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음
.oO(당황스럽네)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매끄럽고 차가운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온 몸이 굳은 듯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뜨거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떤지 낯선 테트라와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테트라는 지친 눈으로 옅게 웃으며 묻습니다.
벨트란 테트라: 라울,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
손에 준 힘을 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는 숨이 졸린 기도로 무슨 소리라도 뱉어보라는 듯 당신을 채근합니다.
당신의 대답을 듣자. 엷게 웃던 테트라의 표정이 어그러집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을 호흡이 곤란하리만치 꽉 쥐고 있던 손을 떼고
벨트란 테트라: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당신에게서 물러납니다.
벨트란 테트라: ...
실패작
일텐데, 어떻게 말을...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네 목소리를 듣는 것 같긴 하네. 곧 모든 감각이 무뎌지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겠지만.
벨트란 테트라: 만일 시간이 지나도 괜찮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검은 문을 따라 날 찾아와. …아니면 그냥 죽어버리든가.
그리고, 당신이 채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고서.
테트라는 미묘한 표정으로 열려 있던 검은 문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시야가 흐릿한 탓에 제대로 표정을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테트라는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요?
✎: 머리칼이 조금 더 긴 것 같은 건 착각일까요. 마치 시간이 더 흐른 것처럼…
소리나 표정, 얼굴은 확연히 그, 테트라가 맞음에도요.
그저 어제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납득이 되지 않아요.
라울:
SAN Roll
기준치:
50 /25 /10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 다시 몸을 움직여보면, 테트라의 말과는 달리… 아까보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집니다.
✎: 하여간, 당신은 드디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정신이 들자 비로소 상황이 제대로 눈 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흰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고, 테트라가 뛰쳐나간 문만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활짝 열려 있습니다.
테트라는 검은색 문을 따라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죠.
그리고, 어디선가 툭툭,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라울:
듣기
기준치:
20 /10 /4
굴림:
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슨 소리지?
✎: 이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이 존재하고 있는걸까요?
어쩌면 이 곳은 천장 없이 개방되어 있는 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수한 별들이 인공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높고 아득한 불빛의 밤하늘이 보입니다.
다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수많은 별들이 박혀있는 하늘의 한 켠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수십개의 빛들이 꺼지고, 켜지는 것이 반복됩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1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것을 한참 지켜보고 있자면, 그 검은 천장에 더 검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원 형태로, 천장의 중앙 부분에 위치합니다. 당신이 그 부분을 응시하자,
마치 인식이라도 한 듯 그 부분이 가운데로 벌어져 열리더니, 높은 천장으로부터 종이조각 하나가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종이조각을 잡으면, 앞면에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 천장을 제외하고, 이 방 안은 당신이 앉아있는 흰 의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사물도 놓여있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이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리고 나면, 열려있는
검은색 문
만이 눈에 띕니다.
문은 테트라가 남겼던 말과 겹치며, 그 색깔만으로도 이지적이라,
당신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라울: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이젠 들어가봐야만 하는건가~..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여기에선 별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라울: ..어쩔 수 없겠네 가보는 수밖엔.. (천천히 들어가봅니다)
문을 향해 나가면, 바깥은… 사방의 벽면이 모두 전신거울로 이루어진 길다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알 수 없는 복도입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복도의 양 옆에는 정장을 갖춰 입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들이 열과 줄을 맞춰 즐비합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라울: 여긴 뭐하는 방이길래 거울이 이렇게.. 많지? (거울쪽으로 다가가봅니다)
✎: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방에 배치된 탓에,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테트라가 조르면서 생긴걸까요?
하지만 당신은 테트라가 목을 조를 때에 숨이 막히는 것 이외에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했는데…
..뭔가 많이 이상한데
✎: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이 손자국의 주인이 테트라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하지만 정말 하나도 아프지 않은걸요.
테트라가 당신에게 감각이 곧 무뎌질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설마, 정말...
라울:
SAN Roll
기준치:
49 /24 /9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발걸음 돌려 마네킹을 조사해봅니다)
✎: 마네킹은 긴 복도에 총 열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 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있군요. 체구는 라울, 당신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49
판정결과:
실패
문득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적힌 것이 눈에 보입니다.
..선배가 해놓은건가..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마지막으로 검은 문을 향해 다가갑니다)
문은 아주 단단해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필체의 금박으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기억?
문을 열고 들어가나요? 문 안의 소리를 들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언가가 바쁘게 차칵차칵, 일정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딱히 위험해보이진 않으니까.. 일단 들어가봐야겠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하얀 종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테트라를 발견합니다.
테트라는 손에 든 책을 읽다가,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바닥에 흩어진 종이 더미를 빠르게 긁어모아 손에 쥐고,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열린 검은색 문 뒤로 들어가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며.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책읽는 취미는 따로 없는데..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천장에는 환한 샹들리에 디자인의 조명이 광대한 서재의 곳곳을 밝힙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테트라가 들어가며 잠긴 [검은색 문]과 그 옆에 위치한 [책상]이 보입니다.
