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토마토] MAD LOVE

1975°F 2025. 2. 2. 23:16

자이제 야옹하면 출발 ㅎㅎ
고토 유우야:야옹~
코여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토의야옹으로 세상을열자^^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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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데구르르 ― …
아. 이런.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떨어져 바닥을 구릅니다.
낡았지만 단단한 나무로 우아하게 덧댄 바닥 위로 반지가 널찍하게 튀어 올랐다가 떨어집니다.
반지는 고토의 손가락보다 아주 조금 더 큽니다.
이 반지를 선물해준 도쿄의 고의적인 선택이죠.
자라며 손이 더 커질 테니 미래까지 고려한 크기입니다.
반지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고토보다 누군가가 좀 더 빨랐습니다.
고토 앞에 와 있던 도쿄입니다.
떨어진 반지를 주운 도쿄의 손가락에도 고토와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언제 왔지? 기척이 들리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죠.
도쿄 마이:마음에 안 들어?
흠이 간 곳은 없는지 반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던 도쿄가 입을 엽니다.
반지는 작은 흠집도 없이 멀쩡합니다. 상처가 걱정되기보다는 고토가 반지를 몸에서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실수였을 뿐인데도요.
반지를 몇 번 더 살펴보던 도쿄가 고토의 손가락에 직접 반지를 끼워줍니다.
고토의 손에는 아직 반지가 크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고토 유우야:아아. 도쿄 상⋯⋯.
성가신 여자애는 인기 없어. 알아?
도쿄 마이:그딴 거 필요 없어. 알잖아.
미묘한 어투. 고토를 바라보는 시선... ...
도쿄 마이:야.
어처구니없는 소리나 늘어놓으면서…
도쿄 마이:반지 버릴 거면 나한테 와서 버려.
무시해
고토 유우야:또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 도쿄 상.
(손목 가볍게 턴다. 반지도 같이 흔들리고.)
그럴 때는 버리지 말라고 해야지.
뭐⋯⋯.
버려줘?
(마이 손바닥 위로 손톱 죽 내리그었다. 능청스레 웃는다.)
도쿄 마이:아... ...
(콱, 고토 손 붙잡는다.)
내가 매달리는 게 좋다고 말해. 그냥.
고토 유우야:(깍지 얽는다.)
좋아.
해 봐.
도쿄 마이:(낮게 욕설 중얼인다. 눈 느리게 감았다 뜬다.)
미친 새끼.
도쿄가 짐짓 삐뚤게 웃습니다.
얽은 손을 올려 약지에 느직하게 입 맞춘 후에,
도쿄 마이:버리지 마. 고토.
응? 계속... ...
가지고 있어.
고토 유우야:(약지에 입맞출 제 손 위로 도쿄 마이의 고개가 내려온다. 닳지 않은 지문이 입매를 문질렀다. 머잖아 가지런하게 턱 끝을 긁어올리기도 했다. 개라도 다루듯이.)
(잠시 침묵⋯)
큭, 아하하⋯⋯.
(도쿄 뺨께 손등으로 툭툭.)
부족해.
난 말이다. 곧 죽는다는 소리를 귀에 닳도록 듣고 살아서.
고토 유우야:다음부턴 할복이라도 하는 게 낫겠어.
도쿄 마이:고토. 칼을 가지고 다녀.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거 알잖아.
네 시체가 땅에 묻힐 때,
네 손에 내가 준 반지가 있는 걸 볼 수 있다면.
어렵지 않으니까... ...
고토 유우야:아?⋯⋯.
버릴 건데?
그만 놀려? 도쿄 상.
도쿄 마이:어.
더 하면 약지 잘라버릴 것 같아서.
좀.
그러네... ...
고토 유우야:하고 싶어지는데?
(반지 슬쩍 빼내는 시늉.)
도쿄 마이:(이 악문다.) 야.
진짜 죽을 때가 다 됐나.
내가 해줘?
고토 유우야:하하하.
귀여운 새끼.
(어깨동무 한다.)
이 악무는 거 다 보인다.
도쿄 마이:죽어라.
빨리... (씨발.)
고토 유우야:어, 어.
죽여줘.
빨리~.
어디서 고양이 우는 소리 안 나냐?
도쿄마이 혈압 ㅈㄴ오르는소리가 난다
개새끼. 중얼거림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고토가 반지 빼지 말란 말을 신경썼으면 하는 바람인걸 고토도 모르지 않을겁니다.
복도에 난 유리창으로 한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창 밖 아래로 겨울의 고요한 풍경이 보입니다.
고아원의 넓은 마당에는 나무 테이블 몇 개와 밧줄로 만든 그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낮은 탁상이 있지만 지금은 전부 눈 아래에 파묻혀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유독 폭설이 내렸습니다. 성년이 되기 전, 그리고 삶이 끝나기 전 고토의 마지막 겨울을 하얗게 덮어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꺼운 눈입니다.
도쿄의 신발과 바지 끝이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왜일까요?
고아원 내부에 젖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면 안 될 텐데… 도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입니다.
옷이 잔뜩 젖었으니 갈아입어야겠죠.
고토 유우야:도쿄 상.
벗겨줘?
젖었다.
도쿄 마이:미쳤냐?
고토 유우야:응, 음.
그런지 좀 됐다.
도쿄 마이:그런 것 같다.
고토 유우야:뭐하다 왔길래 그 모양이야. 칠칠맞게.
도쿄 마이:고아원 안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난 길을 쓸고 왔는데.
세이켄 원장이,
맨날 너한테 안 시키고 나만 시키잖아.
다음엔 오붓하게 같이 시켜달라고 하려고.
사람들 안 볼때 죽이게.
고토 유우야:내 생애 너만큼 독기 가득한 여자애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돼.
투항해줄게, 도쿄 상! 하하⋯⋯.
(뺨 쿡.)
도쿄 마이:(탁 쳐내고 이 꽉... 문다.)
그래야지.
나밖에 없어야지. 당연히.
따라와. 발이 얼어서 잘 못 걷겠다.
방으로 가서 죽이게.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도쿄는 고토에게 자신의 방으로 같이 가달라고 말합니다.
양심은 내다 버린지가 오래입니다.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도쿄는 고토가 자신에게 주는 관심을 즐기기 때문에 자주 이런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도쿄는 절대 남에게 부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면을 보이는건 상대가 오직 고토라서겠죠.
고토 유우야:명령 같은데?
부탁해 봐.
따라와, 말고.
따라와줘, 라고 해.
도쿄 마이:(맞닿은 손 꾹 잡는다.)
(다른 손으론 느긋하게 고토 허리 끌어안고, 고개 약간 숙이고, 시선은 바닥에 처박고... ...)
고토... ...
(웃는다.)
개소리하지 말고 따라와.
고토 유우야:웃네.
계속 웃어.
보기 좋다.
도쿄 마이:(표정 바꾼다. 떨어져서 대충 끌었다.)
고토 유우야:(도쿄 마이 허릿께에 팔 감는다. 죽 끌어와서 나란히 걷는다.)
근데.
도대체 나 언제 죽여?
혹시 아직도 칼 가는 중?
한 몇 년 전부터 죽인다 했던 것 같은데⋯.
도쿄 마이:아니.
칼은 오 년 전에 다 갈았는데.
무뎌지기를 기다리느라.
무딘 걸로 여러 번 찌르게.
고토 유우야:와하. 싸이코패스~⋯⋯.
도쿄 마이:그래. 소시오패스.
고토 유우야:하⋯⋯⋯⋯.
서둘러라.
먼저 돌아가시겠다.
도쿄는 대충 으쓱하고 느린 걸음으로 걷습니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문득.
도쿄 마이:야. 받고 싶은 선물은 정했어?
그나저나 … 선물?
✎:도쿄가 말하는 선물은 고아원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받게 되는 일종의 의식 같은 선물입니다.
성인이 되어 매년 고아원을 졸업하는 아이들은 고아원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기념하면서 받고 싶은 선물을 하나씩 받을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물건은 고아원에서 준비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는 선물을 택하기 때문에 선물 전달식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아원에서 보내는 겨울은 춥고 고되지만 아이들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고토 유우야:뭐⋯⋯.
사람 달라고 할까? 머리카락은 희고, 얼굴에 하자 없고, 곱고 예쁘게 자란 아가씨로.
넌? 도쿄 상.
도쿄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아니다 정정합니다
약간 빡쳤을지도
음 개빡쳤을수도
꼭 무슨 말을 바라고 물은 것처럼...
도쿄 마이:나는 시체.
고토 유우야:난 아니겠네.
도쿄 마이:피부 희고, 머리카락은 검고, 잘 웃고 재수없고 짜증나고.
고토 유우야:어, 응. 그래.
이름은 고토 유우야고?
도쿄 마이:오... ...
어떻게 알았지?
고토 유우야:걔는 살고 싶대.
방금 떠들다 왔어.
어떡하냐. 도쿄 상.
도쿄 마이:괜찮아.
걔는 죽어도 돼.
고토 유우야:하⋯⋯. 아니라는데?
생명은 소중하다는데?
도쿄 마이:어쩌라고. 그냥 죽어.
고토 유우야:하하하.
또 어디서 소리 들린다.
고양이 우는 소리.
고토 유우야: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97
판정결과:실패
도쿄 마이:안 들리는 것 같은데?
아니다
고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희미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디서 들렸는지는 몰라도 도쿄와 고토만 있는 이 복도에 다른 누군가가 존재했던걸까요?
고개를 돌리자 아무도 없습니다. 잘못 들었나.
고토 유우야:아?⋯⋯.
세찬 바람을 맞아 덜컹이는 창문 소리인가?
고토 유우야:진짜 들리는데?
고양이 왔다 갔나.
도쿄는 대놓고 좋지 않은 표정입니다.
생각해보니까 원래 그랫던거같긴한데
고토 유우야:너 말이다.
왜 또 빡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다가 고토에게 시선을 고정합니다.
도쿄는 고토의 팔을 붙잡아 제 쪽으로 바짝 끌어 당깁니다.
도쿄 마이:내 말에 집중 안 하니까 이상한 환청이나 듣지.
고토의 잘못도 아닌데 가볍게 고토를 타박하는 말이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건 잘못 들은 소리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도쿄의 청각은 탁월하다고 해도 좋을 수준입니다. 고아원에 존재하는 아이들 중 가장 독보적이기도 합니다. 청각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괴물 같은 애니까, 도쿄가 아니라고 한다면야. 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고토 유우야:도쿄 상.
고개 가까이 해 봐.
도쿄 마이:(고개 기울인다.)
고토 유우야:좀 더.
도쿄 마이:(찡그린다. 조금 더 가까이...)
고토 유우야:(귓가에 손 얹는다. 도쿄 마이 귓볼 문질, 문질⋯⋯ 손톱으로 꾹.)
이상하다.
눈만 반병신인 거 아니었나.
귀도 맛 갔어?
(가까이서 후, 바람 불고 거리 무른다.)
도쿄 마이:... ...아.
(눈 감는다. 느린 심호흡, 한 번, 두 번...)
(구두굽 끝으로 고토 정강이 깐다.)
어. 그런가?
인생 반병신인 애 옆에만 있었더니 좀.
그런가... ...
고토 유우야:앞으로 어쩌게.
나 죽으면 누가 도쿄 상 데려가라고. 어?
(아야야⋯⋯. 엄살 부리고 혀 찬다.)
봐.
넌 말이다. 운 좋게 시집 가도 남편 죽일 여자로 정평나는 게 금방이야.
도쿄 마이:걱정 마.
죽은 사람 끌어안고 살려고.
시체랑 같이 영원히.
이미 죽은 거니까 두 번은 못 죽겠다. 그렇지?
도쿄의 방 앞에 도착했습니다.
어느정도 나이가 찬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독방을 배정 받습니다.
몇 년 전, 고아원 내에서 발발한 전염병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죽었기 때문에 방이 넉넉한 편이니 나이 찬 아이들을 굳이 한 방에 몰아넣을 이유도 없습니다.
방문은 두껍고 단단한 티크 (Teak)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짙은 골격을 가지고 규칙적인 패턴이 새겨진 문 앞에 세련된 팻말로 도쿄의 이름이 걸려 있는게 보입니다.
도쿄 마이:아무도 없어.
방으로 들어가려던 도쿄가 고토를 불러 세우더니 자신의 방에서 잠시 쉬어 가라고 합니다.
도쿄 마이:우리가 그냥 사이도 아니고.
도쿄가 비스듬히 웃습니다. 또 이런 소리죠.
그냥 사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걸고 넘어진 것도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토 유우야:그냥 내가 좋다고 해.
오래 보고 싶다고도 해.
나밖에 없다고도⋯⋯
뭐.
난 너 말고 많지만.
네 옆방 여자애 예쁘더라.
고토 유우야:(구두굽으로 문 밀어 연다.)
무슨 사이인데? 그럼.
도쿄 마이:너 싫어.
오래 안 보고 싶으니까 빨리 죽어버려.
너밖에... ...
...
씨발.
꼬셔. 그럼. 잘 하잖아. 그런 거.
도쿄 마이:사람 죽고 못 살게 하는 거?
(마지막 질문 무시한다. 방 들어간다.)
고토 유우야:무슨 사이냐니까.
뭐⋯⋯.
(느릿느릿 고개 숙인다. 일전 도쿄 마이 입술 닿았던 제 약지 위로 하순 눌렀다 뗀다. 닿았다 뿐으로소니 의미 있는 담백한 행동.)
이런 사이?
(뒤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앞서 나갔으니 도쿄 마이는 못 봤을지도 모르겠다.)
(도로 어깨동무.)
고토 유우야:난 아무한테나 안 그래.
너한테만 그래.
여럿이면 피곤하잖아...... 도쿄 상.
도쿄 마이:다행이네.
내가 죽여야 하는데... ...
그렇게 여러 명한테 좆같이 굴었으면.
선수 빼앗겼을지도 모르겠다.
도쿄의 방은 깔끔하게 정리된 작은 방입니다. 크기와 구조는 고토의 방과 다를게 없습니다.
작은 창문이 하나 있고 어두운 암막 커튼이 달려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침대가 두 개인 것 정도?
✎:협소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옷장 안에 평소 도쿄가 입는 옷들(대부분 무채색으로 진부한)이 걸려있고 신발 몇 켤레가 가지런하게 신발장에 놓여 있습니다.
문과 등진 곳에 마련되어 있는 책상도 눈에 들어옵니다. 좁은 방에 사람이 둘이 되자 마땅히 앉을 곳이 없습니다. 둘만 있어도 방이 꽉 찬 느낌입니다.
도쿄는 젖은 신발을 벗고 바지 끝을 한 두번 접어 올리더니 욕실로 향합니다.
도쿄 마이:잠깐 기다리고 있어.
욕실이 문이 닫히기 전 도쿄의 말이 들립니다.
고토 유우야:5분 줄게.
넘으면 옆방 간다.
도쿄 마이:미쳤네.
지루하면 같이 씻게 들어와.
도쿄마이가 처웃는다
먼저 들어갔다 가라고 했으면서 들어온지 몇 분 채 되지도 않아 남의 방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제 또래들과 다를 게 없는 방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도 이상합니다.
방이 워낙 좁아 세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아도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일 정도입니다.
[창문] [책상] [옷장] [침대]
고토 유우야:진짜 같이 씻자 하면 뭐 어떻게 하려고?⋯⋯.
(제 턱가 쓸다 방 배회한다. 손으로 창가 짚는다. 가볍게 훑기⋯⋯.)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는 창문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모두 막고 있습니다. 커튼 사이로 미약하게 번지는 빛이 도쿄의 책상 위를 비춰주고 있을 뿐입니다.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보면 고아원의 뒷길이 보입니다. 고아원은 사유지 숲 안에 존재하지만 그런 것 치곤 꽤 규모가 큽니다.
마차 두대가 함께 들어와도 거뜬한 대문이 떠오릅니다.
그에 비해 뒷길은 철없는 녀석들이 몰래 마을로 놀러갈때나 이용하는 길입니다.
청소부가 사용하는 빨래터와 우물이 있지만 추운 겨울날씨 때문에 꽁꽁 얼어버려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천재가나띠
✎:소복하게 쌓여진 눈 위로 짙게 남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누군가 뒷길을 사용했나 봅니다.
발자국은 고아원 뒷문을 넘어 숲 안쪽까지 쭉 이어져 있습니다.
숲에서 나온 건지. 숲으로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발자국을 발견한 고토는 숲에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세이켄 원장의 말을 떠올립니다.
특히 지금같이 혹독한 계절에는 더 곤란한 일입니다.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유독 겨울에는 몸을 사리곤 했는데….
.
고토 유우야:말 안 듣는 폐급이 또 있나 보네.
(창가에 후, 입김 분다⋯⋯.)
(도쿄 마이 이름자 쓰고,)
(옆에다가 ばか. 하나 더 쓴다.)
