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an Henry:거기까지 이 상태로 나가라는건가? 나야 상관 없지만.(눈살을 찌푸리며 젖은 발을 욕실 밖으로 내민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야! 기다려. 그냥 거기 있어. 씹어뱉듯 말하고 걸어가서 옷 가져온다.) 술 마셨다기엔 알콜 냄새도 안 나고. (...억지 미소 한껏 지어보인다.) 짜증나게 굴지 마, 이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나 말 해.
Ethan Henry:(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발을 도로 욕실에 넣는다. 문 밖에 있던 겉옷을 집어 물기를 쭉 짜내고.)방금 씻고 나온 사람한테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 하여간, 급한 성질머리는 바뀌질 않아. 얀.(미리 물을 짜낸 상하의와 겉옷을 빨래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설마 빨래까지 돌려달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
엘로디 얀-베르트랑:(이 새끼가? 하는 눈으로, 입매만 살짝 웃고 있다. 내가 하는 것도 아니니 상관 없긴 하나, 사람이 기분탓이란 게 있지 않은가.) 아, 네. 그러세요? 뭐어 몇 마디만 더 하면 여기서 주무시고 가시겠어요?
Ethan Henry:(욕실 문을 반 쯤 닫고 네가 가져온 옷을 빼입고는 밖으로 나온다. 생각보다 꽤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는 핏. 네 표정은 가볍게 무시한 채 1층 거실로 걸음을 옮기고.)그건 나중에 말 할 참이었는데, 오늘 신세 좀 질려고.
엘로디 얀-베르트랑:(...) 아... (음, 솔직히. 어이 없어서 말도 안 나왔다.) 사람이라도 묻은 건 아니겠지. 여기 범죄자 출입 금지 구역이거든. 그따위 표정 하고서 신세 좀 지겠다니, 네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지금 나더러 너랑 같은 공간에서 숨 쉬라고? (느리게 한숨 쉰다. 갑자기 사람이 미쳤을 린 없는데.)
Ethan Henry:살인자라느니, 그런 소문 믿고 있는 건가? 걱정하지 마. 널 묻기 전에 내가 다른 누구를 해할 일은 없을 테니까.(말꼬리를 느리게 잡아 끌며 농담 반, 아니면 진담? 같은 이야기를 한다.)침실이 하나 뿐이진 않을 거 아니야. 나름 고귀하신 신분이었는데, 설마 이 밤중에 다시 밖으로 내쫓을 생각은 아니겠고. 인정머리 없이.
엘로디 얀-베르트랑:(거 참 걱정 안 되네. 눈알 굴리면서 비아냥댄다.) 아까부터 자꾸 말 돌린다? 밖에서 무얼 하고 왔냐고. (미안하지만 나름 고귀한 신분이었던 사람 집에도 침실이 하나뿐이라 어쩔 수 없이 너는 대문 밖에서 자야겠다, 걱정 마. 담요는 줄게. 인정머리? 그게 뭐지?)
Ethan Henry: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캐묻지 마. 우리가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잖아.(모순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뻔뻔하고 담담하게 말하고는 침실이 있을 법한 곳으로 걸어간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도 아무것도 안 훔쳐가. 오늘은 딱히 널 해칠 생각도, 시비를 걸 생각도 없고. 그냥 집에만 좀 있겠다고.(말하다 말고 멈춰서서는 바깥을 가리킨다.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창 밖. 시선은 너를 바라보고 있지만 검지는 예리하게도 그 암흑을 노린다.) .. 봤어?
엘로디 얀-베르트랑:(머리카락 짜증스럽게 쓸어넘기고, 말하길 관두었다. 히스테리 부리는 게 한 두번이 아니어야지, 따위의 생각 하면서.) 당연히 그러셔야지. 실례지만 사적인 걸로 말 한 마디 더 거는 순간 창문 깨고 던져버릴 줄 알아. (그리 내뱉고, 고개 돌려 네 손 끝이 향하는 곳 본다.) 무얼, 네 환각?
Ethan Henry:..과격하네, 오늘은 네게 아무것도 한 기억이 없는데.(인상을 찌푸리며 네 얼굴을 흘긴다.)환각이라니. 난 아직 멀쩡하다고.
아. 뭐. 비가 억수로 내리긴 하죠.
그것을 얘기하고 싶은 걸까요?
그러나 헨리의 입에서 나온 것은 조금은 다른 내용입니다.
Ethan Henry:불이 켜진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어.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엘로디 얀-베르트랑: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퀴즈놀이 할 기분 아니거든. 무슨 뜻인데?
순간 헨리의 눈동자가 돌아갑니다.
어디를? 모서리, 혹은 바닥, 혹은 ..
.. 빠른 순간에 두서없이 돌아가던 시선이 다시 당신에게 정착합니다.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귓속말을 하듯이요.
Ethan Henry:좇같아도 같이 있어야 돼. 우리는. (어금니를 꾹 짓누른 목소리에는 한층 무게가 실렸다.)
...자야겠어.
