 
✎:무언가가 바쁘게 차칵차칵,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루퍼트 블랙우드:(기억?) (일단 문손잡이를 돌려 열어본다. ... 그보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처참한 시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솔렌을 발견합니다.
 
솔렌 문릿:...아.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솔렌은 뺨에 튄 피를 손등으로 성급하게 문질러 닦다가,
 
피가 번진 건지 홍조가 도는 건지 알 수 없는 붉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무슨 일인지 눈가 또한 짓물러 붉습니다.
 
솔렌 문릿:나야, 솔렌 문릿.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조금 달라지긴 했으니까… 5년이면 꽤 달라질 만도 하잖아.
오래 지켜온 시체가 사라진 걸, 방금 발견했거든. 그래도 이제는 네가 있으니까 괜찮아.
어차피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루퍼트 블랙우드:그야... 널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잖아. 죽기 직전에 본 얼굴인데.
(눈 깜빡...) 지켜온 시체라면 나? 아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니, 무슨소리야. 내가 뭐 다시 죽기라도 해?
 
솔렌이 울적한 소리로 얕게 발화합니다.
 
솔렌 문릿:넌, ...그런 게 중요해? 날 두고 그렇게 죽어버린 주제에 그런 게 먼저 궁금해?
너는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이었겠지만 난 아냐.
이해해줘... ...
 
루퍼트 블랙우드:... (어떤 말을 건네도 위로내지 기만으로 들릴 것 같아서, 작은 한숨 한 번에 머리를 한 번 털어댄다.) 그야 물론 그렇지만...
앞으로는 계속 볼 수 있잖아. (아마도.) 앞으로는 말 없이 떠나지 않을테니깐...
 
솔렌은 서글픈 듯이, 어쩌면 화가 난 것처럼... 뺨을 문지르더니 한 번 웃습니다.
 
솔렌 문릿:난, 모르겠어, 루퍼트...
(시선 마주한다.) 난 네 눈을 지금 많이 봐둘래.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기를 바라.
 
솔렌은 한참 가만히 시선을 주더니, 곧 고개를 돌립니다.
 
솔렌 문릿:내가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미안. 조금 이따 다시 봐.
 
루퍼트 블랙우드:참... (그 시선 똑바로 마주한다. 그러곤 이내 먼저 시선을 돌린 쪽은 이쪽인가...) 몰라, 네가 얘기하는거 전부.
난 네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니까. (그래도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지금의 넌 생각보다 많이 불안정해보였으니까. 5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들으면 될 일이다. 난 다시 살아갈 수 있어. 그렇게 생각했던지도.)
너무 멀리가지마, 예전처럼 따라잡기 힘들면 곤란해.
 
솔렌 문릿:...미안. (가만 얼굴을 찡그렸다 웃는다.)
우리가 함께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루.
 
솔렌은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등 뒤에 있던 다른 문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문도 검은색이네요.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아니죠, [시체 더미]와 함께입니다.
주변을 살펴본다면,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책상들]이 보입니다.
높은 천장의 벽에는 큰 [시계]가 붙어있습니다.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오늘이 마지막..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곱씹어보려다,) ... 됐다. 내가 언제부터 걔가 하는 말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바닥에 깔린, 아니 어쩌면 자기가 밟고 서있는... 시체더미 살펴본다. 방금 죽은건가?)
 
✎:시체들은 하나같이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여긴 도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마법에 의한 건 아니고, 하나같이 총상인 것 같습니다.
무기라면 질려하던 그 솔렌 문릿이요.
어쩌면 운 흔적이 보였던 이유도 이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굳이 자신이 혐오하던 것을 사용하면서까지 죽여야할 이유가 있다던가. 그 솔렌 문릿이.)
(어쩌면... 5년동안 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혼자 남겨둔 내 잘못인가...)
(그 시체들을 넘어 책장 살펴본다. 솔렌도 방금 책을 읽고 있었지?)
 
✎:아주 높은 책장들입니다. 책장의 구석구석 방향제가 놓여있지만, 이것도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책은 의학, 생명공학, 화학 전공 서적부터 시작해 신화, 업무 서류 파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입니다.
전쟁은 끝났다는 듯 관련 서류는 거의 보이지 않네요.
살피다 보면,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주로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네요. *
 
✎:유난히 두꺼운 [Myth of ■҉̨̘̟͙̲̥̗̩̰̀̓̐̕■̶̪̥͉̤̲̠̬͕̎̔̂͂́͜͞■̵͙͚͚҇̇̅̊͜■҈̡̱͓̯̐̅͠ͅ]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Myth 이후의 언어는 읽을 수가 없습니다. 내용 역시 세계의 각개 국어와 더불어 짐작조차 가지 않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볼 수 없을까요? 서재를 둘러보면 읽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을 챙깁시다.
 
루퍼트 블랙우드:(이게 뭐람... 대충 수상하게 생긴 책을 한 권 품에 챙겨본다.)
(책상들을 살펴보기 전에, 괜히 러그에 구두 밑창 문지르며 살펴본다. 찝찝해.)
 
✎:푹신하고 부드러운 양털 러그입니다. 시체 더미가 올려져 있지만 않았더라도 좋았을 텐데요.
<근력 판정>으로 시체 더미를 치우고 러그의 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왜 지금의 나에겐 지팡이가 없는거지??? 갑자기 예전 성깔이 나올 것 같다...)
후.................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
 
✎:예전 성깔이 나올 것 같다...
아아...
너무 연약하고 청초해서...
못 나왔다...
귀엽고 깜찍하게 한 번 더 해볼까? 아니면 그냥 지나칠까?
 
루퍼트 블랙우드:(포기를 모르는 상남자이므로 셔츠 팔 걷어붙이고 한 번 더 한다. 지금 완전 가능 할 것 같다)
 
포기를 모르는 귀엽고깜찍한루퍼뜨 청순한힘으로 한번더 강행!
 
