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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YOU EXIT

TRPG

[쿄카] 자립법개론

1975°F 2024. 12. 21. 01:16

 

카쥬키 준비됏다면~~
 
인장갈아끼우고 야옹해!
 
타카하시 카즈키:월월
 
우우웅
 
야옹해쥬
 
타카하시 카즈키:ㅠㅠ
야옹
 
아코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ㅋ
 
코여운카쥬키와 출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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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지 2주째.
 
.
 
.
 
.
 
도쿄 마이를 잃은 지 2주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도쿄가 쥐여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카즈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타카하시 카즈키:(적당히 아무거나 틀어놓은 드라마를 보고 있다...)
 
카즈키는 적당한 시간 때우기용 드라마를 틀어놓았습니다.
 
내용이...
 
끔찍하게 지루하네요.
 
이거 감독 누구야.
 
요새 들어 퍽이나 운도 좋지 않은지.
 
꼭 틀어도 이런 지루한 드라마가 나와야 했을까요...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띡, 띡, 띠리릭. 누구죠?
 
이 시간에 당신과 도쿄의, 아니,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물론 이것저것... 도쿄가 살아 있을 때 말이죠.
 
같이 살면 비밀번호는 무얼로 하겠다느니,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자든가.
 
확실히 그러한 기억은 있었습니다만...
 
...
 
도쿄 마이:집안 꼴이 이게 뭐야.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카즈키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도쿄입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죽었잖아요.
 
당신의 총구로.
 
타카하시 카즈키: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도쿄는 집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하긴. 당신은 도쿄가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엉망인 집이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도쿄]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이라거나… 말이죠.
 
도쿄는 겉옷을 벗어두고 셔츠를 대충 걷어붙입니다.
 
도쿄 마이:안되겠다. 역시 청소부터 하자 카즈키.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도쿄가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 것이 많지 않나요?
 
타카하시 카즈키:...마이?
(인상 찌푸린다. 혼잡한 집안 꼴만큼이나 복잡한 심정으로... 손 뻗어 어깨 붙들어본다.)
 
도쿄 마이:응. 카즈키. 여기 있어. (무언가 발에 걸리적거리는 걸 치우려다 네 손목 가볍게 감싸쥔다. 온기.)
반갑다는 말도 안 해주나...
 
타카하시 카즈키:(두 눈동자 하릴없이 흔들린다. 너무도 익숙한 체온, 감각. 목소리가⋯.)
(잡힌 손목 떨쳐낸다.) 너... 뭐야?
 
도쿄 마이:(위태한 시야. 네 체온 맞닿았던 곳을 가볍게 쓸어본다.) 죽은 사람이야. 카즈키. (답잖지만 아주 미약하게 웃는다. 농담이라도 하듯이...) 할로윈 데이의 전설을 알아?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단 하루 말이야.
크리스마스가 머지 않은 날인 건 그렇다 쳐. 대충 넘어가.
그냥 오늘은 나랑 있어.
 
타카하시 카즈키:...돌아왔다고? 나한테?
왜?
내가... 내가 널 죽였잖아.
왜 평생 원망해야 할 새끼 좋을 짓을 해주지. 바보같이...
 
도쿄 마이:네가 남은 생을 너무 완전치 못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서야.
내 목숨까지, 다,
줬는데...
이렇게 살고 있으면 안 되잖아.
행복해지라고,
말을 안 했던가...
 
도쿄 마이:우연찮게 얻어진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해.
이제 그만 행복해져. 카즈키.
 
도쿄는 끊임없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어쩔 수 없어요, 카즈키.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타카하시 카즈키:...
미안해.
이런 말이나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는데...
(양팔 벌려 가득 끌어안는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잘... 돌아왔어.
와줘서 고마워. 정말로...
 
카즈키는 도쿄를 끌어안습니다.
 
익숙한 체온. 체향. 나직한 성음.
 
