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레트]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1975°F 2022. 6. 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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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당신은 몇 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끕니다.
 
문득 깜빡인 눈꺼풀 위로 폐공장 창고의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엘렌이 고요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
 
2020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일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엘렌은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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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당신은 잠든 엘렌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봅니다.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수면을 취하던 그의, 야트막한 얼굴 그림자 사이로, 잔뜩 구겨진 표정이 보입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그가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그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죠. 깨우는 게 좋을까요?
 
아트록스 벨리움:(가만히 보다가 어깨 톡톡 쳐 깨운다.)
 
당신은 잠든 엘렌을 깨웁니다.
 
몸을 한 차례 움찔이며 잠에서 깨어난 엘렌은 멍하니 당신을 바라보다,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지금이 몇 시지?
 
엘렌은 당신에게 대뜸 시간을 묻습니다.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아트록스 벨리움:정오... 조금 전이에요.
 
디레스타 엘렌웰:...왜 깨웠어? 피곤해?
 
아트록스 벨리움:(,,.) 악몽을 꾸는 것 같아서요. 그냥...
 
디레스타 엘렌웰:(그 말 듣고는 멍한 눈으로 공연히 네 머리카락 쓸어내린다.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그래. 오히려 잘 됐네. 보초는 내가 설 테니까 눈 좀 붙여.
 
아트록스 벨리움:(닿는 손에 눈 움찔 감았다 뜬다.) 그럴게요. ...시간이 되면 깨워주세요.
 
디레스타 엘렌웰:응. 사랑해, 아트. ... (습관처럼 읊조리며 다정하게 웃는다.)
 
엘렌은 자리를 펴고 누운 당신을 느릿하게 응시합니다.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당신은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아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이만 일어나.
 
아트록스 벨리움:(눈 깜박... 하다가 벌떡 일어난다. 주변 느리게 둘러보고.)
 
당신은 엘렌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엘렌은 가방에서 마른 빵과 사과를 꺼내 당신에게 건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배라도 간단하게 채워.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하니까.
 
아트록스 벨리움:(...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어제 저녁에 먹고 자서... 움직일 거면 지금 바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내 정신 차리고, 작은 목소리로.)
 
디레스타 엘렌웰:(...잠시 정적.) 그냥 받아 둬, 아트. (네 품에 사과와 빵 떠안겼다. 그리고 네 팔을 끌어 큰 보폭으로 창고를 벗어난다.)
 
아트록스 벨리움:(받은 것 가방에 욱여넣고... 조용히 따른다.)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엘렌은 숨을 죽인채 조심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기준치: 70/35/14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이 한 발을 내딛자 당신의 발치에서 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런, 미처 발 밑의 과자 봉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좀비 두마리가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아...!)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어쩔래? 사실 나는 네가 좀비와 악전고투 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어깨 미약하게 떠민다.)
 
아트록스 벨리움:(일그러진 낯으로 너 한 번 돌아보고, 입 연다.) ...제가, 가서 발악해봤자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말 끝에 미약한 원망이 서린다.) 도망가요, 엘렌. (제발. 좀비로부터 억지로 시선 돌려 네게 맞춘다.)
 
디레스타 엘렌웰:살고 싶으면 죽이고 살아남으면 되잖아. 겁이 나, 아트? (이질적일만큼 가벼운 투. 네 어깨를 감싸고서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다. 아무리 봐도 네가 죽길 바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트록스 벨리움:(...그래도 사람이었잖아요, 전에는. 변명 같았고 실로도 그랬다. 제 목숨 부지란 열망 앞에 죄책 따위는 고개도 못 든다. 감싼 어깨 아래로 미약한 떨림이 전해지리라고... 흐르는 시간에 고개 돌려 제 앞 좀비들로 시선 향한다. 짧은 칼 하나로 무얼 어떻게 하라고.) (...좀비들이 다가올 때, 어설프게나마 칼 휘두른다. 죽이려고 한다기보단 자기방어에 가깝게.)
 
아트록스 벨리움:
근접전(격투)
기준치: 25/12/5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벨리움의 칼은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좀비:
근접전(격투)
기준치: 30/15/6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가까스로 좀비의 공격은 벨리움을 스쳐 지나갔고, 이윽고 상황은 더욱 위태롭게 흘러갑니다.
 
엘렌웰은 저 멀리에서 상황을 관망하고만 있어요.
 
다시 좀비가 덮쳐옵니다.
 
좀비:
근접전(격투)
기준치: 30/15/6
굴림: 32
판정결과: 실패
 
공격은 다시 비껴갑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이런 근접전에 익숙할 리 없었고, 그냥 되는 대로 휘두르는 게 전부였다. 저를 보고 있는 이는 언제나 관조자였고, 동시에 가장 깊은 원인이었다. 한 번 더 칼날 휘둘렀다.)
 
아트록스 벨리움:
단도
기준치: 25/12/5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
 
지이익.
 
벨리움의 단도가 좀비의 살갗을 가르며 지나갑니다.
 
좀비 1 체력 -1.
 
한참 무의미한 접전이 이루어집니다.
 
가만 서서 상황을 보던 엘렌이 다가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지루하네, 아트... (권총 꺼내들어 몇 발 쏜다.)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탕. 탕. 탕.
 
다시 또 몇 발.
 