엘로디 얀-베르트랑:(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나열이었고, 이제는 이해하기를 포기했다.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치고 상냥하게 넘어가기에는 제 성질에 안 맞기도 해서 더 캐묻길 포기한 것이다. 불만 가득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해. 나 거실에서 잘게.
Ethan Henry: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인데.(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무작정 네 침실로 향하던 걸음을 멈춘 채 성가시다는 듯한 한숨을 내쉰다.)생각해보니, 네 체취가 묻은 침실에서 자는 것도 그닥 썩 유쾌하진 않겠구나 싶어서.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 들어가. 서로 얼굴 보고 있어서 좋을 것 없잖아 엘로디.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자비롭기도 하시지. (나지막이 웃고 걸음 옮긴다.) 내일 아침까지 네 얼굴 마주하며 시시콜콜한 대화 나눌 일은 없길 바랄게. 앞으론 찾아올 때 구걸이라도 해보던가, 그럼 좀 나아질 것 같다. 그리고 네 일은 알아서 혼자 처리해. (그리고는 휙, 뒤돌아서 마저 걸어들어갔다.)
엘로디 얀-베르트랑:(희미한 불빛 새어나오는 곳으로 걸음 옮겼다. 누구... 아, 이든 헨리. 빌어먹을.)
부엌의 냉장고를 열어보고 있는 헨리가 있습니다.
식재료 하나를 들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배가 고팠던걸까요?
하지만 ...
관찰력 판정
엘로디 얀-베르트랑: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들고 있는 것은 양파 하나입니다.
생으로 먹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나요?
엘로디 얀-베르트랑:(...) (안 보이는 곳에 서서 가만 지켜본다. 무얼 하나?)
Ethan Henry:..(움직임을 멈추고 뒤 쪽에 신경을 쏟는다. 괜히 이 시간에 깨서는. 양파를 도로 냉장고 안에 집어넣고 태연한 얼굴로 너를 마주한다.)잠이 안 오는 모양이네.
엘로디 얀-베르트랑:어, 신경쓰지 마. 원래 불면증이 있었는데 네가 와서 살짝 더 심해진 것밖에 없어. (불면증은 없다. 부러 그렇게 말해두고 냉장고 힐긋 보았다.) 너도 잠이 안 오는 모양이야.
Ethan Henry:(앞의 말을 가볍게 넘겨 듣는다. 불면증이라 성가시겠다는 사소한 생각 정도는 하였으나.)새벽에 배가 고파서. 뭘 좀 만들어볼까 했는데- 됐어.
심리학 판정
엘로디 얀-베르트랑:
심리학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배고파서 ... 글쎄요.
설령 정말 그렇다고 쳐도, 그 이유만 있는 건 또 아닌 듯 합니다.
왜일까요?
마치 이 집을 탐색하러 온 것만 같습니다
적어도 골탕만 먹이려고 당신을 찾아온 건 아닌 듯 해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집 안내라도 해드려야 하나. 아니면 제 집처럼 돌아다니니 굳이 필요 없을까? 솔직히, 그래. 하루정도 집 내주는 건 할 수 있어. 그런데 너 그냥 나 엿 먹이려고 온 건 아닌 것 같아서. 멋대로 굴기 전에 무어든 이야기는 해, 이든. 혼자 쥐새끼마냥 굴지 말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었어. 가볍게 덧붙였다.)
Ethan Henry:이미 거의 다 둘러봤으니 사양하지.(뻔뻔하게 말하며 냉장고 문을 거칠게 닫는다.)엿 먹이러 온 게 아니면 안심하면 될 노릇이지 왜 자꾸 캐묻는지 이해가 안 가네. (흐트러진 옷 깃을 괜스레 정리하고 너를 스쳐 지나간다.)입 아프게 만들지 마. 설명한다고해서 이해해줄 것도 아니면서. 그냥 얌전히 들어가서 잠이나 자지 그래. 내가 네 눈에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지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스쳐 지나는 네 손목 콱 하고 붙잡았다.) 넌 항상 이런 식이지. 이제 지겹지도 않아. 네가 감히 내게 이해를 바라?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고개 살짝 숙여 가까이 하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느릿하게 건네는 어조가 짙다.) 내가 모르는 사이 고작 너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나는 순간엔 그 잘난 목덜미에 흉 내줄 테니까.
Ethan Henry:(힘은 좋아선. 짧은 감상평이었다. 손목을 유하게 빙글 돌려 빼내고는 맨살이 드러난 네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그래, 그래서 내가 네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잖아. 애초에, 네 이해 같은 건 필요 없으니.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넌 그냥 얌전히.. 기다리면 되는 거야.(어깨에 올린 손을 올려 네 부드러운 목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건드린다.)엘로디, 너야말로 내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면 더이상의 자비는 없어. 나는.. 흉 정도로 끝내진 않을테니까.
엘로디 얀-베르트랑:방해할 가치나 있을지 모르겠다, 친애하는 헨리. 어디 한 번 소꿉장난 할 수 있는 데까지 마음껏 해 봐. (불쾌하단 듯 말 뱉고 네 손 쳐내고 먼저 지나쳐 걷는다. 괜히 새벽에 눈이 떠져서야 기분만 더럽혔단 생각 따윌 하면서. 이유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여대는 통에 머리만 아팠다고.)