✎:도쿄를 살펴보면,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도쿄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교복이 아닌 차림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마침내 카즈키에게서 떨어진 시선은 다시 주변을 돌아봅니다.
 
소파.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도쿄는 한숨을 푹 쉬더니, 한참 마주 끌어안고 있던 것을 놓고,
 
어설프게나마 물건들을 대충 치우기 시작합니다.
 
도쿄 마이:고마우면 좀 제대로나 살지... 어차피 내가 있을 수 있는 날은 오늘 하루야. 바보 멍청아.
그 완벽하던 타카하시 카즈키는 어디로 갔지. 응? (가볍게 발화한다.)
 
타카하시 카즈키:누구 씨 때문에 요새 제정신이 아니라서. (붉어진 눈시울이 티나지 않을 만큼 가볍게 응수한다.)
더러우니까 만지지 마. 내가 치울게... (조금 부끄럽다... 황급히 소파 주변 쓰레기들 주워담는다.)
 
어? 잠시만, 저건…
 
타카하시 카즈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저건…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담뱃재와 라이터. 그리고 술병입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까요? 청소 중인 도쿄가 저것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타카하시 카즈키:(...!) 마, 마이. 잠깐만.
 
도쿄 마이:뭘 네가 치울게,야. 같이 해. 집이 이렇게 끔찍한 꼴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도쿄의 걸음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타카하시 카즈키:옷, 이나... 뭐. 불편하지 않아?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 올래?
아니, 음. 밖에 택배가 온 것 같은데. 그거 좀 가져와 줄 수 있어? (다급히 말 지어낸다...)
 
도쿄는 눈을 가늘게... 가늘게... 뜹니다.
 
타카하시 카즈키:...다녀와!
위협
기준치: 55/27/11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카즈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패널티없이 한번더❤
 
타카하시 카즈키:(하)
다녀와!
위협
기준치: 55/27/11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바보가나띠예요?
 
,,,일본인?은? 삼세판
 
다시ㄱㄱ
 
타카하시 카즈키:(ㅠㅠㅠㅠㅠ)
위협
기준치: 55/27/11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이걸실패하네
 
카쥬키넘귀여워서 위협이1나도안먹힌다
 
의심스러운 눈깔로 보던 도쿄는...
 
...
 
도쿄 마이:아니, 그럼 택배도 안 받고 뭐 했어. 너 진짜 이따위로 살았어? 멍청아!
 
카즈키를좋아하는마음으로 속았다
 
도쿄는 뭐라뭐라 잔소리를 내뱉으면서 현관으로 향합니다.
 
타카하시 카즈키:(멀어지는 뒷모습 바라본다...)
(아무 것도 없을 건데...)
(뒷수습은 나중의 자신에게 맡기고 우선 늘어진 술병과 담뱃재 기타 등등 쓰레기 봉투에 밀어넣는다.)
 
...
 
카즈키가 어찌저찌 치울 동안, 도쿄는 저 멀리서 택배 없는데? 너무 오래돼서 누가 버린 거 아냐? 너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로 시작하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치우다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 카즈키. 집 관리를 어떻게 한 건가요?
 
도쿄는 생각보다 빨리 돌아옵니다.
 
...그리고.
 
카즈키가 미처 치우지 못한 꽁초를 목격...
 
도쿄 마이:... ...카즈키.
 
타카하시 카즈키:...
 
도쿄 마이:...야. 대답 안 해?
담배를 피워?
 
타카하시 카즈키:... ... ...
조금 더 천천히 돌아왔어도 되는데...
 
도쿄 마이:... ...
 
도쿄는 살벌한 눈깔로 카즈키를 보다가...
 
나직한 한숨. 조용히 쓰레기를 봉투에 던져넣습니다.
 
그 성격에 한바탕 무슨 말이라도 토해내야 직성이 풀릴 텐데.
 
도쿄 마이:피우지 마. 그런 거.
 
타카하시 카즈키:...
화 안 내?
 