디레스타 엘렌웰: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권총
기준치: 60/30/12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한 발 명중, 데미지 6. 좀비 1이 쓰러집니다.
 
권총 끝에서 연기가 납니다.
 
그리고 이윽고, 저 멀리에서 좀비 달려오는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가자. ...재미 다 버렸네. (당신 손목 억세게 잡아끌었다.)
 
손을 타고 흐르는 좀비들의 피, 사방에 흩뿌려진 썩은 살점들...
 
당신과 엘렌은 그 자리를 점차 달려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손에 이끌려 잘 모르는 곳으로 뛰고, 뛰고, 또 뛰어서...
 
이내 뻥 뚫린 흙길과 초원을 마주합니다.
 
디레스타 엘렌웰:(힐끗 뒤 돌아보더니, 숨 얄팍하게 고르고.) ...다 따돌렸어, 아트. 네가 좀 더 잘했더라면 이러진 않아도 됐을 텐데, 응? (그런 말 던지며 또 버릇처럼 웃는다.)
 
아트록스 벨리움:(호흡 가다듬고, 손에 자국 남을 만큼 꾹 쥐고 있던 칼날과 제 손의 피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눈은 가라앉고, 목소리는 흔들린다. 제 손목 쥐고 답했다.) ...죄송해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들이 너무... (약하지 않았다고. 끝말 삼킨다. 그제서야 주변 둘러보았다.)
 
엘렌은 건조한 시선으로 당신을 겨누어 보듯 하더니, 이내 손목을 놓아 버립니다.
 
눈 앞에는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라고 적힌, 핏자국이 말라 붙어있는 간판이 새벽어스름너머로 보이고요.
 
디레스타 엘렌웰:...가자. 곧 동이 틀 테니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해.
 
아트록스 벨리움:(...) 머물 곳이 있을까요.
 
디레스타 엘렌웰:있어야 해. 안 그러면 너랑 나는 전부 죽을 테니까. (앞서 마을로 향한다.)
 
아트록스 벨리움:(지친 눈으로 간판 보다가, 따라 걸었다. 빈 집이라도 있을까.)
 
마을
 
당신과 엘렌은 마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엘렌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디레스타 엘렌웰:(눈길로만 힐끗 네게 신호 준다. 이번에도 먼저 주택으로 향하고.)
 
아트록스 벨리움:(뒤이어 주택으로 향한다. 운이 좋았나...)
 
당신과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세개의 방, 그리고 [주방] 이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도끼 살핀다. 건들지는 않고 눈으로만.)
 
꽤나 큼직한 손도끼 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눈가 살짝 찌푸리고 챙기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두었다. 이어진 주방으로...)
 
냉장고는 텅 비어있고, 검게 변한 핏자국으로 더러워진 식탁과 조리대 위에는 식칼과 쇠톱이 놓여 있습니다.
 
쇠톱의 날 사이사이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살점들이 굳은 피와 엉겨 붙어있습니다. 주방 구석에 놓인 큼직한 검은 쓰레기통에선 악취가 풍겨오네요.
 
아트록스 벨리움:(...대강 짐작 가는 바가 있기는 했다. 정체 불명의 살점과 쓰레기통 안의 무언가를 유추할 수 있을까?)
 
아트록스 벨리움: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익숙한 냄새입니다. 당연하게도... 사람의 시체, 그리고 그 부산물이겠네요.
 
아트록스 벨리움:(몇 번이나 봐왔고, 길에 널린 게 시체라지만 여전히 익숙해지기는 글렀다. 더 볼 것이 없다면 다시 거실로.)
 
벨리움은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아트록스 벨리움:(첫 번째 방부터... 들어가 살핀다.)
 
이 방은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인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책장 훑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있을까?)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그중 반쯤 덜 꽃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아트록스 벨리움:(바이러스와 관련이 있는 내용... 책등 가볍게 쓸어보다가 책상으로 눈 돌린다.)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작은 보라색 향초와 [메모패드],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메모패드는 작성된지 꽤 오래 되었는지 먼지가 쌓여 있네요.
 
아트록스 벨리움:(손수건으로 먼지 쓸어보고, 메모패드 본다.)
 
낡은 메모패드에는 구겨진 종이뭉치들이 껴 있습니다.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네요. 종이뭉치 곳곳에는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구겨진 종이뭉치를 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나?)
 
아트록스 벨리움: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오
 
아트록스 벨리움:(다음 장도 있나... 페이지 넘긴다.)
 
아트록스 벨리움:(페이지 넘기고...) (도움이 될까.)
 
아트록스 벨리움:(끝까지 읽고, 넘겼다. 증상에 관한 관찰일지 정돈가...)
 
아트록스 벨리움:(넘긴다. 여기 살았던 가족인 모양인데.)
 
아트록스 벨리움:(다시 넘겼다. 꽤 기네...)
 
아트록스 벨리움:(...절절하네. 또 넘긴다.)
 
아트록스 벨리움:(후자의 식량이라면 필시 사람. 넘긴다.)
 
아트록스 벨리움:(제시, 벨, 쟝, 카샤 리센. 노트를 챙겼다. 안타깝게도 유감은 없고. 액자 바라보았다. 그 가족일까?)
 
당신은 액자를 들어 사진을 보았습니다. 단란한 가족의 사진이네요.
 
당신이 유추한 대로, 그들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방 한 번 둘러보고, 나온다. 사람이 없는 건 맞네...)
 