그리고 높은 천장의 한쪽 벽에 금색의 거대한 [시계]가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책장의 빈칸 곁에 [방향제]가 놓여 있지만,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라울: 저게 아까 그 소리의 원인이었구나 ..일단은 이 감각부터 어떻게 해볼까..
(방향제로 다가가 일단 살펴봅니다)
방향제입니다. 잘 마른 아름다운 금색 장미 한 송이가 꽂혀 있습니다.
라울: ..이래서야.. 더 가까이 다가가도 안나겠네
(방향제 속 장미꽃 꺼내봅니다)
장미꽃은 아직 생기가 돕니다. 하지만 가까이 가져가도 향은 나지 않네요.
저런, 미처 손질이 덜 된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버렸어요.
핏방울이 흐릅니다. 마치... 사람처럼요. 당연하지만.
이렇게 보니까 내 손이 아닌 거 같네..
..됐다 (시계를 향해 가봅니다)
✎: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저 시계바늘이 12에 다다르면 안되는거라든가..
일단 다 보고 생각해야지.. 원 (러그를 살핍니다)
✎: 부드러워 밟을때마다 푹신거리는 듯한 러그입니다. 아주 두껍습니다. 양털인가요?
그것 외의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하기 힘듭니다.
라울: 음.. 아까 그 종이같은거 안남아 있으려나.. (러그를 들춥니다)
비밀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 수는 없어 보이네요.
열쇠.. 열쇠가~.. (책상 살핍니다(
✎: 아주 커다란 책장들입니다. 그에 반해 꽃혀 있는 책의 크기는 일반적입니다.
책들은 아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만,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튀어나온 책을 살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전부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벨트란이 저런 분야에 관심을 보였던 것 같지는 않은데요.
Myth라는 단어 이후의 언어는 라울이 알 수 없는 언어입니다.
✎: 내용 또한 세계의 각개 국어와 알 수 없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어떻게 읽어볼 수 없을까요? 번역 도구가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디.. 외국어 사전은 없나..? (책장 더 살핍니다..)
✎: 고급스럽고 튼튼해보이는 책상입니다. 손이 많이 닿았던 것 같이 어지럽혀져 있지만, 넓은 탓에 크게 티나진 않습니다.
이리저리 어질러진 악필의 메모지들과 함께, [두꺼운 노트 한 권]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라울: ..뭐가 나오려나 (기계장치 작동해봅니다)
✎: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의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의 아래에는 구겨진 메모지 하나가 깔려 있습니다. 볼까요?
일단 다른거 다 본다음에.. 마저 보는게 좋겠네 (노트 열어봅니다)
라울:
자료조사
기준치:
20 /10 /4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
라울:
자료조사
기준치:
20 /10 /4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흐릿..)
이것은… 메모장일까요?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얼떨결에 뒷장까지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테트라의 필체에 라울을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번 읽다가..) 내가 깨어나? 지금 상황이랑 연관되어 있는것 같은데..
(마저 서랍 열어봅니다)
✎: 서랍을 열면, 그 안에는 펜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잉크펜입니다. 그 많은 잉크펜의 ⅔ 정도는 이미 다 쓰여 빈 쓰레기들입니다. 나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새것입니다.
이것 외의 특별 사항은 딱히... 음, 없나?
라울: ..더 찾아보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서랍 안을 더 파고듭니다)
열쇠..라든가..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41
판정결과:
실패
(할줄 아는게 뭘까)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됐다 됐어)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피곤해서 그런가... 잘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지능
기준치:
35 /17 /7
굴림:
52
판정결과:
실패
소질이.. 없나보네
하하
유심히 생각해보니, 흐릿하게... 아까의 비밀문은 열쇠가 없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도대체 어떻게 여는 걸까요. 일단 더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ㅣ.
아, 그리고 서랍을 유심히 보자 그것이 전부 검은색 잉크펜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냥 쓰레기통 용이었나보다 (고개 끄덕거리며 손 털고 기계 챙겨서 책장으로 돌아갑니다..)
라울: 그러니까.. 책을..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랬나.. (앞서 말한 방법대로 책을 번역해봅니다)
✎: 라고 적힌 것을 볼 수있습니다. 그 뒷 페이지는 전부 비어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옆 페이지에 대답을 쓰라는 것처럼, 빈 옆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라울: ..펜.. 펜 (서랍에서 잉크펜 꺼내오더니.. 살고 싶습니다. 라고 작성합니다..)
당신이 대답을 적으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더 볼 일은 없..겠지 (비밀문.. 다시 바라봅니다)
러그를 끌어낸 바닥에는 문 모양의 빗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까 본 비밀문이에요.