도쿄 마이:종일 화만 내다 가면 너한테... ...마지막 기억은 고작 그딴 걸로 남는 거잖아.
그런 거 싫어.
 
도쿄가 조금은 어설프게 웃습니다.
 
답잖게 차분한 성음이, 여상한 눈동자가, 당신을 보는 뭉툭한 마음이...
 
묻습니다.
 
도쿄 마이:카즈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도쿄는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처럼요.
 
타카하시 카즈키:...잘 못 지냈어.
네가 계속... 생각나서.
집에 있으면 네 생각을 계속 하게 됐는데, 그렇다고 밖에 나갈 자신은 없었어. 더이상 어디에도 네가 없다는 걸 알게 될까 봐.
네 부재가 너무 컸어. 내 삶에...
 
도쿄 마이:거기서 나가기만 하면 네가 다 잘 할 줄 알았어. 차라리 전처럼 오만한 꼴을 보여주지 그래...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린다.)
보란 듯이 잘 살았어야지. (검지로 카즈키 이마를 투욱...)
이제부터라도 일어나. 네 인생을 살아. 알았지.
 
타카하시 카즈키:...그럼 죽었으면 안 됐지.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보란 듯이 살면 뭐해...
네 삶이 아까워서, 딱 그거 하나가 미련으로 남아서 여지껏 살아왔어.
칭찬해줬으면 좋겠는데... (희미한 웃음. 자조와도 비슷한 꼴...)
 
도쿄 마이:... ...싫어. 더 잘 해봐. 지금보다 더. 그때 칭찬해 줄래. (도쿄 마이는 심장 부근을 꾹 누른다. 숨이 답답하다. 날숨 후에 다시 청소하려는 듯 신경을 돌린다.)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도쿄는 영 답이 안 보이는지 찡그리다가 빤히 빤히… 카즈키를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물건들이니까요.
 
타카하시 카즈키:
관찰력
기준치: 55/27/11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무언가 학우들의 관찰 자료를 모은 종이뭉치와 고급진 만년필을 하나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학창시절에 쓰던 것이네요. 그랬었죠. 왜인지 당신이 온전히 무언가를 했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도쿄는 당신의 펜을 집어들더니, 반갑다는 듯이 표정을 조금 핍니다.
 
도쿄 마이:이게 왜 여기 있지. 그러고 보니… 요즘도 주변 사람 정보 같은 거 한 번 들으면 다 외워?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러한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 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든 간에요.
 
타카하시 카즈키:(...) 몰라. 사람을 안 만나서...
 
도쿄 마이:... ...폐인이 따로없네.
 
타카하시 카즈키:그만둔 지가 언젠데. 아직도 남아있었네... (복잡한 심정... 짜증 섞인 손길로 종이 뭉치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쑤셔넣는다.)
 
도쿄 마이:야아. 그거 왜 다 버려.
 
건져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도쿄는 그저 쓰레기통을 아깝게 바라봅니다...
 
타카하시 카즈키:...이제 저런 거 못해.
아마도.
 
도쿄 마이:왜 못해. 안 하는 거겠지. 하여간 멍청이...
청소나 얼른 끝내자. 왜 이렇게 느려. 빨리 치워. 얼른. (괜히 재촉한다...)
 
테이블 위도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 다니는 술병과 꽉 차 재가 이리저리 튀어있는 재떨이라던가요.
도쿄는 병부터 느릿느릿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 있네요. 청소합시다.
 
타카하시 카즈키:
기준치: 40/20/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것이 손에서 미끄러집니다.
 
재떨이가 엎어지며 손 안 가득 시커먼 재가 묻었네요. 이런…
 
도쿄가 조그맣게 쪼갭니다... ...뭐가 좋다고 웃지.
 
도쿄 마이:도련님 타이틀은 이제 내다 버린 건가?
 
타카하시 카즈키:시끄러워... 웃지 마. (머쓱함에 괜히 흘겨본다.)
 
엉망이 된 손이 보입니다.
 