벨리움은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향할까요?
 
아트록스 벨리움:(두 번째 방...)
 
방 문이 뻑뻑하게 닫힌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힘을 주어 열어볼까요?
 
아트록스 벨리움:(힘 주어 열어본다. 사람이 없어진 지 오래 되었나.)
 
몇번의 시도 끝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문이 열리자….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아, 아까 가족사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아트록스 벨리움:(...!)
(확... 닫는다.)
 
아트록스 벨리움: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쾅!
 
좀비들이 당신을 덮치기 전 당신은 황급히 문을 닫았습니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그 소리를 듣고 거실 반대편에서부터 엘렌이 다가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뭐야?
 
아트록스 벨리움:이 안에... 좀비가 있어요. 여기에 살던 사람들인 것 같아요.
 
디레스타 엘렌웰:(잠시 유심히 소리 듣더니.) 그럼 잠구는 게 좋겠네. 아까 난장판은 충분히 봤고.
(서재에서 의자 가져오더니 문고리 사이에 비스듬히 세웠다.)
 
엘렌이 의자를 끌어오자, 문 틈새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소리가 새어나가다 곧 끊깁니다. 이걸로 당분간은 안심할 수 있겠네요.
 
아트록스 벨리움:(그제야 조금 숨 돌린다.) ...방을 적당히 둘러보고 올게요. 당신은 잠시 쉬기라도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디레스타 엘렌웰:싫어. (네 허리춤에 팔 두르고는 느릿하게 기대 온다. 제 쪽으로 네 몸을 강하게 당겼다.) 다른 방은 전부 확인했나? 마지막 방은 같이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트록스 벨리움:(익숙한 접촉. 그런데도 매 순간 낯설었다. 구태여 시선 주지 않고 세 번째 방으로 향한다 맞은편. 네 팔 살짝 건드려가며 풀려고 하고.) ...네, 그럼 원하는 대로 하세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잠시 침묵하더니 방 문 열었다.)
 
디레스타 엘렌웰:(저항이 느껴질 때마다 구속은 더욱 단단해진다. 네 손아귀를 꾸욱 쥐었다.) 벨리움, 바르작대지 마. (방에 들어가는 것도 잠시, 움직임이 거슬린다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짧게 읊조렸다.)
 
세 번째 방은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합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엘렌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단단하게 잠굽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오늘은 여기서 묵어도 되겠네. 아트, 짐 풀어. (눈짓.)
(잠긴 문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 끄덕였다. 좀비가 또 있지는 않겠지. 피곤했다.)
 
디레스타 엘렌웰:(...빠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하는 낯 하다가. 네 어깨 툭 밀쳐 침대 위로 무너트린다.) 하하, 지금이 재난 상황이라는 게 아쉽네. 그렇지? (괜히.)
 
아트록스 벨리움:(버틸 힘 없이 침대로 쓰러진다. 녹색 눈 보다가, 몸 일으켰다.) ...상황에 집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엘렌. (오늘 쓸데없는 데 신경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해서...) 이만 불은 끌까요. 피차 피곤할 텐데.
 
디레스타 엘렌웰:고지식하긴. (가벼운 투. 천천히 침대에 눕더니 깊은 숨을 내쉬었다.) 너무 기뻐하진 말아, 아트. 언젠가 우리가 예전과 같아질 날이 올 거야. (건조한 웃음 흘리며 눈 감았다.)
 

아트록스 벨리움:...다시 돌아가기까지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요. (숨 내쉬고 울리는 머리에 다시 눕는다. 침대 끝자락에 몸 눕히고, 눈 감으려고 노력해보았다. 유난히 피곤한 저녁.)

 

 
당신은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엘렌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침대에서 몸 일으킨다. 머리카락 대강 정리하고, 창 밖 빤히...)
 
느지막히 새 소리가 울립니다. 엘렌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를 기록하기 바쁘네요.
 
아트록스 벨리움:엘렌웰, 일어났어요. (...)
 
디레스타 엘렌웰:아, 아트. 슬슬 깨울까 고민하고 있었어. (손길이 네 머리카락에 가 닿는다. 부드러운 손길로 쓸어 넘긴다. 동시에 수첩을 가방에 구겨 넣고는.)
 
아트록스 벨리움:(손 끝자락이 차가워졌다. 네가 집어넣은 수첩에 눈길 가더니 한참 뒤에 옅게 물었다.) 무얼 적고 있었나요.
 
디레스타 엘렌웰:궁금해? (구태여 되물으며 버릇 같은 미소.) 일지를 하나 쓰고 있어. 자세한 건 네가 알 필요 없고. (화제 돌리며 당신 머리카락 그러모아 입 맞췄다.) 그보다 슬슬 출발해야지. 잠은 다 깼어?
 
아트록스 벨리움:(몇 번 더 눈길 주다가 파한다. 알 필요 없다면 그런 거겠지. 무미건조하게 입 맞추는 것 보다가 인위적으로 얕은 미소 짓는다.) 네, 그렇게 해요. (일찍 일어난 모양이네...)
 
그래요. 우리는 하루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당신과 엘렌은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고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요.
 
저 멀리 마트가 보입니다.
 
디레스타 엘렌웰:(네게로 시선 던진다.) 아트, 들어가자. 물자가 모자라.
 
