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매달려.. 죽을듯이. 그러면 내가... .. (꽃 뚫고 나온 부근 고의적으로 누른다.) 어떻게 해줄지도 모르는데.
고해림:흐, 윽··· 잠깐만, 너 정말··· (네 손목 꾹 잡아 누른다.) 달, 달아, 온달, 한 번만 원하는 대로 해줘··· 나 너 많이 좋아해. 응? 알잖아. 제발.
온달:듣고 있어. 고해림. 진즉에 그럴거면서 왜 자꾸 이빨 세워. 아프잖아. 마음이. (천천히 꼭 고해림에게서 피어오른 것 같은 꽃들 꺾어내리거나 뽑아 제거한다. 다 제거할 일련의 시간이 지날때 즈음, 온달은 완전히 웃는 낯이다.)
해림아.
왜 그런 표정이야?
(부러 그렇게 중얼인다...)
꽃을 뽑아낸 자리에는 흉이 남고, 핏물이 들러붙었습니다. 흉터도 고통도 꼭 진짜 같이.
고해림:최악이야···. (내가 널 사랑할 리 없어. 이런 너를. 벽에 기대어 한 번 헐떡인다. 웃는 네 표정 더 보기 힘들어 시선 피했다. 얕은 힘으로 네 손목 아직까지 붙들고 있다.) ···네 차례야, 질문.
온달:아. 근데. 이거... (손목 툭툭.)
싫다면서 왜 계속 붙잡고 있지. 좋아하잖아. 그래도.
고해림:(흠칫하고 덴 것처럼 손 떼었다.) 아냐. 비, 빌어먹을, 너는 악취미가 있어. 나 가지고 노는 게 그렇게 재밌어? 나는 너 때문에 얼마나··· (말 흐려진다.)
온달:(큭큭대며 한참을 크게 웃더니 해림의 이마에 딱밤 한 대 때렸다...) 너는 날 사랑해. 맞지?
고해림:(이마 문지르다가 눈 느릿이 한 번 깜빡인다.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달아.
멍청한 소리 하지 마. 나는 너를 증오해.
온달:나를 증오해?
정말로?
고해림:...그래! 내 삶에서 너만큼 짙은 사람은 없었어. 네가 나를 망쳤어. 전부. (고백 같이 들렸지만.) 네가 정말 싫어.
모빌이 시끄럽게 딸랑이며 눈앞에 떨구어집니다.
벌칙 유발자는 고해림. 대상자는 온달입니다.
온달:허.
고해림:아무리 이따위 방에 가둬놔봐야, 난 네게 다시 절절히 사랑고백할 마음 없어.
온달의 눈 앞에 펼쳐지는, 익숙한 광경...
하얀 방 위에 겹쳐보이는 절벽.
가장 가까이서 경험했던 피비린내와 산산조각난 하나의 생.
그 얼굴은 잊었다고 했으나, 다시 상기시키는 환각입니다.
온달:욱...
현실보다 더 노골적으로 세밀하고 구체적인 광경을 본 소감이 어떤가요?
흐릿한 글씨가 절벽 너머로 보여집니다.
이번 벌칙에서는 유발자가 자발적으로 대상자와 접촉할 경우, 트라우마 재현이 중지됩니다.
온달:고해림. 해림아.
해림아.
고해림:...네가 실컷 아파했으면 좋겠어. 아주 많이. (부러 말 단단히 한다. 손을 세게 쥐었다.)
온달:넌 어차피 날... 안아줄 수 밖에 없어!
날 사랑하니까!
고해림:(네 트라우마가 제게도 와닿는다. 낙사한 사체에 대한 유감은 없으나, 동요하는 네게 흔들린다. 온전히 네게.) 난 고통을 감해주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이지만, 네 앞에서는 나쁜 마음을 먹게 돼. 얼마든지 그럴 수 있고. (단호히 말하는 것치고는 죄책 서렸다.)
너는 날 사랑해?
온달:(여즉 꿈에서도 몇 번이나 되감긴다. 숨을 죽였던 유년시절을 답잖게 떠올린다. 금방 앞에서 투신했던 친구를 두고두고 회고한다. 그래. 죽어버렸구나, 하고. 분명히 잊었던 얼굴이다. 잊어버렸던 이인데. 분명... ... 속절없이 인영이 휘청인다. 고해림 앞에서 무너져내린다. 온달은 처음 보는 낯을 하고 있었다.) 좋아해......
죽어도 좋을만큼...