루퍼트 블랙우드:(힘준다 힘!!!!)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오오
 
냥냥펀치같은걸로 성공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러그를 끌어내 바닥을 확인해본다면, 옅은 빗금이 보입니다.
사람 하나가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네모난 빗금이네요. 딱 봐도 비밀 문입니다.
다만, 손잡이가 없습니다. 다른 곳에 있는 걸까요? 주변을 조금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오호라... 이런게 바로 소설책에서만 봤던 러그 아래 비밀문... (정말 있을지는 몰랐다.)
(손잡이... 강제로 뜯어내려면 역시 손톱이 다 빠질 것 같으니 그만두고, 러그만 걷어낸채로 다시 책상들로 향해본다. ... 전부 살펴볼 수 있나?)
 
✎:사무실의 파티션처럼 책상들이 구획을 나누고 놓여있습니다. 책상에 앉아있다가 살해당한 사람들도 있군요.
공통적으로는 책상 위에 저마다 작은 [액자]가 놓여있습니다. 아, 저기 [솔렌의 책상]도 보이네요.
 
루퍼트 블랙우드:(공부내지 실험을 하다 죽은 사람이라니, 유령이라도 되겠어.)
(액자 먼저 살펴본다. 가족사진?)
 
✎:이건.... 예상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네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찍은 듯한 사진들입니다. 이렇게나 소중히 액자에 들어있는걸요.
다만, 사진 속의 인물은 죽은 사람인 것 같네요. 기일이 함께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솔렌도?
 
루퍼트 블랙우드:(사람을 살리기위해 모였다가 솔렌한테 전부 죽임당할셈이라니, 이거 참...) 기구하네. (물론, 자신은, 또 솔렌은 살았으니 할 수 있는 소리다. 이기적이게도.)
(솔렌의 책상도 살펴본다. 책과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나.)
 
✎:기구합니다. 벌레 하나 쉬이 죽이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란 무엇일지...
솔렌 문릿의 책상을 살펴봅니다.
다른 책상들과 비슷합니다만, 이름표가 놓여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신 사납게 붙여진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눈길이 가장 먼저 닿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메모지 먼저 살펴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옆에 특이사항도 함께 메모되어 있는데요. 대충 보면 세계에서 권위적인 과학자, 수학자, 의사, 생명학자, 천문학자 등등....
다양한 직종의 지식인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솔렌이 직접 그들에게 연락한걸까? 고작 나를 위해...? ...)
(옆에 있는 두꺼운 노트도 팔랑팔랑 펼쳐본다.)
 
✎:마법사도, 과학자도... 가리지 않고 찾아간 듯 보입니다. 당신을 위해.
두꺼운 노트를 살핍니다.
이것은… 일기장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
 
✎:「그가 준 몇몇 책들은, 아니, 그것들은, ‘쓰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사용하는 언어는 늘 제멋대로이기 때문에 번역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헷갈리고 또 잊어간다. 책들은 정보를 내주는 만큼 나의 기억을 잡아먹는 것 같다. 착각이겠지만, 그러니까, 여기에도 적어둔다. 그것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빈 페이지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것들이 하는 질문의 답을 쓰면 된다.」
 
얼떨결에 페이지가 뒷장까지 넘어갑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것들이 늘 진실만 말하는 게 맞을까? 만일 내가 이 장소를 제공해 준 그에게 농락당하는 것일 뿐이라면?… 이 모든 것을 어서 끝내버리고 싶다. 루조차 없이 나 혼자 견뎌내는 이 시간이 너무나 무의미해. 루퍼트도 나와 같은 고독을 겪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깨어났으면 좋겠어.」
 
솔렌의 필체에서,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집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루퍼트 블랙우드:(기억을 잡아먹는다.. 그래서 지금 솔렌이 그런걸지도...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서랍에도 관련된 것이 있는지 찾아본다. 애초에 열리나?)
 
✎:무언가 엄청난 게 있을 것만 같은 서랍엔... 음.
펜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하나쯤 꺼내 써도 되겠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종류별로도 모아놨군. 아니 그냥... 한 군데에 쑤셔박아놨다는게 어울리네...)
(검은색 펜 한 자루 꺼내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기계장치 살펴본다. 용도가 뭐지?)
 
✎:아무거나 하나 꺼내셔 쑤셔넣는당...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 모양의 유리가 기계의 중심이고, 그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에는 메모지가 한 장 붙어있습니다.
메모지를 확인하면, 「사용법: 알 수 없는 언어를 원 안에 비추면 번역한다. 혹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마침 알 수 없는 종이 한 장이 밑에 깔려있네요. 시험해볼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시대가 발전했나... 아니면 새로운 마법술식이 발견된건가... (기계 이리저리 둘러보다 아래에 깔린 종이에 기계를 비춰본다.)
 
✎:마법인지 과학인지 하여튼... 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한 걸로 보입니다.
금속 휠들이 끼릭끼릭 돌아가면서, 정말로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원 안의 글자가 바뀝니다. 번역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 ▒▒▒▒▒▒들에게 지구는 특별하게 맛있는 먹잇감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입맛에 맞추기 위해 변환 과정을 거치는데, 대표적인 변환 과정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을 바꾸는 것이다. 」
 
✎:엥... 무슨 소리지...
 
루퍼트 블랙우드:엥... 무슨 소리지...
 
✎:모르겠당!
시계를 살펴볼 수 있다~
 
루퍼트 블랙우드:(사이언스... 픽션? 뭔가 그런 단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책의 읽을 수 없었던 부분에도 기계를 비춰본다. 이것도 번역이 되려나...)
 
읽을 수 없던 책을 기계 장치로 비추어 보면, 책장의 글씨들이 저절로 사라지더니,
 
새로운 글씨가 쓰입니다.
 
정말로 마법인지 기술인지... 아니면 어떠한 다른 것인지.
「 당신은 살고 싶은가? 」
 
✎:...오른쪽 페이지가 대답을 기다리듯 비어있네요.
책상 서랍에 든 펜을 사용해서 대답을 적을 수 있겠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기계장치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끙.. 곯머리 앓는 소리를 약하게 낸다.)
(분명... 죽고 싶었지.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 당시에는 정말로... 다른 이들의 시선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죄책감에, 아니면 충동적으로. ... 솔직히 그 당시의 감상은 이제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해내기 싫은걸지도 모르겠다.)
... (당신은 살고 싶은가? 짧은 질문에 괜히 우스워졌다. 총에 난사당해서 널부러진 시체들을 보고있자니 더욱 살고 싶어졌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세상에게 나는 영원히 죄인인걸.)
(제 아무리 그들의 우두머리가 살려냈을지라도, 이제와서 등대의 빛을 나눠 받기엔 너무 욕심이지 않나. ...) 적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텐데.
... 됐다, 됐어. 렌이나 찾으러가야지. (그러니 그저 책을 덮고 생각을 비운다. 책이랑 펜은 여전히 들고 있는채로.)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제치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툭, 발밑에 무언가 걸립니다.
 