Ethan Henry:(네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투박한 손에 얼굴을 묻는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한 냄새,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까-)
Ethan Henry:바라는 게 많네. 부엌은 안 태웠으니까 일단 나와.(레어로 구워진.. 아니 아예 핏기조차 빠지지 않은 고기와 다 타서 바스러질 듯한 베이컨을 네 자리 앞에 탁 올려둔다. 반대로 자신의 앞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스프.)
엘로디 얀-베르트랑:(수건으로 머리칼 탈탈...하고서 식탁 노려본다.) 독 탔어?
Ethan Henry:아직. (나이프의 날을 네 쪽으로 향한 채 건넨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입꼬리 끝이 살짝 떨렸다. 아... 혈압. 장수하긴 글렀구나. 보란듯 맨손으로 날 끝을 잡아 받았다. 아, 진짜. 아파!) 아직? (고기 살짝 썰어서 포크로 찍은 다음, 네게 내밀었다.) 먼저 먹어.
Ethan Henry:(어젯밤 이후 굳어있던 입꼬리가 미세하게 피식 올라간다. 누구처럼 자존심은 세서.)..난 고기 먹는 취미 없어서. 모처럼 직접 요리해준건데, 네가 먹지 그래.(포크를 잡아 네 입가에 가져다주며 눈썹을 까딱한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맞다, 그렇지. 네 취미는 고기 먹는 게 아니라 생 귀리랑 풀죽 먹는 거란 걸 잊고 있었네. (몇십 초나 노려보다가 괜히 여유로운 태도 과장했다. 흘러내린 머리칼 살짝 잡고서 여상스레 네가 가져다준 것 받아먹는다.) 음, 축하해. 생애 먹은 것중 가장 끔찍한 맛이네. (욱...)
Ethan Henry:그래, 그게 내 유일한 낙이지. 모양새는 그래도 은근히 맛있으니까.(그것조차 먹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던 시절을 떠올린다. 일주일 만에 먹는 음식이 무엇인들 맛없을까.)다행이네. 내가 의도한대로 돼서. 접시는 깨끗이 비우는 편이 좋을거야.(아직 물기가 남은 머리카락을 제 손가락에 꼬아 빙글 돌렸다가 놓아준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언제고 가장 가난했다고 쳤을 때도 재정 문제로 식사 거른 날이 없었고, 그 마을 출신 치고 미식에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편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제가 그토록 혐오하던 우월감을 얕게 자아내었다.) 비워지긴 하겠지. (쓰레기통을 어디에 뒀더라? 주번 한 번 둘러보았다. 아, 머리카락... 성가시단 듯 보다가 네 앞머리 가지런히 정리해주었다. 일부러...)
Ethan Henry:(이어질 네 행동이 예상이 가는 바. 들고 있던 포크에 다음 고기 한 점을 찍어 가져다 댄다. 머리를 손질하는 손길에는 인상만 찌푸릴 뿐 별다른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으며.)아까운 음식을 버리면 쓰나. 베이컨은 됐고 고기라도 다 먹어. 이따 나가야하니까.(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툭 내뱉듯 통보한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급기야는 거부감이 느껴지는지 살짝 몸 움찔 했다가 순순히 받아먹는다. 거의 씹지도 않은 채로 삼키는 꼴이란...) 개 산책이라도 시켜주려는 모양이야? 정말 기쁘다. (처음엔 정말 기뻤다. 혼자 나간단 말인 줄 알았으니까. 자세히 들으니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에, 비아냥대는 것으로 그쳤다.)
Ethan Henry:..(퍽 웃긴 네 꼴을 보다가 그리 맛이 없는지 다음 고기를 제 입에 넣고는 씹어본다.)...아.(이내 그릇을 정리해 싱크대에 놓으며 입에 넣었던 고기도 뱉어버리고.)그래, 비가 오는 날이라고해서 산책을 빼놓을 순 없으니까. 아무거나 젖어도 되는 옷으로 입어라.
엘로디 얀-베르트랑:(이제서야 한 숨 내쉬고 물만 홀짝인다. 다시는 시키지 말아야지...) 젖어도 되는 옷은 없지만, 글쎄. 드레스나 고급 정장 입어야겠다. (대충 입을 것이다... 비 오는데 나가자니, 짜증내거나 설득해봤자 통할 리 없으니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옷을 골라야 하는 게 전부다.) 빌어먹을 장소는 말 안 해줄 거지? 어디 가는지.
Ethan Henry:드레스나 고급정장이라.. 뭐 좋을대로.(이런 사소한 순간에도 네가 싫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거리감 그리고 이질감.)말했잖아. 산책이라고. 동네 마실이나 가자는 의미였어. 네가 늦잠 자느라 뒹굴거리는 사이 뭐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니까.(중얼거리며 세수하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무어가 어떻게 바뀌었다니. 제게 저 밖은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곳일 뿐이다. 이견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네가 동네 마실 같은 것도 갈 줄 알고. (신기하네. 중얼대면서 드레스룸으로 걸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치면
헨리가 현관 앞에 서 있습니다.