도쿄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도쿄 마이:씻고 와 카즈키. 샤워라도 좀 해... 머리 식혀. 나 왔는데 하루종일 우울한 낯짝이나 하고 있을 거야?
 
아무래도 화장실로 가 샤워라도 하는 게 좋겠습니다.
 
타카하시 카즈키:...으응. 그렇지...
...짜증내서 미안. (비척비척 욕실로 걸음 옮긴다...)
 
미안하면 잘 좀 살아 봐. 카즈키의 등에 대고 도쿄가 픽 웃으며 우스개소리를 흘립니다.
 
.
 
.
 
.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있자면, 문득 거울에 당신이 비쳐 보입니다.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 졸업 후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아침이라 포장하기에는 삐쳐 있는 머리라거나,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 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이라거나.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요?
 
대체 어째서 돌아온 건지, 왜 하루만인지...
 
수많은 의문을 물과 같이 흘려보냅니다.
 
.
 
.
 
.
 
도쿄 마이:카즈키. 주방 청소도 얼추 끝났어.
 
씻고 나오면 어느새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울립니다.
 
도쿄가 주방 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정말 열심히 청소했는지 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네요.
 
…음, 깨진 그릇들도 몇 개 보이지만 넘어가 줍시다.
 
타카하시 카즈키:벌써? (주방 살피다 멈칫)
...
 
도쿄 마이:...
 
타카하시 카즈키:...
고마워...
그릇 새로 살 기회도 주고.
 
도쿄 마이:... ...
그래.
사실 일부러 그런 거야 네 그릇 낡아 보여서.
좀 바꾸라고.
진짜로.
 
타카하시 카즈키:하하...
설거지는 내가 할게. 다음, (...) ...다음부터는. (모른 척 말 마무리...)
 
조금... 쪼금... 부들부들한 도쿄는 카즈키에게 다가옵니다.
 
여기 앉아 봐, 하고 근처 찬장에서 수건을 하나 집어 축축한 카즈키의 머리를 꾹 말려줍니다. 어설픈 손길로.
 
같이 살자—고 말했을 때.
 
이런 걸 생각했을까요.
 
죽고 죽이는 일 없이, 피 튀는 일 없이 그저,
 
함께 기대앉고 식사를 하고, 머리를 말려주는 그런 일들이...
 
그때의 우리에게는 힘들었습니다.
 
자신이 없는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습관처럼 묻어나는, 당신을 향한 다감하려는 노력들을 모두 지우지는 못했나 봅니다.
 
도쿄 마이:냉장고가 비어 있던데, 장보러 다녀오자 카즈키.
준비하고 나와. 기다릴게.
 
사실 수건으로 말려준다고 해봤자 익숙지 않아 안 마른 거나 다름없지만... 노력은 가상합니다.
 
적어도 우리에게 이런 순간이 단 한 조각이라도 주어진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죠.
 
✎:당신이 씻는 동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느라 퍽 고생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듯 답잖게 엷게 웃은 도쿄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먹은 것도 까마득하게 오래된 기분입니다.
 
도쿄 마이:옷 고르는 것까지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지? 도련님.
 
타카하시 카즈키:글쎄. 도와준다면 사양하지는 않고. (픽...)
금방 준비할게. 소파에 앉아있어. 그래 봬도 좋은 거니까...
 
도쿄 마이:나는 보는 눈이 좀 미천해서 뭘 모르니까 말이지. (마주 웃는다. 얼른 나와야 해.)
 
카즈키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옷만 수두룩.
 
타카하시 카즈키:
기준치: 40/20/8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
 
타카하시 카즈키:...
 
수많은 옷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옷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챠코가 카즈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패널티 없이 강행ㄱ
 
타카하시 카즈키:(꼼꼼히다시찾아본다)
기준치: 40/20/8
굴림: 48
판정결과: 실패
 
아무리... 찾고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구깃구깃한 옷밖에는...
 
...어떻게 할까요?
 