당신의 발밑을 확인하면, 발밑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스위치가 보입니다. 눌러볼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이런게 있었네. (러그 아래에 깔려있던 비밀통로랑 연결된건가?)
(이상한거라면...? 음... 솔렌이 지켜주겠지. 아무렴, 스위치 누른다! 꾹~)
 
그것을 누르면, 덜컹.
 
소리와 함께 러그 아래에서 발견했던 비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린 비밀 문 아래로 칠흑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폭이 좁고 단이 높은 계단이 펼쳐져 있습니다.
 
…저 아래로 내려가라는 뜻일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원래라면 꼭 이런 지하실로 내려가면 큰일나는데.........)
......
(하지만 말릴 사람도 없지! 당장 몸 옮긴다. 내려가기 전, 시계도 확인해본다.)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는 중입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네요.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마지막이라고 했던 게 설마...
 
루퍼트 블랙우드:종말과 재림? (세상의 멸망? 하지만... 왜? 죽은사람도 살아난 마당에 괜스레 불안해진다. 만약 저 침이 12에 닿으면 과연...)
(그렇다면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솔렌 문릿을 찾는거다, 지하실로 들어간다.)
 
세계가 멸망이라도 한다는 걸까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 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아가지 않은 저 너머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탓에 끝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서늘한 적막만이 유지되는 어둠. 이 어둠 속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노라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군요. 천장에 당겨서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어두운데. (게다가 무언가 있다. 창살 너머로 기어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지만... 확인해봐야할까? 뭔가 오소소한데...) ...
(그렇다고 어둠속에서 기습당하는 것보다 꼴불견인건 없으니까, 스위치 달칵 켜본다.)
 
찰칵,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쇠창살 너머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빛이 비추어진 그 너머에는...
 
덕지덕지 묻어 말라굳은 핏물들, 어떠한 형체, 사람, 사람?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미(dummy)에 가깝습니다.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부분이나 얼굴이 없는 것을 보면 눈치챌 수 있는걸요.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처참하고 잔혹한 몰골로.
 
더미의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 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미완성된 것들? 저것들도, 혹시 마네킹처럼 자신의 모습을 띄고 있나,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본다...)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어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루퍼트 블랙우드:(아무렴 저것들은 가 아니다, 그러니까...)
(기분나쁘게 일렁이는 감각은 결코 솔렌 문릿을 향한 적대심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정말 이렇게 고분분투하면서? 날 살려야만했다는 이유가 있다던가.)
(뭐든 간에, 그저 내가 그리웠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좀 서운할 것같긴 하다만.) 징그러워.
(침대 곁에 한가득 쌓인 기계 장치들도 확인해본다. 책상 위의 것들과 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그 끔찍한 광경은 웬만한 변명거리로는 수복되지 않을 정도로 보기 힘듭니다.
 
기계장치 확인합니다.
 
✎:생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료 장치들입니다.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히 창고에 물건을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실사용을 위해 배치해두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가만히 기계 장치를 살펴보자면, 저것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시체를 보존하는 장치에 가까워 보입니다.
문득, ‘오래 지켜온 시체가 사라졌다’던 솔렌의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흰 침대에는 무엇이 눕혀져 있었을까요? 그것은 어디로 간 걸까요...?
 
쇠창살은 몇 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잠겨 있지 않고, 너머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요?
 
루퍼트 블랙우드:(굳이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기분. 이걸 참으로 고맙다고 해야할지, 만나자마자 정신을 차리라고 윽박을 질러야할지 감도 안 잡힌다.)
(대충... 적어도 저 더미들과 함께있긴 불쾌하니까, 문 열어 곧장 나가본다.)
 
검은 문을 활짝 열면,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내내 어둡던 통로에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이곳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방입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꾸며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직은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지 않았던 시절, 같이 지냈던 카지노 룸의 방과 비슷한 분위기가 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쓸쓸한 것뿐이네요.
[책장]과 [책상]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구성이 눈에 띕니다.
방금 루퍼트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씩 문이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어떤 향인지 모를리가 없었다. 그야... 유년기부터 항상 맡아온 냄새니까. 호그와트보다 훨씬 오래, 지독하게...) 이것봐, 취향 한 번 이상하다니까.
그러니까... 여긴 렌의 방인가. (솔렌이 없는 틈을 타 뒷조사하는 것 같아 찜찜하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책장부터 살펴본다.)
 
✎:깔끔한 검은색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으며,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서재와 비슷한 구성이군요.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 문단 아래에 메모지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일 숨을 나눌 상대가 먼저 죽어버린다면, 그 상대의 복제품을 만들어 대신할 수 있는가? 복제품이라도 살아가도록 나의 숨을 줄 수 있는가?」
 
루퍼트 블랙우드:(종말 이후의 삶, 살아갈 생명 두 개...)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신경질적으로 책장에 책을 쑤셔넣었다.) 지금 제멋대로 굴고 있는 사람이 누군데. (책장 너머 책상으로 다가간다. 여기엔 뭐가 있지?)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모니터가 놓여있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과 깔끔하게 정리된 필기도구가 보입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서재에서 솔렌이 사라지기 전, 손에 쥐고 있던 책인 것 같습니다. 검은색 하드커버이며, 책의 제목은 ‘일기장’입니다.
일기장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저자인 솔렌,의 일기장이겠습니다.
책을 펼쳐보면, 시작은 무척이나 충격적인 문장입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에, 잉크가 마르지 않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실패한 너라도 상관 없어. 멸망이 코앞인걸. 온전한 너는 이미 5년 전에 잃었음을 인정해. 시체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는걸. 오래 버텼지. 그래. 날 찾으러 와. 내가 너를 찾아 헤맸던 것처럼.」
혼란스러운 말이 휘갈겨진 낱장을 마지막으로 기록이 끊깁니다. 책 밑에는 CD 2장이 깔려있습니다.
이곳에 CD 플레이 기기는 보이지 않으므로, 챙겨두었다가 다른 곳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1. 인터뷰]와 [#2. 리허설]이라고 적힌 CD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CD들을 돌아볼 여유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일기장의 내용이,
 
...미친 것 같으니까요.
 