(이어서 책상 쪽으로 기웃댄다. 설렁설렁 허리춤에 손 올리고 살피기.)
도쿄마이 개씹새끼(이거아닌거알음). 입김은 사라지지만 글자는 희미하게 남습니다.
✎:고아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에 관한 책이 꽂아져 있습니다. 의미 없는 몇 장의 종이들과 악보 몇 장. 도쿄와 고토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때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들도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괜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보니까 편지
를 주고받진 않았을것같네요
도쿄마이가 욕 써서 주면 고토가 잘 반응해줬겠지...
✎:책상 위에는 원목으로 조각된 심플한 탁상 액자 두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첫번째 액자에는 도쿄와 도쿄의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찍혀 있는 오래된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아. 그래요. 도쿄에게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도쿄와 똑 닮은 쌍둥이 자매가….
도쿄의 쌍둥이는 고토가 고아원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울 날 작은 창고 화재 사고에 휘말려 사망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쿄는 눈가의 화상으로 끝났지만.
✎:시신을 수습한 뒤 고아원에서 짧은 장례를 치뤘고 무덤가에 묻었다고 들었죠.
고아원에 적응하기도 전,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도쿄의 자매에 대한 죽음은 고토의 기억에 또렷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때 도쿄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 너무 오래 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고토 유우야:
지능
기준치:85/42/17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유감이다.
좋던데. 화상은⋯⋯.
만지면 질색해서.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세심하게 떠올려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을 잃었던 도쿄의 표정은… 무던했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게 정답이라고 느껴질 만큼 감정에 어떤 변화도 없었습니다. 울음을 참으면서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자매가 누워있는 관을 내려다 보던 도쿄는 전혀 슬퍼 보이지 않았습니다.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찍혀 있는 액자 옆에 놓아둔 두번째 액자.
도쿄와 고토의 모습입니다.
고토가 고아원에 들어오고 나서 1년이 지났을 때 찍었던 사진이죠.
사진 속 도쿄와 고토는 대충 손을 잡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던 고아원 선생님이 지시한 일입니다.
옛날부터 늘 함께 다녔습니다. 어느 날은 꽤 깊은 숲까지 같이 산책을 하기도 했고 마을로 내려가 보기도 했죠.
고토는 고아원에 존재하는 다른 아이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고토가 경험하는 모든 것의 처음은 대개 도쿄와 함께였을 겁니다.
.
고토 유우야:음⋯⋯.
아.
그래, 뭐.
자는 애한테다 대고 입맞춘 건 도쿄 상을 상대로가 처음이긴 하지.
(입가 슬슬 쓸다 액자 내려다본다. 엄지 내려 지문 꾹 찍어본다.)
도쿄 상⋯⋯⋯.
고토 유우야:(장례식 떠올린다.) ⋯⋯진짜 싸이코패스인가?
(쪽지 손으로 거수해갔다. 어차피 줄곧 알던 내용이다. 휘휘 글씨 문지르더니 비행기 접기.)
(창 열어다 발자국 위 조준해 날린당~⋯⋯⋯.)
휭...~
고토가 받았던 욕편지들이 팔락팔락 날라간당...
고토 유우야:하하하.
누가 줍고 소문 좀 내라.
도쿄 상이랑 내가 이런 사이라고.
(창가에 기대 한참 바람 맞는다. 기다리다 말고 옷장 벌~컥 연다!)
가나띠 감기걸려요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서 창문 닫는닼
고토는 싸패의 옷장을 연다
고토 유우야:뭐야.
창문 성질도 도쿄 마이 같네.
주인 닮는다더니~⋯⋯.
✎:옷장 안에는 겨울 옷 몇벌이 옷걸이에 걸려있거나 반듯하게 개어져 있습니다.
외출할때 입는 겉옷. 셔츠와 바지. 겨울옷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겨울을 나는 옷에 비하면 턱없이 얇은 소재입니다.
이정도면 바람이 옷 안에 그대로 다 들어 올 지경입니다.
방금 전 복도에서 만난 도쿄의 차림새도 그닥 따뜻해보이는 착장은 아니었죠.
이렇게 대충 입고 다니면서 겨울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니… 새삼 뭐하는 앤가 싶어집니다.
진짜싸이코패스인가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49
판정결과:실패
흠...
챠코가 고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패널티없이 강행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26
판정결과:보통 성공
개안한다
옷걸이에 걸어 둔 겉옷 몇 벌에 이상한 것이 묻어 있습니다. 이게 뭐지.
손을 뻗어 확인해보면 낙엽의 질감을 가진 투명한 무언가입니다. 산에서 굴렀나?
그럴 정도였다면 눈이 묻어 옷이 축축했어야겠죠. 옷은 젖어 있지도 않고 헤져 있지도 않습니다.
.
고토 유우야:왜 이렇게 얇게 입고 다녀? 여자애가⋯⋯.
(묻은 것 엄지로 문질⋯)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데⋯
도쿄 상 쟤는 고아한 아가씨 발 끝도 못 따라가겠다. 평생.
하는 꼴을 보면 어림도 없습니다.
고토 유우야:하하.
귀엽고 악독한 새끼.
그래서 좋다.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는다. 살피기⋯⋯.)
(이참에 드러눕기도.)
✎:침대가 두 개인건 도쿄의 자매 때문이겠죠.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침대에 남아있는 건 미약한 도쿄의 체향뿐.
쌍둥이 자매의 흔적과 물건은 어디에도 없지만 도쿄와 똑같은 얼굴이었다니 낯설다는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존재지만….
고토가 방을 둘러봄에 맞춰 물소리가 끊깁니다.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고토 유우야:아~⋯⋯.
(침대 시트 위로 잠깐 얼굴 묻는다. 체향 가늠하다가⋯)
도쿄 상!
빨리 나와라. 수절 중이잖아⋯⋯.
욕실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딱 봐도 표정이 예상 가는...
아직도 옆 방으로 안 갔어?
미친놈... ...
도쿄는 그제야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욕실에서 나옵니다.
옷도 깔끔하게 갈아입은 모습입니다.
고토 유우야:응?
안에서 갈아입었어?
갈아입는 거 보려고 기다린 건데.
아쉬워지잖아.
목 빠지겠다~.
도쿄 상⋯⋯⋯⋯.
고토 유우야:씻었으니까.
다음은 식사? 아니면 나부터? (턱 괴고 누웠다. 침대 옆자리 두드린다.)
도쿄 마이:미, 미친 새끼...................
뭐라고?
오늘 꼭 뒤지고 싶다고?
얼른 죽여달라고?
고토 유우야:으응.
도쿄 마이:벗어줘? 어?
고토 유우야:어, 어.
빨리 죽여주세요~
도쿄 마이:이 새끼가 갈수록... ...
고토 유우야:넌 나 죽이고.
난 너 죽이는 기분 느끼게 해줄게.
그만 놀릴까?
도쿄마이가 화를 ㅈㄴ참는시간을 가진다
화를 가라앉히는 호흡을...
고토 유우야:(호흡 정돈할 때 목울대 탁 누른다.)
도쿄 마이:칼 어딨지. 씨발.
실패
도쿄가 고토의 멱살을 잡는다
고토 유우야:도쿄 상.
고백 하나만 해도 돼?
도쿄 마이:안 돼.
...
고토 유우야:하자.
하게 해줘.
도쿄 마이:해.
궁금했나봄
고토 유우야:(뭐라도 묻었던 옷. 그리고 문지른 손. 그대로 옮았다면⋯)
(손 뒤편으로 해서 시트지에 가볍게 문지른다.)
왜 옆방 안 갔냐면.
너 씻을 동안 너로 좀 뺐어. 미안하다?
화상 생각하니까 좋더라⋯⋯⋯.
하하하.
고토 유우야:그런 김에.
(멱살 잡힌 몸 그대로 수그린다. 거리 훅 좁히고 도쿄 마이 눈가에 시선 고정했다.)
손 대게 해줘.
도쿄 마이:(이 악물고 차근히 웃는다.)
아아... ...
취향 참.
(투욱 고토 복부에 손끝 댄다. 천천히 쓸었다.)
넌 고아한 아가씨로는 만족 안 되겠다. 어쩌냐... ...
(고토 손 붙잡아 올린다. 눈가에 닿기 직전까지.)
도쿄 마이:싫어. 좀 더 빌어봐.
얼마나 좋았는지... 응? 간절하게.
고토 유우야:만나봐야 알지. 근데.
만나게 둘 건가? 도쿄 상.
(시원스레 올라가는 입매. 그러고도 삐뚜름한 미소. 빌어보라 해봤자 어쩌게. 너보고 다채로운 답변을 하란 건 아니었어. 그렇게 으름장 놓기라도 하듯 웃는 상판이 묘연하게 가까워진다. 그리고⋯)
내가 하자고 하면 넌 그래, 라고 해.
우리 그런 사이잖아. 네가 나한테 좋아 죽는 사이. 그래서 져주는 사이.
(비는 일은 없었다. 고토 유우야가 조금 거친 손끝으로 좀 더 거친 마이의 눈가를 내리 문지른다. 부지불식간에 뒷덜미를 덮어내리기도 했다. 부던히, 혹은 찬 몸에 열이라도 올리려는 양 뻗대는 엄지. 머리카락을 얽는 손길.)
고토 유우야:(당겨온다. 거의 멀다시피 한 화상 위로 유우야의 입술 대신 혀가 살짝 닿는다. 눈가 조금 핥았다⋯⋯.)
아~⋯⋯⋯.
그냥 한 말이었는데.
진짜 꿈에 나올 수도 있겠다.
(나른히 웃어대고 거리 도로 무른다.)
진담이야.
고토 유우야:자고 갈래.
너⋯⋯.
자매랑 사이 좋았나?
도쿄 마이:나 두고 누구랑 약속 잡았어?
내가 모르는 약속은 잡지 않는 게 좋아. 얕게 이 가는 소리.
도쿄 마이:(화인지 열인지. 상기된 머리 한 번 쓸어넘긴다.)
다른 사람으로 만족하지 마... ... 입매 비틀어 속삭인다.
도쿄 마이:글쎄. 확실히 나랑 똑같이 생기긴 했지. 친했어. 죽기 전까지는 항상 함께였고.
그냥 우리 둘은 서로 같은 부류야.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 부터 무엇이든 지독하게 잘 맞았어. 취향도.
그래서 죽은 거지.
조용한 읊조림이 끝납니다. 더 이상 말할 생각은 없어 보이고요.
고토 유우야:그닥 슬퍼 보이지가 않는다.
취향도 같으면⋯⋯.
네 자매도 나 마음에 들어 했으려나.
(턱 괴곤 비죽 웃는다. 도쿄 마이 머리칼 끝 시큰둥하게 잡아당겼다.)
나눠줄 수 있어?
응?⋯⋯.
도쿄 마이:개소리야. 죽이고 싶어했겠지.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토 뒷목 확 끌어당긴다.)
내가 다 가질 건데.
그리고 가만히 침묵, 곧 싱겁게 떨어집니다.
도쿄는 침대 아래에 넣어 두었던 상자 안에서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꺼내 고토에게 건넵니다.
고토 유우야:싱겁다.
방이 어두워진 건 창문에 달아 둔 커튼 때문만이 아닙니다.
도쿄 마이:아.
키스는 네 성질이 좀 죽으면 해줄게.
밖은 고요한 어둠이 가라 앉았고, 눈이 시릴 것 같던 풍경도 무채색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고토 유우야:아아. 퍽이나~⋯⋯.
막상 부닥치면 숨 고르기 가쁠 주제에. 웃긴다.
변명 마.
난 알아.
해봤어.
너 잘 때.
고토 유우야:(베개로 도쿄 마이 얼굴 쾁~ 누른다⋯⋯.)
도쿄 마이:미쳤네. 어디 가서 그딴 소리 농담이랍시고 하면 살해당한다.
윽, (쾁~ 눌린당.)
야!
도쿄가 베개로 고토 개팬다
고토 유우야:윽, 아아⋯⋯.
머잖아 시한부 소리 들어, 죽일 거라는 소리 들어.
하나 늘린다고 덧날 거 있나?
그리고, 미안한데.
진담이야.
아까 것도. (시트지 손바닥으로 주욱⋯ 문지른다.)
고토 유우야:뭐.
둘 중 하나만?
(보기 좋게 쪼개는 상판. 그만 패라. 하곤 발끝으로 도쿄 마이 복사뼈 어귀 눌러댄다.)
도쿄 마이:내가 단명하면.
너 때문이야.
(짜증스럽게 시선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 확, 고토 멱살 잡고 다시 끌어온다.)
(말 끝나기 무섭게 입 맞춰 다음 문장을 틀어막는다. 가만 내리누르다가...)
(들러붙었던 대로 확 떨어져나간다.)
닥치란 소리로 못 알아먹으니까. 너는.
도쿄 마이:(비죽 웃는다. 퍽, 베개로 한 번 더 치고 침대에 떨어지듯 눕는다.)
왜 자꾸... 고민을 하게 만들지? 짜증나게?
내가 막...
맨날 네 생각하고, 너 때문에 밤 새고, 그럼...
좋은가.
진짜 죽을 때가 됐다. 너.
고토 유우야:(입술 닿았다 떨어질 즈음에 혀 내어 하순 핥았다. 그게 끝. 시트에 댄 팔꿈치가 저릿하다. 입가 훔쳤다.)
좋진 않아.
성가시지.
거기다 눈도 넌 반병신이고.
악세서리도 별로 안 좋아해.
거추장스럽잖아.
고토 유우야:그런데도⋯
네 곁에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 아닌가? 도쿄 상.
조만간 버릴 예정이긴 한데.
계속 고민해라.
계속 고민해⋯⋯.
죽을 때까지 내 생각만 해.
고아원 주변에 세워 둔 투구 야외등 몇 개만 쓸쓸하게 빛을 내고 있습니다.
타닥 타닥… 작은 난로 안에서 나무 타는 소리만 들립니다.
자리에 누운 도쿄가 고토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도쿄 마이:곧 죽을 건데 버려서 뭐하게.
넌 그렇게 죽고, 나는 혼자 영영 네 생각만 하고?
죽을 때까지.
고토 유우야:어.
너 빡치라고.
도쿄 마이:아... ... 빡치면 요절해서 안 되는데.
빨리 죽으면 네 곁으로 빨리 가잖아.
짜증나게.
고토 유우야:나 곧 죽을 건데 살아서 뭐하게?
좋잖아 도쿄 상.
솔직하지 못 한 여자는 인기가 없어~...
도쿄 마이:나한테 그딴 순정은 없어... ...
제정신이 아니네.
만약에 살면?
살면.
그럼 내 생각 해주나? 죽을 때까지 오래.
심술 부리지 말고. 놀리지 말고.
도쿄 마이:진짜 목 졸라 죽일 것 같으니까.
고토 유우야:음~⋯⋯⋯⋯.
와라.
(셔츠 윗단추 푼다.)
(목 훤하게.)
도쿄 마이:씨발... ... 진짜 너는.
소시오패스냐?
고토 유우야:사이코패스 옆에 붙어다니는데 당연한 게 아닐까요? 도쿄 상.
도쿄 마이:(하...........)
(벌떡 일어난다.)
(네 침대로 간다. 네 위에 아무렇게나 눕는다. 눌려 죽든지 말든지.)
고토 유우야:큭, 아, 무겁⋯, 아하하⋯⋯.
도쿄 마이:자. 그냥 영원히.
고토 유우야:(고개 젖혀 응시한다⋯)
살 빼라.
쪘다.
(허리에 손 감는다.)
도쿄 마이:미쳤나.
저번에 찌우라며.
고토 유우야:음⋯⋯⋯.
맞아.
농담이야. 너 가벼워.
좀 먹고 살아.
(끝으로 위에 오른 도쿄 마이 어깨에 고개 묻는다. 덜미에 콧대 미끄러트렸다. 비비적⋯⋯.)
도쿄 마이:개새끼도 아니고.
(조금 뒤척인다. 발목 사이가 맞닿는다.)
네 개짓거리 받아주는 사람 나밖에 없다... 넌 나 못 버려.
고토 유우야:멍멍.
예뻐 죽겠냐?
(다리 얽힐 즈음에 비식비식 웃음 샌다.) 그건 네 희망사항이고.
도쿄 상, 근데, .......
넌 진짜 살 좀 찌워야겠다.
닿는 게 없어⋯⋯. 어?
고토 유우야:이게 여자냐?
너 무거워지면 내가 알아서 발목 잘라줄게.
찌워~.
도쿄 마이:씨발 새끼야. 못 버린다는 말 취소.
좀 버려라.
예뻐할 만해야 예뻐해 주지.
못됐고.
개자식이고.
헛짓거리에... ...
도쿄 마이:(손 꽈악 잡는다.) 작작... ... ...
고토 유우야:어.
넌 그런 나한테 죽고 못 살고.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47
판정결과:실패
(딴 생각한다. 도쿄 가슴골 물끄러미⋯⋯⋯.)