아, 맞아. 그는 어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었죠.
그럼 한 우산에 두 명이 들어가 ... 음
... 그냥 저 놈한테 우산 하나를 던져주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묘한 것이, 욕실에 잠 잘 곳까지 빌렸으면서
우산을 빌려달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네요.
우산은 어디에 두었었나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신발장 옆쪽에...)
하지만 신발장 옆은 텅텅 비어있습니다.
어라..여분용 우산조차 보이질 않네요.
그런 당신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헨리는 문을 열어버립니다.
Ethan Henry:그러니까 젖어도 되는 옷을 입고 오라고 했잖아.
저 인간이 우산을 훔쳤나?
왜? 자기만 비 맞기 싫어서?
엘로디 얀-베르트랑:(고개 들어 천장 보았다. 무교지만... 아, 신이시여...) 그래서 대충 입고 왔잖아? 네 취미 중에 비 맞는 것도 있을 줄은 당연히 몰랐지. (정말 끔찍하다. 문 밖으로 발이 안 떨어지고... 우산의 행방을 물어봤자 쓸데없을 것이 뻔했지만.) 이거 다 어디갔어?
Ethan Henry:대충...(어이없다는 눈초리로 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더니 혀를 찬다.)그걸 왜 내게 묻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따라나오기나 해.
엘로디 얀-베르트랑:(또다시 같은 대답으로 돌아온다. 절절한 설명은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너는 내게 항상 최악인 사람이었고, 언제까지고 끔찍한 사람일 것이 자명했다. 눈 꾹 감고 돌아 나왔다. 네가 스쳐지난 자리를 지나듯 보다가.)
Ethan Henry:..(가게에서 나와서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점점 더 거세지는 빗줄기. 어두워져가는 하늘. 그 뿐이다.)밤늦게 나돌아다녀서 좋을 것 없지. 한 군데만 더 들리자.
엘로디 얀-베르트랑:마음대로 해. (편의점이지... 빗물에 적셔진 눈꺼풀 때문에 앞이 흐리다.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Ethan Henry:(한 마디 말도 없다. 그저 그런 네 모습을 바라보다가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줄 뿐. 비에 젖은 생쥐꼴을 한 두 명이라. 이제 어느 쪽이 생쥐새끼인지 구별을 못하게 됐으니 득일까.)
d. 편의점
Kp:'학교 정문 기준 오른편에 위치하는 모 기업의 편의점입니다.
1+1 제품을 선전하는 홍보지들이 잔뜩 붙여져 있어 내부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문 옆에는 아이스크림 가판대가 있으며,
그 옆에는 ATM기가 서 있네요.
아이스크림 가판대는 ... 엥? 텅 비어있습니다.
이상하지요. 장사를 망치려는 걸까요?
Kp:TM기는 오류가 났는지 제대로 화면이 뜨질 않네요.
주인은 이런 걸 고치지도 않나봅니다.
헨리는 편의점을 슬쩍 보더니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내려다보네요.
정신력 판정
엘로디 얀-베르트랑:
정신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비를 많이 맞았더니 찜찜합니다.
약간의 불쾌감 그리고 고약한 냄새들.. 그 뿐이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홍보지가 잔뜩 붙어있다. 아까부터...) 안 들어갈래.
Ethan Henry:드디어 이성적인 판단을 했네. 언제까지 좋은 머리두고 멍청하게 굴지 궁금했는데. 다행이야 얀.
엘로디 얀-베르트랑:걱정 고마워, 이든. 덕분에 좋은 경험도 하고. (발 아래에서 얕게 물이 찰박였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네.) 동네 마실은 잘 했어? 네가 보고 싶었던 게 이따위 꼴이었던 건지.
Ethan Henry:다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겠지. (세심하지 못하게 고인 웅덩이를 밟자 피어오른 물줄기가 네 다리에 튀긴다.)내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니야. 네게 보여주고자 했던 거지. 그럼 되려 물어야겠네. 어땠어, 오늘 동네 마실은.
엘로디 얀-베르트랑:(아래 한 번 내려다보고 고의적으로 거리 좁혔다. 숨만 쉬어도 목소리가 닿을 거리.) 친절도 하셔라. 소감 묻는 타임인가? 난 네가 드디어 날 죽이려는 작정인가 했지. 이게 죄다 무슨 일인지 말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론 이제 더이상 못 버티겠으니까.)
Ethan Henry:질문 받는 것 보다는 하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라. 알고 있지 않아? 베르트랑.(축축한 옷의 끝 소매를 만지작거리다가 성가시다는 듯이 덧붙인다.)걱정하지마. 네 말마따나 널 죽이는 건 내 일이잖아. 다른 방식으로 죽게할 수는 없지. (무언가를 말해줄까 해서 입술을 달싹였으나 결국 다시 꾹 다문 채 네 옆을 지나간다.)갈 곳이 있어.