저자가 ‘그’인 기괴한 일기장으로부터 당신의 죽음을 접한 루퍼트,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이성 -2
 
루퍼트 블랙우드:(렌이 살아가기 위해선 내가 있어야하는건가? 정확히는 내 목숨이.)
(... 복제인간? 아니, 나는 살아생전의 완벽한 루퍼트 블랙우드다.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 기억하고 있어, 감정을 느껴.) ... (물론 네게는 아니겠지만.)
(시디 두 장 챙겨 왼쪽 문부터 열어본다.)
 
✎:지하통로에서 보았던 빈 침대에 당신의 시체가 있었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고 했죠.
...당신은 정말 솔렌이 창조해낸, 루퍼트의 모조품에 불과할까요? 더 알아보아야겠습니다.
 
왼쪽 문은 서재로 이어집니다. 아까 솔렌이 들어가선 문을 걸어 잠궜던 방이 이 방이겠군요.
 
루퍼트 블랙우드:굳이 돌아오게 만드는 수고를 다해주고. ... 쯧. (왼쪽 문 다시 잘 닫아놓는다. 바로 반대편의 오른쪽 문을 열고 나아간다. 계속 걷다보면... 솔렌 문릿이 있는 곳에 당도할 수 있겠지.)
 
문을 열고 나아가다 보면...
 
작게 패인 창고 같은 공간에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가 자리해 있습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루퍼트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통로를,
여섯 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 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보입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몇 번을 돌고 돌아 우리가 작별했던 계절에 다시 당도한 건지.
 
✎:그때, 여섯 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솔렌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안에 들어간 이후의 동선이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저기로 향했나요.
 
루퍼트 블랙우드:(종말에 어울리는 계절이였다지, 돌고돌다 기일에 가까워진 것은 불쾌했다만.)
... (cctv 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12시가 넘으면... 큰일나니까. 화원으로 향할 수 있는 통로는 어디지?)
 
길을 알 수 없어 닥치는 대로 걷다 보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또다시 피냄새가 흥건합니다.
 
✎:바닥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전부 죽었습니다. 서재와 같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정면에 검은색의 정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은 화원과 이어지겠지요.
 
루퍼트 블랙우드:(바닥에 깔린 것이 원래부터 붉은색이였는지는 글쎄... 다만 한 가지 알겠는 것은, 시체따위에게 동정을 품을 시간도 없다는거다. 어짜피 종말을 맞이하면 죽을 피라미들이였읕테니 더더욱.)
(... 문득 지나치려다 시선을 빼앗는 형상 관찰한다. 무엇이 그려진거지?)
 
바닥에 비추어진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상은 세 쌍의 사람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쌍은 하나가 다른 쪽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고, 두 번째는 서로를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쌍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그려집니다. 지워지지 않는 자국 같습니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에,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마저 향할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참... (지체할 시간이 없다. 화원으로 발걸음 옮긴다.)
 
정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분명 솔렌은 이 안으로 들어갔죠.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날씨에 맞지 않게 만개한 루드베키아가 당신을 유혹하듯 살랑거립니다.
 
피부 위로 내려앉은 축축한 눈은 결정의 모습을 금방 흐트러트리며 사라집니다만, 전혀 차갑지 않습니다.
 
이건 당신의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어쩌면 이건 진짜 눈이 아닐지도 모르고요.
 
옅게 내리는 진눈깨비가 시야와 더불어 사고를 흐트러트립니다.
 
✎:화원의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로 가득찹니다. 코너마다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도 잔뜩 놓였고요.
 
계속 걸을까요?
 
루퍼트 블랙우드:(눈은 내리고, 햇빛은 봄날과도 같고. 루드베키아는...) 한 여름의 꽃이지. 이거 세상이 미쳐돌아가는군.
(계속... 걸어본다. 어짜피 이 공간에서 가장 이질적인 건 자신이니까.)
 
한참을 걷다 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형상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 나쁩니다.
 
...
 
조형물이 내뻗은 촉수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뭔가 만지기도 꺼려지는 기분이다...만, 받으라는 듯한 모습이 영 신경쓰인다.) ...
(책 받아본다. 이것도 읽을 수 없는 것이려나?)
 
펼쳐서... 읽어볼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빠르게 훑어본다!)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에 잠시 현기증이 입니다.
 
이성 -1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옮겨온 건지 복제품인 건지...
 
혼란하기만 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사라진 시체, 그리고 과거의 인물을 현재로 불러온...)
(그러니까, 복제인간이 아닌...)
(나는, 완벽한 내 자신이다. 그 사실을 이해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등 마네킹과 더미들과는 다른, 정말... 나야.)
(기쁜건지, 혼란스러운건진... 여전히 모르겠다만,아니, 애초에 나는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보러오라는 솔렌 문릿을 만나기 위해서.)
 
계속 걷다 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가운데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그 기괴한 현상을 목격한 루퍼트,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2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 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충분히 헤맸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가야 솔렌을 만날 수 있는 걸까요.
 
그때, 누군가 어깨를 붙잡습니다.
 
■■:길을 잃으셨나요?
 
뒤를 돌아보면, 유들유들하게 웃는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당신의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됩니다.
 
■■:솔렌이 제법 잘 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최근에는 통 실패작 뿐이라고 투덜거리던데 말이에요.
몇 년 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떤가요?
 