타카하시 카즈키:... ... ...
(제 꼴을 챙기느라 아까운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적당히 챙겨 입고 나간다...)
(그래도 개중에서 그나마 나은 것 꾸역꾸역 찾아 입는다.)
 
카쥬키는 구깃구깃상태로 그나마 덜 구깃구깃한 옷을 찾아입엇따
 
덜 구깃구깃...
 
...
 
거실로 나오면 소파에 앉아있던 도쿄 마이의 시선이...
 
도쿄 마이:...
그래. 그럴 수 있지. 도련님 다 죽었네. 그럴 수도 있지.
 
타카하시 카즈키:... ...
나 지금 좀... 되게 죽고 싶다.
 
도쿄 마이는 간만에 개쪼갠다
 
도쿄 마이:아냐. 너 지금 완전 괜찮아.
 
타카하시 카즈키:대체 어디가...
 
도쿄 마이:농담. 그만 놀릴게. 얼른 가자.
 
그래도 웃엇으면 된거아닐까요...
 
긍정적으로 생각합시다!
 
타카하시 카즈키:... ... ...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타카하시 카즈키:택시 부를까?
 
도쿄 마이:도련님이면 마악 리무진 같은 거 타고 그러지 않나.
 
개소리 무시하고 택시를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타카하시 카즈키:내일 태워줄게. (핸드폰 몇 번 두드려 콜택시 부른다.)
 
오... 영혼 없이 나직한 감탄사. 카즈키는 택시를 부릅니다.
 
.
 
.
 
.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도쿄는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뿐이라고 했었죠.
 
…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어색하게나마 부드러이 손을 맞잡던 도쿄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
 
.
 
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 도 상하좌우 모든 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타카하시 카즈키: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카즈키, 이성 1 감소.
 
타카하시 카즈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카즈키가 손마디를 뒤로 꺾든, 숨을 참든.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 게 자각될 뿐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카즈키, 당신은 앞 · 뒤 · 오른쪽 · 왼쪽. 어느 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타카하시 카즈키:(눈 끔뻑인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본다.)
 
카즈키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즈키.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타카하시 카즈키:(인상 찌푸린다...)
...진짜로 된다면 참 좋겠네. (주먹 꾸욱 쥐다가... 손 안에서 구겨진 종이 미련 가득한 손짓으로 펼쳐 접어 주머니에 챙긴다.)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 넣고 나면, 백색의 공 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
 
.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 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도쿄 마이:카즈키. 괜찮아?
 
당신의 옆에서는 도쿄가 사뭇 안절부절하며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최대한 그런 기색은 숨기는 것 같지만.
 
그나저나, 전화기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전화기를 확인해 보면,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타카하시 카즈키:...어, 응. 잠깐 잠들었나 봐. 걱정 끼쳐서 미안해.
 
도쿄 마이:전화 오는데. 안 받아?
 
타카하시 카즈키:...안 받아도 돼. 무시해.
 
도쿄는 마땅치 않은 눈빛이지만 별 말 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울릴 것 같던 벨소리가 뚝 끊기고.
 
문자 한 통.
 
언제건 집으로 돌아오거나, 들러도 좋다는 말을 전합니다.
 
타카하시 카즈키:... ...
이제 와서... (나직히 중얼거린다.)
 
문자를 다 읽을 즈음 고개를 든 도쿄가 말합니다.
 
도쿄 마이:다 온 것 같은데. 내릴까?
 
타카하시 카즈키:...벌써?
오래 졸았나 보다. 심심했겠네...
깨우지 그랬어.
 
도쿄 마이:그냥 너 구경하는 거 좋았어.
 
한참 시선을 다른 데 두던 도쿄가 읊조립니다.
 
가타부타 변명 없이 진실을 뱉은 일이 잦지는 않았는데.
 
하여간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택시에서 내립니다.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타카하시 카즈키:
기준치: 40/20/8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오늘 카쥬키는 운나빠가나지이다
 
도쿄 마이:
기준치: 50/25/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도쿄가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10엔짜리를 찾아 꺼냅니다.
 