아트록스 벨리움:알겠어요. (계속 걸어, 마트까지 당도한다. 안쪽 한 번 둘러보고.)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다 비었네...) (선반 1쪽으로.)
 
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누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들어 살펴본다.)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그저 일반 인형에 불과한 것입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인형 유심히.) ...아트. 그거 나 줄래?
 
아트록스 벨리움:(그냥 인형일 뿐인데. ...고분고분 넘기고, 이어 묻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디레스타 엘렌웰:(받아선 가방에 구겨 넣는다.) 나중에 유인용으로 쓸 수 있으려나 싶어서. (지퍼 잠구는 소리.)
 
아트록스 벨리움:(,,단순히 그런 이유로만.)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여상한 낯이네요.
 
아트록스 벨리움:(두 번째 선반 쪽으로 간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아트록스 벨리움: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운이 좋네요!
 
디레스타 엘렌웰:(휘파람 불고 박수 두 번 쳐줌.) 아트, 너 재능있네.
 
아트록스 벨리움:(,,,딱히 아무 말 없이 챙기고, 다른쪽 벽 본다. 창고. 가까이 다가가서... 안에 인기척이 있나?)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아트록스 벨리움: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성대 낮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끓는 소리. 고막에 달라붙는 지독하고 기이한 소리.
 
...좀비입니다.
 
창고 안에서, 좀비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어요.
 
아트록스 벨리움:(...안 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엘렌 위치 파악하더니 별 볼 일 없다는 듯 물러서고 선반만 빤히 본다.)
 
디레스타 엘렌웰:...안 들어가 봐도 괜찮겠어?
 
아트록스 벨리움:...들어가지 않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물자는 다른 곳에서 찾아도 괜찮으니까...
 
디레스타 엘렌웰:(...뜸.) 그래. 네가 원한다면, 내 사랑. (너스레를 떨며 공연히 옅은 미소 짓는다.)
 
아트록스 벨리움:(저를 부르는 말에서 살짝 동요하더니-불쾌하단 쪽으로- 입구로 다가섰다.) 더 볼 게 없으면 가요, 엘렌웰.
 
디레스타 엘렌웰:그럴까... (말꼬리 흐려지며 이어지는 것은 오히려 그 반응을 뜯어 살피는 듯한 지독한 시선. 이윽고 시선을 거두는가 싶더니 이번에도 제가 앞선다.) 실망스러운 소득을 메우려면 조금 더 발걸음을 재촉해야 해, 아트.
 
아트록스 벨리움:(세세히 살피는 듯한 시선 피하려고 -곧 사그라들었지만- 다른 곳 보고 걷는다. 대피소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아득해지기도 하고. 평소보다 빠르게 걸었다.)
 
마트 밖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만 가고 있습니다.
 
금세 동이 틀 것 같아요.
 
다시 어둠이 될 때까지 몸을 피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앞서 걷던 엘렌이 입을 엽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있지, 아트... 앞으로는 낮에도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앞으로는 도로라서 좀비들이 많이 없을 거야. 네 입장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 게 좋을 테고. (묘한 낯으로 문득 돌아보며.)
 
아트록스 벨리움:(낮...) 제 의사를 꽤 많이 물어봐주시네요. (그렇게 해요, 낮에도 이동... 솔직히 좋은 의견 같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반박하기도 좀 애매했기 때문에 적당히 고개 끄덕인다.)
 
디레스타 엘렌웰:그래서, 혹시 불만이야, 아트? (괜히.) 어디를 어떻게 갈 건지는 알려줘야지. 너도 멍하니 따라오기만 하는 건 좀 그렇잖아. 그리고... 난 네가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걸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 (아귀 들어맞지 않는 미소 환하게 지었다.)
 
아트록스 벨리움:그럴 리가 없잖아요, 엘렌웰. (...) 대신 낮에 이동하되 저번과 같은 일은, 피하시는 게 어떨까요. 당신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서 하는 말이에요. (좀비 앞에 저를 방치해둔 것. 손톱으로 손 꽉 누르면서 애써 말한다.)
 
디레스타 엘렌웰:하하, 왜? 혹시 네 목숨이 위험해질까봐서? (지난한 시선. 머리카락을 스치고 네 목덜미에 손이 닿았다. 다시 눈빛이 내리깔린다.) 아트, 걱정하지 마. 나는 그래도 너를 꽤 아끼고 있거든. (다시는 그런 일 하지 않겠다 하는 흔한 대답 한 마디가 없다. 디레스타 엘렌웰이 늘어놓는 건 항상 그랬다. 사랑한다, 아낀다, 영원히 함께하자 따위의 겉만 번드르르하고 알맹이는 없는 말들.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네 속을 난잡하게 헤집어 놓을 수 있는 말들.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손자국이 짙어진다.)
 
아트록스 벨리움:(통상적인 사랑이나 아낀다는 말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고, 외려 나열되는 말 한 마디마다 자각하지만 차마 부정해낼 수 없는 것. 그게 아니라는 간단한 문장 하나도 뱉어내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그리고 과거 네 행동의 결과물이었다. 알면서도 끝내 받아들이는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나아가는 건 힘드니까.) 그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죽지 않을 정도로만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걸. 다시 말이 없다. 네 앞에서 목소리 내는 건 항상 힘겨웠다. 고개 돌려 손길 피한다.) 안전지대까지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네요. 낮이란 위험까지 감수했으니...
 