루퍼트 블랙우드:... 누구? (물어오는 답에는 대답으로 되받아치지 않았다. ... 솔렌이 이쪽까지 오는데 사람을 살려둘리 없다고 생각해서. ... 털이 쭈뼛 슨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인지, 스스로를 알고 계십니까?
지금 남이 누구인지를 질문할 때가 아닐 텐데요.
뭐, 굳이 말하자면... 죽은 이를 살려내길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지켜보기를 좋아하는 조수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염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시나요?
 
루퍼트 블랙우드:난 나야, 딱보면 모르겠어? 이거 5년 지났다고 내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는데. (피식, 비웃음에 가까운 조소를 흘린다. 빨리 뿌리치고 늦기 전에 솔렌에게 가봐야했기 때문이겠지.)
취향이 참 질 나쁘시네, 신사처럼 생겨가지고는. 당신.
망해가는 세상 속에서 동앗줄 하나 잡는게 뭐가 나빠, 지금도... (둘 중 하나는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하, 그래요. 그렇죠. 당신의 행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종말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이 현실이 되었답니다. 솔렌은 그걸 조금 먼저 알아차리고 대책을 강구하던 모양인데. 당신이 먼저 죽어버려 무용하게 되어 슬퍼하길래 내가 ‘작은 도움’을 줬죠.
하여간, 멸망을 목전에 두고서도 솔렌이 당신에게 매달리는 걸 보면 당신이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이었던 모양이에요. 그와 무슨 관계였기라도 한가.
솔렌은 분명 친구보다는 더 증오스러운 존재라고 답했는데...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루퍼트 블랙우드:(차라리 훨씬 증오스러운 존재가 되어 네 연을 잇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였다면 조금 달랐을까. 멸망을 목전에 두고 상념에 치우치는 건 그다지 좋은 습관이 아니다만.) 꽃잎?
아니, 사람의 머리... 아닌가... 이거. 내가 제정신이라면 말이지.
 
■■:하늘 그 자체.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예요.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겠죠. 거기서 당신들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나마 여긴 양호하죠. 이미 이 저택 밖의 길거리는 난장판이 됐을걸요.
순식간에 살점과 피로 흩어져서... 쾅!
 
방호복을 입고 있던 상당수의 시체들이 떠오릅니다.
 
본인이 멸망의 목전에 서 있음을 깨달은 루퍼트,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1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성 감소 없음.
 
■■:내가 작은 ‘장난’을 쳐서 기회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더 색다른 볼거리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나도 슬슬 떠나보려고 해요.
힌트 하나 줄까요?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을 지도요.
솔렌을 찾는다면, 당신이 오기 직전에 저택으로 돌아갔답니다. 딱 엇갈렸네요. 신의 장난처럼.
이쪽 길로 쭉 나가면 저택이에요.
당신도 서두르는 게 좋을 거예요. 멸망까지 얼마 안 남았거든요. 화원과는 달리 멸망에는 출구가 없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방호복을 입지 않은 나는 어째서 죽지 않은거지? 아니 잠시만! 그저 둘이 함께 있는다니, 사이좋게 개죽음이라도 맞으라는 소리야? 제대로 대답해!
... 칫. (시선만 수려하게 생긴 남자를 향한 채로, 화원에서 뒤돌아 저택으로 도망치듯 뛰어들어간다.)
(그 사람의 말대로... 멸망에는 출구가 없으니까.)
 
질문에 다시 답변하지 않은 채로 남자의 흔적은 영영 사라지고, 루퍼트는 다시 저택으로 향합니다.
 
…수상쩍은 남성이 알려준 길로 향하자, 다시 화원의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솔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택의 홀로 들어서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검은 문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여태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거리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당신은 어느 방에 이르러 있습니다.
방은 정갈하고 고요하며, 어둡습니다.
[CD 플레이 기기]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흰 스크린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루퍼트 블랙우드:(목덜미를 얕게 주무르며... 스크린 룸 안으로 들어섰다.) 이래서야 원... 평생 통증도 차단해주던가. 기분 나쁘게 시리.
(챙겼던 시디 2장을 내려다보다, 첫 번째 시디를 플레이어 기기 안에 넣어본다.)
 
✎:끔찍한 자국이나 남겨놓곤 어디로 사라진 건지...
기기 안에 CD를 넣습니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불러 모았다는 저명한 지식인들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이 실험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
 
.
 
.
 
마지막으로, 솔렌이 셀프 인터뷰를 합니다. 솔렌이 저 지식인들을 모두 불러 모은 장본인입니다.
 
문릿:“...나는 세계가 몇 년 내로 종말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아마 5년은 겨우 버틸까.”
“아주 우연히 알게 됐어. 사이비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알게 됐어. 징조를 느꼈지. 마법이고 전쟁이고 뭐고 삶을 먼저 건져내야 한다는 걸.”
“하지만, 실은... ‘종말’은 아주 은유적인 표현이야.”
“신세계에서 살기 위한 새로운 생존 법칙이 생긴다는 편이 맞겠지.”
 
...
 
문릿:“...그래.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2명분의 숨이 필요하대.”
“자신과, 상호 강렬한 감정을 가진 타인.”
“그래서 나와 너는 서로에게 숨을 줄 수 있어. 그런데 네가 먼저 죽어버렸고.”
“따라서 나는 너를 감히 살려내기로 했다.”
 
.
 
.
 
.
 
영상이 끝납니다. 다음 CD를 볼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알고 있는 내용이였음에도 네 입으로 들으니 기분이 무척...)
(나빴다. 그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두 번째 시디로 넣어서 재생해본다.)
 
영상은 이어지는 듯합니다. 스크린 속의 솔렌은 머리카락이 조금 더 짧고, 당신의 기억 속 모습과 가깝습니다.
 
그의 표정에서는 깊은 회한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보이는 옷깃 위로 피가 잔뜩 튀었습니다.
 
문릿:...312번째 더미. 드디어 루퍼트와 비슷한 개체야.
솔직히 말해, 루퍼트가 이 방법을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
 
파란 눈동자는 지금이 훨씬 더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문릿: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말에도 설득력은 없겠지.
그러니 계속할 작정이다.
오늘 만든 312번째에게 말을 걸어서, 그가 대답한다면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곤 카메라가 조금 내려갑니다.
 
수술대에 누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솔렌이 당신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묻습니다.
 
익숙한 질문입니다.
 
