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달링] 진실의 방

1975°F 2024. 2. 5. 00:10

 

온달온달 준비됐으면
 
야옹~
 
온달:야옹~~
 
귀여워~~!!~! 그럼 시작해보께요~~
 
 
 
W. 세노프
 
GM. 해사
 
 
 
하얀 천장에, 하얀 벽.
 
온달이 바라본 풍경이 그것이라면 실로 고전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온달의 시야에는 퍽 아늑한 원목 마감재가 있습니다.
 
난색 조명을 매단 샹들리에가 호화롭게 빛납니다.
 
이곳은 숨구멍에 가까운 창문만이 나 있는 작은 공간.
 
조금 떨어진 곳 벽에 기대어 있는 고해림이 보입니다.
 
천장의 샹들리에 옆에 모빌이 달려 있습니다. 발 아래는 작은 강아지 모양 금속 조형물이 아기자기 모인 모습입니다.
 
난잡하게 놓인 행운의 상징들. 네잎클로버, 영롱한 보석, 비둘기가 갇힌 새장. 어디선가 풍기는 디저트 향기.
 
마치 인간 심리를 이론으로만 배운 이가 따뜻하고 평화로우며 환심을 사는 것들을 질서 없이 배치한 것처럼─ 어색한 조합입니다.
 
꺼림칙한 편안함에 정신 한구석이 얕은 상처를 입은 기분이 들지만, 무어라 형용할 수는 없습니다.
 
온달, 이성 -1
 
고해림:...뭐야. 어디야?
 
온달:음.
고해림?
 
고해림:너...
 
온달:응. 나.
 
고해림:...문이 없어, 여기.
 
온달:그래. 없어 보인다.
갇혔나.
 
두 사람이 상황을 파악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둘의 귓가에 상냥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야.
 
단, 거짓을 말하거나 고의로 침묵해서는 안 돼.
 
시원찮게 대답을 넘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상냥한?
 
고해림: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온달: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고해림, 온달 이성 -2
 
관자놀이가 얼얼할 정도로 무거운 소리였으나 두 사람 모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천장의 모빌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며 슬롯머신을 가동할 때와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내 두 사람이 맞닿은 시야 한가운데까지 내려온 그것에, 질문으로 먼저 입을 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고해림」
 
고해림:온달.
 
온달:응.
듣고 있어.
 
고해림:...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물어봐야 할 게 있어...
 
온달:말해. 고해림.
 
고해림:나를 죽이고 기분 좋았어?
 
온달:푸핫.
예상치 못했어. 그거... ...
자기를 사랑하냐는 말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고해림:(눈가를 약간 찡그렸다.) ...그따위 질문은 하지 않아.
 
온달:너를 죽이고, 기분이 좋았냐고... ...
(따라 눈 두 번 깜박인다.) 당연히...
아무렇지 않았어. 되려 불쾌하지도 않았지.
 
고해림:너에게 나는 딱 그 정도인 거야?
 
온달:질문이 진부해. 해림아.
 
고해림:악질이야, 정말로······.
 
...
 
모빌이 시끄럽게 딸랑이며 눈앞에 떨구어집니다.
 
처음 말할 사람이 정해질 때 보았던 그것에,
 
이번엔 다른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벌칙 유발자는 온달. 대상자는 고해림입니다.
 
고해림의 살갗을 뚫고 핏물 적신 꽃잎을 가진 꽃이 하나하나 피어납니다.
 
열 두 개의 꽃.
 
온달:고해림?
 
고해림:이, 이게 뭐야...
 
고해림의 낯은 통각으로 엉망이 됩니다.
 
아주 조그맣고, 파랗고, 보랏빛이 감도는 물망초가...
 
고해림: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온달: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팔뚝과 목, 발목... 꽃이 맨살을 뚫고 피어나는 동안 ''그것''에 글이 띄워집니다.
 
이번 벌칙에서 꽃은 유발자가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이 경우 극심한 환상통을 동반하나 육체는 멀쩡합니다.
 
이 공간에서 거짓과 침묵은 벌칙으로 반환됩니다.
 
온달:허.
 