✎: 빗금 안만 검은색 타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옆에, 작은 버튼이 있습니다.
문 모양의 빗금이 정말 문의 모양으로 천천히, 활짝 열립니다.
그 아래로 칠흑같은 공간으로 계단이 이어집니다.
지능
기준치:
35 /17 /7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검은 문을 따라가면 테트라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 역시 검은 문을 따라가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이곳으로 가면 테트라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살펴보지 않고 내려가나요, 아니면 마저 살펴보나요?
(둘러보다가.. 내려갑니다)
검은색 문을 살피지 않고 정말 내려가나요? 이것도 검은 문이니, 아무래도 좋을 것 같지만요.
그동안 지나쳐 온 검은색 문들과 똑같이 생긴 문입니다. 단단히 잠긴 그 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벨트란 테트라: 감각은... 어때. 지금 네 상태 말이야.
마치.. 선배처럼?
벨트란 테트라: (...잠시 간극 흘리다가.) 그럼 기억은? 어디까지 기억해. (목소리가 옅게 잠겼다.)
라울: 글쎄.. 평소같은데. 어제 뭘했는지도.. 어저께는 어땠는지도.
...이건 왜?
벨트란 테트라: (네 물음 묵살하고, 담담히 말 잇는다.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시계는 이미 봤겠지. 어차피 때가 다가오고 있어. 그 전에 너를 살려냈어야 했는데…
그 말 이후 테트라의 인기척은 검은 문 너머에서 사라집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네~.. (정말로 계단 아래로 내려갑니다)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 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 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으로 나아갈때마다 맞춰 불이 켜지는 탓에 어디가 이 통로의 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확실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요?
라울: ..(주변 둘러보며 내려가다가.. 벽 짚습니다)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한쪽 벽 면이 어느 순간부터 금속의 평면이 아니라 쇠창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너머로 넘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당길 수 있는 무언가의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당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라울: 아무래도 이거.. 열면 저 철장 열릴 것 같은데.
... (당기기전 철장 너머 응시합니다)
스위치를 당기면, 철컥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서 차칵이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오며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라울:
SAN Roll
기준치:
48 /24 /9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뭐야 저거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니라.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부분이나 얼굴이 없는 것을 보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산처럼 쌓인 인간들로부터 시선을 겨우 돌리면,
역시나 쇠창살 안쪽.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쇠창살은 몇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 찰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 문이 보입니다.
(문 열고 들어갑니다)
검은 문을 활짝 열면, 어둡던 통로와는 대비되도록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갑작스럽게 북받쳐 올라오는 감각의 잔재들에 혼란스러워하기도 잠시. 반짝이는 흰색의 벽지, 흐르는 밤하늘을 담은 듯 높고 검은 천장.
✎: 그리고… [책장], [책상], [침대], [옷장] 등 평범한 일상 공간을 위해 꾸며진 것 같은 방입니다.
아, 벽에 걸린 [모니터]만 제외하면 말이에요.
방금 라울 프레슬리가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검은색 문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 나 있습니다.
이상해.. (책장 둘러봅니다)
✎: 깔끔한 검은색의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 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라울: 아까 서재..에서 본거랑 비슷하네.. (가로로 올려진 책 꺼내봅니다)
✎: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라울:
SAN Roll
기준치:
47 /23 /9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어질..)
라울: 종말은 뭐고 숨은 뭐고... (정신 다잡으려 이번엔 책상을 봐봅니다)
위에는 [리모콘]이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
✎: 서재로 막 들어섰을 때, 테트라가 읽고 있던 그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만년필, 잉크병과 같은 도구가 올려져 있긴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달리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라울: 리모콘은 모니터랑 관련 있으려나.. 그럼 일단 책 먼저..
(책 조사합니다)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이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책의 겉 면에 적힌 집필을 시작한 날짜는 라울이 기억하는 마지막 날짜입니다.
...라울 프레슬리의 죽음에 대한 절망과 고통이 뒤섞인 문장들입니다.
그는 당신의 죽음을 어째선지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라울: -살아있는 네가 보고 싶다. ...이것은 애정인가 증오인가. ... (마지막 마디를 마저 읊다가..)
(이내 표정 일그러뜨린다)
당신은 이렇게 멀쩡히 숨을 쉬고 있는데, 그는 당신을 소생시키려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저자가 ‘그’인 기괴한 책으로부터 당신의 죽음을 접한 라울,
라울:
SAN Roll
기준치:
45 /22 /9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라울:
지능
기준치:
35 /17 /7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이해 되지 않아..
하지만… 당신에게서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걸요.
✎: 당신은
벨트란 테트라가 창조한 라울 프레슬리가 맞는 걸까요.
..내 기억은 여전한데? 내가 죽었을리가 없잖아..
