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도로도로] 화해하지 못해도 나갈 수 있는 방

1975°F 2024. 6. 3. 03:38

 

 

 

 
 
 
 
부드럽고 폭신한 인형에 파묻힌 당신과,
 
가벼운 음료와 간식을 놓아둔 티 테이블 너머에,
 
모로이구치 슌이 있습니다.
 
모로이구치 슌 역시 인형에 몸을 기댄 이곳은 정사각형 모양의 작고 하얀 실내입니다.
 
슌은 김이 모락모락 피는 잔을 매만집니다.
 
그가 머뭇대는 입술을 엽니다.
 
모로이구치 슌:─미안해.
내가 그 모든 일에 잘못했어. 감히 용서를 구해. 다시 좋은 관계를 되찾고 싶어.
 
나지막한 목소리가 끝나면 당신에게로 향한 눈동자가 끔벅입니다.
 
그 동공이 우리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참 이상해요.
 
그 '모로이구치 슌' 이 당신에게 저런 눈빛을 짓다니요.
 
도쿄 마이:야.
또 무슨 수작질이야.
 
모로이구치 슌:내가 뭘?
말 그대로야. 화해하고 싶어. 안 돼?
 
도쿄 마이:미쳤어?
이제 와서 뭐, 사이좋게 손이나 잡고 다니자고?
내가 지금 당장 네 목을 조르지 않은 것에나 감사해...
 
모로이구치 슌:손이나 잡고 다니는 정도를 바라진 않아. 애초부터 그리 가깝진 않았으니까.
그래도 예전처럼 지낼 수는 있으면 하는데.
도쿄.
그래야지만 용서하겠어?
 
도쿄 마이:...
모로이구치 슌.
네 찻잔 이리 줘.
 
모로이구치 슌:왜? (묻는 것 치곤 순순하다. 테이블 위로 찻잔 쭉 밀어내어... 곧 도쿄 마이의 앞에 도달한다.)
 
도쿄 마이:(찻잔 끄트머리 만지작댄다. 가늠하듯 네 표정 오래 살피더니 뜨거운 잔 들어 네 흉부 부근으로 촤악, 쏟아낸다. 이왕이면 얼굴을 겨눴어야 했나. 나처럼. 빈 찻잔은 네 바로 뒤의 벽으로 던진다. 챙그랑, 하는 날카로운 소리.)
이래도?
 
모로이구치 슌:(눈 마주쳐도 멀거니 깜빡대기나 한다. 어쩌면 이렇게 될 것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홧홧한 제 몸뚱이를 한 번 내려다 보았다.) 글쎄.
(훅 스치는 바람 소리, 귓전을 맴도는 파열음....) 내가 얼마나 맹목적이어야 해?
난 네게 화 낼 생각 없어, 도쿄.
 
도쿄 마이:(물 뚝뚝 떨어지는 네 꼴 바라보다 몸 일으킨다. 푹신한 인형 따위들 제치고 네게 가까이 간다. 쾅, 소리 나도록 과격하게 벽 짚고 위협적으로 내려다봤다.) 야. 그럼 내 손목이나 고쳐놓고 말해봐.
미친 새끼. 너 따위에게 내가 얼마나 다정해져야 하는데?
아니면 용서를 비는 사람의 태도로 숙여보든지. 그럼 우리 사이가 좀 더 나아질지도 몰라.
 
모로이구치 슌:(시선을 흘긋 들어올린다. 무표정한 낯인들 진심이 아니란 법 없지. 눈빛은 정갈하고, 퍽 안쓰럽고....) 그건 미안하게 됐어. (유감스럽게도 모로이구치 슌은 제대로 된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 짐작해 보자면 이게 최선이다.)
이만 용서하고 화해해 줘. 그거면 돼. 내가 한 짓이라던가 지난 일들은 후회하고 있어.
그런 건 몰라. (간극... 완벽한 저자세다.) 어떻게 하는데?
 