엘로디 얀-베르트랑:(벌써 몇 번째나 되었다. 네 뒷모습 바라보다 따랐다. 정말 싫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싫지 않은 적 없었다고... 깊다 못해서 저 끝까지 파고드는 감정이다. 종래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여기서 제대로 살아있는 건 우리뿐이야. 이유는..글쎄. (설명 해봐야.)여기서 천년만년 살 생각은 아니겠지.
엘로디 얀-베르트랑:(...아무리 불신해도, 그게 거짓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그러진 세계라니, 영 머리에 박히지 않는 단어였다.) 당연히 아니지. 어떻게든 해결 가능한 문제라면. (눈 찡그리고 널 바라보았다. 도대체 언제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걸까.)
Ethan Henry:이쯤이면 설명은 됐겠지. 내가 할 말은 이 정도야. 내 집은 이 모양, 나갈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사실, 할 말은 많긴 한데, 네가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아서. (물기 가득한 머리를 세차게 손으로 털어버리고는 입술을 꾹 문다.) 이 정도로 하지. 오늘은.
엘로디 얀-베르트랑:(사실이다. 혼란하다 못해 이지러져서,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네가 저를 지나치기 전에 먼저 몸을 돌려 걷는다.) 나가 죽어, 이든. (진하게 건넨 한마디. 그게 전부였다.)
Ethan Henry:... ...네가 죽기 전엔 죽을 생각 없는데, 난 아직 목표가 있어서 말이야.(뒤돌아 걸어가는 네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뒤따라가지는 않았다. 생각할 것이 많았으니까.)
당신은 집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머릿속이 어지럽습니다.
세계라고 믿고 살았던 공간이. 당신이.
점차 무너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오늘은 밖에서 비 맞으며 잘 생각인가 봐? 기뻐라. (뒤도 돌지 않은 채, 계속 걸으며 뱉는다.)
Ethan Henry:누구랑 더 붙어있다가는 정말 죽을까봐서 말이지.(네가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중얼거리며 제 집 앞에 걸터앉는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아직 제대로 정신이 들지 않는다. 휘청이며 일어서서 벽 짚고 간신히 문 열었다.) 어떤 이벤트인데, 또.
문을 열면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비록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다 젖은 채로 서 있겠죠. 밤새 비를 맞았을 겁니다.
Ethan Henry:..건물 하나가 새로 생겼어.
하루 아침만에 말이지.
그가 가리킨 곳에는 흰색 건물 하나가 보입니다.
이상하게 건물만은 멀쩡히 보입니다.
특별히 신축 건물로도, 낡은 건물로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건물.
분명 당신도 처음 봅니다.
세상이 멸망하니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 ...
아, 순간 머리가 멍해집니다.
방금 뭐라 했었죠?
상기하면 안 되는 기억을 떠올린 기분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울렁거려...) 그래서, 가보자고? 저게 무언 줄 알고.
Ethan Henry:그럼, 가만히 있자는 말은 아니겠지. 침묵은 아무런 도움도 안돼. ...게다가.. (설명할 시간조차 없다. 언제나 생각하듯, 네가 그것을 이해해 줄 것도 아니기에. 아무 말 없이 손목을 채어 잡고 건물 쪽으로 성큼 걸음을 내딛는다.)사라지고 싶은게 아니라면 움직여.
엘로디 얀-베르트랑:(잔뜩 찌푸린 얼굴로 걷는다. 걷는 건지, 그냥 끌려가는 건지. 피곤하단 생각이 가장 컸다.)
(...나랑, 이든 헨리 이야기. 대강은 짐작이 가능했다. 누군가의 소행일까 했더니. 하지만 이게 가능이나 한 건가...) 알고 있었어? 이거.
...가상현실.
Ethan Henry:(뒤에서 묵묵히 글을 읽다가 네가 읊조리자 시선을 돌렸다.)
엘로디 얀-베르트랑:(하... 종이 끝 살짝 구겨졌다.) 그럼 이게 현실이 아니란 거지? 이든. 너도 진짜긴 해? (가상이래도 아쉬울 건 없지만. 이어 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불쾌함 때문에 헛구역질을 할 뻔했다.)
Ethan Henry:적어도 사라지고 있는 것들은 현실이 아니겠지. (담담하게 말하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중, 이어진 말을 듣고 표정이 확 구겨진다.)넘겨 짚지 마. 가짜 취급을 받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지. 적어도 너에겐. 난 이곳을 나갈 방법을 찾고 있어. 그러니까, 어제 말한 대로 넌 얌전히 따라오면 되는 거야. ..모든 건 내가 알아서 해.(쓸데없는 책임감, 있지도 않은 위선. 그리고 같잖은 희망. 젖지 않은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축축한 옷자락을 지분거리다가 혀를 찬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손 끝을 꾹 쥐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가 보고 있는 이 가짜 현실이라도 놓칠 것만 같아서.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겠지. 넌 너 혼자 전부 탐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니까. 설령 목숨이 달렸더라도 다를 바 없구나? 아니,
외려 목숨이 달렸기 때문에 더 그런가. (옅은 비소 자아낸다. 답 듣지 않고 영상 1 쪽으로 눈길 돌렸다.)
흐릿한 영상이 허공에 떠 있습니다.