문릿:루, 나를 알아보겠어?
 
아주 고요한 정적 속, 경직된 솔렌의 숨소리만 잡히는 가운데.
 
눈을 뜬 스크린 속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일전 보았던 대로,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 내립니다.
 
솔렌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이 흘러내립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솔렌이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잠시 화면이 멈춥니다.
 
.
 
.
 
.
 
눈가가 발갛게 변한 솔렌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눈물은 아무리 오래 흘려도 마르지 않는다는 듯이, 훨씬 나약해진 꼴로.
 
...
 
머리카락이 긴 솔렌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차가운 표정을 지은 솔렌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솔렌은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행위에 점차 몰두하고 집착합니다.
 
루퍼트 블랙우드: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전신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립니다.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루퍼트 블랙우드:(자신을 소중히 끌어안는 네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전장에서 서로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그동안 자신을... 하대했던 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여서. 분명 죽기 전에 시야에 담았던 그 표정과 목소리도 이젠... 전혀 기억나지 않아. 당연하게도.)
죽음을 무서워했던 사람을 다시 살려내고, 네 자신을 위해 또 한 번 죽으라니. 너도 참 잔인해. 알아?
(그 모습에 경멸을 느끼진 못했다. 푸른 눈동자는 심연을 담기보단 찬 겨울을 닮았어서. ... 글쎄,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의 너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손길. 느낌.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솔렌 문릿:…루. 다시 안녕. 나의 레인 메이커.
 
서글프거나, 증오스럽거나 어쩌면 무척이나 기쁘고 환한 표정을 지은.
 
그래, 미쳐버린 솔렌입니다.
 
당신을 위해 죽을, 혹은 당신을 죽일.
 
솔렌은 어떤 생각인 걸까요.
 
루퍼트 블랙우드:솔렌, 넌... 내가, 네가 알던 루퍼트 블랙우드라 생각해?
 
솔렌 문릿:글쎄... 아니라도 상관 없지 않을까. 미안해. 너무 지쳤어. 난 그냥... ... 보고 싶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아무래도 아니겠지. 내가 알던 너는 죽었어, 알아. 내 눈으로 봤고 내 기억이 옳다면 그래. 죽고 싶어 했잖아. 그래서, (목소리 가라앉는다.)
나를 두고 그렇게 가버렸잖아...
 
루퍼트 블랙우드:넌...  가 보고싶었던게 맞아?
내 목숨이 필요했던거 아니야? 이... (...) 이기적인 자식아.
죽으려고 했던 사람을 다시 부르면, 용케도 한 수 접어주며 죽어줄 줄 알고? ... 차마 그렇다고 말하지는 말아줄래. 그러면 나 지금 좀... 널 한 대 때리고 싶을 것 같으니까. ...
 
솔렌 문릿:(한 번 가만히 웃는다.) 루. 세계가 한 번 뒤엎어지면 말이야. 지금 같은 분쟁도, 우리가 겪었던 전쟁도 없을 테고 그럼. 나와 내 열정, 의지, 문릿 또한 필요 없어지겠지. 난 그걸 알아. 그리고 내가 가장 염원하던 건... ...
소중했던 사람을 지키는 것. 그리고 우연찮게도 우리의 목숨은 아주 잘 들어맞고,
너는 여전히 내 목적 중 하나야.
과연 내 목숨의 경중이 네 것보다 무거울까? ......전혀.
있지.
갈 곳이 있는데... 같이 가줄래?
 
루퍼트 블랙우드:... 끝까지. (누군가에게 애정을 받는다는 걸 좋아했다. 이전의 루퍼트 블랙우드가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너는 날 그리 생각하지 않잖아. 5년의 세월이 그 문릿도 마모되게 만들었나보지. 그러니까, 이 종말이 끝나고, 네가 깨어나면...) 분명 후회할거야, 너는.
(그러니 애매모호한 답의 뒤를 물린다. 아직, ... 아직 멸망이 아니니까. 출구가 없더래도, 끝까지 뒤로 쫓겨 도망칠 수는 있을테니까.) ... 앞장서. 이번엔 앞서나가지 않을테니까.
 
몇 걸음 걸어간 솔렌이 흐린 빛이 쏟아지는 스크린을 걷어냅니다.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어느 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솔렌이 먼저 잡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번에는 솔렌과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솔렌 문릿:네가 깨어나면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한 게 있어.
언젠가는 성공할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내 사람들이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 넌 그중 하나인 걸 알잖아.
한결같다고 해줘.
 
솔렌의 얼굴에 문가를 타고 흐린 빛이 쏟아집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꼭 우는 것 같습니다.
 
문 너머로 향하면,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세계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네요.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루드베키아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직감했기에 더욱 진한 생명의 향기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정원에 활짝 피어난 것은...
 
당신의 머리를, 눈을 닮은 꽃입니다. 노력이 가상하지 않나요.
 
솔렌은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솔렌 문릿: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이 날 때마다 노력했어.
 
루퍼트 블랙우드:(그 꽃을 가만히... 응망한다. 누가 그랬다지, 이 세상에 푸른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
헛수고야.
세상이 멸망하면, 이 꽃을 기억하는 사람도 남지 않을텐데.
너도... 네 삶을 살아야지, 솔렌.
 
솔렌 문릿:내 삶은 항상 마모되고 목표에 의해 끝내는 부서져내려. 언제나 그랬으니까 괜찮아.
있지. 새로운 세계에서는 한 명에게 두 명분의 숨이 필요하대.
 
있지. 새로운 세계에서는 한 명에게 두 명분의 숨이 필요하대.
 
울리듯 선명하거나, 흐릿한 목소리...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풍경에 자꾸만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세계의 파편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앞으로, 머리 위로 지나는 모든 풍경이 비현실적입니다.
 
솔렌 문릿:네게 내 목숨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정원의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이내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배치된 장소에 다다릅니다.
 
대리석상들은 어떠한 의식의 일환 마냥, 원을 그리고 모여 있습니다.
 
솔렌 문릿:이번에야말로 네게 죽음이 아닌 삶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밉기도 해. 하지만 그런 네가 이제 그만 불행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앞서.
여지껏 많이 불행했으니까.
 