못믿어 아니 안믿어 (고개 저으며 리모콘..살핍니다)
라울: ..음.. (이리저리 살피다가 버튼 눌러봅니다)
모니터에서 삑 소리가 나며 화면에 빛이 들어옵니다.
벽에 설치되어 있는 꽤 큰 모니터입니다. 화면이 꺼져 있습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 첫 번째 화면에서는 라울이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 통로를, 여섯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비춰집니다.
그때, 여섯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테트라의 모습입니다. 화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화원의 안에 들어간 이후, 테트라가 CCTV에 다시 비춰지지는 않습니다.
가서 따져 물어야만..
마저 조사하나요, 혹은 지금 당장 따라 나갈까요?
라울: ...(주변 둘러보다가..) 보던 것만 마저 보고.. (옷장 열어봅니다..)
열어보면, 같은 류의 정장이 즐비하게 걸려 있습니다. 모두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51
판정결과:
실패
(한숨..)
지능
기준치:
35 /17 /7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옷의 양이 많습니다. 이정도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옷들을 한참 바라보다 보면, 같은 정장들 사이에 이질적인 옷을 한 벌 발견합니다.
(연구복 뒤져봅니다.)
라울: 후.. 집중해서.. (눈 비비더니 본격적으로 뒤집니다..)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음..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연구원복이에요. 별다른 점은 없어 보입니다.
오른쪽 벽만 마저 살피고.. 진짜 가야지.. (오른쪽 벽 살핍니다)
여전히 실내인 장소가 보입니다.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나요?
라울: ... ... ... (왠지 계속 미련이 남음.. 침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러갑니다)
✎: 흰색 이불과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테트라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침구 살핍니다..)
✎: 이불의 안, 시트 아래, 침대 아래를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배게 들춥니다)\
[식칼]이 있습니다. 무기로 소지 가능합니다.
라울: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무기로 소지합니다)
라울: ..이제 나가야지 (이번에야말로 나갑니다)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 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깔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정면에. ...검은 색의 [큰 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화원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울: ..일단 최대한 정보를 챙기고.. 가자 (마음다잡으며 그림 먼저 봅니다)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 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져 있는 것이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 수많은 인간들을 밟고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적인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검은색과 하얀색의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 ...라울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겨진 라울의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열한 명. 화폭에 담겨진 라울의 얼굴은 총 11명입니다. 가운데부터 그려져, 상하좌우로 아직 한참이나 빈 공간이 많습니다. 미완품인걸까요. 모두 눈을 감고 있습니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그것들이 열구였으니까.. 나 포함 열한개인건가?
(이런저런 추측하다가.. 뭐가 더 있을까 싶어..그림 더 자세히 봐봅니다)
라울:
지능
기준치:
35 /17 /7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역시나 아주 잘 그린 그림이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네요. 관련 지식이 있었어도 별달리 알 수 있는 건 없었을 듯합니다.
바닥에 비춰진 스테인드 글라스는 세 쌍의 연인의 모습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존재합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알 수 없는 모독적인 기분에, 라울,
라울:
SAN Roll
기준치:
44 /22 /8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찌풀..)
라울: ...이제 가볼까 (식칼 꾹 쥔채로 검은 문 열어봅니다)
검은색의, 이태까지 봐 왔던 문 가운데서는 가장 큰 문입니다. 이 문 너머에 아까 모니터에서 봤던 테트라가 있을까요?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모니터에서 본, 테트라가 들어갔던 화원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여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금색 장미로 꾸며진 화원의 [입구]가 라울을 유혹하듯 바람에 살랑거립니다.
피부 위로 내려앉은 눈은 결정의 모습을 금방 흐트러트리며 녹아내립니다.
...전혀 차갑지가 않습니다. 이건 당신의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옅게 내리는 잔눈이 시야를 흐트러트립니다.
✎: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주변이 삽시간에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와 아름답지만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로 가득찹니다.
[왼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과 [오른쪽]으로 꺾을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넓네-.. (고민하다가 왼쪽길로 들어섭니다)
한참을 걷다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 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세공되어 있는 형상이 소름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이 나쁩니다.
비대한 몸집의 무언가에서 촉수와 같은 것들이 뻗어나와…
SAN Roll
기준치:
43 /21 /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계속 걷다보면, 다시 갈림길입니다. [왼쪽] 혹은 [오른쪽]
라울: ...거대한 미로같네..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봅니다)
또 한참을 걷다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 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듯한 형상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걸으면 다시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 [오른쪽].
라울: 왜 저걸 보며.. 아까본 숨이니 뭐니.. 그게 떠오르는지..
(오른쪽으로 가봅니다)
계속 걷다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중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라울:
SAN Roll
기준치:
41 /20 /8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계속 지켜보면 결국 꽃밭의 모든 꽃들은 꽃송이를 떨굽니다.