가끔씩 끊기긴 하지만,
집중한다면 그 내용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네요.
영상 속 공간은 ... 익숙합니다.
당신의 동네예요.
다만 지금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무너진 건물, 울고 있는 사람들, 불타는 학교 ...
말 그대로 '멸망한 세계' 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괴물의 머리, 여러 개의 다리가 달린 괴상망측한 동물들이 있습니다.
아니, 저것은 동물이 맞나요?
자의로 움직이는 것 같으니 사전적 의미로는 그리 생각할 수 있겠지만.
...
그들은 사람을 무자비하게 공격합니다.
팔을 물어뜯기도 하고,
얼굴을 반쯤 씹어먹기도 하고,
흘러나온 내장과 실시간으로 터져 나가는 액체들이 선명합니다.
... 속이 좋지 않아요.
이것이 '진짜 세계'인가요?
멸망했다더니. 말 그대로, 이런 것들인가요.
그리고 순간 당신이 스쳤던 것 같습니다.
저 괴물의 발끝에 가슴팍이 스치고, 터진 상처의 고통에 못 이겨 쓰러지는 모습까지.
.. 영상은 다시 처음부터 재생됩니다.
Ethan Henry:.. (목숨이 달린 상황.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금 설명하면 네가 이해해주기라도 하나. 되려 네 손에 죽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했다 . 번거로워, 성가셔. 짜증나. 비를 맞은 것과는 관계 없다. 단지 다시 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밖에서 잠을 지새웠을 뿐이고- 너를 믿지 못해서 혼자 비밀을 간직했을 뿐이다. 신뢰, 우리 사이의 믿음을 얄팍하게 갉아먹은 것은 불신이 아닌 증오일 것이다. 믿음에도 믿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인 감정.)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단지 영상을 보는 네게서 멀어져 혼자 건물을 방황할 뿐)
엘로디 얀-베르트랑:(내쉬어지지 않는 호흡을 간신히 고르고, 영상 2를 보았다. 상황이, 그리고 제 앞의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증오스러워 보였다. 너와 내가 대화할 때에는 이해라는 단어를 서로의 머릿속에서 뽑아내버려야만 할 것이다. 애초에 가능과 시도조차 불가한 것이니까. 이 관계를 이루는 건 말마따나 통상적인 감정이나 무언의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그건 확실하다.)
흐릿한 영상이 허공에 떠 있습니다.
역시나 집중한다면 내용을 알아볼 수 있어요.
다만 배경은 첫번째 영상과 조금 다릅니다.
더 깔끔하고, 사람들이 많고, 기계 선들이 얽혀 있으며,
... 그래요. 마치 '실험실'같은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두 실험대에 누군가가 올라 있습니다.
예상대로 당신과 이든 헨리입니다.
그래요, 그 자식들이, 세계를 잡아먹어놓고 동료를 증축하겠다고 마침 부상당한 당신과..
또 어디선가 부상을 당했을 그를 끌고 온 모양이지요.
영상은 지직거리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본 것 같습니다.
그대로 연구원들이 나가고 몇 초 뒤,
그가..움직였던 것 같은데.
음, 영상은 다시 처음부터 재생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몇 번이나, 어쩌면 몇십 번이라도. 그저 바라보았다. 영상에 담긴 화면을 모두 외우고서도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현실은 분명 이쪽인 것만 같은데, 이질감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그것보다 조금 더 깊은 기분이었다. 예술 운운하기에도 너무 멀리 와버렸다. 세계는 예술 따위가 아니기 때문에. 일 초라도 놓치면 큰일난단 듯 그 눈은 계속 영상을 응시한다.)
Ethan Henry:(주변에 건질만한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그런 네 뒷모습을 살폈다.)정신차려. 그깟 영상에게 시간 뺏길 일 없으니까. 직시해 엘로디. 분명 현실은 영상이겠지만, 우리는 이곳에 존재하고 있어. 그러니 지금은 이 공간에 있어야만해. 지금 두 발로 밟고 서 있는 곳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야. (구차한 설명이다. 어느덧 말라가는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고는 네 어깨에 손을 올려 힘을 실었다.)낭비할 시간 없어. 움직여. 저런 건.. 무시해도 되니까.
엘로디 얀-베르트랑:어떨 때는 말이야, 가끔. (네가 나랑 다른 세계에 발 디디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는 속삭임보다 작았다. 시선 내렸다가 가까스로 발 돌린다.) 가르치려고 들지 마. 특히나 너는... 명령조 같이 들려서 싫거든. (제 어깨에 올려진 손 건조하게 보더니, 곧 신경 끄고 계단으로 걷는다.)
Ethan Henry:설마, 고귀하신 네게 명령을 하겠어.(한껏 꼬아말하는 투는 비아냥을 물씬 풍겼고 불쾌한 표정은 이제 숨길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풍겨오는 역겨운 냄새. 아, 분명 이 냄새는 우리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물처럼 유유하게. 영원히)
Ethan Henry:물건이 이 곳에 안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 지하로 가야 하는 것 같지.
엘로디 얀-베르트랑:그걸 찾아서 부수면, 목숨값 대용이 된다고?