도쿄 마이:도련님은 동전 같은 것 안 가지고 다닌다 이건가. (으쓱...)
 
타카하시 카즈키:...
갚을게...
 
도쿄 마이:그래? 이자 붙인다?
일 분당 만 엔.
 
타카하시 카즈키:내일 갚을 테니까, 이자 받고 싶으면 내일도 와.
 
도쿄 마이:...내일은 못 와. 너, 영원히 빚쟁이로 살겠어... ...
 
도쿄가 먼저 시선을 돌립니다.
 
마트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파네요.
 
도쿄 마이:뭐 좋아하는지나 말해 봐. 아무거나 다 사가자.
 
타카하시 카즈키:(뒷목 매만진다...) ...나는 딱히. 너 좋아하는 거 골라.
 
도쿄 마이:네가 먹고 싶은 걸로 사야지. 냉장고에 잘 쌓아놓고...
 
도쿄는 여전히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단 일말의 여지도 없이, 카즈키의 눈길이 닿는 음식은 뭐든 우선 카트에 집어넣습니다.
 
도쿄 마이:잘 챙겨먹어.
 
타카하시 카즈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네, 너한테...
 
도쿄 마이:뭐가 없어. 난 딱 하나... 그냥, 알잖아.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기억해줘.
 
뒷말은 사람들의 소음에 묻혔는지 꺼내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
 
어느 정도 장을 보다보면,
 
타카하시 카즈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시선에 문득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보입니다.
 
어느것 하나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속에 도쿄를 위한 것은 없습니다.
 
도쿄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도쿄는 알까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상념에 빠진 당신을 도쿄가 툭 건드립니다.
 
도쿄 마이:돌아가자, 카즈키.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네.
 
타카하시 카즈키:...응.
돌아가자, 집으로...
 
도쿄는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
 
.
 
.
 
카즈키는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도쿄 마이:있잖아. 타카하시.
원망하지 않아.
내 선택이야. 멋대로 원망할 거라고 생각해 버리기나 하고...
나는 그때, 그냥, 그거면 됐던 거야. 그냥.
 
너 하나면 됐던 거야... 나직한 소리가 흩어 부서집니다.
 
타카하시 카즈키:...
참 이상하다.
온종일 너랑 함께 있었는데, 왜 네가 없던 때보다도 더 네가 그리워지는 걸까, 마이...
계속 후회했어. 그 때 그냥 같이 죽었어야 했는데.
네 삶이 아까워서 못 죽었다는 거, 거짓말이야.
온전히 내 이기였어.
 
타카하시 카즈키:내 끝이... 네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네 끝은 내가 정했는데, 그럼 내 끝도 네가 정해줘야지. 정해주고 갔어야지...
너 나한테 참 잔인하게 굴어. 그 때도, 지금도...
 
아까부터 내내 카즈키로부터 벗어나 있던 도쿄의 시선이 마침내 카즈키를 향합니다.
 
무언가를 외면하고 포기하는 건 이제 그만두고 싶어서...
 
툭 닿은 손끝. 도쿄는 손을 맞잡습니다.
 
인간의 체온이, 적당히 열감 어린 살갗이...
 
카즈키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닿게 합니다.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낮게 속삭입니다.
 
도쿄 마이:그러지 마.
나는 너한테 잔인해도... ...너는 나한테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그만큼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함부로 상처받지 마. 함부로 누군가에게 끝을 맡기지 마. 그렇게 쉽게 너를 버리지 마.
... ...제발.
의미 없지 않아. 네 삶은 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니까. 삶, 목숨, 심장, ...기억.
 
도쿄 마이:전부 다 온전히 네 거야.
나 너무 그리워하지 마. 가끔 꿈에 올게. 도련님.
 
농조로 된 속살임이 늘 그랬듯 나직합니다.
 