멀쩡한 꽃송이들이 삽시간에 떨어져 이룬 꽃잎더미는 어딘가 징그러우면서도 동시에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방향을 바꿔 걷고, 또 걸어도… 테트라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가는 문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들어왔던 입구가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보았던 큰 나무들도, 마주쳤던 꽃밭도…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갈 수조차 없습니다.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길을 헤메이는 찰나, 어깨에 손길이 닿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나른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호감형의 미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 반갑습니다. 그쪽이 말로만 듣던 라울 프레슬리겠군요.
몇 년 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떤가요?
...어제 일도 생생해요 몇년만이라는게.. 안믿길정도로
??: 그럼요. 그리고 저는... 이 저택의 주인 있잖아요. 아주 미쳐버린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 사람의 조수, 로 이번에 새로 왔다고 할까요… 돕는 역할인거죠.
당신은 누구기에 나에게 그런 걸 묻죠? 지금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볼 때가 아닐텐데. 당신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아나요?
라울: ...당신이 그랬잖아요, 난 라울 프레슬리..인데.
(당신의 말에 무어라 답하려다 말더니..)
... ... ... 벨트란 테트라, 저택의 주인.. 그 사람이 어딨는지 아시는지요?
??: 방금 전에 저택으로 들어갔었는데, 엇갈린 모양이네요. 하늘을 한참동안 올려다보던걸요. 빨리 쫓아가는 게 좋겠죠. 바빠보이던데.
아, 당신이 죽은지 벌써 5년이 지났어요. 역시나 기억 안 나죠? 이 저택 주인이 죽은 당신의 복제품을 만들어 내려고 그렇게 혈안이 된 지가 5년째거든요.
..말도 안되는 말.. 하지 마세요
...됐고 어떻게 저택에 들어가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길을.. 잃어서
??: 여기서 나가고 싶다면 도와줄게요. 하지만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더니 바로 맞닥뜨리게 된 것이 세계의 멸망이라니, 조금 안타깝네요…
이 세계가 왜 멸망을 하죠?
??: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눈이 아니라, 하늘. 이 세계의 천장의 잔재랍니다.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리고 보면, 눈이 하나도 차갑지 않습니다. 날씨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요.
이건 정말 종말인 걸까요? 당신은 지금, 종말의 목전에 서 있는 걸까요?
??: 이 저택은 사람이 없어 이렇게 평화롭지만. 바깥 세상은 벌써 피바다며 비명으로 거리가 가득 찬 게 오래 전 얘기인데. 이 정도 빠르기라면… 오늘 안에 이 저택도 고요한 멸망을 맞지 않을까요.
라울: ...멸망을 막는 방법, 그런건 없는거에요?
??: 음, 글쎄...
마지막인데 깊은 키스라도 나눠보는 건 어때요.
아. 내가 너무 무례했나요? 그냥 넘겨요.
별 말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웃습니다.
??: 하여간에, 멸망의 직전까지 그가 이렇게나 당신을 살려내려고 하는 걸 보면… 당신이 어지간히 중요한 사람이었나보죠.
라울: .....아, 그럼 날 데려다줘요 벨트란테트라 그 사람한테
??: 좋아요. 들어갔던 입구로 다시 가는 방법을 알려줄게요.
하나 더, 뭐가 되었든 간에. 그를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가 당신을 왜 살려내려고 했겠나요. 너무 소중해서? 증오해서? 글쎄…
그는 길을 알려줍니다. 아마도 저기가 맞는 것 같네요.
...이상한 남성이 알려준 길로 다시 화원의 입구에 돌아왔습니다.
라울이 나왔던 문이 활짝 열려, 라울에게 화원으로부터 벗어나 이 저택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라울: (뒤도 안돌아본채로 그 문으로 들어갑니다)
라울:
관찰력
기준치:
25 /12 /5
굴림:
27
판정결과:
실패
✎: 홀의 복도에 걸려있던, 세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화폭 안에 담겨진 라울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 이 되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라울의 초상화 하나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로.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툭, 하고 거대한 그림이 벽에서 떨어져 엎어집니다.
라울:
민첩
기준치:
55 /27 /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뭐야?
피하면, 라울을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바닥을 덮고서 쓰러집니다.
라울:
SAN Roll
기준치:
41 /20 /8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 고개를 들어 세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에는…
검은 문이 존재합니다.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허리를 조금 숙이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울: ..하하 재밌네... (허탈하게 웃으며 문으로... 들어가봅니다)
✎: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라울: ...기분이 이상하네.. (검은 색 문 너머의 소리..먼저 들어봅니다)
웅웅, 하고 옅게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라울: ..대체 뭘 해놓은거야.. (문 열어들어가봅니다)
문을 열면 서늘한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습니다.