Ethan Henry:그래. 이 습습하고 음침한 곳에서 나갈 방법은 생겨서 다행이야.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니.. 기다리길 잘했어.(시선을 낮게 깔며 중얼거리고는)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럼 가지, 지하로.
Ethan Henry:(또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굳은 결의가 선 듯 계단으로 발을 딛는다.)
딱딱한 돌 계단에 발 끝이 닿으면,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듭니다.
누가 계속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 지켜보고 있겠죠.
그러니 망할 연구원들이 세계를 바꿔놓았겠지.
아무튼, 당신은 그와 함께 무한한 듯한 계단을 내려갑니다.
-
이어지는 침묵
둘 중 누구도 말이 없습니다.
정리할 생각이 많기 때문일까요.
-
가상현실에서 빠져나간다면,
우리는 멸망한 세계에서...
-
무엇을 할 수 있죠?
-
그래도 양심은 있었나,
얼마 있지 않아 지하가 나타납니다.
어두운 곳.
그 중 두 개의 조명 아래,
각각 하나씩의 물건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것을 목숨값으로 친다고 했으니,
이 중 하나만 망가뜨리면 여기서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겠네요.
진짜 목숨이 날아가지 않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
죽으면 현실의 본인은 어떻게 될지 예상이 안 가기도 하고요.
-
하나는 당신의 유구한 과거가 담긴 조각칼
다른 하나는 그가 늘 손목에 차고 다니던 다 녹슨 시계입니다.
자, 그렇다면 누구의 물건을 부술건가요?
사실 이 또한 본인의 분신이나 다름없으니,
죽지는 않더라도 실제 본인에게 해가 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렇게 가만히 걸어가서... 네 시계 바라본다.) 얼마나 소중해?
Ethan Henry:..이미 녹슬었어. 초침도 없고. 사람 손의 때만 탄, 아무런 가치도 없는 시계.(그럼에도 소중했다. 팔아봐야 돈 한 푼 나오지 않겠지만.) 내 목숨보다는 소중하지 않겠지. (하지만 너의 목숨과 견준다면, 그 가치는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시계와 너의 목숨. 둘을 한 저울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사실부터가.. 이것이 너와 나의 관계라는 말이겠지.)
반대로 묻지. 그건 네게 얼마나 소중하지?
엘로디 얀-베르트랑:얼마나? 그걸 질문이라고. 헨리, 잘 봐. 너는 지금 내 유년을 들고 있어. 내가 자라온 기억을 죽일 기회를 가지고 있지. (네 시계 손으로 쓸어보았다. 항상 네가 차고 있던 것. 몇 번, 아니. 한 번만 떨어트려도 그 낡은 유리면이 깨쳐버릴 것 같다.) 말릴 생각 없으니까 하고싶은 대로 해. 나도 멋대로 굴 거거든, 친애하는 이든.
Ethan Henry:...재밌네. (너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유년 시절을 함께 했으나 살아있는 추억보다는 낡은 물건을 더 소중히 여기는 걸까. 우리의 유년은 조명 아래 있지만, 서로의 옆에도 있었다. 한 공간 아래 놓인 네개의 유년. 그럼에도 우리가 고르는 것은 결국 다 헐었을 뿐인 사물. 퍽 웃긴 일이었다. 조명 아래 놓인 네 조각 칼을 잡아 들어 손가락으로 날을 쓸어 보았다.)..네 과거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날이 서있네. (검지 손가락에 실처럼 맺힌 핏방울을 보고는 중얼거리길.)난 항상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너도 그랬겠지만, 그러니 마찬가지야. 하고 싶은대로 해 얀. 나도 오늘만큼은 제멋대로 굴어야겠으니까. (맨 손으로 칼날을 잡아 그대로 힘을 준다. 빗물과 섞여 흘러내리는 선홍빛 혈. 그리고 뒤를 잇는.. 칼날이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
엘로디 얀-베르트랑:(그 소리에 눈가가 움찔했다. 나지막한 붉은 선과 스러진 칼날. 너는 내 유년이었지만, 나는 내 기억의 한 귀퉁이만을 사랑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조차 네 손에 사라져 없는 것이 되었다. 추잡하리만치 끔찍하게 느껴지는 과거를 붙잡고 살아야 했다. 그 물건은 결국 네 존재로서 의미있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 너밖에 없다. 얼마 가지 않아 죽고 싶을 만큼, 침몰된 과거 잔재가 그리웠다.) 언제나 날이 서있지. 누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네 시계 떨어트리고, 발로 짓밟는다. 곧이어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음이 났다.) 이제 네가 내 마지막 과거야, 이든. 기쁘게 받아들일 거지? 남아있던 내 유년을 방금 죽인 게 너니까. (가장 지옥 같은 과거 하나만 남았다. 이제... 제 머릿속에 있는 기억은 온전히 과거로서 존재하기에 너무나 단편적이고 혼란하기 때문에. 증거물로서 남은 네가 제 어린 삶 편재의 종래인 것이다.)