엘렌은 이윽고 말이 없어집니다.
 
손찌검이라도 하려나 싶어 눈을 마주하면, 예상과는 다르게...
 
멀거니 웃는 낯으로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어요.
 
디레스타 엘렌웰:...그래. 무사해야지.
 
어쩐지 평소보다 반응이 느린 것 같기도 하고, 건성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엘렌은 그 말을 남기고 먼저 짐을 챙겨 거리로 나섭니다. 늦지 않게 따라나서는 게 좋겠어요.
 
아트록스 벨리움:(짐 챙기고 따라 걷는다...)
 
당신은 엘렌과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먼저 걷는 엘렌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고르게 내쉬는 숨소리와 발에 채이는 돌멩이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요.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만이 맴돕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엘렌웰, (문득 이름을 불러보았다. 한참이나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왜인지 조금 이상하고 불안해서.)
 
... ...
 
몇 초가 흘렀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뭐라고?
 
아트록스 벨리움: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확실히, 못 들은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표정이 조금 질려 있어요. 상태가 나쁜가요?
 
아트록스 벨리움:(...좀비랑 접촉한 적은 없었는데. 괜한 우려인가.) 이름을 불렀어요, 엘렌웰.
 
디레스타 엘렌웰:... 못 들었어. (제 미간 문지르며 희미하게 표정을 구겼다. 이내 네 쪽 바라보더니.) 왜?
 
아트록스 벨리움:어디 이상 있는 건 아니죠? (날씨도... 날씨다보니. 괜히 그렇게 물은 게 전부다.)
 
디레스타 엘렌웰:하하, 괜한 소리를. (한 마디 짧게 하고 다시 시선 거뒀다. 나아가기만 해도 급급한 사람 마냥.)
 
당신이 무슨말을 해도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마치 그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엔 다시 정적입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요, 비로소 그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들를까?
 
엘렌의 손가락을 따라 가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네, 물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적응 안 되는 반응...)
 
이 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당신과 엘렌은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인으로 사용할수 있는 [주유기] 몇대, 그 옆에는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주유기 둘러본다...)
 
평범한 주유기 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면서, 아래 본다.)
 
당신이 시체인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엘렌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엘렌은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아무 말 없이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엘렌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는것을 반복하던 그는, 이내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듭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안 물렸어?
 
아트록스 벨리움:(네가 하던 것 입 틀어막고 지켜보다가, 이내 손 내렸다. 발목엔 아직까지 잔상이 남아있는 것만 같지만... 동시에 수없이 봐온, 다만 전보다 조금 더... 이상하고 이질적인. 그런 행동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런 것 같아요. 여기에도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네.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디레스타 엘렌웰:...방심했으면 물렸어. 조심해. (그리 말하며 붉게 물든 셔츠자락을 걷어 올렸다. 우그러진 파이프를 바닥에 내던지다싶이 버린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엘렌과는 조금 다르고, 조금 이질적인 것이었습니다. (SAN 0/1)
 
아트록스 벨리움: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이어서 당신이 그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쥬드:...와, 장난 아닌데?
 
아트록스 벨리움:(...사람?)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쥬드:저기, 우선 들어와서 이야기할래요?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 지 모르니까.
 
아트록스 벨리움:(사람인 걸 확인하고, 그래도 조금은 얼굴빛이 나아진다. 말 끝까지 듣고 한 걸음 내딛으려다 엘렌 쪽으로 고개 돌렸다.)
 
디레스타 엘렌웰:... ... (그 남자를 한참이나 적대적인 눈빛으로 겨누어 보다가... 벨리움을 응시한다.) 넌 들어갈 거지?
 
아트록스 벨리움:(머뭇거린다. 대답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여기 있다가는 방금같은 좀비들이 올 수도 있으니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디레스타 엘렌웰:(대답 대신 습관처럼 주먹을 폈다가 다시 쥐었다. ...뚝. 손아귀에서 핏방울 떨어진다. 이윽고 무언가 결심이 선 듯 깊게 숨 내쉬고는 손 허공에 털어버리더니, 벽 짚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트록스 벨리움:(그런 너 바라보다가 따라서 들어간다. 벽에 흐드러진 미약한 핏자국 따라서.)
 
당신과 엘렌은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당신과 엘렌이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생존자인지 모르겠네. 나는 쥬드라고 합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아트록스 벨리움이에요. 안전지대로 향하는 중이고요.
 
쥬드:아, 안전지대! 당신네들도 그 캘버리로 향하는 건가? 반갑네요, 나도 마침 그곳으로 가려던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당신들은 왜 해가 떴을 때 움직인 거죠? 위험하다는 말도 들었을 거 아녜요.
 
아트록스 벨리움:...음, 더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 정도인 것 같네요. (정말이지 오랜만의 대화다. 타인과...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사람을 만나니 전보다는 약간 활기가 돌았다.)
 
쥬드:아, 그랬구나... 그렇다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네요. (잠시 뜸.) 그럼요, 혹시, 나랑 동행하지 않을래요? 어차피 목적지도 같잖아요. (속없는 미소 짓는다. 마찬가지로 당신으로 하여금 생기를 얻은 듯.)
 
아트록스 벨리움:그럴까요. 함깨 움직이기가 더 낫고... (입에서 차마 나오지 않는 얘길 억지로 꺼내낸다. 약간 간절한 기색 엿보이고.) 엘렌웰, 어때요?
 