(흠?⋯⋯⋯.)
ㅋㅋ
고토 유우야:(그냥 도쿄 마이 셔츠 안쪽에 손 넣는다.)
도쿄 마이:야! 씨발. 죽을래?
아니
고토 유우야:(훤하게 단추 툭 푼다.)
도쿄 마이:(몸 뒤집는다. 고토 셔츠 밑으로 손 밀어넣는다.)
뭐. 해보자고? 죽자고?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31
판정결과:보통 성공
고토는...
실눈이라서 안보인다
고토 유우야:도쿄 상⋯⋯⋯.
(그대로 도쿄 마이 등 꽈악⋯⋯ 누른다. 상체 맞붙게.)
심히 빈약하다.
너랑 내가 뭘 해?
자라. 그냥.
엄한 데 넣은 손 빼고.
도쿄 마이:(손 기어올라가서... 꾹꾹 누른다.)
(목까지 꾹꾹 누른다. 목 조른다.)
잘 자 고토 상.
고토 유우야:꾹꾹이 해?
컥, ⋯⋯. (졸린다⋯⋯⋯⋯.)
도쿄는 너무빡쳐서 그냥 놔주고 자리로 돌아갑니다
도쿄 마이:
고혈압 Roll
기준치:999/499/199
굴림:5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그대로 쓰러진다
...
밤은 그렇게 깊어지고 고토는 도쿄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듭니다.
음? ㅆ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몸의대화?를나누다가?
.
.
.
얼굴을 쓸어 내리는 차가운 온도가 느껴집니다.
잠결에 제대로 눈이 떠지지 않지만 고토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도쿄밖에 없습니다.
복수라도 하나?
아침이 밝았나?
눈을 떠 확인하고 싶지만 사방이 어두운 탓에 눈 앞은 흐리기만 합니다.
...
끼이익 - 티크 나무로 만든 문이 열립니다.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88
판정결과:실패
아직 밀폐된 방의 어둠 속에 적응하지 못한 시야는 무언가를 ‘발견’ 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이 조금 열려 있지만 그뿐입니다.
도쿄의 방으로 누가 찾아왔나봅니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간 (어쩌면 이른 시간)에 도쿄의 방에 찾아 올 사람은 또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토에게 다시 찾아온 깊은 잠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정적과도 같습니다.
.
.
.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고토는 눈을 뜹니다.
두텁게 창문을 막아서고 있던 커튼도 햇빛을 전부 잡아먹지는 못했는지 외등같은 빛이 사이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언제 잠들었더라.
팔자에도 없는 도쿄의 말?동무???를 하다가 잠이 든 건 확실해보입니다.
잠결에 무슨 말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바로 옆 침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도쿄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도쿄의 침대에 손을 대자 부재를 알리는 차가운 온기가 감돕니다. 자리를 비운지 오래 되었다는 뜻이겠죠.
그 성격도 참 끈끈합니다. 5년 동안이나...
그래도 가기 전, 난로에 장작은 가득 채우고 간 모양인지 난로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 안은 여전히 따뜻합니다.
몇 시쯤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커튼을 걷자 눈이 화하다고 느껴질만큼 새하얀 눈이 주변에 전부 내려 앉아 있습니다.
밤 사이 또 눈이 내렸나보죠.
똑. 똑.
누군가 도쿄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도쿄는 아닙니다.
자신의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올 정도의 미친놈은 아니니까요.
열리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왔겠죠.
무시해
그렇다면 누굴까.
고토 유우야:약속 있냐더니.
지는?⋯⋯.
내로남불이 개심합니다
문 열어주나요?
고토 유우야:(웃고 만다. 천천히 일어나서 문 살짝 열어준다.)
누구?
여기 여자애 방인데.
고토가 문을 열면 고토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서 있습니다.
이 고아원 내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고토가 상대를 모를리는 없습니다. 고토보다 한 살 어린 ‘료스케’ 입니다.
료스케가 여기엔 왜?
료스케는 빠른 눈치로 도쿄의 방 안을 한 번 훑어 봅니다.
고토 유우야:어.
당연히 도쿄는 없습니다. 료스케와 도쿄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고아원내에서도 유명한 사실입니다.
고토 유우야:오⋯⋯⋯.
(료스케 눈 가려준다.)
여자애 방을 함부로 보면 안되지.
료스케는 표정이 고요해집니다...
이케다 료스케:...아, 네.
방에 갔는데 없길래 혹시나 해서 와봤어요.
고토. 원장님께서 부르세요. 점심을 드신 후 원장실로 찾아가 보세요.
원장 세이켄이?
5년 전, 고토가 고아원에 들어온 이후 원장과 독대를 하는 건 처음입니다.
고토 유우야:그래.
수고가 많다. (어깨 툭툭.)
이케다 료스케:그래도 이렇게 남의 방에 와서 밤을 새는건 하지 마요.
곧... ... 아무튼, 나가든지... 어쩌든지 한다고 해도.
고토 유우야:아?
이케다 상⋯⋯.
이케다 료스케:이런 행동은 좋아하지 않으실 거예요. 원장님께서.
고토 유우야:너 도쿄 상 좋아하지!
귀여운 자식. (어깨동무 한다.)
이케다 료스케:뭐, 무, 무슨.........
고토 유우야:그것 때문에 부르시는 건가?
이케다는 혐오스러운표정을짓는다
고토 유우야:야, 야.
표정 펴.
질투하는 거 아니었어?
이케다 료스케:...(하.) 아니고요.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그냥 말을 전달해달라는 심부름을 받고 왔거든요. 화가 나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쿄는 어디 있어요?
고토 유우야:맞는 것 같은데?
좋아하나 본데?
밀어줄까?
이케다 료스케:아 아니라고!!!!!!!!!!!!!!!
죄송해요. 아니에요.
고토 유우야:큽⋯⋯
푸핫⋯⋯⋯.
너무 싫어한다.
어디 갔던데?
나도 몰라.
깨보니까 나 먹고 버렸어.
이케다 료스케:..............?
그, 그런,
고토 유우야:으응.
응응.
어.
이케다 료스케:신성한 고아원에서 그런,
고토 유우야:그렇지.
이케다 료스케:그, 그런,
고토 유우야:아.
비밀이다?
(몸 감싸는 시늉⋯⋯.)
이케다는 질린 표정을 짓습니다.
이케다 료스케:하............... 아. 네.
매번 저녁에 가시더니 오늘은 아침에 갔나 봐요.
어디에? 아마 숲일 겁니다.
고토 유우야:그런가?
숲에?
이케다 료스케:아마도. 오는 길에 다른 곳도 들렀는데 없었어요. 고아원 내부에는 없을거예요.
고토 유우야:거기 가면 안되는 거 아니었나.
이케다 료스케:뭐, 금지구역만 아니라면... 사냥때 자주 가던 곳이 숲이니까요.
료스케가 고아원에 없다고 말을 하면 없는거겠죠. 그렇다면 정말 숲에 갔나봅니다.
그동안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숲에 들어간 적은 없었는데.
숲이 위험하다는걸 알면서도 왜 매번 숲에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아원에서는 붙지 좀 말라고 해도 꼭 붙어 있던 도쿄는 무슨 영문인지 숲에 갈 때만큼은 고토와 함께하지 않았습니다.
이케다 료스케:.............. (하아.) 일단 내려와서 점심부터 드세요. 아침도 안 드셔서 다들 걱정하실 거예요.
고토 유우야:숲에 애인이라도 숨겨뒀나?
응, 그래. 뭐⋯⋯.
가자, 이케다 상~
(어깨동무한다.)
료스케가 크나큰 한숨을 쉬며 함께 걸음을 옮깁니다.
나서려던 찰나,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90
판정결과:실패
개안 ver. 로 한번더 강행
고토 유우야:(눈 비빈다⋯⋯⋯.)
(개안!)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46
판정결과:실패
허허슨
원래 일본인은 삼세판 ㅋㅋ
한번더가즈아
고토 유우야:(눈 비비적 비비적⋯⋯⋯⋯⋯.)
(진짜 개안!)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100
판정결과:대실패
?
?
고토 유우야:잠깐만, 이케다 상⋯⋯.
개안한거맞음?
고토 유우야:나 눈이 안 보여⋯⋯⋯.
실명한거아님?
고토 유우야:여기가 어디지?
이케다 료스케:예.........................?
고토 유우야:눈이...
눈이 안 보여...
이케다 료스케:아...................... 예.
료스케는 고토를 버리고 간다
자 원래 사세판임 한번만더가즈앜ㅋ
고토 유우야:후⋯⋯⋯.
(비비적⋯⋯.)
(진 짜 뜬 다 !!!!)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55
판정결과:실패
넌 걍 감아라
아실환가
고토 유우야:(걍 감는다⋯⋯⋯.)
하...................아니야
나서려던 찰나,
어? 저게 뭐지?
고토 유우야:(궨퐐한다.)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90
판정결과:실패
(관찰한다⋯⋯.)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83
판정결과:실패
마가꼈나 시발
외모굴려보세요
고토 유우야:
외모
기준치:75/37/15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반짝반짝...
얼굴에서 나는 빛으로 난로 위에서 무언가 발견합니다.
난로 위에 반으로 접힌 쪽지가 올려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고토 유우야:후⋯⋯⋯.
(쪽지 접어 핀다. 뭐지?)
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종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고토의 이름이 앞에 적혀 있습니다.
쪽지를 펼치자 도쿄가 써두고 간 짧은 문장이 보입니다.
[잠시 나갔다 올게. 난 언제든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 "
…웃기지도 않습니다.
고토, 식당으로 내려가나요?
고토 유우야:(내려간다. 먼저 가버린 이케다 좇아서⋯⋯.)
(쪽지 주머니 안에 쑤셔 넣었다.)
.
.
.
점심 식당은 소란스럽습니다.
✎:고아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니 조용한게 이상하겠지만요. 고토와 같은 나이인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서는 고토를 보자 아는 척을 합니다.
자신들의 옆에 앉으라며 의자를 내어주니 굳이 앉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 노릇하게 구운 닭고기가 들어 간 토르티야. 고다 치즈 두 조각. 채소와 과일을 섞은 샐러드 한 그릇에 과일 주스입니다.
포크를 들고 점심 식사를 이어나가던 아이들이 저들끼리 수근수근거립니다.
공유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인데, 고아원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아무래도 은근한 비밀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고토와 가깝게 앉아 있는 무리 중 한 명이 다시 몸을 숙인 채 말합니다.
이번에는 고토도 함께입니다.
이시이 카호:다들 봤어?
세이켄 원장 방에 있던 거.
원장 방에 뭐가 있길래?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야기에 낀 무리가 된 이상 카호의 말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카호처럼 사고를 몰고 다니지 않는 고토가 원장의 방에 가봤을 리 없습니다. 가봤다고 하더라도 그 횟수가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카호는 타고난 언변가입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재능이 있습니다.
순식간에 그 무리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몰려 들었습니다. 이미 점심 식사는 뒷전이네요.
이시이 카호:창백한 유리로 만든 ‘나자르’ 가 있었잖아. 너희 그것도 몰라?
고토 유우야:
오컬트
기준치:10/5/2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뭔데? 그게.
나자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입니다.
이시이 카호:부적. 불길하고 사특한 것을 가려내 준다는 물건이야. 나도 처음 봤어. (어깨를 으쓱이며 식당을 둘러본다.) 이런 깊은 숲 속에 있는 고아원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잖아. 그래서 아주 이상하다는거지.
고토 유우야:뭐⋯⋯.
죄라도 많이 지으셨나.
후환 두려울 일이 있나 보다.
아니면 그냥 매니아?
이시이 카호:글쎄. 원장이... 나도 이 고아원에 온 지 3년 째란 말이야. 그런데 그 3년 동안 난 고아원에서 그 비슷한 물건이나 서적 같은건 본 적도 없거든. 너도 알잖아. 나보다 오래 있었으니까.
세이켄 원장이 언제 그런걸 곁에 뒀어?
고아원에... 뭐라도 있다는 걸까요?
고토 유우야:독대한 적은 얼마 없는데. 그런 것 같기도.
우리 고아원 망해?
이시이 카호:...그러면 안 되는데?!
내 생각엔… 저기. (손가락을 쭉 뻗어 식당 밖에 있는 숲을 가리킨다.) 숲에 뭔가 있다는 거지.
고토 유우야:이야, 큰일 났다!
길바닥에 나앉겠네. 이시이 상!~...
이시이 카호:아이참. 기우가 아니라니까. 옛날부터 유명했잖아? 이 다음 말을 듣고 나서는 너도 생각이 달라질걸?
고토 유우야:(숲 물끄러미⋯⋯)
이어서 읊어 봐.
(식탁에 손가락 툭, 툭. 경청한다.)
이시이 카호:원장실과 연결된 서고에 그런 것들이 한가득 있다는 소문이 있어.
부적 같은 게 전부가 아니야. 말 그대로 그런 ‘물건’이나 ‘자료’들이지.
겉으론 점잖아 보여도 사실은 이런거에 환장하는 분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카호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고아원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의 흥미를 전부 분산시킵니다.
한 번 이야기에 불이 붙어 재미를 본 아이들이 얼마나 곤란한지 알기 때문일겁니다.
카호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순진한 얼굴로 마저 점심을 먹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한건 고토만일지도요.
마음이뒤숭숭한사람은 없을수도잇을것같네
아무튼
그야, 도쿄가 오늘 아침 숲으로 갔다는걸 알고 있잖아요?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란 소문은 다 가지고 있던 숲입니다. 도쿄의 자매도 숲에서 죽었고 말이죠.
그게 악마의 저주는 아니었겠지만.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고토가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세이켄. 원장의 방입니다.
고토 유우야:떠날 마당에 관심 가지는 것도 이상하겠다만.
어쩔 수 없나. 궁금한 건⋯⋯.
(원장의 방으로 터벅터벅 간다⋯.)
.
.
.
똑. 똑.
티크 나무로 만들어진 세이켄의 방 문을 두드립니다. 도쿄의 방과 마찬가지로 유려한 나뭇결이 눈에 들어옵니다.
흑적색을 띄는 나무는 꽤 두껍습니다.
문을 노크하고 몇 초 뒤. 달칵.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리는 틈 사이로 원장의 얼굴이 보입니다.
세이켄 원장:앉으렴.
원장은 손수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빼냅니다. 기억과 다를게 없는 모습입니다.
고토 유우야:(빼낸 의자에 순순히 앉는다. 짐짓 예의는 차린 채로.)
부르셨다고 들어서요.
무슨 일이에요?
세이켄 원장:그래. 저...
겨울이 지난 후 고아원을 나가게 될 너의 거처를 정하기 위해 불렀다.
…의사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잖니. 그래도 거처는 정해놔야지.
성인이 된 너를 고아원에서 끝까지... ... 돌봐줄 수는 없지만 성인이 된 후 무슨 일을 할지, 어느 곳에서 살게 될지를 함께 정해주는 건 고아원의 몫이야.
어디 생각해둔 곳은 있니?
원장의 목소리는 평온합니다.
고토 유우야: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천재가나띠
원장의 책상 위에 우측에 쌓아 올려진 책들 사이로 나름 흥미 있는 자료를 발견합니다.
구식 타자기로 찍힌 글자는 <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 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이켄 원장:희망을 가지렴. 일을 하고 싶다면 잘 아는 곳으로 추천장을 써줄 수도 있단다.
고토 유우야:글쎄요.
호의호식하는 게 체질이라. 버린 부모라도 찾아서 돌아갈까요?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잖아요.
신경 써주시는 마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책들 물끄러미⋯)
그보다는 저 책들이 재밌어 보이는데.
고토 유우야:(자리에서 일어난다. 방금 눈에 띈 책 꼽아다 가져오기.)
빌려주시면 안되나요?
원장은 조금 침묵하더니 어색하게 웃어보입니다.
세이켄 원장: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거라.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잖니.
네가 그렇다니... ... 책에 이렇게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구나. 어떤 책을 빌리고 싶니?
고토 유우야:(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 하여튼 그거 대충 펼쳐본다.)
이거요.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죠.
같은 궤로 오늘 내일 하는 마당에 진실로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전 하루만 살려고요.
아.
도쿄 상은 어디로 가요?
고토 유우야:이미 답했나요? 걔는.
같은 쪽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세이켄이 다시금 침묵을 지킵니다. 그러더니 흔쾌히 책을 내어줍니다.
세이켄 원장:그래. 너라면 깔끔하게 읽겠지. 가져가거라.
그리고 도쿄는... ...
…요즘도 도쿄랑 가깝게 지내니?
원장과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고토는 이상함을 느낍니다.
사실 지금 원장 세이켄이 자신에게 하는 말은 굳이 원장실에 고토를 부르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고아원을 나간 후 거주하게 되는 곳을 정하는 것 역시 고토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니까요.
설령 혹시나를 위해 정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담당 선생님께서 물어야 할 사항이고요.