도쿄 마이:(느린 헛웃음, 허공으로 부서진다··· 짚은 손이 주먹 쥔다. 자국 남을 정도로 꾹 쥐었다.) 나를 어디까지 더··· (비참하게 만들 셈이냐고. 네가 협박을 뱉거나 손을 올릴 때보다도 더 화가 났다.) 여긴 또 뭔데. 빌어먹을······
내가 널 죽이면, 그때는···
널 좀 용서할 수 있을까.
좋아. 화해하자. 네 목숨을 내게 줘.
그럼 네 시체에 대고 화해의 키스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네.
 
모로이구치 슌:(옅은 이명, 두통.... 문득 아득한 생각이 든다. 미묘하게 인상 찌푸렸다.) ... 언제까지 나한테 매정할 셈이야? (희멀건 얼굴은 여전히 도쿄 마이에게로 고정되어 있다. 아둔하여, 목줄 채인 금수처럼... ...)
상냥하게 굴어, 도쿄.... (요구하였으나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새 뻗어올린 손이 네 뺨에 스친다.)
다정히 대해 줘.
예전처럼. (일말의 물음은, 우리가 그렇게 각별한 사이었던가?)
 
도쿄 마이:(잠시 숨을 멈춘다, 손목의 밋밋한 통증과 말간 네 낯. 내 증오는 흘러넘쳐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기 바쁜데 네 엷은 표정에는 서린 것이 없다. 지금, 네가 나를 바라보는 무수의 순간마다 나는···)
—개자식. (긴 숨을 내쉰다, 참았던 호흡이 느려 조금 헐떡였다. 툭, 손바닥이 네 눈가에 닿는다. 하염없이 무미건조한 네 짙은 눈을 가렸다.)
죽어버려, 슌···.
네가 그 눈 뽑아 내게 줄 게 아니면, 그 잔학한 손 평생 내게 줄 게 아니면···
이제 그만 닥쳐!
 
모로이구치 슌:(교환한 마음에는 원하던 답이 없다. 일순 나빴던 적이 떠오른 것도 같으나 '찰나'에 흐려졌다. 기억은 테이프 되감듯 우리 가깝던 시절로 돌아간다. 깜깜해진 시야로 볼 수 있는 것은 회상 뿐이다.)
... ...
(제 위로 덮인 손을 확인한다. 나는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그런 말 하지 마. (명령조에 가까웠으나 명령이 아니다.)
(체온 너머의 상대를 원하는지, 아니면....)
도쿄. 내가 그렇게도 싫어?
죽어버렸으면 해? 진심으로?
 
도쿄 마이:(더 세게 눌렀다. 네가 이대로 영영 날 보는 시선을 잃었으면 좋겠어. 징그럽게도 덩쿨처럼 기어오른 사고회로가 뼛조각처럼 살갗을 찌른다. 이를 악물었다. 초라한 문장이 볼품없는 증오와 같이 쏟아졌다.) 그래. 죽은 네 시체를 난도하고 짓이겨도 모자랄 만큼.
그런데, X발······ 네가 전부 죽이고 앗아가 버려서 나한테는 너 같은 것밖에 안 남았잖아···.
그러니까 이러지 마. 제발.
야, 내가 빌잖아! 정말 죽어줄 게 아니면 그만 하라고. 좆같은 물음도 다 잊은 것처럼 구는 그 꼴도.
왜 그래?
진짜 그딴 역겨운 걸 바라는 것처럼.
 