디레스타 엘렌웰:(무감한 눈으로 빤히. 문득 한 마디만 툭 뱉는다.) ...아트. 저 사람이 우리를 배신하려고 했을 때, 네 손으로 직접 죽일 자신 있어?
 
아트록스 벨리움:(그럴 리 없다는 뻔한 말은 하지 않았다. 직접 죽일 자신이라니. 당신은 항상 이런식이야, 엘렌웰.) 물론, 당연히 필요하다면요. (거짓말이다. 사람이란 존재를 자의지로 죽일 생각도 용기도, 이후를 견뎌낼 단단한 무언가도 없어서.)
 
디레스타 엘렌웰:(난잡하고 갑갑한 시선. 네게 닿는 족족 내리꽃힌다. 한참을 그렇게 희미한 표정으로 너를 보다가, 이내 마른 웃음 흘리며 시선을 거뒀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그 정도 표정도 못 읽을 리가 없잖아, 아트. 답을 알고도 질문했다는 듯, 의도가 빤히 보이는 낯으로.)
 
아트록스 벨리움:(...넘어가주네. 그렇게 물밀듯 안도했다. 다시 엷은 미소로, 쥬드 보았다.) 결정되었네요. 동행하도록 해요.
 
쥬드:...이야, 의논 한번 살벌하네. (다소 굳은 몸짓. 겨우 우스갯소리 터트린다.) ...하하, 그치만 좋은 게 좋은 거죠! 우선은 여기에서 쉬어 갈래요? 배도 고플 거 아녜요. 같이 식사합시다.
 
아트록스 벨리움:호의는 거절하지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음...) 마른 빵과 사과, 참치캔이 있어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쥬드:좋아요, 좋아요. 이쪽에는 칼로리바와 무화과가 있어요.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가 되겠네요. (환한 얼굴로 식자재 잔뜩 늘어놓고는.)
 
그러다가, 쥬드는, 비장의 카드를 하나 꺼내 듭니다.
 
그의 찬장 안에서 나온 것은...
 
...와인?
 
아트록스 벨리움:아직도 그런 게 남아있었다니 놀랍네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신기하긴 했다.)
 
쥬드:그래요, 내가 이걸 발견하고서 얼마나 신났는지 아마 당신들은 모를 걸? (키득이더니.) 앞으로 다시는 마실 수 없을 지 몰라요. 자자, 어서들 마십시다! 오늘을 남김없이 즐기며 살아야죠!
 
쥬드는 그리 말하며 와인 마개를 퐁, 하고 제낍니다.
 
그리고는 사무실에서 찾은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놓고는, 두 사람의 앞에 각각 놓습니다.
 
쥬드:자, 건배할까요?
 
디레스타 엘렌웰:(...)(말 없이 의자만 당겨 앉는다. 그래도 술에 눈길이 가기는 한 모양.)
 
아트록스 벨리움:(...슬슬 눈치 보다 종이컵 든다.) 건배할 상황은 아니지만요.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서... (건배?)
 
쥬드:뭐 어때요? 우리는 기어코 살아남은 인류고 이곳이 우리가 살아나갈 세상인데. 그러니까, 거기 형씨도 죽상만 짓지 말고 컵 좀 듭시다. 자자, 건배! (짠!)
 
디레스타 엘렌웰:...재밌네. (옅게 웃더니 윗부분 손가락으로 잡고 건배. 이윽고 한 번에 들이켰다.)
 
아트록스 벨리움:(한 모금 홀짝이고 내려놓는다. 술이고 음식이고 그닥 입맛 없는 모양.)
 
짠, 조촐한 건배와 함께 만찬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 간만에 풀어지는 분위기.
 
어쩌면 오늘이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와인병이 찰랑이며 바닥을 보일 즈음...
 
말소리는 점차 잦아들고, 쥬드가 코를 골며 골아떨어지는 소리만이 사무실을 시끄럽게 울립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려오는... 사각사각 소리.
 
알코올로 흐릿해진 당신의 시야에, 어느 순간부터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엘렌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안 잤나...)
 
디레스타 엘렌웰:(...너야말로. 먼저 입 뗀다.) 아트. 안 자?
 
아트록스 벨리움:...곧 자려고 했어요. 또 무얼 적고 있나요. (저번의 그 노트...인가.)
 
디레스타 엘렌웰:...일지. (짧게 답하고는 수첩 덮는다. 그리고는 제 손바닥으로 네 눈 덮어 가렸다. 미약한 온기가 눈가에 전해졌다.) 술을 마셨으니 필시 내일 컨디션이 좋지 않을 테지. 어서 자 둬. (채근하듯.)
 
아트록스 벨리움:
심리학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시야가 가려진다. 이상한 불안감. 또 너무나 당연한...) (그대로 눈을 감았다.)
 
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프고 숙취가 느껴지는 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 것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엘렌입니다. 밤새 그 ‘책’이라는 걸 쓴 모양이에요.
 
아트록스 벨리움:(머리 아파... 몸 일으키려고 한다. 아직 어두운데.)
 
...바스락.
 
당신이 몸을 일으키느라 인기척이 납니다.
 
그러나 그 소리에도 엘렌은 당신을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은밀행동
기준치: 50/25/10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일어서서 가까이 다가섰다...)
 