고토가 다섯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닌데 선물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아니니까요.
세이켄 원장:예전처럼 그렇게 가깝게 지내나 해서... 아직도.
고토는 세이켄이 이 말을 묻기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음. 도쿄랑 가깝게 지내냐고요? 너무 갑작스러운 말입니다.
도쿄가 고토의 곁을 꾸준히 맴돌고 있다는건 고아원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새삼스럽게 민망한 질문을 들은 고토를 보자 원장도 아차 싶었던 모양입니다.
세이켄 원장:도쿄가 널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유난이었지. 그래도 너무, 그래.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말아.
고토 유우야:(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 안 어울리게⋯⋯. 속으로만 뇌까린다. 무심하게 고개 기울였다가, 대강 웃는다.)
네, 뭐. 그렇게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도쿄 상이 미움이라도 샀나요?
사고를 많이 치고 살긴 했지만⋯⋯. 그래도요.
원장을 향해 심리학 판정 가능합니다.
고토 유우야:
심리학
기준치:60/30/12
굴림:62
판정결과:실패
세이켄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섞여 있습니다.
알 수 있는 건 그뿐입니다.
이상하긴 하죠. 벌써 5년째 도쿄와 함께인 고토에게 이제와서…
고토 유우야:(갸웃?⋯⋯⋯.)
세이켄 원장:아니, 아니야. 그저 이제 너도 성인에 가까워지고, (표정이 미묘하다.) 마지막 격려란다.
아, 참. 선물은 늦지 않게 정해서 알려주거라.
이미 선물을 정했다면 지금 원장에게 자신이 바라는 선물을 말해도 상관 없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봐도 좋습니다.
고토 유우야:네. 그럴게요.
좀 더 생각해보려고요.
세이켄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세이켄 원장:그래. 모쪼록 몸 관리 열심히 하고,
세이켄 원장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원장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린 곳에는 아침에 봤던 료스케가 서 있습니다.
특유의 무표정을 가진 료스케는 원장을 향해 한 번 인사하더니 곧 입을 엽니다.
이케다 료스케:말씀 중에 죄송해요 원장님. 손님이 오셨어요.
세이켄 원장:어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딱히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이케다 료스케:마차에서 주무신 것 같아요.
마차 문을 열어보지 않은 료스케는 손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원장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평소에도 고아원을 찾는 손님이 없는데 어젯밤엔 눈보라까지 몰아쳤으니까요.
대체 이 혹독한 환경을 헤치고 고아원에 찾아 온 손님이 누군가 싶습니다.
세이켄 원장:제대로 대화를 끝마치지 못해 미안하구나. 잠시만 기다리고 있으렴, 고토.
의자를 끌고 일어 선 세이켄은 고토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원장실을 나섭니다.
고토 유우야:(오⋯⋯.)
(조신하게 앉아 기다린당.)
탁. 문이 닫히고 원장실에는 고토 혼자 남았습니다.
✎:카호의 말이 신경쓰인다면 고토는 세이켄의 방에서 나자르에 대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방금 전 봤던 원장의 수많은 책에 대해 알아 볼 수도 있겠죠.
[빌린 책] [벽에 걸어둔 옷] [작은 방]
고토 유우야:(빌린 책 죽~ 펼쳐본다.)
별 일이네.
어수선하고.
✎:책상 위에는 많은 종류의 책과 서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 책을 펼쳐보면 티크 나무에 관한 세세한 정보가 인쇄 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나무의 대략적인 수명. 크기. 생김새. 잎이 트는 계절 … 티크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인테리어 물건도 보입니다.
대부분 책상과 의자. 그리고 문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고토 유우야:
자료조사
기준치:50/25/10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티크 나무로 만든 단단한 문이 인쇄된 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작가의 말이 덧붙여 있습니다.
색도 옅고 글자 크기도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티크 나무는 오래전 부터 악마를 쫓아내는데 사용되곤 했다. 이상할 정도로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거나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은 대부분 악마들이 영악한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그들의 힘을 일부 차단하는 용도로 쓰인다. >
.
고토 유우야:악마?
이시이 상 말이 진짜였잖아~⋯⋯.
매니아인 거야, 진짜 숲에 뭐가 있는 거야.
(벽에 걸어둔 옷 눈으로 훑어도 본다.)
역시 소문이 그냥 나오는 건 아니었나 봅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원장의 겉옷이 걸려 있습니다. 코트. 차분한 가디건. 방수용 우비 등 종류는 많습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모피 코트 주머니에 빠져나온 목걸이 일부가 보입니다. 이게 뭐지?
목걸이 줄을 빼내자 깨끗한 유리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이건.
✎:정말 나자르가 있었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이런 미신이 섞인 악세사리 정도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거죠.
.
고토 유우야:(소리 좋아서 몇 번 더 흔든당.)
(도로 넣어주기.)
노망 나셨나.
고토 유우야:
기준치:45/22/9
굴림:8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미쳤네
천재가나띠야
고토는...
왜인지 나자르를 쌥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토 유우야:음.
원장님, ごめんなさい~
흠.
고토 유우야:(쌥친당!)
귀여워~
고토는 나자르를 get
고토 유우야:내가 이렇게 물욕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좀 탐나네.
(작은 방 살펴본다~)
✎:원장실에 붙어 있는 작은 방입니다. 마찬가지로 티크 나무로 디자인 된 문이 보입니다.
원장실 문보다 좀 더 작아서 작은 문 너머에 있는 방도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호가 말했던 ‘자료’나 물건들이 이 방 안에 있을까요?
고토가 문고리를 돌려 보면 철컥. 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잠겨 있는 것 같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
뭔가 더 하나요?
고토 유우야:(문 딸 수 있나? 견적 본다.)
흠...
안될듯 ㅎㅎ
고토 유우야:(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조신히 앉아 기다린다.)
(사실 안 조신하다. 팔 의자에 걸쳤다.)
(거만한 자세로 앉아 기다린당.)
안 조신하고 귀엽고 깜찍한 아기 가나띠처럼 팔 의자에 걸치고 앉아서 코엽게 기다린당.
원장 세이켄의 방을 대충 둘러보자 다시 문이 열립니다.
돌아보니 료스케와 세이켄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손님이 왔다고 하더니.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나?
? 이만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 고토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원장이 조용히 고토의 이름을 부릅니다.
세이켄 원장:너한테 손님이 찾아왔구나. 지금 같이 가야겠어.
고토를 찾아온 손님.
의외이긴 하지만 고토는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부님입니다.
.
.
.
고아원에 존재하는 응접실 내부는 초라합니다.
긴 협탁 하나와 조악한 쿠션을 놓은 의자 몇 개. 그리고 싸구려 그림을 걸어 둔 액자가 전부입니다
뒤늦게 모닥불을 켰는지 응접실 내부는 서늘합니다.
똑. 똑. 노크를 하고 들어 가자 오랜만에 보는 신부님이 앉아 있습니다.
기시다 유지:별일 없어요?
신부님의 안부는 늘 한결 같습니다. 손님이 찾아오면 응접실을 비워주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원장과 료스케는 고토와 신부를 응접실에 두고 사라졌습니다.
고요한 내부에 신부의 목소리가 조곤조곤 들려옵니다.
기시다 유지:여긴 별일이 생길 것 같은 기운이 가득인데.
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운? 응접실 내부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신부 기시다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합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것도 같고 역겨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안색이 좋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고토 유우야:신부님. 뵙게 되어서 기쁜데⋯⋯
무슨 뜻이에요? 그 말은.
고토 유우야:
설득
기준치:75/37/15
굴림:77
판정결과:실패
챠.고.사 마음으로 강행
고토 유우야:(목 가다듬고⋯⋯⋯⋯⋯⋯.)
설득
기준치:75/37/15
굴림:84
판정결과:실패
그냥외모굴리시죠
고토 유우야:
외모
기준치:75/37/15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자연미인은 디폴트로 설득기능치가 있다
기시다 유지:이 고아원에 어두운 기운이 가득 차 있어요.
어두운 기운?
신부는 그 기운이 악마의 기운이라고 말합니다.
기시다 유지:하루 이틀 머무른게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 오랫동안 있어 왔던 기운이에요.
5년 전.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 기운.
그때보다는 조금 약하네요.
고아원을 감싸고 있는 악마의 기운이.
고토 유우야: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95
판정결과:실패
처음부터요?
그런 데다 절 두고 가신 거네요? 신부님~⋯⋯. (분위기라도 풀리라고 건네는 농담. 씩 웃는다.)
전 곧 고아원을 떠나요.
심각합니까?
기시다 유지:그렇게 심각하진 않지만... 하하.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고토를 이곳에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걱정 말아요.
신실하게 기도를 올리기만 하면, 못 물리칠 게 있겠나요?
고토의 병도.
그때.
…!
어딘가에서 섬뜩한 진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소리였습니다.
응접실 안에 있는 유리창 너머로 료스케가 바쁘게 숲 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도쿄가 총을 쏜 걸까요? 지금은 지정된 사냥 시간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의아합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 위로 발자국만 이리저리 찍혀있습니다.
고토 유우야:⋯⋯. ⋯⋯⋯⋯?
(유리창 빤히⋯⋯)
조금 더 창 밖을 바라보면 숲 속에서 도쿄가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엽총을 들고 한 손에는 묵직한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도쿄가 걸어 온 곳은 새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선명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동물을 잡은 것 같습니다.
료스케와 도쿄가 마주보며 대화하지만 당연히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어쨌든 도쿄가 다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토 유우야:그렇겠죠. 나아질 거예요. (시선이 옆으로 샌다. 예법에는 능통하건만 그와는 별개로⋯⋯.)
눈이 쌓였다고 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신부님.
(자리서 일어나 창가 근처로 다가선다. 벽면에 기대 바깥을 들여다봤다.)
기시다 유지:고토가 걱정되기도 하고, 안 본 지가 꽤 됐잖아요. 여러모로.
이어지는 풍경을 깬 건 또 다시 신부 기시다의 말입니다.
기시다 유지:할 말이 있어요. 고토.
고토 유우야:응⋯.
듣고 있어요.
기시다 유지:이제 곧 성인이니 고아원을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요. 고토가 끝을 생각하고 있다고는 해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또, 고토는 얼마든 신실해질 수 있으니까. 신의 축복 말이죠. (하하.)
정해둔 곳이 없다면 성당에 와서 지내는 건 어떤가요?
고토만 좋다면 신학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줄게요. 신을 섬기며 공부하다 보면 가능성이 보일지 몰라요.
고토 유우야:아?⋯⋯.
성당에는 좋은 기억이 신부님 외에 없는데요.
커서⋯
그닥 신실하고 올바른 사람이 될 것 같지도 않고요. 난 이 나이 때까지만 배우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류라. 나이를 더 먹고도 더 정진하고 싶진 않습니다.
마음은 감사합니다.
정말이에요.
기시다 유지:고토가 성당에 와서 고생한 건 나도 잘 알고 있어요.
악마의 기운도... ... 차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걸요.
지겨운 헛소리.
기시다 유지:분명 낫게 해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신학 수업을 받으며 정진하다 보면...
지원은 성당 쪽에서 해줄 테니 몸이 나아지면 공부에 전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고토 유우야:뭐⋯⋯.
온건하고 좋네요.
성수 붓고 뺨 때리는 것보다야 신학 수업이 낫긴 하겠죠.
(잠시 말을 고른다. 턱 괴고서 몇 번인가 입을 달싹인다. 곧이어 시원스레 웃는 상판. 웃어른에게는 예의를 갖춰 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갸륵히 여길 수는 없었다.)
생각해볼게요.
아시잖아요.
고토 유우야:이래도 갈 데 없으면 신부님 말 들을 거.
이 나잇대 다른 애들도 다들 그렇듯이.
기시다는 미안한 듯 조그맣게 웃습니다.
기시다 유지:너무 강요하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그저... ... 고토가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죠. 믿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래요. 특별히 정해둔 게 없다면 천천히 생각해봐요.
시간이 지나며 성당의 방식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분명 고토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 당장 말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곧 고아원을 나가야 할테니 빨리 말해주면 저도, 성당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겠죠.
신부 기시다는 고토에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합니다.
신학 수업이라니...
고토가 성당에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신부는, 어련히도 고토를 다시 끌고와야 했을까요.
무엇보다 도쿄가…
...
아니, 여기서 도쿄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언제 뚝 끊길지 모른대도 어찌되었든 고토의 ‘미래’. 혹은 ‘진로’가 걸린 사안이니 고토가 결정할 일이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 제안 자체가 도쿄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기시다의 말이 뒤따릅니다.
어떻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신부님은 가끔보면 사람이 좀, 제멋대로입니다.
신을 섬기라느니 시한부 인생이 나아진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기시다 신부의 눈에 고토가 끼고 있는 반지가 들어옵니다.
고토의 손에 끼워져 있는 저 반지가 기시다 신부는 매우 거슬리는 것 같습니다.
기시다 유지:그게 뭐죠? 한 번 보여줄 수 있나요, 고토?
고토 유우야:아아. 이거⋯⋯.
약혼 반지? (비죽 웃는다. 영양가 없는 말 뱉곤 손 내밀었다.)
왜요?
기시다는 가볍게 웃어보이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기시다 유지:좋지 않은 기운이 가득이네...
기시다는 고토의 반지를 빼내어갑니다.
조금 틈이 남는 그 반지는, 너무나도 쉽게... 빠져버리고요.
고토 유우야:돌려주실 거죠?
받은 물건이라서요.
기시다 유지:물론이죠. 그저 조금 살펴보고... ...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가 이 반지를 준 거냐고 물으려던 말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도쿄가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짐승을 사냥하고 온 도쿄의 몸에는 동물의 피가 묻어 있습니다.
반지를 들고 있는 기시다 신부를 한 번 보더니 고토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도쿄 마이:정말 마음에 안 들어?
반지를 말하는 모양입니다. 도쿄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불순한 물건을 선물한 주제에 뻔뻔하기까지 합니다.
신부가 들고 있는 반지를 낚아 챈 도쿄가 어김없이 기분 나쁜 기색을 드러냅니다.
고토 유우야:도쿄 상⋯⋯.
피범벅이다. 신부님께는 예의를 갖춰야지.
도쿄는 거만한 시선으로 기시다를 훑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무시하듯 인사도 하지 않은 주제에 고개를 틀어 내려다보고선...
도쿄 마이:야. 됐어. 그만 가자.
그렇게 말하는 도쿄의 태도가 강경합니다.
기시다 신부도 도쿄와 고토를 잡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고토 유우야:하아⋯⋯⋯.
이해해주세요. 신부님.
고아잖아.
못 배워서 그래.
(손 휘적⋯)
(머리칼이라도 쓸어 넘겨주듯 손 뻗는다. 실상 도쿄 마이의 매서운 눈가를 덮을 뿐이었다.)
고토 유우야:(허리 숙이고⋯)
(속닥.) 도쿄 상.
나밖에 없는 건 좋은데 난 너 말고도 많다고 했잖아⋯.
선은 지켜야지. 안 그래? 곤란해진다.
(후, 귓가에 바람 불었다. 씩 웃는다.)
가자.
고토 유우야:데려갈게요. 죄송합니다.
기시다 유지:하하. 저는 괜찮아요. 고토, 할 말은 거의 다 했으니... 다음에 또 보죠.
도쿄 마이:(짜증스럽게 뒷덜미 한 번 쓸었다. 눈동자만 빤히 굴러가더니...)
(신부 향해 대충 꾸벅인다.)
됐냐? 하, 하... ... 내가 살다살다 진짜. (속삭인다.)
고토 유우야:오.
잘한다.
(꾸벅일 적에 도쿄 마이 뒷통수에 손 올렸다. 머리채 얽다시피 했다가⋯⋯)
(더 꾸우욱~⋯⋯⋯ 90도로 내려주고.)
도쿄 마이:(씨바아알.......)
고토 유우야:(숙이고 있을 제 덜미에 가볍게 입맞춘다.)
화 풀어.
너만 빡치는 거 아니다.
신부님도 나도 화낼 줄 알아.
도쿄 마이:져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내가 왜 숙여? 너 아니면.
빨리 가. 저 작자랑 같이 있기 싫으니까.
(덜미 한 번 문지른다... 느린 숨.)
도쿄는 아무렇게나 붙잡은 고토의 손목을 끌고 응접실 문을 쾅 닫습니다.
고토 유우야:너 말이다. 가만 보면.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사람처럼 구네.
도쿄 마이:없어.
난 네가 제일 무서워. (빈정거리고 걷는다.)
응접실에서 나온 도쿄는 고토와 함께 고아원 뒤로 향합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는 어제 창 밖으로 봤던 발자국 따윈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도쿄 마이:그 신부가...
너한테 성당에 가자고 그래?
어떻게 알았지. 정말 어떻게 알았을까.
고토 유우야:스토킹하냐⋯⋯⋯⋯.
질린다, 도쿄 상! 인기 없대도.