모로이구치 슌:(재차 가로막히고 나서야 뒤늦게 눈을 감는다. 현실감이 턱없이 부족했다.) ... 유감이야. 쉽게 죽어 줄 마음이 없어서. (여즉 모로이구치 슌의 안에서 각인되지 않은 감정이 넘실댄다. 나는 한 번도 아쉬운 적이 없었는데, 네가 지금처럼 일말을 틈도 내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찌 행동해야 할 지 모르겠어.
네가 나를 택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네게 남은 게 나같은 것 뿐이란 거 알고 있잖아.......
(제 얼굴 위로 덮인 손을 더듬고, 이내 손목께를 확 잡아챈다. 금수 이상 진화하지 못한 것의 표현 방식이란 늘 그렇듯 부드럽지 못하다.)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나 봐.
대답해.
'그때' 처럼 굴어주겠다고. 지난 일 다 잊고 다정해지겠다고 약속해.
 
도쿄 마이:내가 왜 너를 택해? 난 제정신이야. 너, 금수 새끼 주제에······ 엿이나 먹어! 미안하다며? 그럼 네가 다정해야지. 내가 늘 그렇듯 쓰레기같이 굴어도 너만은 다정해야지. 그럼. (나머지 손이 네 멱살 꾸욱 잡는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인간의 체향이라곤 나지 않는 것 같다. 네게서 다정한 시취를 맡았다.)
야. 있잖아. 이 세상에 남은 게 단지 너뿐이라도, 내겐 너밖에 없어도, 그래도 난 결단코 네 손을 잡지 않아. 죽어버리고 말지. ‘그때’가 뭔데. 응? 대체 언젠데, 그게.
내가 너한테 날 죽이고 너도 자결해버리라고 했을 때? 아니면 내 재능을 네게 빼앗겨줬을 때? 널 위해 값싼 목숨 걸었을 때?
다시 말하건대 그 입 닥쳐. 너한테 줄 다정 같은 것 없어. 예전처럼 돌아갈 일도.
내가 가진 것 없어도, 너한테 내 모든 걸 내어주진 않는다고.
난 네 게 아냐. 내 증오만이 네 것이지. 자, 가져가. 멍청아! (도쿄 마이가 입매를 틀어 웃었다. 투둑, 제 피어싱 뜯어낸다. 흘러 손끝에 묻은 핏물을 네 잇새로 밀어넣는다. 혈향이나마 느낄 수 있게.)
 
모로이구치 슌:네게 다정이 뭔데? (문장 하나하나 찍어누르듯 내씹는다.) 난 노력하고 있어. 여기서 나를 더 내어주라고? (바투 거리를 좁힌다. 몸을 일으킨 모로이구치 슌의 고개는 아래로 향하고, ... 이것 봐. 너는 결국 구애拘礙하게 만들잖아. 꼭 제대로 애정받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짐승인 줄 알았다면 순순히 나왔어야지. 주제도 모르고 날을 세우니까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야. 도쿄. 마이, 너.... (다물린 입술 새로 채 흐르지 못한 미움, 혹은 그런 것.)
끝까지 나를 실망시켜. 그런 인간인 줄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내 배움이 느렸지. 새삼스레. (이어 대꾸하려던 차에 무언가 갈라지듯 뇌리에 통증이 인다. 반사적으로 손목을 더욱 세게 내리쥔 놈이 크게 비틀거린다. 호흡을 고르고, 찢어지는 이명을 견디다 보면 사이사이 스치는 찬란한 주마등....)
알겠어....
(제 앞의 목소리가 묻히다 들리기를 반복한다.) 이제 알았다고.
(선득한 확신 세우고 나면 행동에 망설임은 없다. 어깨 벽으로 세게 밀쳐내고, 그 위로 제 머리 툭 얹었다.) 너는 도쿄 마이가 아니야, 그렇지.... (내가 아는 그 애가 아니잖아. 중얼거리며 상체를 일으킨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로이구치 슌:(텁텁하고 비린 액체가 혀 끝을 적신다. 모로이구치 슌은 기꺼이 그를 핥아냈다.) 모르겠다면 다시 가르쳐 줄게. 네, 재능도, 목숨도, 전부 내 거야. 너는 이미 그때부터 내 소유였어.
변하지 마, 다시 상냥하던 때로 돌아 와.......
 