고해림:(꽃을 꾹 눌러 뭉갠다. 얕은 신음성.) 온달. 거짓말 했어?
 
온달:거짓말 안 했어!
(시선이 꽃 들러붙은 살갗으로 향한다.) 너. 그거.
 
고해림:그럼 왜 이러는 건데! 바보야. 아파, 이것 좀 떨어뜨려줘. (울렁이는 속에 기괴한 광경. 두어 번 헛구역질한다.)
 
온달:(해림의 팔을 붙든다.) 그럼.
네가 지금 명령하는 입장이 아니잖아.
해림아.
 
고해림:(벽 짚고 고개 숙여 감각 삭히다가, 마주본다.) ···또, 내가 애걸하고 매달려야 해?
 
온달:매달려.. 죽을듯이. 그러면 내가... .. (꽃 뚫고 나온 부근 고의적으로 누른다.) 어떻게 해줄지도 모르는데.
 
고해림:흐, 윽··· 잠깐만, 너 정말··· (네 손목 꾹 잡아 누른다.) 달, 달아, 온달, 한 번만 원하는 대로 해줘··· 나 너 많이 좋아해. 응? 알잖아. 제발.
 
온달:듣고 있어. 고해림. 진즉에 그럴거면서 왜 자꾸 이빨 세워. 아프잖아. 마음이. (천천히 꼭 고해림에게서 피어오른 것 같은 꽃들 꺾어내리거나 뽑아 제거한다. 다 제거할 일련의 시간이 지날때 즈음, 온달은 완전히 웃는 낯이다.)
해림아.
왜 그런 표정이야?
(부러 그렇게 중얼인다...)
 
꽃을 뽑아낸 자리에는 흉이 남고, 핏물이 들러붙었습니다. 흉터도 고통도 꼭 진짜 같이.
 
고해림:최악이야···. (내가 널 사랑할 리 없어. 이런 너를. 벽에 기대어 한 번 헐떡인다. 웃는 네 표정 더 보기 힘들어 시선 피했다. 얕은 힘으로 네 손목 아직까지 붙들고 있다.) ···네 차례야, 질문.
 
온달:아. 근데. 이거... (손목 툭툭.)
싫다면서 왜 계속 붙잡고 있지. 좋아하잖아. 그래도.
 
고해림:(흠칫하고 덴 것처럼 손 떼었다.) 아냐. 비, 빌어먹을, 너는 악취미가 있어. 나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어? 나는 너 때문에 얼마나··· (말 흐려진다.)
 
온달:(큭큭대며 한참을 크게 웃더니 해림의 이마에 딱밤 한 대 때렸다...) 너는 날 사랑해. 맞지?
 
고해림:(이마 문지르다가 눈 느릿이 한 번 깜빡인다.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달아.
멍청한 소리 하지 마. 나는 너를 증오해.
 
온달:나를 증오해?
정말로?
 
고해림:...그래! 내 삶에서 너만큼 짙은 사람은 없었어. 네가 나를 망쳤어. 전부. (고백 같이 들렸지만.) 네가 정말 싫어.
 
모빌이 시끄럽게 딸랑이며 눈앞에 떨구어집니다.
 
벌칙 유발자는 고해림. 대상자는 온달입니다.
 
온달:허.
 
고해림:아무리 이따위 방에 가둬놔봐야, 난 네게 다시 절절히 사랑고백할 마음 없어.
 
온달의 눈 앞에 펼쳐지는, 익숙한 광경...
 
하얀 방 위에 겹쳐보이는 절벽.
 
가장 가까이서 경험했던 피비린내와 산산조각난 하나의 생.
 
그 얼굴은 잊었다고 했으나, 다시 상기시키는 환각입니다.
 
온달:욱...
 
현실보다 더 노골적으로 세밀하고 구체적인 광경을 본 소감이 어떤가요?
 
흐릿한 글씨가 절벽 너머로 보여집니다.
 
이번 벌칙에서는 유발자가 자발적으로 대상자와 접촉할 경우, 트라우마 재현이 중지됩니다.
 
온달:고해림. 해림아.
해림아.
 