어떻게 알았어?
도쿄 마이:난 네가 하루에 몇 번 숨 쉬는지까지 다 알아.
야. 스토킹도 오 년 하니까 늘더라.
고토 유우야:허어.
하지만 스토킹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도쿄는 창밖에 있었는걸요.
이상한 일입니다.
고토가 도쿄의 말에 긍정을 표하면 도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입니다.
고토 유우야:오늘 식사 뭐 했는지도 맞춰 봐.
하루에 몇 번 숨 쉬는지는 다 아는데 너 잠든 사이에 뭐 했는지는 왜 못 맞추지?
도쿄 마이:(조금 찡그린다.) 그딴 건 관심 없어.
네가 누구랑,
언제,
어떤 걸 했는지.
나 말고 어떤 사람이랑... ...
고토 유우야:너랑.
밤에.
도쿄 마이:헛짓거리했을지. 노닥거렸는지.
고토 유우야:헛짓거리했을지, 노닥거렸는지,
다른 거 했는지.
관심 없어?
도쿄 마이:(유심히 바라본다. 한참을 빤히...)
뭐 했는데.
나랑.
밤에.
고토 유우야:아하.
화 풀렸다. 쉽네~⋯⋯.
궁금하면 오늘은 깨어 있던가.
자고 갈까?
도쿄 마이:미친놈.
너한테만 쉬워.
버릴 생각하면 죽여버린다.
고토 유우야:버릴래.
(손 까딱 내민다.) 그런데.
버리려면 가져야지.
반지 그만 가지고 있어라.
끼워줘.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도쿄 마이:고토... ...
좆까라. 네 건 어디 버려두고?
신부한테 줘버렸으면서.
고토 유우야:(도쿄 마이 가슴팍 손등으로 툭⋯⋯)
내 거.
도쿄는 다시 침묵합니다. 그러더니 입 열기를,
도쿄 마이:야. 있잖아... ...
난 너 가질 거야.
그리고 넌 열아홉을 넘길 거야.
그리고 그렇게 성인이 되면 나랑 같이 살아야 해.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성당에는 못 가.
도쿄는 반지를 몇 번 문지르더니 다시 고토의 손에 끼워줍니다.
청혼이라도 받는 기분입니다.
도쿄 마이:네가 가고 싶은 지역은 어디든 같이 따라갈게. 뭘 하든 같이 할게.
죽고 싶어? 그럼 죽이는 것도 내가 해.
나만 해.
나랑 둘이서만 살아.
난 네가 고아원을 나가게 되는 순간만 기다렸어.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70
판정결과:실패
✎:도쿄의 등 뒤로 낯설고 흐린 형체가 보입니다. 도쿄는 숲을 등지고 있습니다.
고아원 전부가 거대한 사유지 숲에 둘러싸인 형태이니 이상할게 없지만 숲 아래 나무 뒤에 서 있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뭐지?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 형체는 순식간에 숲 안 쪽으로 사라집니다.
고토 유우야:도쿄 상. 청혼 중에 미안한데.
그런 말은 좀⋯⋯⋯.
예쁘게 하고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씩 웃는다. 젖은 도쿄 마이 머리칼 죽 잡아당겼다.)
도쿄 마이:왜?
네 취향 맞춰준 건데.
피투성이.
엉망진창에.
흉터.
절절매는 말... ...
도쿄 마이:뭐가 더 부족하지?
고토 유우야:네 피 아니잖아.
남의 피 아닌가?
도쿄 마이:아, 맞다.
할복 취향이랬지.
고토 유우야:푸핫⋯⋯.
어. 맞아.
할복해! 그럼 생각해볼게⋯⋯.
도쿄는 고개를 기울입니다.
엽총 내려놓고.
품에서 사냥용 나이프를 꺼내고.
도쿄 마이:잊고 있었다. 미안.
픽 웃습니다.
도쿄 마이:(칼날 가만 보더니, 시선은 고토에게로 한 번.)
아... ...
처음인데. 좀.
망설임 없이,
하나, 둘,
셋.
칼날을 제 복부에 욱여넣습니다.
표정 변화는 거의 없이.
도쿄 마이:고토... ... 어디까지 그을까?
말만 해.
고토 유우야:내 손⋯⋯.
(엄지와 소지를 펼친다. 도쿄 마이 복부 위로 가늠하듯 죽 눌러댄다.)
들어갈 정도로만.
해 봐.
쓰다듬어줄게. 다정하게.
도쿄 마이:(고토 손 끌고와 칼날 밀어넣은 복부 바로 옆쪽에 수벽 올린다.)
(가늠하듯 하다가 그대로, 고토의 수벽 길이만큼.)
(천천히 갈라내린다. 차근한 숨.)
듣기 힘든 살갗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다른 것의 피로 물든 셔츠가 도쿄의 핏물로 덮입니다.
도쿄 마이: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좀.
낭만적인가?
금속성이 복부 안쪽을 가르고 내려가다,
고토의 손이 끝나는 곳에서 멈춥니다.
뜨거운 피가 손과 몸에 범벅된 후에야 도쿄는 고토를 바라봅니다.
도쿄 마이:아프다. 고토.
...뜨거운 핏물도 도쿄의 상태도 기이합니다.
왜 쓰러지지 않지?
아픈 기색은 있지만 정신을 잃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고토 유우야:(원체 덜 자란 편도 아니었거니와 판판한 손바닥이 작은 사이즈도 아니다. 해서 가늠한 만큼 배를 칼로 긋는다면 필히 치명상에 육박할 텐데. 하지만 그래도 네가 죽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네 하는 짓이 악마와 진배 없는 꼴이라서 그런가. 축축한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으슬으슬하다. 질색이라는 듯 입매를 올리며 슬슬 웃어댔다.)
(조금 헐렁한 반지 위로 번득이는 조명이 반사된다.)
(벙긋이는 고토의 입모양도 얕게 비춘다.)
내 말에 죽고 못 사니까.
항상 네가 지는 거야, 마이......
(피, 땀, 화약 냄새, 가죽 냄새⋯⋯. 사냥하는 여인들은 미처 자라지 못 하고 살구밭 아래 묻힌다는 낭설이 있다. 피가 튀겨 손바닥의 온도가 삽시에 올랬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역시.)
고토 유우야:(마디를 수그린다. 제 입가로 수벽을 덧대고 뜨거운 숨을 불었다. 그렇게 하면 고토 유우야의 손바닥이 더없이 따스하다.)
데워줄게.
(그리고 그보다도 펄펄 끓는 온도의 상흔 위로 손을 얹었다. 도쿄 마이의 상흔을 헤집는다. 그래, 뭐, 쓰다듬기도 했다. 피 젖은 셔츠, 잔열감 아래 엉망인 내장, 뜨뜻하고 축축한 것들까지 모두. 상체를 바투 붙인다. 한편으론 쏟아지기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기절하면 안돼. 죽을 거면 네 자매라도 남겨주고 가. 그런 말을 느릿하게 중얼이며, 긴장이라도 하란 듯이 내내 도쿄의 뒷목을 어루만지면서. 경직이라도 됐으면 하는 건가. 빳빳하게 고갤 세우기라도 했으면 하나⋯⋯. 몸에 관습적으로 밴 예법이 꼿꼿하다. 이딴 짓을 하면서도 고토 유우야는 설 허리를 굽어 눈높이를 맞춰댔으니까.)
넌 말이다.
너무 무모해.
고토 유우야:볼모지가 도통 뒤숭숭하고 발자국도 신부님도 죄다 네가 악마라잖아. 알아⋯ 난 그런 거 안 믿어. 가끔 네 머리채 잡고 성수 쏟아부어주고 싶긴 한데. 내 말은.
네가 나 가져.
그리고 난 열아홉을 넘긴다.
그렇게 성인이 되면 너랑 같이 살아도 줄게.
널 처음 본 순간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성당에서 나 좀 빼내 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같이 따라와야 해. 뭘 하든 같이 해야 해.
고토 유우야:죽이고 싶어? 그럼 죽는 것도 내가 해.
나만 해.
도쿄⋯⋯⋯.
(듣고 있어? 그 즈음에는 난잡하게 엉킨 피가 복도 위에서 강을 이룬다. 덜미 위에 고개를 묻고 고토 유우야가 연신 웃어댄다. 멀쩡한 사람은 실혈사. 하다 못해 의식이라도 혼미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뭐, 상관없나⋯⋯. 깊숙이 헤짚던 손을 매정하게 빼낸다. 핏물이 뺨에 튀겼다.) 누가 보면 살해한 줄 알겠다.
뭐.
방금 한 말은.
고토 유우야:진심이게? 농담이게⋯⋯. (이죽인다.)
(무너지지 않게 도쿄 마이의 어깨를 짚고, 몇 걸음인가 물러섰다. 시큰둥한 손짓으로 제 약지 위의 피를 핥았다.)
(바람이 매섭다.)
(창가가 덜컹인다.)
(도쿄 마이의 머리칼이 지난한 돌풍 없이도 흔들릴 때, 고토 유우야가 탄식한다.)
아⋯⋯⋯.
고토 유우야:(흐리게 중얼였다.)
신부님이 옳았나?
이상하잖아.
너 이런 모습에, 동하는 거, 씨발⋯⋯.
미온의 살갗이 뜨거운 핏물로,
뜨거운 피부가 끓는 손길로.
맞닿는 곳 어디 하나 찬기가 드나들 틈 없습니다.
도쿄 마이:좋잖아. 무모해서.
너 해달라는 거,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주고. 바닥 보여주고.
난 뭐든 극한까지 치닫아야 진심이 나온다고 보는 편이라... ...
글러먹어서,
도쿄 마이:미안하진 않고.
제정신이니까 나중 가서 빌어처먹을 농담으로 써먹으면 그땐 널 할복시킬 거다. 고토.
(고토의 손을 세게 끌어온다. 올린다. 피투성이 살결 그 약지 위에 입을 맞춘다. 느리게 훑는다.)
(안 그래도 성치 않은 볼품없는 낯짝에 피가 다 번진다.)
진심으로 져줬잖아? 그러니까 너도...
진심.
도쿄 마이:맞지.
답을 기다리는 물음은 아닙니다.
뜨거운 숨을 고토의 손에 얼마간 쏟아내던 도쿄는,
조금 휘정이다 고토의 나머지 팔을 감싸쥡니다.
적당량의 바람, 기이한 공기, 온도, 누군가의 위화감.
속삭임.
욕심... ...
...어쩐지 이 고아원에서 기괴한 기분이 번져옵니다.
.
.
.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고토와 도쿄 말고는 아무도 원인 모를 큰 상처는 잠시 고아원을 소란하게 했지만,
그조차도 스산한 공기에 묻혀 얼마 가지 못하고.
회복했는지도 모를 상태로 도쿄의 얼굴은 평소와 같습니다.
✎:기시다 신부는 쏟아진 눈을 전부 치울 때 까지 고아원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신부는 꽤 자주 고토를 찾아왔습니다. 대부분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요.
성당으로 오라는 종용도 조금씩 잦아들 무렵.
가끔 도쿄의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주 주말에 드디어 선물 전달식을 진행합니다.
선물을 받은 고아원 아이들은 그때부터 온전히 성인으로 취급받습니다.
✎:며칠간 도쿄는 자주 자리를 비웠습니다.
제대로 낫기는 한 건가? 애초, 일어날 수는 있나?
하지만 자리에 없는 것을 보면 잘 다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헤집었던 속 안쪽은 모를 일이죠.
숲에 간 것 같은데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고토 유우야:아?⋯⋯⋯.
잠깐만⋯⋯.
생각하니까 동한다.
(생각을 관둔다.)
✎:분명 숲은 출입이 제한 된 곳일텐데도 원장 역시 도쿄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벌써 저녁 시간이 넘었는데도 도쿄는 숲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고토가 생각할 때에 도쿄는 고토를 생각하고는 있는 건지... ...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 것 같으니 이에 대한 생각은 관둡시다.
여전한 집착이 어디 가겠나요.
아무튼 지금도 그렇습니다.
벌써 저녁 시간이 넘었는데도 도쿄는 숲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철 없는 아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만들어 둔 눈사람을 보고 있는 고토의 눈에 료스케가 들어옵니다.
한 손에는 누군가의 코트를 든 채로 고아원 관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료스케와 고토의 시선이 마주칩니다.
✎:“지금 당장 마을 병원에 데려가야 해.”
이케다 료스케:원장님 허락 없이는 고아원을 벗어날 수 없어요. 지금 세이켄 원장님은 자리를 비우신 상태 …
✎:“그러니까 료스케 너에게 부탁하잖니! 열이 펄펄 끓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큰 일이 날 거야. 몇 년 전 고아원에 전염병이 돌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어? 그때처럼 아이들이 죽어나갈 수도 있어.”
료스케는 곤란한 표정입니다. 세이켄 원장의 허락 없이는 고아원을 나갈 수 없지만 아픈 아이가 있다고 하니 갈등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원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료스케가 고토를 부릅니다.
고토 유우야:(어슬렁⋯⋯ 대다가 근처로 기웃.)
도와달라고?
들고 있던 코트를 고토에게 건네더니,
이케다 료스케:네. 이것 좀 원장실 옷걸이에 걸어주시겠어요?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아픈 아이를 데리고 마을로 내려 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고토 유우야:그래. 그럼.
(코트 받아든다.)
급해 보인다. 빨리 다녀와라, 이케다 상!
애 죽겠네~⋯⋯.
이케다는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뜹니다.
동행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장도 그렇고... 특히나 도쿄는 분명 화를 낼겁니다.
고아원에 돌아왔는데 고토가 없는 걸 싫어하니까요.
어쩔 수 없이 고토는 료스케의 부탁대로 세이켄 원장의 옷을 가져다 두기로 합니다.
.
.
.
끼이익 -
원장실 문이 열리자 평소와 똑같은 내부가 드러납니다.
초를 켜지 않아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지는 세이켄 원장의 방에서 고토의 그림자만 자유롭게 흔들거립니다.
료스케에게 부탁 받은대로 원장의 옷을 벽에 걸린 옷걸이 위에 걸어두고 방을 나가려는 그때,
고토는 마른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은 이상한 추위를 느낍니다.
어디서 들어오는 바람이지?
고개를 돌리면 이전에는 굳게 잠겨 있었던 ‘작은 방’ 에서 흘러 들어오는 추위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고토 유우야:안 열리던데⋯⋯.
(문 철컥철컥철컥철컥!)
철컥첰ㄹ걸컻ㄹ철컥첰ㄹ컥!
✎:문 가까이 다가가자 사각. 사각.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딱딱한 무언가가 땅에 끌리는 소리입니다.
철컥.
✎:어라?
전에는 잠겨 있었는데. 원장이 문을 열어두고 갔나?
탁자 위에는 촛대와 성냥이 놓여 있습니다. 이걸로 간소하게나마 불을 피워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고토 유우야:칠칠맞으시네.
(성냥 마찰시켜 불 피운다. 촛대에 불 붙였다.)
몰래 보는 것 같아서 내키진 않지만.
궁금한 걸 어째?
궁금하면 봐야지
✎:촛불에 불을 붙이자 심지가 얼었는지 몇 번 성냥불이 사그라들다가 곧 미약하게 불이 붙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가 완전히 촛불 위에서 초가 일렁입니다.
문고리를 돌리자 방문이 쉽게 열립니다.
방 안은 마치 겨울 산 한복판에 있는 것 처럼 춥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내부에서 누군가 멈칫, 고토를 돌아보는 게 느껴집니다.
누구지?
얼굴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그 무언가는 창문을 넘어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고토를 보기 전까지는요.
들고 있는 촛불을 그 가까이 가져다대자 … 보이는 건,
도쿄?
도쿄가 왜 이곳에 있지. 그 애는 분명 조금 전 숲으로 갔는데.
도쿄는 굳게 입을 다문 채 고토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東京舞:오랜만이야.
입을 엽니다.
고토 유우야:
지능
기준치:85/42/17
굴림:2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쿄 상?⋯⋯.
왜 여기에 있어.
그 표정은 완벽히 도쿄의 모습과 똑같지만 고토는 그에게서 도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낍니다.
쌍둥이처럼 닮은 얼굴이지만…
고토 유우야:(멱 잡아 죽⋯⋯ 끌어온다.)
그렇게 얼굴을 가까이 한 고토는,
고토는 눈 앞의 존재가 도쿄의 죽은 쌍둥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고토 유우야:
SAN Roll
기준치:60/30/12
굴림:65
판정결과:실패
이성 -1
고토 유우야:너⋯⋯
자매인가?
하지만 믿기지 않습니다. 도쿄의 쌍둥이는 이미 오래 전 죽었습니다.
고토가 이 고아원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죠.
땅에 묻히는 자신의 쌍둥이 자매의 관을 바라보던 도쿄의 얼굴은 어땠더라?
고토는 다시 과거의 기억을 꺼내옵니다.