디레스타 엘렌웰:(네가 가까이 다가서자 그제서야 문득 수첩 치운다. 피곤한 눈 꾹꾹 누르더니.) ...언제 깼어?
 
아트록스 벨리움:방금 깼어요. (...) 여태 안 잔 거면, 그리고 안 잘 거면 내일 행동에 지장이 있을지도 몰라요.
 
디레스타 엘렌웰:괜찮아. 지금 나갈 거니까. (가방 챙겨 나갈 채비를 한다. 제가 언제 네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쥬드, 갑시다. (나즈막히 부르곤.)
따라 나와, 벨리움. 좀 더 서둘러야 해.
 
아트록스 벨리움:(시간... 낮도 그렇고,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서두르려고 하네.) ...그래요, 그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시간은 벌써 밤입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해요.
 
이윽고 당신과 쥬드, 엘렌은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엘렌을 돌아봤습니다. 바닥만 보고 걷는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골몰하는 듯 보여요.
 
그런 엘렌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냅니다.
 
쥬드:...있죠, 저 친구 좀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데요.
 
행여 엘렌이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사람 좀 볼 줄 아시네요...
그런가요. 어느 부분에서...
 
쥬드:내가 이래뵈어도 다른 나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조금씩 배운 말이 많거든요.
근데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이 섞여있는 것 같아요.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인거 같거든.
 
아트록스 벨리움:(엘렌웰이 원래 저런 언어들을 할 줄 알았던가...)
 
당신은 도저히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엘렌이 저런 언어들을 할 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갑자기 책을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새의 엘렌은, 마치 당신이 알던 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엘렌웰마저도 미쳐가는 걸까요.
 
…..어느새 엘렌은 당신들보다 몇 발짝 뒤쳐졌습니다. 당신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쥬드는 말합니다.
 
쥬드:뭐, 너무 걱정 말아요. 이런 세상에서 제정신인게 더 신기한거죠.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아트록스 벨리움: 딱히... 걱정... 안 했지만.
그렇긴 해요. (...그래도. 하면서 차마 엘렌 가까이로 가지 않는다. 원래의 보폭을 걷고.)
 
쥬드:그렇죠? 지금까지 함께한 걸 보면 당신네들도 모종의 사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신 얘기를 좀 해봐요.
첫 만남은 어땠는지,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아트록스 벨리움:(내 이야기. 그러게,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이제는 떠올리려고 해도 묻힌다. 끔찍한 기억 잊길 강하게 소원하면 추후에는 잊혀지기 마련... 이전까지만 해도 선명했던 기억이 막상 말하려니 흐릿하다.) ...다정한 사람이에요. 저를 사랑해주고, 전 그에 화답해야 하고요. 알고 지낸지는 꽤 오래 되었네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구태여 불법직이라고 읊을 필요는 없겠다. 멍하니 생각나는대로 말 툭툭 뱉는다.) 가끔은 -실은 대체로- 거칠게 대하는데 이쯤은 감내할 수 있고요. 거창한 사유랄 건 없죠? (입꼬리 억지로 올려 웃는다.)
 
쥬드:오, 그래요? 하루종일 얼굴을 잔뜩 구기고 있길래, 괴팍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요. (주유소에서 있었던 일만 해도 그렇고요, 하하.) ...아마도, 당신이 아주 각별한가봐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턱을 문질렀다.) 그런데 어쩐지 당신은... 썩 내키지 않는 투네요. 아까만 해도 봐요, 평범한 지인 간 사이나 연인 사이 처럼은 안 보이던데. 정말 그를 사랑하는 거 맞아요? (어쩌면 잔인한 질문일까... 당신의 속을 떠보듯 장난스레 묻는다. 모든 인연에는 썩은 데가 있고, 특히 당신의 경우 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결함이었으므로.)
 
아트록스 벨리움:(각별하다. 여러 의미로 그럴 수도 있겠네요.)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상황도 상황이다보니. (가볍게 내쳐진 질문에 수십, 어쩌면 수만가지의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만큼의 무리한 사고를 감당하기 힘들었으므로 늘 하던대로 단정짓는다. 겨우 어제 처음 본 타인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게 익숙치 못했으나 이렇게라도, 일말이라도 뱉어내고 `제대로`대화할 구실이 필요하긴 했다.) 평범해요, 정말. ...그의 사랑에 만족하고 있어요. 피차 만족하면 그 속내가 어떻든 좋은 것 아니겠나요. 깊게 파고들어 머리 아플 일 만들 일도 없고. (...)
 
그 말을 들은 쥬드는 고개를 주억입니다.
 
쥬드:뭐, 세상에는 그런 사랑도 있는 법이죠. 모쪼록 잘 살아요.
 
당신과 그의 일, 그리고 자신을 분리하려는 듯이요. 이만 손을 떼겠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새벽은 가까워져 오고, 당신과 쥬드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참에...
 
...털썩.
 
아트록스 벨리움:(무슨...)
 
뒤를 돌아보니, 엘렌이 쓰러져 있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가까이 다가가 살핀 엘렌은, 온 몸이 불덩이 처럼 뜨겁습니다. 힘겹게 신음하며 밭은 숨을 겨우 내쉬고 있어요.
 
요 며칠 그’책’이라는 걸 쓰느라 고생하더니, 결국 건강을 망치게 된 걸까요.
 