도쿄 마이:적어도 네가 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너 같은 새끼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도 그런 것 가질 수 없다고···. 네 꼴같잖은 노력이 가치있기나 할 것 같아? 네 얄팍한 노심 따위, 내겐 진창의 벌레만도 못한 거니까. (눈가를 찌푸린다, 내 단일이 고작 너라는 사실을 시인한 후로 속이 울렁였다. 구애九涯로 처참히 내던져진 것처럼 이 관계의 그을린 탐착이 거북하다. 시야가 어지러움에 두어 걸음 뒤로 물렀다.)
네 기대 충족시켜줄 마음 없어. 내가 미쳤다고 네게 관심이나 갈구하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도 네 발치에서 예뻐해 달라고 빌빌거릴 수는 없을걸. (입술 짓씹듯 문다, 테이블로 손 뻗어 아무거나 잡히는 것을 네게 집어던진다. 정갈한 디저트 트레이, 나이프나 포크, 도자기 그릇, 와장창하는 소리가 마구잡이로 났다. 당장 네게서 꼭 피를 봐야 했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의 비정상성이 조금이라도 고쳐질 것 같다. 이런 타성이 우리 불행의 이유가 되었나. 그건 알 수 없었다.)
개소리, 작작, 하라고······
모로이구치 슌! 제대로 봐.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망쳐놓은 나야.
(어깨로 닿아왔던 온기가 지금에서야 소름끼치게 느껴진다. 몇 걸음 더 물렀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난 네게 상냥했던 적 없고, 앞으로도 사랑스럽게 굴 생각 없으니까. 알아들어? 넌 그냥 다 부서진 칼 하나 끌어안는 거야.
계속 그래 봐. 네 소유인 나는 결국 네 심장을 뜯어낼 거야, 기어코.
 
와장창!
 
나이프와 포크가 바닥을 나뒹굽니다.
 
디저트 트레이가 모로이구치 슌의 머리를 내찢고, 기어이 상처를 남깁니다.
 
뚝, 뚝.
 
뺨을 타고 이어진 선혈이 당신에게까지 떨어져옵니다.
 
모로이구치 슌:...
틀려.
내가 아는 도쿄 마이는 이러지 않아.
(작은 탄식. 고개를 들어올린 모로이구치 슌이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드물게, 웃었다.) 시간 낭비를 했어.
 
당신의 외침은 결국 닿지 않았던 것일까요?
 
우리의 불행은 언제부터 이런 타성에 기대어 있었죠?
 
...
 
결국 이것은 수복 불가능한 관계입니다.
 
당신과 모로이구치 슌 사이에 '화해'는 억지로 비틀어 끼운 나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 정신나간 작자와 일시적으로 휴전한들 무엇합니까?
 
다시 튕겨져 나갈 뿐입니다.
 
우리는 단일한 동시에 누구보다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한고 다정을 배운다 한들,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슌 역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숨소리를 죽인 채 당신의 이름을 중얼거릴 뿐.
 
아뇨,
 
그것은 당신의 이름이 아닙니다.
 
미치광이가 지어낸 허상에 불과합니다.
 
시간은 점차 흐릅니다.
 
천창에서 조금씩 여명 빛이 새어듭니다.
 
슌은 퍼뜩 한 발의 총성과 같은 웃음을 터트립니다.
 
몽롱한 눈으로 허공을 훑습니다.
 
손을 내미는 무언가가 있기라도 한 듯,
 
모로이구치 슌은 다시 당신을 부르며 공기를 옷깃처럼 그러쥡니다.
 
모로이구치 슌:네가 바라던 것도 이거잖아.
지금, 갈 테니까.
 
슌은 바로 앞의 당신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자리에 놓인 고양이 인형에 손을 뻗습니다.
 
꼬리를 쥐어뜯고 안에 든 솜을 끄집어냅니다.
 
인형의 배 안 깊이 손을 집어넣고서 초조하게 그곳을 뒤집니다.
 