도쿄 마이:어서 행복해져. 타카하시 카즈키.
그래줄 거지?
 
타카하시 카즈키:...행복해지라고.
(맞닿은 체온. 두 사람 분의 온도가 서로 섞여 하나가 되어도 서로의 숨과 심장은 명백히 다른 것이라...)
(이마 맞닿은 상태로 남은 손 들어올려 본다. 무엇도 들려있지 않았음에도 어쩐지, 그리 하였어야만 했던 것 같아서.)
(무엇도 하지 못한 채 들어올렸던 손은 허공만을 가르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너도 살고 싶었어?
 
타카하시 카즈키:나는 네가 있는 미래를 그렸었는데.
그래서 살고 싶어졌었어.
너는 어땠었어?
 
도쿄 마이:나는 너 때문에 살고 싶었고 죽고 싶었어.
사실 목숨 내어준 건 누군가를 위하는 것도 희생하는 것도 헌신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내 하잘것없는 생을 너한테 버린 거나 다름없었어.
그런데 네가 나 때문에 살고 싶었다면...
영 가치없진 않았던 것 같다.
네 미래에 내가 있어도 돼.
대신 조금 먼 미래일지 몰라. 다시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기꺼워해줄 거지?
 
도쿄 마이:기다릴게. 네 현재를 다 살고 오면, 미래에는 내가 있을게.
약속해줘.
계속 살아서, 내 삶이 가치있었다는 걸 증명해줘 카즈키.
오롯이 네가.
 
타카하시 카즈키:내가 말했던가. 너는 나를 너무 좋게 봐준다고.
너랑 있으면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져.
평소라면 못 했을 일도 자꾸 하게 만들어, 네가...
나는 네 생각처럼 가치 있는 사람도 아니고, 깔끔하게 너를 잘 보내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자꾸... 네 앞에서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져.
(천천히 네 얼굴로 손 가져간다. 엄지로 눈가에 한 번, 입가에 한 번. 점 따라 새겨보기라도 하듯 가볍게 툭, 툭 건드려보다가 입술 따라 주욱 그어본다.)
 
타카하시 카즈키:(그대로 지긋이 누른 채 네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그 안에 비치는 제 모습이...)
(손가락 떼어 제 입으로 가져간다. 곧,)
(으득. 손 끝에 핏방울 잔뜩 맺힌다. 입 안에 퍼지는 비릿한 향에 홀로 웃어본다.)
(맞잡았던 손 놓는다. 네 팔목 안쪽에 선 주욱 긋는다. 손바닥까지 타고 내려온다.) 마이.
내 이름 불러 줘...
 
도쿄는 어딘가 기이한 행위를 눈치채듯 팔을 뒤로 뺍니다.
 
도쿄 마이:뭐, 뭐 하는 거야... 카즈키.
허튼 짓 하지 마. 어떻게든 날 모욕하고 싶었어? 내 생을, 그렇게 처절하게 만들고 싶었어?
싫어... ...
... ...있잖아. 내 최선은 잠시나마 너를 떠나는 거야.
네 최선은 나를 보내주는 거야.
돌아가서 얘기해... 아무것도 하지 마.
 
도쿄는 카즈키의 손끝 그 상처마저도 거슬리는지 자꾸 눈길을 주며 신경씁니다.
 
정말로 그 무엇도 하지 않고 도쿄를 놓아주는 것이 옳을까요.
 
혹은 어떻게 해서라도 무언가 붙잡아보는 게 옳을까요.
 
.
 
.
 
.
 
우리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쿄는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카즈키와 대화하지 않을 심산인지 묵묵히 장봐온 것을 정리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도쿄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도쿄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도쿄 마이:타카하시.
 
꼭 이전의 부탁을 부정이라도 하듯 내뱉은 이름은.
 
도쿄 마이: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잔인하게 구는 거...
 
그 어느 때보다도 짙게 발화하고,
 
봐주면 안 돼?
 
도쿄의 부탁을 끝맺습니다.
 