솔렌은 그 원의 중앙으로 당신을 이끕니다.
 
솔렌이 환히 웃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종말을 맞아가는 중인 가운데. 당신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솔렌 문릿:나의 레인 메이커.
내 숨을 가져가줘.
 
그가 당신의 손을 끌어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그 손길이, 마치… 당신이 눈을 떴을 무렵, 그가 당신의 목을 졸랐던 것처럼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손에 닿은 솔렌의 목은 뜨겁습니다. 손 아래 맥박이 조용하게 고동치고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솔렌은 당신을 살리기 위해 그 지난한 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솔렌 문릿:계속 살아가겠다고 약속하면 용서해 줄게, 우리......
마지막이니까.
 
그러니 그런 그의 숨을 멎게 하는 일은 간단하며, 오직 당신만이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목에 당신의 손을 얹어주기까지 했잖아요.
 
손아귀에 힘을 주면 끝입니다. 간단히 이 생명을, 이 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망설이나요. 선택의 시간입니다.
 
솔렌 문릿:다정한 네가 혹여라도 과거의 일을 떠올려, 내 숨을 앗아가는 일이 어려워진다면.
그러면 기꺼이 못된 말도 해줄게. 마음은 좀 부서지겠지만.
하지만 난 마지막이니만큼 네게 부드럽고 싶어. 과거의 언젠가처럼. 그렇게 대해주고 싶어, 미워했어도.
 
루퍼트 블랙우드:(자의가 아닌 네 의지에 따라 목에 손을 올린다. 정말, 조금만 힘을 주면 자신은... 계속해서 네가 선물해준 생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을 죄인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닯은 꽃을 보며, 어쩌면...)
(불행한 삶의 마침표를 찍고, 다음 페이지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네가 건넨 어떠한 제안보다도 달콤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그렇게 확신했다.) ... 솔렌 문릿.
난... 너 하나가 용서한다고 새 사람이 될 수 있는 이가 아니야. (엄지로 네 맥박 위를 지긋이 누른다. 네가 했던 것처럼, 따스하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지는 그 울림 위로.)
내가 말했지, 내가 널 소중히 생각하는 것처럼 너도 널 소중히 대하라고.
단명하고 싶다는 말, 희생으로 일축하지 말라는 말. ... 이제 전부 지겨워.
... 솔렌 아케르나르 문릿, 딱 한 번만 말할거니까 똑똑히 들어. (목울대를 잡았던 손을 내려 네 양 어깨를 잡아 꽉 끌어안는다. 이전에 못해줬던 만큼 몇 배로.)
 
루퍼트 블랙우드:새로운 세계엔 네가 필요해.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나같은 사람도 받아줄 수 있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케르나르, 가장 밝은 등대가 말이야.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겠어?
가장 오래 살아남은 문릿이 되어줘, 후대를 위한 숨을 길게 늘려줘.
... 부탁이야.
 
솔렌 문릿:새 사람이 되라고 안 해. 계속 나를 기억해. 그렇게 하거나, 힘들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잊어. 너 내 앞에서 두 번이나 죽어버릴 생각이야? 도대체 얼마나 나를 상처줘야 만족할래.
난 오로지 이 순간만을 위해 오 년을 바쳤어. 그저 네가 보고 싶어서. 살았으면 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필요하다는 생각따윈 집어치운지 오래고, 새로운 세계의 이름도 존재도 모를 것들보단 너를 더 위하고 싶어. 그냥 그러게 해주면 안 돼?... 제발. (눈을 감아낸다. 뚝, 눈물이 떨어졌다. 수백 번 너를 죽였을 때에도 지금도 어떻게 감정은 마르질 않는 건지. 품이 이토록 다감해도 미련은 점차 사그라든다.)
나도 나를 소중히 했어. 그렇게 살았어. 함부로 소모하지 않았어... ...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내게 남는 건 없었어. 전부 죽어버렸고 난 또 잃기가 너무 무서워.
외로워, 루.
난 이 추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 너무 오래 살았나 봐.
나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구해줘. 그럴 수는 없어? 지옥 끝자락에서 사는 기분이야, 혼자라는 건.
 
솔렌 문릿:애원할게. 그래, 내가 단 한 번만이라고 하잖아...... 널 소생하기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십수 번은 죽고 싶었어. 이 기분을 더 견딜 자신 없어. 루퍼트.
 
루퍼트 블랙우드: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해? 넌 지금... 그래, 조금 피곤한거야. 그래서, 네가 원하는 걸 계속 놓치고 있는거야, 나 때문에...
내가 널 기억하길 바랬다면 날 닮은 꽃이 아니라...
널 닮은 꽃을 준비했어야지, 날 위해서.
... 네 자신을 잃으면 어떡해. (춥다는 말엔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 외롭다는 말엔 제 뺨을 네 어깨에 기댔다.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었어. 제 온기로는 턱도 없을거라는 것도, 네가 바라는 것이 내가 아닌 삶의 온기라는 것조차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욕심을 내는거다. 네가 가진 미련을 한 가닥 엮어 후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 솔렌 넌 모르지만... 난 알아. 죽는다는 건 결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정하지 않아. 언제나 폭력적이고, 기분 나쁘고... ... 내 마지막 기억이 널 죽이고,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라니 너도 참... 너무 잔인하지 않니. (피식 웃었다. 솔렌 문릿 넌 지금 나에게 너무 큰 죄책감을 심어주려 해, 내게 가장 불행한 기억을 떠안고 살라고 해. 오랫동안 봐왔지만 너도 아가씨는 못 돼. 알지?)
네게도 버거운 삶을 내가 어떻게 살아내겠어. 그러니 이왕 네 인생의 낙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면 끝까지 개자식으로 남게 해줘.
 
루퍼트 블랙우드:솔렌, 렌. 난...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널 죽이고 싶지 않아. 네게 이러고 싶지 않아... ...
5년간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어서 미안해... ...
 