東京舞:그래. 가까이 가도 돼?
고토 유우야:어. ⋯⋯⋯.
예쁘네.
죽었다고 들었는데. 왜?
쌍둥이 자매의 목소리는 조심스럽습니다.
고토를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다루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고토가 허락하면 쌍둥이 자매가 아주 천천히 고토에게 다가옵니다.
저벅. 저벅. 세이켄 원장의 방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로의 얼굴이 아주 자세히 보일 정도로 마주 닿은 거리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정말 도쿄와 똑같이 닮아 있습니다.
고토 유우야:하나만 묻자.
하나만 빼고.
고토 유우야:왜 여기에 있어.
그리고⋯⋯.
도쿄 상이랑 보는 눈이 똑닮았는데.
(비이성적인 상황은 제하고 고토 유우야가 씩 웃는다.)
좋아해?
조금의 침묵,
단 하나. 눈가의 흉터가 없는 것을 빼면...
모조리 도쿄 마이를 빼다 박은 그 얼굴이,
고토를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집착에 얽힌 욕망이 드러납니다.
손을 뻗어 고토의 뺨을 쓸어 내리는 그 손길은 조금 까칠하고, 조금 따갑습니다.
답 없이 입을 엽니다.
東京舞:나도 항상 널 기다렸는데.
그 다음은 아주 순식간이었습니다.
고토 유우야: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정말 고토가 악마에게 홀리기라도 한 걸까요?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쿄를 닮았지만 도쿄라고 할 수 없는 ‘그것’ 이 있었던 자리에는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지는 투명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허리를 숙여 바닥을 살피자 그 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허물 조각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제서야 작은 방 내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책들이 몇 권 꽂혀 있는 작은 책장. 방금 보았던 ‘그것’이 잠들어 있었던 흰 이불과 옷. 한 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부적같은 물건들…
카호의 말이 맞았습니다.
어쩌면 원장은 고토가 알지 못하는 종교나, 기운을 믿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미 그런 것들에게 잠식 당했거나, 마음을 빼앗겼다거나 ….
[책장] [서랍장]
고토 유우야:와하.
꿈 꾸나?
똑 닮았잖아~⋯⋯.
(허물 조각 줍는다. 어물어물 새는 빛에 비춰봤다가⋯)
(책장 훑는다.)
예뻤지. 아마.
✎:고작 책 몇권을 끼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 크기를 가진 책장입니다.
책장에는 읽을 수 없는 언어로 된 낡은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아무 책이나 한 권 빼서 살피면...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83
판정결과:실패
고토 유우야:
오컬트
기준치:10/5/2
굴림:16
판정결과:실패
더 알아들을 수 있는 정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책을 집어들면...
다른 책을 집어드나요?
고토 유우야:(죽지 않던 창백한 혈색. 원장의 두려움이나 이해가지 않는 모든 순간까지⋯⋯.)
(웃기지도 않다.)
(이래서야 유년 십자가부터 들이대고 봤던 사제들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질 않나. 악마가 들렸다는 게 뭐야. 괴물씩이나 옆에 있는데.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많고 많은 이들 중에 날 고른 이유가 있었구나. 옳아. 타당했다. 고토 유우야는 잠시간 침묵한다.)
(심장께가 뻐근했다. 손등으로 죽 내리 쓸었다가⋯⋯)
(자매가 떠난 창을 내다본다.)
자비롭기도 하다. 참⋯⋯.
고토 유우야:(다른 책 집어들었다.)
고토 유우야:영 타짜는 아니잖아? 원장이. 하!⋯⋯.
(책 내려둔다. 서랍장 열었다.)
고토가 가지고 있는 나자르. 그 나자르는 책에 그려진 그림과 똑같은 생김새를 띄고 있습니다.
가장 아래 짧은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나자르 본주는 성체가 된 괴물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줄 수는 없지만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괴물의 새끼 시야를 자신에게서 차단 할 수 있다.
서랍장을 열자 가득 채워져 있는 기이한 물건들이 보입니다.
✎:달랑 달랑 흔들리는 해골 인형부터 이상하게 생긴 토마토 뱃지….
저주 인형을 닮은 섬뜩한 장식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적힌 부적.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 두 손을 전부 사용해도 담지 못할 정도의 많은 양입니다.
그중 책 한 권이 눈에 띕니다.
고토 유우야:(토마토 빤히⋯⋯)
(해골 인형 툭.)
도쿄 상 닮았다.
자매 말고 도쿄 상.
못생겼어. 하하하.
(눈에 띄는 책 뽑아 들었다. 펼친다.)
✎:오닉스에 관한 책은 읽기 어려운 고대 언어로 적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알아볼 수 없겠지만 드문 드문 다른 언어로도 해석되어 있기 때문에 고토가 ‘외국어 판정’ 에 성공한다면 간단하게나마 오닉스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토 유우야:
언어(외국어) Roll
기준치:35/17/7
굴림:81
판정결과:실패
강행합니다.
고토 유우야:
언어(외국어) Roll
기준치:35/17/7
굴림:1
판정결과:대성공
?
고토 유우야:나 천잰가⋯⋯.
잘 읽히네⋯⋯⋯⋯⋯.
✎:세이켄 원장은 이 많은 물건을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고 했던 걸까요? 그 물건들이 내뿜고 있는 기운들이 작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38
판정결과:보통 성공
(손 들어 보인다. 반지 응시하고⋯⋯)
서랍장 구석에서 검은 ‘오닉스’ 장신구가 나옵니다.
짙은 어둠을 가지고 있는 저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고토가 하고 있는 반지와 같은 디자인이라는 걸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건, 도쿄가 준 이 반지가 ….
고토 유우야: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저벅. 저벅. 세이켄 원장의 방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지?
발자국 소리는 계속 가까워지다 이내 원장실 문 앞에서 멈춰섭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열려 있는 작은 방 문 너머에서도 희미한 빛이 새어들어옵니다.
기시다 유지:고토?
목소리의 주인은 기시다 신부입니다.
작은 촛불이 아닌 랜턴을 들고 있는 기시다 신부는 고토를 보고 조금 놀란 표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토를 만났다는 사실과 세이켄 원장의 방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도요.
작은 방에 몸을 들인 기시다 신부는 ‘과연 ….’ 이라며 작은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불길한 곳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판단이 확신이 되었다는 말도 함께.
기시다 유지:처음부터 이런 곳인 줄 몰랐던 제 잘못이 크죠.
알았다면 고토를 보내지 않았을텐데 …
이제와서 전혀 소용없는 말을 하며 기시다 신부는 세이켄 원장의 방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합니다.
고토가 그랬듯, 책을 뒤지는 손이 분주합니다.
기시다 유지:고토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세이켄 원장에게 비밀로 할테니 고토도 당연히 그렇게 해주실 거죠?
묻는 표정도 평온하기 그지 없습니다. 당연히 이 장소에 누군가가 침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원장이 가만 있지 않을테지만….
고토 유우야:네⋯⋯.
어쩌다 여기까지?
정돈 잘 해야 할 걸요.
기시다 유지:걱정 말아요. 왜인지 기이하다 했더니...
신부의 감이죠, 뭐. 하하.
신께서 계시라도 주셨나.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천천히 서적을 읽어 내리던 기시다 신부가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기시다 유지: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기 전, 도쿄가 돌아온 것 같던데.
숲으로 갔던 고아원 아이들 무리가 정문으로 들어 왔다는 걸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바로 고토를 만나러 오지 않았죠? 항상 숲에서 나온 직후에는 고토에게 곧장 오던 도쿄였습니다.
기시다 유지:고아원 아이들을 묻어두는 무덤가로 간 것 같아요.
고토 유우야:⋯⋯.
✎:오래 전 고아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돈 후 다량으로 죽어간 아이들을 묻어 둔 무덤가가 존재합니다.
고토 유우야:⋯⋯⋯⋯.
✎:그 후로도 고아원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때 마다 고아원은 그곳에 아이들의 묘지를 세웠습니다.
고토 유우야:자매한테 간 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으슥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곳이라 발걸음을 잘 하지 않는 곳인데 이상한 일입니다.
기시다 유지:고토? 방금 뭐라고 했나요?
고토 유우야:오늘 점심으로 도쿄 상을 먹겠다고 했어요.
농담입니다.
싫어하시길래~⋯⋯.
기시다 유지:네?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 마저 살핀다.) 하하. 고토도 참... ...
고토, 방에서 나가나요?
고토 유우야:가봐도 될까요?
볼 일은 끝나서.
기시다 유지:그럼요.
아, 잠깐.
고토가 세이켄 원장의 방에서 나가려고 하면 기시다 신부가 고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기시다 유지:이 방 안에 머무른 좋지 않은 기운을 정화시켜줄게요.
고토가 옛적 지긋하게 들어왔던 기도문을 몇 마디 읊더니.
아주 잠깐 닿아 있었던 기시다 신부의 손이 떨어져 나갑니다.
기시다 유지:이제 정말 가봐도 돼요.
신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 이번에는 고토가 도쿄를 만나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토 유우야:네.
일찍이 나오세요.
정돈 잘하시고요.
몸조심도⋯⋯.
(느긋한 걸음으로 무덤가 향한다.)
기시다의 웃는 표정을 마지막으로 고토는 걸음을 옮깁니다.
.
.
.
✎:쌓인 눈을 푹푹 밟고 도착한 이곳은 고아원 뒷 편에 위치한 커다란 무덤가입니다. 죽어가는 아이의 수가 많을 수록 무덤의 부지는 갈수록 커졌습니다.
무덤 주위에는 빽빽한 나무들이 둥글게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고아원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침범하지 않습니다.
가로등이 하나 세워져 있기는 하지만 자주 고장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눈 속을 부리로 파헤치는 까마귀떼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무덤 하나를 지긋이 응시하는 도쿄의 모습이 보입니다.
네. 확실히 도쿄입니다.
한 손에는 사냥용 총을 들고 있고 이번에도 동물을 사냥하다가 왔는지 상처가 터졌는지... ... 주위로 뜨거운 피 냄새가 진동합니다.
고토가 도쿄 곁으로 다가가면 도쿄는 고개를 들어 고토를 응시합니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던 그 시간 동안 고토에게 일어난 사소한 변화도 모두 알아채고 말겠다는 집념이 담긴 그 눈빛은 몇 번을 보아도 오싹할 정도입니다.
도쿄 마이:...내 자매를 만났어?
그런 도쿄에게서 나온 첫 마디는 의외의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고토 유우야:중요해?
피범벅이다. 너.
장관이잖아~⋯⋯.
도쿄 마이:너...
그렇게 다른 새끼 체취, 흔적.
묻히고 와서는.
중요하냐고?
그래. 중요해. 그러니까 대답해.
도쿄가 무덤가에서 응시하고 있던 무덤은 도쿄의 쌍둥이 자매의 무덤입니다. 무덤 앞에는 쌍둥이 자매의 이름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방금 전 고토가 만났던 그 기이한 존재가 정말로 도쿄의 쌍둥이 자매라면 이 무덤은 빈 무덤이겠죠.
무덤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겁니다.
고토 유우야:비 맞은 개가 따로 없네.
어. 만났어.
예쁘더라.
너랑은 비교도 안되게. 도쿄 상.
도쿄가 어이없다는 듯 나직한 웃음을 흘립니다.
도쿄 마이:아... ... 그래?
그때 제대로 죽였어야 했는데.
괴물이 괴물을 죽일 때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 괴물이 자신의 자매라면?
도쿄 마이:맞아. 그때 죽지 않았던 것 같아.
난 분명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애의 기척을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어.
나랑 똑같은 새끼니까 살아 있으면 내가 제일 잘 알았겠지.
살아있었어. 죽지 않고.
나와 네 주변을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내내 널 탐내고 있어.
당연한 사실이지.
도쿄 마이:내가 말했잖아.
그 새끼랑 나는 닮았다고. 우린 지독하게 잘 맞았다고.
도쿄가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죽이려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쌍둥이 괴물로 태어나 서로 지독하게 잘 맞았기 때문에.
고토 유우야:괴물 새끼.
도쿄가 서 있는 무덤 위에는 다른 무덤에 비해 움푹 패여 있는 곳이 있습니다.
쌍둥이 자매의 생존 사실을 알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자매의 무덤을 삽으로 파내는 일이었겠죠.
도쿄 마이:그래. 고토.
여긴 유골도, 다 썩어버린 괴물의 가죽도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세이켄, 그 좆같은 원장이 뒤통수를 쳐서 내 자매를 숨겨주고 있었다고.
도쿄의 시선이 고토의 손가락으로 향합니다.
도쿄가 반지를 끼워주었던 그 손가락은 텅 비어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없습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반지가….
도쿄 마이:괴물...
그래.
괜찮아.
반지도.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아.
몇 번이라도 손에서 빼 놓고 있어도 이해할게.
하지만 널 다른 존재한테 빼앗길 생각은 조금도 없어.
도쿄 마이:그건 너 자신한테도 똑같아.
왜냐면 난 너한테서도 너를 질투하거든.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28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렇게 말하는 도쿄의 얼굴이…
조금 달라 보였다면 착각일까요?
가로등 불빛도 하나 없는 어두운 밤 아래에서 본 모습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도쿄의 눈동자와,
그 시선은 인간의 것이 아닌 기분이 듭니다.
인간 이상의 집착. 집요함. 제정신 아닌 무언가.
고토 유우야:내가 너를⋯⋯.
가엾게 봐서 그런가.
날카롭고 섬뜩한 뱀의…
고토 유우야:너 말이다. 왜 울 것처럼 보이지 도쿄 상.
(분명한 게 있다면 적어도 가여운 얼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배로 기는 짐승의 시선과 울 것 같은 열아홉 애의 눈동자가 같을 리 없잖아. 하지만서도. 그래도. 그렇게. 나는⋯)
(보기 좋게 오독한다. 씻겨 내려가는 핏물을 읽는다. 다가서 도쿄의 머리칼을 시원스레 쓸어넘겼다.)
(화상. 빈 무덤. 딛고 선 흙⋯⋯.)
(눈가 위로 입맞췄다.)
후회한다.
고토 유우야:내가 그렇게 좋아?⋯⋯.
도쿄 마이:(팔을 끌어온다 또다시. 몸이 맞닿는다. 뜨거운 피가 네 섬유에도, 그 너머 살갗에도 고인다.)
글쎄... ...
딱.
죽어줄 만큼?
아니다. 죽이고 싶은 만큼.
발목까지 올라 선 눈의 느낌이 차갑습니다.
얼굴을 스치고 내리는 건 눈. 혹은 빗물. 섞인 기이한 온도로.
도쿄 마이:좋은가?... ...
진담인지 아닌지는 알아서 생각해.
계속 생각해.
내 생각 해. 죽을 때까지.
고토 유우야:거짓말이잖아.
넌 둘다 해. 나한테.
죽는 것도 죽이는 것도.
사람으로 태어나서 천지 괴물 새끼 편 들어주고 같이 살겠다곤 못 하겠는데⋯⋯
걔보다 네가 더 예쁘다고도 못 하겠는데.
비 맞은 모습 좀 처량하다. 그러니까.
고토 유우야:입 벌려 봐. 도쿄 상......
도쿄 마이:(고개 들어 시선을 비스듬히 맞춘다. 선명한 색채와 그렇지 않은 잿빛이 기이하게 바라본다.)
(더 가까이. 더. 만족을 모르는 것처럼 끌어온다. 맞붙는다. 천천히 입 벌린다.)
고토 유우야:너랑은 못 살겠어.
그렇다고 그 좆같은 성당으로 들어가면 죽고 싶지 않을까. 머리채라도 잡히고 처맞기라도 하겠지. 아. 뭐. 성수에 고개 처박고 골골 댈 수도 있겠다. 다 좋은데. 이대로 가면 내가 억울하잖아. 난 말이다. 지고는 못 살아.
그래서⋯⋯.
실례 좀 한다?
죄 좀 짓자고. (모든 거만한 것들의 왕이 여기에 있다. 고개를 젖히고 젖은 모양새로 내 앞에 있다. 서에서 말하기를 괴물은 존재 자체가 죄악이고 사통한 자는 손과 발을 찢어도 모자르지 않다던데. 고토 유우야는 도쿄 마이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굳은 살 박힌 손바닥이 예의를 모르고 뱃전을 더듬었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찾아 더 아래로, 아래로 향한다. 거친 면 없던 자매의 낯을 상기한다. 예뻤어. 근데 너보다 좋진 않아. 그건 수치를 모르는 얼굴이니까. 물론⋯⋯.)
(그냥 하는 말이다. 좀 좆같고 말지. 알 게 뭐야?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토 유우야:(밑동이 썩어 빠진 숲의 모임. 괴물의 성지. 눈과 비가 한데 섞여 내리는 볼모지. 이곳에 둥지를 튼 도쿄 마이. 그리고 그 아래에서.)