마침내 솜이 덕지덕지 묻은 권총을 꺼냅니다.
 
슌은 망설임 없이 총을 쥐고 그것의 뻥 뚫린 구멍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릅니다.
 
모로이구치 슌이 방아쇠를 지그시 누르며 속삭입니다.
 
모로이구치 슌:어차피 이건 꿈이잖아.
이만 깨어날 시간인 것 같네.......
 
도쿄 마이:(심장이 뛴다, 맥박이 오르고 숨이 짧아졌다. 흥분인지 불안인지 구별도 안 갔다. 그렇게 네 마지막 직시하다 고개 숙여 손꿈치로 욱신거리는 눈을 꾹 누른다. 입 달싹였다.) 그래, 그렇게, 영영 죽어버려, 슌···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너에 의해 모든 걸 잃은 나처럼.
네가 기어이 전부 부숴버려서, 나에겐 이제 겨우 너조차도 남지 않았으니까!
 
모로이구치 슌은 다분히 유쾌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성 판정. (1/1d4)
 
도쿄 마이: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1
 
이성치 1 차감합니다.
 
환상에 푹 빠진 그 몸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총성에 이어 신체가 아래로 부닥치는 둔탁한 소음이 들립니다.
 
동시에 모로이구치 슌의 호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열쇠입니다.
 
도쿄 마이:(바닥에 붙박인 시선. 한참 서있다 열쇠 줍는다...)
—미친 새끼······. (느리게 중얼인다, 열쇠 넣어 문 열었다.)
 
당신 앞에 새벽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실내 놀이터가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장난감 의자가 난잡하게 놓여 있고,
 
벽에는 서투르게 채색한 낙서가 줄지어 붙어 있습니다.
 
각각의 색깔이 선명하지만 천장은 어둡고 벽 또한 사 분의 일쯤 그림자에 가려진 풍경.
 
문득 불온한 감각이 들어 뒤를 돕니다.
 
곧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유령처럼 모로이구치 슌의 머리 밖을 비집고 나옵니다.
 
당신으로서는 그것의 정체를 도통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비둘기 크기만한 벌레처럼 생겨선, 비늘이 잔뜩 덮인 반원형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눈꺼풀이 없는 눈으로,
 
당신과 눈을 맞추며,
 
아,
 
이마를 더듬으면 들리는 축축한 소리.
 
이내 머리가 쥐어짜일 듯한 소음이 당신의 머릿속을 가득 울립니다.
 
그럼에도 정신이 멍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은 마치 당신 뇌의 점유권을 앗아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시야에 쓰러진 모로이구치 슌이 들어옵니다.
 
문득 그를 미워한 시간이 안개가 가리듯 흐립니다.
 
슌과 함께했던 추억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이성 판정. (0/1d6)
 
도쿄 마이: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2
 
이성치 2 차감합니다.
 
그와 엮인 모든 기억이 찬란하게만 느껴집니다.
 
우리가 갈라서게 된 것은...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어요.
 
지금보다 한참 전,
 
서로 좋았던 시절의 기억이 당신의 뇌를 지배합니다.
 
일련의 추억이 지나가자 피가 낭자한 슌의 시신은 매우 처참해 보입니다.
 
애틋하던 사람의 시신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속삭임이 들립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당신에게 긴 말을 속삭입니다.
 
당신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당신은 슌의 시신을 질질 끌어다 잔디밭에 눕혀 줍니다.
 
그의 뺨을 어루만진 후 서서히 멀어집니다.
 
원래의 당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짓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철제 문을 도로 닫습니다.
 
하얀 바닥을 적신 핏물을 찢긴 인형으로 닦아내자 방 안은 믿을 수 없이 깨끗해집니다.
 
당신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테이블 아래 종이컵 전화기를 듭니다.
 
누구에게 연락할까요?
 
누구를 부르면 유쾌한 장면을 보여줄까.
 
KPC 로스트 | 탐사자 생환?
 
END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