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차연:왜 이렇게 늦었어.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농조로. 모 웹웹소설 플랫폼의 등장인물마냥 한숨 쉬면서 머리를 쓸어넘김.................)
현정우:아하하! 농담도 참! (웃어넘긴다....) 잠깐만 밖에 나와볼래?
견차연:(으음.) 비 오는데? 우산도 있으려나 모르겠고. (이미 다 젖긴 했지만.)
현정우:비가 중요해? 우산 없어도 되니까 빨리.... (멀리서 손가락 까딱까딱)
견차연:(갈등하다가 뒤 돌아서 현관문으로. 손차양하고 네가 있는 곳까지 뛴다.) 갑자기 왜 그래. 밤이 늦었어.
당신은 의아한 마음으로 걸어나갑니다.
익숙한 거리의 풍경 위로 비는 끝없이 쏟아지는데,
갑자기 현정우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현정우:하하하!
말갛고 즐거운 웃음과 함께 당신을 껴안습니다.
견차연:(뭐지... 뭐지... 술을 얼마나 마신 거지...) (일단 껴안으니 마주 팔 감싼다.)
현정우:정말이지.... (네 이마에다 대고 뺨 부비작거린다.) 보고 싶었어.
견차연:(앗) 나도. (아까 아침에 봤지만...) 그냥, 아예 나가지 말지 그랬어. 어디 멀리라도 다녀온 거야? (비에 젖은 앞머리 살짝 넘겨준다.)
현정우:뭐가 그렇게 궁금해. 아까 설명은 다 했고... (슬 말 돌린다.) 그냥, 요즘에 너 많이 피곤했잖아. 잠도 잘 못 자고. (그거야 항상 그랬고, 무슨 관련이 있나 싶다만...?)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랬고.... (이것도 항상 그랬고, 무슨 관련이 있나 싶지만...? 횡설수설....)
견차연:(눈 얇게 뜨고 슬슬슬 떨어진다.) 너 무슨 일 있었어? 처음에 내가 불렀을 때도 못 듣고. 술 냄새도... (네 셔츠 카라 잡고 제 쪽으로 확 끌어온다. 알콜 냄새가 날까?)
놀랍게도 알콜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바보 같이 실실 웃고만 있는지.
어딘가 붕 뜬 것처럼요!
견차연:(약... 약을 한 건 아니겠지...) 술약속이라더니 술 냄새도 안 나는데. 피해갈 생각 하지 마. (혹 다른 사람 향수 냄새라도 났으면 벌써 뺨을 쳤을 테니까...)
현정우:왜 이렇게 화가 났어.... (묘하게 시무룩해진다...) 나 없는 새 기분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다. 설득하듯 간절하게 눈 맞추며 아래로는 손가락 얽어 깍지 꼈다.) 차연아, 우리 이러지 말고, 춤추자. 예전처럼.
견차연:네가 말 없이 사라진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시체로 돌아온 게 아니라 다행이지만. (비죽대다가.) 안 좋은 일, 많았지. (대충 네가 없었던 것... 네가 없었던 것... 네가 없었던...) 이러면 내가 넘어갈 줄 알고. (...) 오늘만이야. (다른 손으로 허리 끌어안았다. 마주 잡는다.) 정말 딱 한 번이야. 오늘이 마지막이야.
현정우:(어깨에 손 얹은 채로 가볍게 첫 스텝 밟기 시작한다.) 외출하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걱정돼서? (입꼬리 끌어당긴다.) 그렇게 보고 싶었어? 너도?
견차연:(따라 발 옮긴다. 비 오고, 빛이랄 건 달이랑 미비한 가로등뿐인데도 빛나는 게 네 눈인지, 아니면...) 응. 죽을 뻔 했는데. (간결하게.) 추우니까 조금 더 가까이로 와. (이미 가까운데도.)
현정우:(잡고 있는 손의 손목을 미비하게 비틀어 잠시 맥박 흐르도록 한다. 예전의 그때처럼, 하지만 벅차는 희망을 담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웃으며!) 죽을 뻔하기는 뭘! 이렇게 살아있는데? 우리 둘 다 말이지! (끌어당겨 한 바퀴 돌려세운다.) 움직이다보면 더워질 거야!
견차연:(그 후에는, 이쪽에서 손목까지 겹쳐온다. 맥을 맞추려고. 소생보다는 싱그러운 활기를 바라면서.) 심장 뛰는 거 이제는 빤히 아는데도 예고 없이 돌려세우기야? (단단하게 말해두지만, 직후 표정 풀려 웃는다.) 나 이러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책임질 거야?
견차연:절대 놓지 마.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놓으면 한순간에 발을 헛디뎌버릴 것 같으니까. (다소 혼미하게 말한다.) 도대체...
어느새 현정우와 당신은 영화에라도 나올 법한 우스운 연미복을 입고 있습니다.
현정우는, 그래...
당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검은 정장을요.
이게 무슨 일이죠.