도쿄 마이:...감히 홀로 살아가라고 말해도 될까.
 
타카하시 카즈키:...나는,
나는 최악이라도 네가 살아줬으면 좋겠어.
같이 살아달라는 부탁도 안 할게. 꼴 보기 싫다고 멀리 떠나가도 돼.
그냥, 제발...
세상에 나 혼자 버려두고 가지 마...
가지 마, 마이...
 
타카하시 카즈키:(네 손끝 붙들어 본다. 허락해 줘, 제발. 그러한 말 대신, 강하게 잡아 본다.)
 
그 어떠한 말도 없던 도쿄는 카즈키의 팔목을 붙잡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마트에서 무언가를 따로 산 것도 같은데...
 
손목에 채워지는 부드러운 감각.
 
진홍색과 은회색으로 된 실팔찌. 값비싼 장신구도 뭣도 아니지만...
 
도쿄가 카즈키의 손목 안쪽에 고개 숙여 가벼이 입맞춤합니다.
 
증표라도 남기듯이.
 
도쿄 마이:나 봐. 타카하시.
혼자 버려두지 않아.
네게 남은 게 많아. 이건 그냥...
...너한테 하나 더 남겨주는 거야.
카즈키. 약속해. 나아질 거야. 내가 알아. 네게는 너의 삶이 있고, 그건 부서질지언정 말소되지 않았으며, 나는 너를 버린 게 아니라고... ...
손 잡아줄게. 한 걸음만 더 디뎌. 나를 위해서라도 네 세상을 살아. 이제.
 
도쿄는 거창한 구원처럼, 달리 그런 문장은 아닐지라도.
 
그저 우리가 각자의 찬연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극의 서막 정도는 열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애원하듯이.
 
고개를 들어 카즈키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도쿄 마이:할 수 있어.
 
카즈키. 이대로 도쿄를 보내줄까요? 구태여 나가지 말고 너의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달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할까요. 그러나 도쿄는 분명 원하지 않을 텝니다.
 
타카하시 카즈키:...네가 정말 미워.
평생 원망할 거야.
나는 이제 행복해질 때마다 네가 떠오를 거야. 너 때문에.
날씨가 좋으면 네가 떠오를 거고,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너를 떠올릴 거야.
나는 이제 어디를 가도 너를 떠올리면서 살 거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기적이 한번 더 찾아와서, 네가 다시 한 번 더 돌아올 수 있다면.
 
타카하시 카즈키:그 때도 나를 찾아 와.
그렇게 한다고 약속해줘. 아니, 그렇게 해.
그걸로 나는 살아갈 거야.
잘 가, 마이.
정말 좋아해...
 
도쿄 마이:그걸로 네가 살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카즈키.
 
농조처럼 옅은 칭찬. 입맞춤이 완전히 떨어지고 나면 어둑하고 쨍한 저녁 다색의 노을빛이 창가로 흘러듭니다.
 
도쿄 마이:걱정하지 마. 찾아갈 곳이 너밖에 없다.
있잖아. 미안해. 같이 살자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더 상처주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무 오래 앓지 마.
...
말해준 적 없는 것 같아서. 나도 미워하지 않아. 좋아해.
그러니까 살아.
 
안녕. 타카하시 카즈키.
 
사그라들듯 자그만 목소리가 말소됩니다.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걸음,
 
마지막 뒷모습.
 
철컥, 탁. 두꺼운 철제문이 잠금쇠를 걸어 잠급니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득 집 안을 둘러봅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도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잠시 머물다 갔지만 도쿄의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그대로예요.
 
자신 없이 잘 살아야 한다며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
 
하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이제 알잖아요.
 
당신을 세심히 관찰해 성심껏 냉장고에 쌓아둔 음식들. 일전의 온전하던 당신을 상기시켜주던 기억.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KPC 로스트, PC 존립
 
【 존립 | 명사 생존하여 자립함. 】
 
보상: 이성 2 회복.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