고해림:...네가 실컷 아파했으면 좋겠어. 아주 많이. (부러 말 단단히 한다. 손을 세게 쥐었다.)
 
온달:넌 어차피 날... 안아줄 수 밖에 없어!
날 사랑하니까!
 
고해림:(네 트라우마가 제게도 와닿는다. 낙사한 사체에 대한 유감은 없으나, 동요하는 네게 흔들린다. 온전히 네게.) 난 고통을 감해주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네 앞에서는 나쁜 마음을 먹게 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고. (단호히 말하는 것치고는 죄책 서렸다.)
너는 날 사랑해?
 
온달:(여즉 꿈에서도 몇 번이나 되감긴다. 숨을 죽였던 유년시절을 답잖게 떠올린다. 금방 앞에서 투신했던 친구를 두고두고 회고한다. 그래. 죽어버렸구나, 하고. 분명히 잊었던 얼굴이다. 잊어버렸던 이인데. 분명... ... 속절없이 인영이 휘청인다. 고해림 앞에서 무너져내린다. 온달은 처음 보는 낯을 하고 있었다.) 좋아해......
죽어도 좋을만큼...
 
고해림:(네 표정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역겨움을 느낀다. 스스로에게. 이기심에 못 이겨, 그깟 애정 하나 얻어보겠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구차해질 수 있나. 자부심을 제 손으로 내다 버렸다. 신념이 짓밟힌 기분. 불안정한 기분으로 너 끌어안는다.) 미안, 달아. 미안해. (죄책을 씻기 위한 말에 가깝다. 하지만 억지 고백이라도 네 문장은 듣기 좋았다. 부정할 수 없이···.) ······미안해. 괜찮아?
 
눈 앞에 펼쳐진 섬이 아스라이 사라지고, 이내 뚜렷한 방과 사람의 형체만 남습니다.
 
끔찍한 고통을 재현한 그것은 태연하기만 합니다.
 
고해림이 덜덜 떠는 손으로 온달을 끌어안습니다. 한참을.
 
온달:... ... (좀 떨어진다.)
 
고해림: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온달: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고해림, 온달 이성 -1
 
고해림:···다신 안 그럴게. (완전히 떨어진다. 또 눈을 제대로 못 봤다.)
 
온달:...
좀...
귀신이 들렸었나?
흠... ...
내가 왜 좋은데?...
 
고해림:자꾸 그런 질문 하지 마. (이젠 부정하기도 힘들어서 입술 안쪽 깨문다. 네가 널 조금이라도 내어줄 때면, 꼭 내가 널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자그만 소리.)
(한참 그러고 있다가 입 열었다.) 내 차례야. 왜 썼어? 저거. (검지 끝이 네 팔목 안쪽 가리켰다.)
 
온달:멍청하게... (자그맣게 중얼거린다.) 널 기억하고 싶어서... 두고두고. (고해림 석 자 문댄다. 이제는 지우고 보아도 지우고 보아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석 자. 완전히 새겨졌다. 살갗 깊이...) 기억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어, 너를...
 
고해림:(작은 숨을 들이킨다. 날숨은 문장으로 나왔다.)
그래. 끝을 가졌으면 기억 정돈 해줘야지. 적어도, 그 정도는 해줘야지.
 
온달:꽤 자신만만하네. 고해림.
내가 널 잊어버렸으면 어쩌려고... ...
 
고해림:그럼 날 다신 잊지 못하게,
네 목을 조를 거야!
 
온달:근데...
못하잖아?
넌 날 사랑하니까? (픽 웃는다.)
 
고해림:(한 번 뒷걸음질친다. 그게 진실을 부정하는 수단이라도 되는 양.)
왜 나 혼자 너를 사랑해야 해···
이렇게 비참하게.
 
온달:너만 사랑하는 것 같아?
나도...
나도 좋아하는데...
나도 사랑하는데.
 
고해림:(달리 굳게 믿는 것 같지 않다.) 왜 좋아하는데?
 
온달:(끙. 작은 침음 낸다... 쉽지 않군.)
이유는 없어. 물론 네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운 건 감정의 태반이지만 네가 날 향해 웃어주지 않으면 나는 널 그만 사랑해야 할 것 같으니까.
 