(고토 유우야는 성년 앞둔 괴물 새끼에게 입을 꾸역꾸역 맞춰댄다. 그래. 이런 놈을 상대로 착실하게도 욕정한 내가 개새끼지. 후회해봐야 뭐하나. 누구라도 좋았다. 피 젖은 입술을 물고 혀를 비집어 넣었다. 살덩이를 몇 번씩이나 얽는다. 성결한 입맞춤과도 거리가 멀 만큼.)
(사탄에게 홀렸다던가 악마가 들렸다던가⋯⋯ 뭐 그런 거 나랑은 거리가 먼 말이고. 그래서 옳다고 생각할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다 너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그럭저럭 살 만하다.)
(몇 번씩이나 살갗을 물고 빤다. 갈수록 고개를 숙였고 젖은 몸체가 맞붙었다.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는 빗물⋯⋯.)
(닿는 눈발이 차갑다.)
고토 유우야:(더 이상 언 숨 대신 뜨뜻한 온도가 흐른다.)
나도 너 좋아해⋯⋯.
근데 너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
내 말은.
애 좀 써보라고.
(지척에서 속삭인다. 빈 손 흔들었다.)
고토 유우야:내가........
성당으로 끌려가도 시원찮을 새끼 되도록.
노력하라고, 도쿄 상......
(이 다음의 해면 끝이다. 알지. 기적은 괴물이 아니라 신이 일으키는 거잖아. 그렇게 말하곤 웃는다. 멱살 붙들어 올렸다.)
상냥하게 대해줘.
좋더라. 누가 그래주면.
도쿄 마이:너한텐 돌아갈 곳을 남겨두고 싶지가 않아.
네게 다정한 곳이든 네게 좆같은 곳이든 상관 없이, 싫다고.
내가 아닌 게.
싫은데.
경망 떨어주고. 지저분하게 굴고,
조바심 내고 안달 내고.
도쿄 마이:사람 새끼 하나에 미쳐서.
고작... ...
어쩐지 날이 밝으면 또 눈이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도쿄 마이:애쓸 필요까지 있나?
네 반병신짜리 인생에 나 말고 다른 건 없어.
그냥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랬어. 가지고 싶어서.
가졌어. 그럼 안 되나?
허락했잖아.
사실 그딴 건 필요도 없었는데.
찬 공기에 얼어붙지 않는 웃음소리.
도쿄 마이:상냥하게 굴어주는 건 적성이 아니야.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도... ... 어쩌겠어.
넌 다른 고아한 아가씨 못 찾아.
네 인생은 아무도 구제 못 해. 고토 유우야.
내가 좋아해 버려서.
끝이지. 그걸로.
고토 유우야:너 말이다.
사람은 사람 대하듯이 대해야지.
같은 괴물이 아니라.
그래도⋯⋯.
한 번은 져줄까.
마침.
고토 유우야:가여워 보이니까.
예쁘다는 뜻이야. 도쿄 상.
도쿄 마이:괴물 새끼더러 예쁘다고 말하는 네가 사람인가... ...
져줘.
겨울이 다 지나기 전 내리는,
도쿄 마이:안 그래도 상관 없지만...
마지막 폭설이.
도쿄 마이:그냥 내가 가지면 되니까.
.
.
.
그날 밤 봤던 도쿄의 쌍둥이의 모습과, 도쿄가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외에도 골치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이틀 내내 내린 폭설 때문입니다.
하루 뒤면 고토는 성인이 됩니다. 그 뜻은 곧 겨울이 끝난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어쩌면 삶도.
괴물의 기적을 믿나요?
기적은 괴물이 일으키는 게 아니니 끝을 생각하게 되는 건 당연합니다.
싱그러운 봄에 돋아나는 새 생명을 맞이하건 그럴 수 없건, 어찌되었든 고아원과 작별할 것 같았는데…
아이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종아리를 넘어 설정도로 깊게 쌓인 눈이 보입니다.
고아원 무덤에서 함께 돌아온 후 고토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도쿄는, 이른 오후가 되어 고토를 찾았습니다.
이제 곧 사냥 시간입니다. 성인이 되기 전 치르는 마지막 사냥 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도쿄도 그 참여 인원 중 한명이고요.
도쿄 마이:금방 다녀올 거니까 어디 가지 마.
나 없이 어디 가면...
상냥하게, 인간처럼, 다정하게.
그딴 거 없어. 이제.
정말 괜찮을까. 도쿄의 자매가 그 모습을 하고 숲으로 사라졌는데 ….
숲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선택받은 고아원 아이들 뿐입니다.
이번이 마지막 사냥이니 다 괜찮겠죠. 도쿄의 자매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5년 동안 자신의 죽음을 꽁꽁 숨겨두었던 존재입니다. 조금 섬뜩하기는 해도 어쨌든 도쿄의 살아있는 자매니까요.
고토에게 맞닿는 시선을 마지막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고토 유우야:다녀와.
총으로 사람 쏘지 말고.
그럼 너 놔두고 튄다? 도쿄 상.
도쿄 마이:사람 안 쏘는 건 생각해 볼게.
그럼 다른 건?...
고토 유우야:이야.
다른 건?
네 자매는.
도쿄 마이:이번에는 제대로 죽이려고.
고토 유우야:가관이네, 도쿄 상!⋯⋯.
패륜이다. 그거?
도쿄 마이:알 바야?
그 새끼도 네가 좋다잖아.
그럼 죽여야지.
고토 유우야:나도 좋다고 전해주라.
오늘 밤 기다리겠다고도. (손키스 시늉.)
도쿄 마이:총 맞고 싶냐?
고토 유우야:진짜 생각만 한 건가?
안 쏘겠다며?
도쿄 마이:안 쏘겠다고 한 적 없는데?
생각해 본다고 했지.
어쨌든 도쿄는 고토를 고아원에 두고 숲으로 갔습니다.
이제 숲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리면 될 텐데, 그런 고토를 기시다 신부가 찾아옵니다.
기시다 유지: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내 방으로 갈까요?
고토 유우야:네. 뭐⋯⋯.
시간 많으니까.
(터벅터벅 옆으로 간당.)
신부가 묵고 있는 방에 들어서자 침침한 내부가 보입니다. 벽에 작은 십자가를 걸어두고 기시다 신부가 짧은 기도를 올립니다.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95
판정결과:실패
기시다 신부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고토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가방 안에 넣어둔 짐이 문 앞에 놓여져 있기도 합니다.
기시다 유지:곧 마차가 다시 올 거예요. 눈 때문에 좀 늦어졌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아무도 없을 때 떠나는 게 좋겠어요.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 고아원은 저주받았거든요.
고토에게도 그 저주가 옮았을 지도 모르지만 성당에서 정화식을 진행해줄게요.
고토 유우야:아?⋯⋯.
떠나자고요?
기시다 유지:고토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떠나야 해요.
내가 고토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잖아요...
고토 유우야:(도쿄 상이 지랄할 것 같은데⋯⋯. 잠깐 침묵.)
하루만 더 주세요. 생각할 시간을.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아요.
기시다 유지:악마의 기운이 손길을 뻗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안 돼요. 시간이 없어. 고토.
어서 일어나요.
고토도 알고 있잖아요. 끔찍한 악마의 공기를. 성당으로 가야 해.
고토 유우야:신부님. 저는⋯⋯.
아시잖아요.
좋은 기억 없다는 거.
제게는 성당이나 악한 기운이 가득하다는 고아원이나 모두 비슷하게 느껴져요.
가고 싶지 않아요.
기시다의 표정이 서서히 변합니다.
기시다 유지:널 이곳에 보낸 건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어.
다시, 전처럼.
좋은 가정으로 가서 좋은 자식으로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내가 이곳에 널 넣었으니 꺼내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뿐이야.
날 따라가지 않겠다고? 악마의 기운을 끔찍할 정도로 두르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신이 그걸 용서할 것 같아?
고토. 넌 누구보다도 신의 힘이 필요한 애라고.
기시다 유지:도쿄 마이가 악마라는 걸 정말 몰라? 그 애와 멀어져야 해.
왜 예전보다 이곳의 기운이 많이 약해졌는지 그때 세이켄 방을 뒤지고 나서 알았지. 빌어먹을 악마의 쌍둥이가 함께 붙어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웃기지도 않지. 죽은 줄 알았던 쌍둥이 한쪽이 살아있었다니... 그것도 세이켄이 숨겨 주고 있었다니. 원장이 너무 멍청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야.
넌 지금 악마한테 속고 있어. 그 사특한 것이 네 정신을 쥐고 흔들고 있어.
날 따라 와. 그것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줄게. 신을 믿으면 병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차피 그들은 더 이상 살지 못할거야.
더 이상 살지 못한다고?
기시다 신부는 고토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고토 유우야:무슨 소리입니까?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59
판정결과:실패
더 이상 살지 못 한다고요?
흐릿하지만 창문 너머로 못 보던 마차가 와 있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기시다 신부에게 대항하려면 근력 판정이 요구됩니다. 사격 판정이나 근접전 격투도 가능합니다.
기시다 유지:고토 유우야!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넌 가야만 해.
널 생각하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사냥에 나선 녀석에게 말해뒀거든. 도쿄와 그의 자매는 악마이니 총을 쏴서 그대로 죽이고 오라고.
아무리 악마지만 성체도 아니고, 인간의 형태로 자랐으니 죽는 건 문제가 아니야.
눈치가 좋은 녀석이야. 평소 도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봐?
사냥 시간에 참여하고, 도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은… 료스케입니다.
고토 유우야:
듣기
기준치:50/25/10
굴림:75
판정결과:실패
어딘가에서 섬뜩한 진동 소리가 들려옵니다.
출처는 숲 속입니다. 이 불안감은 무엇일까요?
고토 유우야:⋯⋯.
결정할 시간입니다.
고토 유우야:신부님.
은혜는 압니다. 하지만⋯⋯
죽게 둘 순 없어요.
가족까지 죽여버린 애한테서 저까지 사라지면 그게 어릴 적의 저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어요?
놔주세요.
험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자랐습니다⋯⋯. 내칠 수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기시다 유지:고토. 그래서 지금 네 인생보다 악마 새끼의 안위를 더 신경쓰겠다고?
분별은 해라. 너의 삶이야.
어서 가자.
난 네게 필사적이야. 네게 책임이 있다.
✎:고토가 대항해도 기시다 신부 역시 고토를 끌고 가는데 나름 필사적입니다.
기시다는 힘으로 고토를 끕니다.
기시다 유지:
근력
기준치:50/25/10
굴림:99
판정결과:실패
급한 마음이 따라주질 않았는지 탁, 놓쳐버리고 맙니다.
고토 유우야:다들 그러던데요. 곧 죽겠다고.
뭐 어때요.
얼마 남지도 않은 거.
(신부의 손 가지런하게 아래로 끌어준다. 거두고 길러준 당신에게 매정하게 대할 순 없다. 다만⋯)
(그를 두고 숲 쪽으로 향했다. 뒤를 돌아본다.)
죄송합니다.
고토 유우야:후회할 날이 오겠죠. 그럼 그때는 기도할게요.
치심이라고 생각하세요.
숲으로 가야 합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사냥당하는 쪽이 도쿄가 될지도 모릅니다.
고토가 기시다 신부에게서 벗어나 숲으로 간다면 신부의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옵니다.
기시다 유지:숲으로 들어갔다가 사냥감으로 낙인 찍혀서 죽고 싶어?
어두워서 고토 네가 사슴인지 토끼인지, 멧돼지 새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더 이상 반지도 없는 주제에 도쿄가 올 수 있을 것 같냐고!
신부의 목소리는 다시 아득하게 멀어집니다. 눈 앞에 있는 건 오직 어두운 숲 뿐입니다.
눈 때문에 발목이 푹푹 꺾입니다.
✎:숲이 너무 어둡습니다. 이 정도로 깜깜했던가, 싶을만큼요. 언덕도 몇 개 넘었고 숨이 차도록 걸었지만 여전히 도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갈수록 고토는 숲에 대한 기묘한 기운을 받습니다. 이 숲은 어딘가 이상합니다. 불쾌하고 끈적거립니다.
숲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번뜩이는 시선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커다란 나무들이 구역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 웅덩이가 셀 수 없이 존재하고 뾰족한 가시잎을 가진 것들이 빠듯하게 주변을 채웁니다.
일반적인 숲이 아닙니다. 고토가 들어온 이곳은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사냥을 나가는 아이들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공간.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20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나무들 사이로 낡은 저택이 하나 보입니다. 이런 곳에 이렇게 거대한 저택이?
한 눈에 봐도 오래 된 저택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쓰러진 누군가는, 맙소사!
도쿄와 함께 사냥 구역으로 들어갔던 료스케 입니다.
✎:오른쪽 팔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저택 앞에 쓰러져 있습니다. 상처 입은 피부 위로 피가 새어 나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료스케의 몸이 차갑습니다.
✎:응급처치 판정에 성공하면 료스케를 지혈할 수 있습니다. 료스케는 죽지 않았습니다. 단지 상처의 고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료스케에게 대화를 시도하면 료스케는 정신을 차리고 고토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습니다.
고토 유우야:이케다 상?
이케다 상. 정신 좀 차려 봐.
이케다 료스케:도쿄가 저택으로 들어갔어요. 어, 어딘가 평소의 도쿄와 분위기는 달랐지만… 외관을 보면 도쿄가 확실해요.
따라 들어가려다가 도쿄가... 도쿄가, 그 새끼가 악마로 변했어요.
기시다 신부님 말이 맞았어요. 제가 똑똑히 봤어요. 도쿄가 스스로 악마로 변하는 모습을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끔찍한 생김새였어요. 그건 사람이 아니었고... 커다란 뱀에 가까운 모양새였다고요!
죽이려고 했는데 ... 그래서 총을 쐈는데, 맞았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고토 유우야:아하⋯⋯.
어디로 갔어? 도쿄 상은.
(료스케 몸 가볍게 받친다.)
(응급처치? 라도⋯⋯. 해본다.)
이케다 료스케:저택 안쪽으로 깊게 간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곧 사냥 시간에 참여한 고아원 아이들이 올 테니 들어가지 말고 여기에 있어요! 저곳은 무척이나 위험하다고요.
고토, 어떻게 하나요?
이 저택에 누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도쿄라면…. 저택 안으로 들어가봐야 합니다.
고토 유우야:이케다 상⋯⋯⋯.
이 순간, 반지가 끼워져 있지 않은 손가락이 유난히 허전합니다.
고토 유우야:상식적으로 피 흘리는 놈이랑 같이 산짐승 있는 숲에 있는 게 안전하겠냐, 저택이 안전하겠냐?
너도 바깥쪽까지는 끌어다줄게.
가야 해.
도쿄 상이 찾을 것 같아서.
(이케다 멱살 쥐고 질질질⋯⋯ 숲 바깥쪽까지 끌어다 준다. 유우야는 저택까지 걸음한다.)
이케다는 감사를 표하지만,
악마와 함께 있지 말라는 말을 남깁니다.
고토는 저택으로 향합니다.
대문을 열자 녹이 슨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택 입구로 가는 길은 울창한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과거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을 것 같습니다. 분수대로 보이는 낡은 조각상이 이끼와 젖은 풀로 덮여 있고 부서진 벤치와 울타리들이 보입니다.
숲 안에서 자라는 나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만큼 기괴하고 음산한 모양새입니다.
저택 안으로 걸어 가면서 고토는 비틀린 추위를 느낍니다. 저택 밖에 있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추위 때문에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도 힘이 들 지경입니다.
이 정도 추위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고토가 누구를 만날 때마다 이런 추위를 느꼈는지.
저택 문은 열려 있습니다.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간 듯 문틈 사이로 어두운 저택 내부가 보입니다.
거미줄이 흔들리고 저택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낡아 있거나 무너져 있습니다. 숨이 막히고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어느 대부호가 지은 별장인지 저택의 내부는 거대하고 어둡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전부 무너져 있고 중앙 계단 가운데 걸려 있는 액자가 눈에 띕니다.
고토 유우야:
관찰력
기준치:40/20/8
굴림:25
판정결과:보통 성공
지하로 가는 계단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합니다.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지는 투명한 무언가.
뱀의 허물을 닮았고 도쿄의 방과 그의 쌍둥이 동생이 있었던 곳에서 봤던 똑같은 그것.
저벅 저벅. 발 밑을 조심해 저택 아래로 내려가자 좁은 공간이 드러납니다. 차가운 돌바닥. 빛 한 점 통하지 않는 곳에서….
고토 유우야:허물이었나⋯⋯.
고토 유우야:
SAN Roll
기준치:59/29/11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그 '괴물' 을 이렇게 자세히 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세한 근육과 피부. 여기저기 잔 상처가 난 피와 움푹 패인 살점.
이 어두운 곳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가는 눈동자.
✎:네. 그건 정말 괴물의 모습입니다.
료스케가 쏜 총으로 인해 괴물은 옆구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 상처를 숨기려는 듯 괴물은 몸을 더 깊숙하게 웅크리다가 고토를 발견하자 고개를 듭니다.