고해림:(네 표정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역겨움을 느낀다. 스스로에게. 이기심에 못 이겨, 그깟 애정 하나 얻어보겠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구차해질 수 있나. 자부심을 제 손으로 내다 버렸다. 신념이 짓밟힌 기분. 불안정한 기분으로 너 끌어안는다.) 미안, 달아. 미안해. (죄책을 씻기 위한 말에 가깝다. 하지만 억지 고백이라도 네 문장은 듣기 좋았다. 부정할 수 없이···.) ······미안해. 괜찮아?
고해림:자꾸 그런 질문 하지 마. (이젠 부정하기도 힘들어서 입술 안쪽 깨문다. 네가 널 조금이라도 내어줄 때면, 꼭 내가 널 가진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자그만 소리.)
(한참 그러고 있다가 입 열었다.) 내 차례야. 왜 썼어? 저거. (검지 끝이 네 팔목 안쪽 가리켰다.)
온달:멍청하게... (자그맣게 중얼거린다.) 널 기억하고 싶어서... 두고두고. (고해림 석 자 문댄다. 이제는 지우고 보아도 지우고 보아도 절대 지워지지 않을 석 자. 완전히 새겨졌다. 살갗 깊이...) 기억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어, 너를...
고해림:(작은 숨을 들이킨다. 날숨은 문장으로 나왔다.)
그래. 끝을 가졌으면 기억 정돈 해줘야지. 적어도, 그 정도는 해줘야지.
온달:꽤 자신만만하네. 고해림.
내가 널 잊어버렸으면 어쩌려고... ...
고해림:그럼 날 다신 잊지 못하게,
네 목을 조를 거야!
온달:근데...
못하잖아?
넌 날 사랑하니까? (픽 웃는다.)
고해림:(한 번 뒷걸음질친다. 그게 진실을 부정하는 수단이라도 되는 양.)
왜 나 혼자 너를 사랑해야 해···
이렇게 비참하게.
온달:너만 사랑하는 것 같아?
나도...
나도 좋아하는데...
나도 사랑하는데.
고해림:(달리 굳게 믿는 것 같지 않다.) 왜 좋아하는데?
온달:(끙. 작은 침음 낸다... 쉽지 않군.)
이유는 없어. 물론 네 웃는 얼굴이 사랑스러운 건 감정의 태반이지만 네가 날 향해 웃어주지 않으면 나는 널 그만 사랑해야 할 것 같으니까.
고해림:한 번만 더 말해줘.
사랑한다고.
온달:그래.
사랑해.
고해림......
키스라도 해줘야 믿겠어?
그런 어리광 부릴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해림:(긴 호흡을 내쉰다. 열기에 심장이 뛰는 것 같아서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기억을 반추하면 말이 밉게 나왔다.) 그래. 날 죽일 때처럼 입 맞춰주려고?
난 아직 그 나이에 멈춰 있어··· 호흡 불능이 무서워.
온달:(열감 있는 시선이 고해림을 노골적으로 훑는다. 삐죽 웃는다. 기억을 더듬어 익숙한 성음을 뱉는다. 악취미다.) 그래야 널 좋아해... (익숙한 손길이 해림의 손을 치우고 고해림의 눈을 한 번 더 가린다. 허리춤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입을 포갠 것이다. 도통 온달은 해림을 배려하지 않는다. 짙게, 숨을 다 가져가 버릴 것처럼- 입천장을 긁어댄다. 혀에 잔상이 오래 남도록 질척였다. 수십 초를 괴롭히더니 그제서야 떨어져나간다.)
내 숨을 나눠줄게.
고해림:(너는 내 트라우마로 남아서 여즉 날 괴롭힌다. 겨우 말 몇 마디가 사람을 이렇게나 무력하게 만들었다. 새카만 눈앞에 신경 쏠리는 건 온통 감각이라 위태롭다. 느릿한 체온이 와닿고 이질감이 파고든다.) —읏, 잠깐만, 난 이런 거, (바라지 않아. 죄 헛소리고 기만이다. 제 안쪽을 부드럽게 훑는 감각이 좋았다. 입안 깊이 들어와 닿는 병열 같은 열감이 좋았다. 진득한 호흡 나누고 나면 숨이 부족함에도 키스 끝자락에 조금씩 더 오래 들러붙는 것은 고해림이었다. 네 목 끌어안았다. 고개 묻고 그 쇄골 부근에 키스했다. 유치한 십대처럼. 달아오른 채다. 충족스럽고 이상했다.) 정말 싫어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