Ethan Henry:(제게 있어 유일한 사치품. 이미 다 녹슬고 망가져버린 손목시계. 그것이 망가지는 것을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바닥에 흐트러진 유리 파편들은 온전한 나의 소유인 유일한 물건이었다. 이제 제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독한 악취가 풍겨오는 엘로디 얀 베르트랑. 너라는 편린을 제외하고서는. )아슬아슬하네. 네게 남은 마지막 과거가 부디 끝까지 남아있길 바라지. (이것은 단지 .. 단지 그저 뱉어본 의미 없는 말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일테니까. 이제 눈을 감았다 뜨면 현실일 것이다. 잃고 싶지 않아. 그것이 끔찍하게 환멸나는 너라도. 나 또한 내가 가진 유일한 과거를 놓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패배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이 곳은 밝기 때문에 우리의 체격이나 머리스타일이 원래 연구원과 다름을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 몸을 숨기고 있던 그 때 문득 소리가 들려옵니다.
연구원:야, 3층에서 뭐 경보음 울리지 않았었냐?
-
연구원:몰라. 금세 끊겼던데 ... 그런거면 별 거 아닌거겠지. 지금까지 울렸다면 모를까. 신경 꺼도 될걸?
엘로디 얀-베르트랑: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4, 18, 54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 우리들이 끈을 풀어냈을 때 울렸던 경보음을 말하는 것이겠죠?
깐, 그들은 아무래도 별 거 아닌 해프닝으로 여기나본데 ...
만일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게 만든다면요?
가령 경보음을 계속 울린다던가?
아니면..
다시 뛰어서 지하나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음...) ...정문으로 가?
Ethan Henry:별일이네. 나한테 묻고. 내가 어느 한 쪽으로 가자고하면 들어줄 의향은 있나. (주변을 경계하며 미간을 구긴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목숨이 걸렸을 땐 좀 다르지? 일단 해 봐.
Ethan Henry:(어느쪽이 나을까. 글쎄, 아무리 좋은 머리를 돌려봐야 완벽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상이 심한 몸으로 돌아다니느니 한시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테고 만일.. 무언가 알고 싶다면, 그러니 조금 더 나은 세계를 원한다면 알 수 없는 탐험을 다시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고민 후에는 짧은 답을 내놓는다.)내 초침은 멈췄으니 네가 움직여보지 그래. 결정을 떠넘기지 말고. 다만, 책임은 함께 져줄테니 어떤거든 네 멋대로 해도 좋아.
엘로디 얀-베르트랑:(...더 나은 세계 따위의 거창한 칭호 바란 적은 없으나 결정의 방향은 조금 달랐다.) 지하로.
Ethan Henry:(의외라는 듯한, 조금은 황당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으려나. 이기적인 너 답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이유에서 나왔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으니.)
Ethan Henry:(차가운 철문 위에 손을 올린 채로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뜬다.)여기까진가보네. 이유나 들어볼까. 지하실로 오는 길을 선택한 네 이유.
엘로디 얀-베르트랑:다시 이 일이 반복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뭔가 중요한 게 있다면 훔쳐온다거나. 솔직히 별 거 아냐, 감이라고. 너랑 다시는 이전 같은 상황 겪기 싫거든...
Ethan Henry:..이런 찝찝한 결말을 맺고 싶지는 않았는데.(한껏 찌푸린 표정으로 지하실 문을 바라보다가 주먹으로 철문을 내리친다. 당연히 아픈 것이 제 쪽이었지만 그런 감각보다는..)네가. 내가. 뭘 놓쳤을까. 결국 잃었네. 모든 것을. 그리고나서 얻은 건.. 너인가.(너와 나 그 사이의 고약한 악취. 끔찍한 기억 그리고 악몽.)
엘로디 얀-베르트랑:천금을 바치고 쓰레기를 얻었네. (운이 얼마나 나빴던 거야, 나.) 희망적인 말을 하기에는 오늘 특히나 기분이 더 유쾌하질 못해서, 미안하게 됐어. (쓰레기. 철창만 노려보다 중얼인다.) 네가 조금 더 너같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Ethan Henry:나답지 않은 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 (네 얼굴에 묻어난 피를 손등으로 마무리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시원한 비를 맞고 싶어. 이 불쾌한 피가 씻겨나가도록. (손이 아프도록 주먹을 쥐고 하지 못할 말들을 뒤로 삼킨다.)언젠간, 다시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지. 알 수 없는 시간을 기약하는 건 이제 지겹지만..(굳게 잠궜던 문을 열고 정문 쪽으로 걸어간다.)뛰어서 나가. 따라갈테니까.
엘로디 얀-베르트랑:(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네 손등에 번져난 피 보다가 작게 말했다.) 평생 씻겨나가지 않을 테지만, 껍데기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철문으로부터 물러서서 발 디뎠다.) 알아서 잘 나와. 안 와도 그냥 죽으라고 두고 갈 거란 건 알겠지. (뛰어나갔다. 피곤해...)
Ethan Henry:모르지 않지.(하.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는 철문 쪽을 뒤돌아본다. 영원히 씻기지 않을 찝찝함이 마치 너와 나의 관계 같다고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