저건… 도쿄인가요?
고토를 향한 독점욕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저 괴물의 눈동자가 정말 도쿄인가요? 그는 과연 누구인가요?
도쿄? 아니면 그의… 쌍둥이?
번뜩이는 눈을 가지고 그 '괴물' 이 점점 고토에게 다가옵니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뱀의 이빨을 가지고.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를 몰고 비릿하게 흐르는 피를 흘리면서.
그 두 눈에… 살의를 품고. 여기서 더 몰리면 그대로 물려 죽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토 유우야:도쿄 상.
도쿄 상?⋯⋯.
주머니에 있는 나자르 본주가 뚜렷한 존재감을 소유한 채 그대로 느껴집니다. 꺼내기만 한다면 그것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 거예요.
✎:정보 습득을 위해 자유롭게 판정 가능합니다.
고토 유우야:정신 차려!
나 좀 봐⋯.
알아먹어?
(견부 팔로 붙든다. 품에 있을 나자르 본주 손끝으로 더듬었다. 여차하면 꺼내들 생각으로.)
이질감 느껴지는 괴물은 알아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거리가 점점 좁혀집니다.
도쿄와 꼭 닮은 쌍둥이.
하나도 빠짐 없이...
...하나도?
고토 유우야:(미간 잠시 좁힌다. 집요하게 응시한다⋯⋯ 화상이 있나?)
화상 자국은 보이지 않습니다.
고토 유우야:곤란하다.
명백하게 매끄러운 몰골로.
고토를 집요하게 바라봅니다.
고토 유우야:그 애 아닌 애한테 죽으면 사후까지 저주당해.
(나자르 본주 더듬어 찾는다. 잘은 모르겠지만⋯⋯)
(꺼내 손 안에 쥔다.)
나자르 본주를 꺼내자 부적에 그려진 눈에서 아주 강렬한 빛이 나타납니다.
괴물 뿐만 아니라 고토의 눈 역시 멀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환한 빛이 저택의 지하에 가둬진 채 마구 요동칩니다.
그 빛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고토의 눈 앞에 있는... 괴물의 눈을 완전히 멀게 만들어 버리는 것.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으며 괴물이 몸부림칩니다.
고토 유우야:
SAN Roll
기준치:58/29/11
굴림:32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성 -1
뱀의 형상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넘어지고 그의 두 눈이 움푹 패인 것 처럼 타들어갔습니다. 끔찍한 몰골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괴물은 고토를 향해 기어오고 있습니다.
괴물의 형상이 떨립니다.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괴물이 고토를 향해 말을 꺼냅니다.
비웃고 있는 듯한. 어딘가 체념한 듯한. 지독히도 집착적인.
東京舞:나도 널 기다렸어. 알아?
내가 그 새끼랑 다른 게 뭐야? 우리는 언제나 똑같았어!
그리고 뱉는 한 마디.
東京舞:내가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지마.
기억해. 나는 언제든지 너를 다시 가질 수 있어.
고토 유우야:눈이라도 지져서 와.
얼마든지 내어줄게.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한기를 내뿜으며 고토의 주위를 끔찍한 몰골로 배회하는 괴물.
그것은 저택 지하실을 나가는 길목을 막고 있습니다. 지하실에 있는 어린 아이들의 뼈와 그들을 잡아먹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반지가 있었다면… 도쿄가 이곳에 있는 고토를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저택을 나갈 방법은 없나요? 조금 있으면 이 겨울도 끝이 날 텐데요.
당신이, 성인이 될 텐데.
괴물의 존재 앞에서, 다시 어둠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될 때 쯤.
`잘했어.
들려오는 음성은….
이 숲에 들어 온 고토로부터 뚜렷한 목적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도쿄입니다.
답지않게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혀 있고 숨이 가빠 보이는 게 뛰어온 것 같기도 합니다. 표정은 평소와 같지만요.
✎:도쿄의 자매는 두 눈이 먼 상태로 오직 소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뱀과 닮은 그 모습을 가진 채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두꺼운 피부와 몸을 똬리처럼 틀어 꽁꽁 몸을 둘러 싸고 있습니다.
아무리 저택이 낡았어도, 이 저택이 다 으스러져 가는… 저택일지라도 이정도의 추위를 느끼긴 쉽지 않습니다.
고토 유우야:
건강
기준치:70/35/14
굴림:72
판정결과:실패
온몸이 떨리고 춥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매서운 추위에 대한 고통이 고토의 몸을 파고듭니다.
체력 -2
✎:도쿄의 자매가 만든 온도라면 도쿄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고토는 지금껏 도쿄의 옆에서 이토록 강한 추위를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고토에게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처럼.
고토의 등 뒤에서 손목을 감싸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 온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너무 명백합니다.
도쿄 마이:한참 찾았어.
반지 가지고 있는 새끼가 생각보다 또라이라서 조금 놀랐거든.
가니까 너는 없고 웬 신부 새끼가 내 프로포즈를 탐내려고 하길래.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온도가 맞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서늘한 저택 안에서 고토와 도쿄. 그리고 도쿄의 자매가 내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고토 유우야:도쿄 상.
(붙잡힌 손목 더러 얽는다. 훅 끌어오고.)
다친 데는?
총 말이다⋯⋯.
쐈다고 들었어.
어디서 뭘 하든 알 수 있다면서. 너도 별 거 없네.
고토 유우야:늦었잖아.
도쿄 마이:너 때문이잖아.
청혼했는데,
할복하라고,
해서... ...
그거 말곤 없어. 다친 데.
도쿄가 가지고 있던 사냥용 총의 총구가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사나운 가늠쇠의 진동. 개머리판 위로 기대오는 도쿄의 머리카락.
이 순간을 정말 기껍게 기다려온 존재마냥 자신의 자매에게 겨누고 있는 총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엽총을 겨눕니다. 금방이라도 저 괴물의 머리를 쏴버릴 것 같은 도쿄가 고토를 바라봅니다.
도쿄 마이:네가 쏴도 좋아. 아예 네 손으로 싹을 잘라버려도 괜찮을 것 같네.
고토 유우야:살려두면 안돼?
가족이잖아.
후회한다.
괴물의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도쿄 마이:안 돼.
도쿄의 쌍둥이 자매는 고토의 성장을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쿄 마이:널 좋아하잖아.
고토 유우야:아아⋯⋯.
얼마나 오래 고토를 기다렸을까.
도쿄 마이:다 내 거야.
내가 왜 내어줘야 해?
이 고아원을 나서서 오롯이 성인이 될 고토를.
그에 맞춰 자신 또한 완벽한 성체가 되기를.
그들은,
그들은 너무 닮게 태어난 ‘쌍둥이’니까.
도쿄 마이:불쌍해? 저것도.
하, 하... ... 네 동정은 참 쉽네.
넌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야.
고토 유우야:닮아서 그래.
닮아서⋯⋯.
예쁘니까. 어?
(뒤편에서 몸 겹쳐온다. 엽총의 방아쇠 위로 고토 유우야가 손을 올렸다.)
그래도.
(그리고,)
고토 유우야:세상에 너만한 건 없더라. 도쿄 상. (방아쇠 당긴다.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듯이.)
타앙-!
고토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기다란 엽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습니다.
정말 ‘사냥’을 하듯. 그게 언제 사람이었냐고 비웃는 것마냥, 정확히 괴물의 머리를 뚫었습니다.
견딜수 없는 추위가 주변에서 생성됩니다. 묻어 두었던 눈이 소용돌이 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새하얀 빛과 눈보라가 시야를 잠식합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거대한 괴물의 꼬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쌍둥이 자매가 정말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토의 등 뒤에서 고토를 느직하게 끌어안는 것은 물론 도쿄 마이.
뒤편의 허리를 끌어오는 손길.
죽은 자매의 시체를 내려다 보는 도쿄의 표정은 5년 전, 자매의 관을 내려다볼 때와 똑같습니다.
전혀 슬퍼보이지 않습니다. 매서운 독점욕과… 희미한 안도가 일렁일 뿐입니다.
역겨운 냄새가 코 안쪽으로, 폐부 깊은 곳으로 스며듭니다. 저택이 요동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괴물의 죽음에 동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택 밖에 세워져 있는 티크 나무들의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썩은 물웅덩이의 파동.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습니다. 고토의 눈 위를 도쿄의 손이 덮습니다.
도쿄 마이:그거 알아?
방금 정각이 지났어.
네가 성인이 된 첫 순간을 나만 알고 있는 거지.
이게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 천만에.
내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상상도 못 할거야.
네가 이 겨울을 끝내고 빌어먹을 고아원을 나갈 수 있기를.
도쿄 마이:지난 5년간 어떤 마음으로 바라왔는지…
넌 평생 모르겠지.
서늘한 손길.
나직한 목소리와,
도쿄 마이:근데 난 그게 좋아. 이게 바로 사랑이거든.
중얼거리는 도쿄의 목소리는 이제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도쿄 마이:이따 봐.
그 말을 마지막으로, 고토는 깊은 수마에 떨어집니다.
.
.
.
매운 연기와 피부 위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고토는 눈을 뜹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따가운 먼지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도 힘듭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고토가 누워 있는 곳은 도쿄의 방, 침대 위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자 보이는 건 도쿄의 방 바로 앞까지 덮쳐온 불길입니다. 고아원을 가득 채운 화염.
도쿄의 방 앞을 덮치지 못한 건 역시 티크 나무로 만들어진 문 때문일까요? 불길은 도쿄의 방을 조금도 침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어쨌든 고아원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 확실합니다.
...
그때, 고토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대로 무너질 것 같은 고아원 안에서 도쿄가 문을 엽니다.
도쿄가 고토에게 가까이 다가오면… 그 뜨거운 열기는 어디가고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온도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성인이 된 제게 이깟 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도쿄 마이:왜 날 기다린 표정이 아닌 것 같지? 짜증나게.
고아원이 너무 커서 불을 지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는 말을 하는 도쿄의 목소리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럼 고아원 아이들은?
고토 유우야:도쿄 상⋯⋯⋯⋯⋯⋯.
불 났는데?
도쿄 마이:다 내보냈어.
고토 유우야:아.
너 두고 나도 갈 뻔 했다.
도쿄는 고토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므로 고토가 ‘싫어하는 일’ 에 대해서는 기민하게 구는 편입니다.
도쿄 마이:못되게 굴지 말랬잖아... ...
도쿄를 따라 고아원 밖으로 나온 건 금방입니다.
무서울 것 없이 솟구치던 불길이 도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말이겠죠.
✎:고아원 밖으로 나오자 마굿간 근처에 모여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두려움을 느낀 말이 마굿간 안에서 흥분해 날뛰고 어른들은 물 양동이를 두 손 가득 들어 나르면서 화재를 막아보기 위해 발버둥입니다.
고토는 그 정신 없는 곳에서 료스케를 마주합니다.
얼마나 달리고 힘을 썼는지 한겨울에도 온통 땀범벅이 된 그 모습. 괴물에게 물린 곳을 단단하게 붕대로 감싸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
✎:료스케는 고토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올려 돌려 도쿄를 바라봅니다.
쾅! 솟구친 화염이 고아원의 가장 높은 곳을 무너뜨렸습니다. 잿더미와 벽돌 파편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료스케가 다시 물 양동이를 들고 고아원 안으로 달립니다.
…고아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고토가 기어코 열아홉을 넘긴 오늘. 마지막 눈이 내리는 이 겨울의 끝에서.
도쿄 마이:성인이 된 걸 축하해 고토.
도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열아홉을 넘겼습니다.
고토 유우야:그래.
축하한다. 도쿄 상.
전부 네 마음대로 된 거.
지금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을 때가 아닌 걸 알면서도 도쿄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표정입니다.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고아원 아이들과 관계자들은 전부 밖으로 대피했지만 세이켄 원장의 방문은 누군가 밖에서 단단하게 잠갔는지 열려있지 않습니다.
거대한 불길이 고아원의 기둥과 창문. 오래된 복도를 전부 잡아먹습니다.
고아원 주변으로 불을 끄기 위해 물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뛰어 다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불씨가 떨어지는데도 도쿄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주변에는 살을 파고들 듯 한 한기가 느껴집니다.
정확하게는, 도쿄가 직접 고토에게 반지를 끼워줬던 그 손을.
도쿄 마이:선물은 마음에 들어?
선물? 이게 선물이라고?
도쿄 마이:네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을 없애고 싶었어.
물론 네가 가게 될지도 모를 곳 역시.
고토와 유일하게 연이 있었던 기시다 신부...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저 화염에 파묻혀 있겠죠.
5년 동안 삶을 맡겼던 고아원이 불타고 있습니다.
기시다 신부가 권했던 그 성당에도 갈 수 없을 겁니다.
도쿄 마이:그러니 나와 함께 가자. 이 숲을 벗어나 내가 네 옆에 영원히 있을 수 있게 해줘.
고토. 고백 하나 해도 되나?
고토 유우야:음~⋯⋯.
안돼.
도쿄 마이:할래. 왜 안 돼?
고토 유우야:그럴 줄 알고.
한 번 튕겼다.
도쿄 마이:해?
고토 유우야:해.
도쿄 마이:사랑해.
아주 오랫동안...
그랬는데.
다시 한 번 불길이 솟구칩니다.
고토는 직감합니다. 이대로 도쿄를 따라가게 된다면 자신은 절대로 도쿄에게서 벗어나지 못 할 거라는 사실을.
절대로… 예전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요.
잃어버렸던 검은 오닉스 반지가 다시 고토의 손가락에 끼워집니다. 이 반지를 가져갔던 기시다 신부의 말로는 분명합니다.
여전히 조금 헐거운 반지.
그러나 지금만큼은 고토의 손에 딱 맞춘 듯 반듯하기만 합니다. 도쿄가 고토의 손을 빈틈 없이 잡은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구속구를 찬 느낌입니다.
하늘에서는 겨울의 마지막 눈이 내립니다.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청혼입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불에 타는 고아원 앞에서 받는 청혼이기도 하고요.
무드 따위는 내다 버렸습니다.
도쿄 마이:미쳤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고토.
사랑한다고.
내가 지금 말하고 있잖아... ...
고토는 선택해야 합니다.
따라가지 않으려면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고토 유우야:평생 지고 살아.
부탁만 해.
도쿄 상⋯⋯.
마지막으로.
좋아한다고 해 봐.
도쿄 마이:좋아해.
고토 유우야.
좋아서 죽을 것 같다... ...
고토 유우야:나도.
그것까진 아니고~⋯⋯⋯.
좋아한다.
도쿄 마이.
(답은 그걸로 됐다. 손목 끌어잡는다.)
가자.
고토 유우야:어디든.
도쿄는 오래 전부터 고토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습니다.
오직 고토만을 소유하고, 집착하며 욕망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바로 이 짧은 순간을 위해서.
도쿄의 눈에 짧은 이채가 감돕니다.
인간의 눈이 아닌 괴물의 시선 끝에는 고토만 존재합니다.
오직 고토가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려온 그런 괴물.
인간이 아닌 그와 함께하는 이후의 인생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고토 유우야:넌 말이다.
고토를 위한 도쿄의 애정은 어딘가 불쾌하고 찝찝한 면이 존재합니다.
고토 유우야:너무 무모해.
그리고⋯⋯
그건… 네. 그건 '미친 사랑’입니다.
좁은 틈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그러나 자신의 쌍둥이 자매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정도로 비틀린 사랑.
불에 타고 있는 고아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데, 전혀 춥지 않습니다.
화염에 잡아먹히고 있는 풍경 때문인지 고토의 추위를 물리고 있는 도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소란 속에서도, 도쿄가 다시 끼워준 반지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겨울이 끝났습니다.
고토 유우야:그리고. 그런 네가 날 가지는 편이 낫겠다.
스물도 훌쩍 넘길게.
성인이 돼서 같이 살아도 줄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같이 따라와야 해. 뭘 하든 같이 해야 해.
죽이고 싶어? 그럼 죽는 것도 내가 해.
나만 해.
고토 유우야:도쿄⋯⋯⋯.
숲을 나서는 순간 이곳을 괴롭혔던 깊고 하얀 눈도 그칠겁니다.
고토 유우야:(듣고 있어? 그 즈음에는 눈이 내려앉은 덜미 위로 입맞춘다. 고개를 묻고 고토 유우야가 연신 웃어댄다.)
뭐.
방금 한 말은.
진심이야⋯⋯. (이죽인다.)
고아원에서 도쿄와 맞이한,
도쿄 마이:내가... ...
첫번째 성년의 밤이자,
도쿄 마이:네 말에 죽고 못 사니까.
도쿄 마이:항상 지나 보다.
도쿄 마이:꼭 지옥에 떨어지자. 우리.
짜증나고 지겹고 보고 싶으니까.
생환 보상: 이성 7 회복. 추위에 대한 면역 향상. 크툴루 지식 1 향상.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