솔렌 문릿:(한편으로는 알고 있다. 내가 삶을 버겁게 여긴 만큼이나 이미 한 번 죽음을 결심했던 너는 어땠으려나 하고 생각한 나날이 적지 않다. 죽음을 이해하는 심부가 차고 시리다. 괴로웠다. 나는 이러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이러고 싶지 않았어. 원인을 뿌리뽑아도 다시 돌려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우리를 훼손했다. 우리를 함부로 훼손해 놓고 회복할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로 떠나간다. 가까운 곁이란 그런 것이라고, 진작에 알고 있었는데...)
맞아. 네가 온전한 신사는 못 되는 것처럼... ... 난 널 위해 가장 찬란하게 죽고 싶었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웃어줄 수 있었어. 나를 파괴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내가 파괴하고 죽여낸 것들 또한 얼마나 많았는지...
봤잖아, 루. 더 이상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보다는 살인이 내게 더 어울려졌는걸.
나 또한 그래. 너를 두 번 죽이는 짓을 하라고 하지는 마.
차라리 끝까지 이대로 있자. 그리고 언젠가의 생에서 다시 만나면,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때는...
그때는 우리, 서로를 죽이지 않기로 해. 어릴 적처럼 웃어주자. 오로지.
 
루퍼트 블랙우드:(내려앉은 눈으로 사람을 죽였던 널 기억한다. 루퍼트 블랙우드는, ... 오로지 지금뿐만이 아닌 그동안 함께 지냈던 솔렌 아케르나르 문릿을 회상한다. 그리워하고, 또... 애증했다.) 그래, 넌 후회할거야.
살아간다면 날 또 다시 죽인 나를, 네가 죽인 수많은 학자들을. 또, 지금까지 네가 놓지 못했던 것들을.
난 네가 나처럼 되지 않았으면 해, 솔렌.
네 자신을 갉아먹지마, 그러니까, 다음에 ... (아니, 다시 만나지 말자. 그런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네 흔적이 닿은 곳에서 멈춰 서서히 고여갔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흔처럼, 목소리는 차올라 넘치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계속.) ... 다음에 만나면, 웃어줄게.
아니, 웃어줘도 될까? 예전처럼, 다정하게 네게 어깨동무를 둘러도 되는걸까.
그 땐 싸구려 칩이 아니라, 네가 나를 위해 심어준 꽃을 준비할게.
 
루퍼트 블랙우드:킹도, 등대도, 문릿도 아닌... 그저 솔렌으로 날 만나러 와.
먹구름 가득 낀 레인메이커는 더 이상 없을테니까.
 
…우리는 그 누구의 숨도 앗아가지 않기로 결론짓습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은, 목에 닿는 손은.
 
숨통을 조이고 숨을 뺏는 대신, 깍지를 끼고 맞잡아 그리운 온기를 서로에게 전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관계와 감정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멸망은 애당초 우리를 덮치지 못할 것입니다.
 
멸망에는 출구가 없다지만, 결코 멸망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멸망한 세상에서 상대의 숨에 의지해 겨우 호흡하며 살아간다면, 그 삶에 이전과 같은 의미가 있을까요.
 
어느새 유리 돔 안쪽까지 우리가 사랑한 삶의 잔재가 부스러진 채 흘러 들어옵니다.
 
어느새 시야가 새하얗게 번질 정도입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파편들은 눈이 아리도록 아름답습니다. 끝은 이토록 아름답군요.
 
종말은 숨이 조이듯, 서서히 우리에게 같은 빠르기로 다가옵니다.
 
그와 당신, 둘 중 누구 한 명 서로의 목에 손 올린 이 없음에도 점차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삼킬 수 있는 숨이 모자랍니다.
 
솔렌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한 낯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그 종말의 순간은 찬란하게도 아름다워서, 잡히지 않는 숨을 한참을 들이쉬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솔렌 문릿:후회하기 싫어. 아무런 회한, 죄책과 서글픔 없이 너를 보고 싶어. 네가 웃어주면 나 또한 티 없이 웃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싶어.
부디 웃어줘... ...
네가 그때처럼 미소지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또한 그때처럼 너의 곁을 지키며 마주할 수 있도록.
꽃을 받아들고 저주나 공격이 아닌 빛을 내는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어. 언제나.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렇게 약속하고 서로를 보내주자.
다음 생에는 반드시 순백의 웃음을 줄게.
 
이 대화가 마지막으로 부서질 우리를 증명하는 문장이 될 것입니다.
 
솔렌 문릿:그러니 루. 세계가 완전히 부서질 때까지 함께 있어줄 거지?
 
루퍼트 블랙우드:내 킹이 원한다면, 기꺼이.
이번에도 내 마지막 시야를 장식해줘, 네 목소리를 들려줘.
저번처럼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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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을 종말은 오롯이 우리의 의지.
 
서로의 숨을 뺏어 이후를 빌지 않았습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집니다. 이것이 죽음이 다다랐기 때문인지, 종말이란 것이 당신을 집어삼켰기 때문인지, 혹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신은 당장에 알지 못합니다.
 
서로가 함께하자는 말 한 마디는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그와 이어진 몸은 아직 당신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쿵쾅쿵쾅 시끄러운 심장 박동이 귓가를 채워옵니다.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솔렌 문릿:안녕,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내 레인 메이커.
 
흐린 소리가 심부를 한가득 메웁니다.
 
이것은 종말을 겪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탓일까요.
 
호흡이 부족해 환각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와 손을 꽉 겹쳐 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 박동이 멈추면,
 
세계가 무너집니다.
 
우리의 손안에서, 서로의 숨과 삶도 세계와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맞는 종말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극적이고 잔혹한 참사라지만,
 
우리가 맞는 종말은 어쩌면 서로에 의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애정하거나, 증오하거나,
 
서로에 의해 햇빛이 환하도록 찬란하거나,
 
슬퍼하거나.
 
우리의 의식이 완전히 미동을 멈춘 것은 하늘에서 더는 파편이 떨어져 내리지 않는 때였습니다.
 
주변은 무섭도록 고요하고, 화원의 모든 것은 생명을 잃어 회색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검지만 밝게, 이 고요한 저택.
 
멸망한 세계에서 또한 삶을 열망했고 끝내는 멸망한, 우리의 잔재를 비춥니다.
 
KPC 로스트, PC 로스트.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