고해림:한 번만 더 말해줘.
사랑한다고.
 
온달:그래.
사랑해.
고해림......
키스라도 해줘야 믿겠어?
그런 어리광 부릴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해림:(긴 호흡을 내쉰다. 열기에 심장이 뛰는 것 같아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기억을 반추하면 말이 밉게 나왔다.) 그래. 날 죽일 때처럼 입 맞춰주려고?
난 아직 그 나이에 멈춰 있어··· 호흡 불능이 무서워.
 
온달:(열감 있는 시선이 고해림을 노골적으로 훑는다. 삐죽 웃는다. 기억을 더듬어 익숙한 성음을 뱉는다. 악취미다.) 그래야 널 좋아해... (익숙한 손길이 해림의 손을 치우고 고해림의 눈을 한 번 더 가린다. 허리춤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입을 포갠 것이다. 도통 온달은 해림을 배려하지 않는다. 짙게, 숨을 다 가져가 버릴 것처럼- 입천장을 긁어댄다. 혀에 잔상이 오래 남도록 질척였다. 수십 초를 괴롭히더니 그제서야 떨어져나간다.)
내 숨을 나눠줄게.
 
고해림:(너는 내 트라우마로 남아서 여즉 날 괴롭힌다. 겨우 말 몇 마디가 사람을 이렇게나 무력하게 만들었다. 새카만 눈앞에 신경 쏠리는 건 온통 감각이라 위태롭다. 느릿한 체온이 와닿고 이질감이 파고든다.) —읏, 잠깐만, 난 이런 거, (바라지 않아. 죄 헛소리고 기만이다. 제 안쪽을 부드럽게 훑는 감각이 좋았다. 입안 깊이 들어와 닿는 병열 같은 열감이 좋았다. 진득한 호흡 나누고 나면 숨이 부족함에도 키스 끝자락에 조금씩 더 오래 들러붙는 것은 고해림이었다. 네 목 끌어안았다. 고개 묻고 그 쇄골 부근에 키스했다. 유치한 십대처럼. 달아오른 채다. 충족스럽고 이상했다.) 정말 싫어해, 너···.
 
고해림:버리지 않을 거야? (나를. 고상한 문장은 나오지도 않았다, 이제. 날것 그대로 뱉는다.)
 
온달:(잠시 정적이 인다. 막막했던 까닭이다. 또 수십 초가 지나더니 온달이 목소리를 내었다.)
내 숨을 나눠줘버려서.
네 품에서 무너져버려서.
나도 처음 보는 낯을 네 앞에서 해버려서.
너를 죽여버려서.
너를 기억해버려서.
 
온달:너를...
사랑해버렸기 때문에.
너 때문에 죽고 살 것 같기 때문에...
나 안 도망갈 건데...
네가 도망가지 않았으면 하는데.
안 도망갈 거지?
 
고해림:잘, 모르겠는데··· (무기력하게 기대어 생각해 본다. 거짓 뱉고 싶지 않아 간극이 길다.)
그렇게 묻는 것도 악취미야.
못 도망가게 만들어 놓고, 알면서 이래?
난 멍청하게, 심장이고 마음이고 다 너한테 줘버려서.
더 가진 게 없다고···.
 
고해림:사랑한다고는 안 할 거야. 영원히.
 
온달:응.
그건 너무 과하니까...
사랑해는 하지 마. 영원히.
 
문장이 둘을 가르고, 그 끝을 맺는 즉시 서서히 정신이 멀어집니다.
 
그리고, 시야의 암전.
 
.
 
.
 
.
 
흐릿하게 돌아오는 풍경…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눈을 뜨면 끝없이 펼쳐진 해안가 바닷물과 새하얀 포말이 발끝을 적십니다.
 
제30회 배틀로얄이 진행되었던 섬의 바닷가.
 
둘을 제하고는 그 누구도 없는, 그렇게 익숙한 장소에서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
 
일전의 일이 한순간의 꿈이라도 되었다는 양 둘은 여전히 서늘하게 죽은 채입니다.
 
ED1. 흐린 진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