마지막 물방울이 떠나자, 심지어는 머리카락도 빳빳하게 말랐는데.
현정우:내가 순순히 놓아줄 것 같아? 응? (살짝 당기더니만, 빠르게 반 바퀴 몸 돌린다.) 지금 정말 행복해. 놀랍게도 힘들다는 생각 하나 들지를 않는데.... (아, 그래.) 우울한 얘기는 하지 말자. 즐기는 거야!
견차연:(가벼이 웃는다.) 우울한 얘기는 하지 말자. (스텝 밟는다. 눈 맞추어 눈동자에 서린 광채 보고.)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걸음 빠르게 하고. 함께 한 바퀴 돌았다. 야트막한 바람에,) 기분 좋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현정우:너, 지금 내가 옷 새로 입었다고 신났지. 그래서지. (놀리듯이 킥킥거리고...) 이러니까 옛날 생각나지 않아? 그때 우리 많이 힘들었는데. (엄지 움직여 어깨 문지른다.) 다 떠나가고 이렇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걸 보면, (멀거니 주변에 고정했던 시선을 다시 네 쪽으로 옮겨 온다.) 앞으로도, 조금, 어쩌면... (부서지듯 웃는다.) 안도해도 될 것 같기도 해. 너무 이른가? 내가 기분이 많이 좋나 봐.
견차연:그 끔찍한 체크 셔츠보다야 낫기는 하네. (대강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소리다.) 그거 알아? 나는 언젠가부터 안도와 평화에 관한 너의 계절성 문장들을 믿지 않기로 했어. (부정적인 말 하는 것치고는 여유 넘친다. 분위기 탓인지. 왈츠 도중 허리에 있던 손 올려 네 넥타이 잡아 끌어당긴다. 가까이, 더 가까이.) 하지만, (고개 약간 비틀어서 호흡이 닿는 거리까지. 둘 말고는 그 누구도 듣지 않았으면 한다는 듯 작게.) 확신 말고, 가능성은 믿어. 언젠가 우리가 완전히 털어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런 가능성은. (타이 놓아준다. 툭툭 정돈해주고 다시금 떨어져 스텝. 걸음 옮겼다.) 우리도 나란히 서서, (우울 한 점 없이.) 함께 걸을 날들이 있을 거야.
현정우:(간극 두며 빤히 본다.) 아직, (깜빡...) 잘 모르겠는데. (일련의 망설임은 전주곡이라도 됐는지. 느릿하게 이마 맞댄다.)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게, 네가 도와줘. (비실비실 웃음....)
견차연:(섬유유연제 향. 늘 네게서 나던, 일련의...) 너는 항상 확신이 부족해. (내 존재 자체가 네게 확신이 되면 좋을 텐데. 이건 과분한 욕심이고.) 내가 너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알려주려면, 심장을 갈라야 할 것 같으니까. (라이트하게 가자...) 나는 너를 안심시킬 방법을 알지 못해. 하지만, 내가 많이 노력할게. 언젠가 네가 확신할 수 있도록. (왼손 맞잡는다. 들려? 심장소리.)
현정우:(절레절레...) 잘 안 들리는데? (...장난.)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또한 장난.)
견차연:(하...) 확 이대로 증발해서 스며들어버릴까보다. (고개 틀어 입 맞춘다. 버드 키스로, 닿고 있기만. 눈 깜빡인다. 이러면 됐지? 대충 그런 의미로.)
현정우:(왜 항상 내가 파고들게 만들어? 치사하다. 휙 뒤로 상체 빼며 입술도 떨어진다. 괜히 입꼬리 꼭꼭 눌러내리며 가만 기다리고. 시선마저 바닥으로 떨궜다.)
견차연:어딜. (뒷목 끌어와서 다시금 입 맞물리게 하고는, 그대로 엷게 속삭였다.) 오 초만 있다가 떨어져. 어차피 목적은 심장박동 듣는 거잖아. (항상 파고들게 만드는 건 너고. 나 지금 엄청 참고 있어.)
시간이 흐릅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현정우:(아쉬운 듯 여운만 남기고 떼는가 하더니, 바로 입술 한차례 핥은 뒤 겹쳐온다. 네 소맷자락 한 번 당기며 혀 밀어넣고는 슬그머니 웃기까지 하는데. 짧게 헤집다 말고 잠시,) 안 떨어질 거라고 말했잖아. (...를 끝으로, 눈 감고 순간에 집중. 다시금 파고들었다.)
견차연:(주변에, 혹은 네 체향에, 목소리에 취해서 눈 감고 있기도 잠시. 긴 숨 뱉으며 떨어진다.) 네 모든 말이 절대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있잖아, 정우야. 나는 너 때문에 온갖 감정이 비어지도록 불안하지만, 이런 순간들 때문에 차마 불행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힘주어 안았다. 놓치 말자. 그래. 언제까지나.) 답은 없어도 괜찮아. 사랑해. (마주 말해주기를 종용하던 이전과는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