큰 스크린이 벽면에 내려와 있고, 맞은 편에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여러 개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안에 CD가 들어있다는 표시가 뜹니다. 기능은 몇 개 없는 모양인지, 전원 버튼과 중지 버튼, 그리고 재생 버튼이 있네요.
라울: 전원은.. 켜져 있는거겠지? (재생 버튼 눌러봅니다)
✎: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은, 테트라의 얼굴입니다.
살짝 지친 기색의 테트라가 얼굴을 뒤로 물리면, 테트라의 뒤로 철창이 보입니다.
저곳은… 아까 당신이 지나왔던 지하통로, 그 쇠철창 안쪽인 것 같습니다.
✎: “...라울이 죽은 뒤로 처음. 드디어
그럴듯해 보이는 그를 만들어냈어.”
그런 말을 하는 테트라의 얼굴은, 오늘 마주했던 그의 얼굴보다 조금 더 어리고.
그러니까… 당신이 기억하는 원래 테트라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표정에서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비치는 옷깃에
피
가 잔뜩 튀어 있습니다.
테트라가 손을 뻗어 카메라의 방향을 조금 트는 듯 하자, 화면은 전환되어 수술대를 보여줍니다.
테트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잠겨 쉰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 “아주 오랫동안 바랐으니,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드디어. …”
화면을 고정시켰는지 테트라가 손을 놓고 화면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수술대에 죽은 듯 누워있는 당신을 조십스럽게 일으키듯 끌어 안고서 묻습니다.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테트라의 숨소리만 온전한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뜬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테트라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테트라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화면이 암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빛이 들어오면 영상이 아까보다 빠르게 돌아갑니다.
✎: 수술대 뒤로 수많은
인간의 몸통과 팔다리
가 쌓여가는 것이 보입니다.
그중 수술대에 눕혀질 정도로 멀쩡한 당신의 모습은, 부서진 것 이후 겨우 열 번에 불과합니다.
저..것들처럼?
✎: 테트라는 그런 당신에게 구태여 말을 걸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다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에 등장하는 테트라의 목소리가 점점 쉬어가고. 표정은 무미건조해집니다.
옷자락에 질척한 피가 묻는 일도 많습니다.
당신이 아는 테트라가 영상 속에서 혼자 서서히 성장해가는 채 흐려져 갑니다.
한참 영상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온전한 ‘12번째의 당신’이 수술대에 눕혀진 화면이 보입니다.
내가 뭐가 되길래. ...이 짓을 5년이나
..아니 그럼 난 죽은거야? 아니면 살아..있는거야?
... ... ... ... 하하..
라울, 그러한 사실에 경멸을 느끼든, 희열을 느끼든, 혹은 공포를 느끼든.
라울:
SAN Roll
기준치:
41 /20 /8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라울:
광기의 발작 - 실시간
심신성 장애:
심신증으로 인해 1D10 라운드 동안 눈이 안 보이거나, 소리가 안 들리거나, 사지가 안 움직이게 됩니다.
For 6 rounds.
라울 프레슬리, 왼 눈의 시야가 흐릿해집니다. 블러를 친 것만 같이요.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리면,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부드러우면서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고 그립게만 느껴지는 분위기.
벨트란 테트라: 살아 움직이는 네 모습이네. 정말이지… 증오스러워.
벨트란 테트라: 곧 알게 될 거야. 알겠지만, 멸망이 머잖았거든. (표정이 약간 어그러진다.) 감각이 있는 거야?
라울: ...돌아왔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오자마자 멸망이니.. 뭐니. 어떻게 된거야?
벨트란 테트라: 진짜네. 실재하는 라울 프레슬리... (중얼거리더니 널 잡던 손 애매하게 놓았다.) 많이 복잡해. 나는 이대로 종말을 맞이할 생각 없었고. (...시선 피한다.) 미안해. 그런 얘기는 지금 쉽게 나오질 않아서. 과거 이야기라면 몰라도. (우습고 바랜 추억들 있잖아. 지친 얼굴로 얕게 웃는다.)
라울: ...그래, 실재하는 나야. 대화하고 싶었다며, 기분은 좀 어때? (표정 살짝 구긴채로 답하다가) .. 원한다면 과거 이야기나 해볼까, 물론 내 기억으로는 어제 일이지만. (추억이라.. 내 기억들은 누가 다 비틀어 놓은지라. 별로 좋지 않은 기억밖엔 없네, 하하. 하며 식상한 웃음 늘어뜨리더니)
벨트란 테트라: 아주 끔찍해. 늘 그랬듯이 말이야. 히어로가 되고 나서, 그리고 너희를 만난 다음부터 아주 한결같은 기분이지. (어제... 한 번 중얼거리듯 읊어보았다. 한참의 침묵이 흐르면 그제야 엉망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결코 매끄럽지 못한 표정에 꾸역꾸역 짓이겨 꺼내놓는 듯한 그 한 문장이었다.) 갈 곳이 있어. 너와 함께 보기를, 정말로 고대했던 곳이야.
몇 걸음 걸어간 테트라가 흐린 빛이 비추는 스크린을 찢으면,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검고, 반듯한. 문의 손잡이를 테트라가 먼저 잡으며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이번에는 당신과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라울: ... ...그래, 들어가볼까. 장단에 놀아나줄게
(당신이 내미는 손 맞잡습니다)
벨트란 테트라: 그런 건... (말이 나오다 흐려진다. 회한으로 얼룩진 표정이 너를 잠깐 마주보았다 고개는 비틀어진다. 차마 그럴 자격도 없다는 듯이. 하지만 이 모든 행태를 후회하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네게 용서를 구할 수 있겠어. )
그렇게 말하는 테트라의 표정은 문가에 비춰지는 흐린 빛을 타고 그럴리가 없음에도 꼭 우는 것처럼 보입니다.
✎: 문을 열면, 높은 계단 몇 개 이후에 바로 이어지는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바스라져 내려오는 하늘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 화원과는 대비되도록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맞을 것을 직감했기에 더 진한 생명의 향기
가 가득한 실내 화원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러고보면, 이 화원의 입구를 가득 장식하고 있는 저 꽃은...
당신의 머리칼을, 눈을 닮은 꽃입니다. 황금색 넝쿨 장미와 은은한 푸른빛 꽃이 어우러져 장식하고 있어요.
테트라는 당신이 뭐라 따져 묻지 않았음에도 조용하게 중얼거립니다.
벨트란 테트라: 여기는 신경을 많이 썼어. 늘….
벨트란 테트라: 모든 게 그리워서, 하고. 이렇게 대답하면 믿기나 할 거야? 너는.
라울: ..다른 이유는 없어? ...날 만든 이유도 순전 그립다고 만든건 아닐거 아냐.
벨트란 테트라: 있어. 절멸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게 하기 위함이야. 고작 이타심 따위가 아니라, 추잡한 욕심에서지. 세계를 살아가려면 한 사람당 두 명 분의 숨이 필요하거든. 오랜 기간 고대했어.
지금 네가 이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야. (입꼬리 느리게 올린다. 어느 여름날처럼, 잔재로서 떨어져내리는 세계의 조각을 맞으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더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인 풍경에 시선이 갑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처음에는 눈으로 착각했던 하늘의 파편들이 이내 이것이 눈이 아닌 물리적인 무언가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조각의 형태로 느리게 떨어져내립니다.
대부분은 유리 돔에 부딪혀 떨어지지만, 눈 앞으로, 머리 위로 느껴지는 모든 풍경들이.
이 모든 일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실감이 없습니다.
테트라는 가벼운 한숨을 쉬며 당신의 손을 잡고 화원의 아름답게 꾸며진 오솔길로 발을 옮깁니다.
화원에서 마주쳤던 기괴한 조각상과 흡사한 대리석상들이 원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는 그 정 가운데,
어떠한 의식의 일환마냥 테트라는 당신을 데리고 그 곳에 섭니다.
벨트란 테트라: 라울 프레슬리. 내 숨을 가져가줘.
테트라는 당신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목에 올립니다.
그 손길이, 마치… 당신이 눈을 떴을 무렵, 그가 당신의 목을 졸랐던 것처럼 자신의 목을 졸라 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손 아래 맥박이 조용하게 고동칩니다. 하늘이 무너져가고, 세계가 종말을 맞는 가운데...
벨트란 테트라: 그래서 살아가달라고. 이 세계에서, 너라도, 나에 기해 생을 이어달라는 부탁이야. 부탁보다는 강요에 가깝지만.
라울: 내 숨을 가져가려, 이 짓을 벌인게 아니었어?
벨트란 테트라: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혼자 살아가는 생은 내게 의미 없단 것 알잖아. 아무리 죽이려고 수백 번 달려들어도 그럴 수 없단 건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빌런에게 삶을 강요한 뒤부터 말이야.
그렇다고 나한테 제 목을 맡겨? 히어로라는 사람이?...
벨트란 테트라: 어차피 사그라들어 종말할 세계이니 네가 살았으면 해서. 정의든 영웅이든 전부 차치하고 네게 이따위 말 하는 것 보면, 역시 내가 히어로 천직은 아닌가 봐. (쓴 헛웃음 보인다. 수십 번을 연습한 듯 엉망인 표정과는 달리 어조만 담담히 남는다.) 쉬워. 너는 살아가면 되는 거고, 나를 너무 오래 기억할 필요는 없어. 그냥... 그냥 그런 거야.
그가 친절하게도 자신의 목에 얹어주기까지 한 당신의 손에 힘을 주면.
간단히 이 생명을, 이 숨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라울: ...무언가.. 많이 오해하는게 있나본데, 그거 알아? 멸망해버릴 이 세계에선 더 취할 쾌락도 없음을. 나 혼자 살아서 뭐하라고? (씁쓸하고도 비릿한 미소와 함께 네 목숨은 커녕 당신의 입술을 취합니다)
벨트란 테트라: (네 손목 쥐었던 손에 힘 풀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무언의 계절에 잔존한다. 아직까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한 마디 뱉고 찬찬히 입 맞추어간다. 건조한 입맞춤이 계절을 설명해주었다. 마음에도 없는 문장을 뱉어내면서. 정작 이기적인 건 자신인데도.)
라울: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했지? 선배의 숨을 앗아가라 하는게 더 이기적인 선택 아닌가. ...그간의 짓을 헛짓으로 만들어 미안하게 됐네 (종말이 다가옴에, 감정이 한결 가라앉는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하고 숨이 턱 막혀오는 떄까지 길게 이어가다가 그제서야 맞춘 입을 떼어낸다)
...우리는 그 누구의 숨도 앗아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은, 목에 닿는 손은. 그것을 힘주어 졸라 숨을 뺏는 대신 맞잡아 그리운 온기를 서로에게 전해줍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관계와 감정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멸망은 애당초 우리를 덮쳐오지 못할 것입니다.
멸망한 세상에서 네 숨에 의지해 겨우 호흡하며 살아간다면, 그 삶에 이전과 같은 의미가 있을까요.
벨트란 테트라: 너는 비인간적이기를 불사한 나의 시간조차 부서트려버렸어. 그래서 나는 네가 정말 싫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나열한다.)
라울: 그러게 왜 헛짓을 했어, 나였다면 그 시간에 남은 세상을 즐겼겠어. (뜸..) 그나저나 히어로 나리께서 죽은 빌런을 살려내더니 종말도 보게 하고, 또 다시 죽음에 이르게 하려 하시네. ...5년 사이 생겨난 신종 고문인가보지? (어꺠 으쓱인다.)
벨트란 테트라: (...)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라울 프레슬리. 네가 없는 새 달리 새로운 고통을 주는 방법을 나도 모르게 알아냈을지도. (먼저 종말을 깨달은 게, 그래. 너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이 지경으로 지치지도 않았을 테지.)
우리가 예지했던 세계선의 종말은 안타깝게도 틀리지 않았는지.
그와 당신, 둘 중 누구 한 명 서로의 목에 손 올린 이 없음에도 점차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삼킬 수 있는 숨이 없습니다.
벨트란도 마찬가지인지, 창백한 낯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잡히지 않는 숨을 한참을 들이쉬던 벨트란은 당신에 대한 원망을 쏟아냅니다.
겹쳤던 입술은 우리 둘을 모두 집어삼키는 것처럼 추웠습니다.
이것이 죽음이 다다랐기 때문인지, 종말이란 것이 당신을 집어삼켰기 때문인지, 혹은 생리적인 눈물이 고인 탓인지. 당신은 당장에 알지 못합니다.
✎: 이 입맞춤은 종말로부터 눈을 돌리려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숨이 막혀오고 하늘이 무너져내려도. 조용한 가운데 모든 것들이 죽음을 맞이해도. 그와 이어진 몸은 아직 당신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쿵쾅쿵쾅 시끄러운 심장소리가 귓가를 채워옵니다.
✎: 흐리게 부신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온 시야가 하얗게 물듭니다.
이것은 종말을 겪게 되었기 때문일까요,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탓일까요.
호흡이 부족해 환각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몽롱한 기분이 어지럽습니다. 그와 손을 꽉 겹쳐잡고 있단 것만이 느껴지고, 귓가에 시끄럽게 메아리치던 심장소리가 멈추면, 시야가 암전됩니다.
바닥에서 차가운 냉기가 올라와 볼을 얼얼하게 만듭니다.
눈을 뜨고 급하게 일어나 보면, 이곳은 오래 방치된 것 같지만 여러 꽃이며 나무가 아름답게 덩굴을 이루고 자란, 어딘가 변한 정원입니다.
세상을 종말로 이끌 것만 같이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던 파편도 더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종말은? 멸망은? 우리는 어떻게 된 거죠?
✎: 모든 일이 꼭,
환상 이었던 것만 같습니다.
당신과 손을 꽉 겹쳐 잡고 누운 테트라가 맞은편에 보입니다.
테트라와 당신의 사이에 놓인 스노우글로브도요.
스노우글로브 안에는 쏟아지는 하얀 반짝이 아래, 나란히 서 있는 당신과 벨트란 테트라의 작은 모형이 들어있습니다.
스노우글로브의 유리 아래 밑단에 금박으로 새긴 글씨가 환한 햇살을 받아 반짝입니다.
[ENDING 3: 겹친 손 아래, 멎은 숨의 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