쥬드:...이 친구를 어디에 좀 눕혀야 할 것 같은데요. 건물을 찾아보죠.
부축할 수 있겠어요?
 
아트록스 벨리움:...네. 근처에 갈 곳이 있나요? (적당히 부축...하고.)
 
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엘렌을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쥬드:...몰라요. 걷다 보면 나오겠죠?
 
그렇게 당신과 쥬드는 대책없이 걸음을 옮깁니다.
 
...
 
...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때 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 것 같아요.
 
아트록스 벨리움:건물이 있네요. 저기로 가죠.
 
가까이 가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나봅니다.
 
불에 타 거꾸로 뒤집힌 스쿨버스와 낡고 망가진 놀이터를 지나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어둑한 교실 안을 느릿하게 배회하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아트록스 벨리움: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쥬드:뭔가 좀 보이나요?
 
아트록스 벨리움:다른 곳엔 좀비가 있는데, 교실 하나만 비었네요. 저기로 가야할 것 같아요.
 
쥬드:눈썰미 좋네요. 나만 믿어요.
 
쥬드는 주머니에서 꺼낸 도끼로 창문을 부숩니다.
 
챙그랑, 창문이 힘 없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쥬드:들어와요!
 
아트록스 벨리움:(들어가고...) 좀비...는 없죠?
 
쥬드:...없어요, 확실해요. (후우, 길게 숨 내쉬고.)
 
쥬드는 이윽고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엘렌을 눕힙니다.
 
쥬드:...좀 어때 보여요? 그래도 당신이 이 사람 제일 잘 알잖아요. 평소에 지병이라도 있던 사람인가요?
 
아트록스 벨리움:...전혀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며칠 밤을 샌다고 이럴 것 같은 사람은 아니에요.
 
엘렌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 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갑자기 그는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엘렌웰은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디레스타 엘렌웰:...아트록스. 아트. ...
 
그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미약한 손짓으로 당신의 옷가지를 붙잡아요.
 
쥬드:오, 이런.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심각한데요...
 
아트록스 벨리움:(습관된 것처럼 잠시 경직되었다가, 이내 네 상태 인지하고 그대로 두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절실하게 슬프지 않았고, 해방의 기분으로 기쁘지도 않았다. 정의할 수 없는 부분에서 불쾌하다.)
의료
기준치: 61/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쥬드:...어쩌겠어요. 당장에 이런 사람을 데리고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인데. 우선 물수건이라도 구해다가 올려놓는 게 좋을까요?
 
아트록스 벨리움:가방 찾아보면 진통제나... 해열제가 있을 것도 같은데요.
 
아트록스 벨리움: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가방에는 열 냉각 시트와 진통제가 있었습니다. 운이 좋네요!
 
아트록스 벨리움:(일단 꺼내서 사용한다. 진통제 몇 알 꺼내서 주고...)
 
당신은 시트를 엘렌의 이마에 올리고, 진통제를 먹였습니다.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진 느낌이긴 해요. 정확하진 않지만요.
 
당신이 엘렌을 간호하는 걸 바라보던 쥬드가, 나지막히 입을 엽니다.
 
쥬드:...당신은 그를 어디까지 믿습니까?
 
아트록스 벨리움:(엘렌 한 번 바라보고, 미심쩍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더 깊게 믿을 수는 없을 정도로, 믿어요. (원하더라도, 그렇지 않더라도. 신뢰의 범위가 모호하다.)
 
쥬드:...그래요, 당신네들이 아무래도 아주 깊은 사이라는 건 알겠지만...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 (그리고는 잠깐 멈칫,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말았다.)
 
아트록스 벨리움:(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어 침묵했다.) 할 말 있으면 끝까지 하셔도 괜찮아요.
 
쥬드:...아니에요. 괜한 말 같아서 말겠습니다. 그냥, 이제 날이 밝아오니 잠이라도 좀 청하라고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은 탓인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 때문인지,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그를 간호해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그러니까, 지금은... 잠시 눈을 붙여도 괜찮을 겁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의자 하나 두고, 벽에 기대어 눈 감았다.)
 
...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엘렌의 목소리 같네요.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 게, 복도에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의자에서 일어서서, 창가 쪽으로 간다. 들을 수 있나?)
 
아트록스 벨리움:
듣기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그렇지 않으면 말해버릴 거야, 네가….”
 
뭘 말한다는 걸까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아트록스 벨리움:(...!)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아트록스 벨리움:(창 조금 열고 밖 상황을 살필 수 있을까?)
 
새벽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엘렌과, ...
 
얼굴에 총을 맞아 눈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엘렌의 눈이 마주칩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록스?
 
아트록스 벨리움:(창 뒤에서 물러나고, 벽 뒤에 몸 숨긴다. 아무런 쓸모 없단 걸 알면서도. 총성이 반복해서 귓가에 메아리 친다.)
 
디레스타 엘렌웰:...잠깐만, 아트.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
 
엘렌은 당신에게 점차 다가갑니다.
 
아트록스 벨리움:(...대강은 짐작이 갔다. 감염이라던가... 교실 밖을 나서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빌어먹을...) 엘렌웰...
 
엘렌은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손목을 잡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 와서야 말로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당신과 엘렌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그때입니다.
 
그런데 돌연, 엘렌이 당신의 손을 잡아끌고, 당신을 복도 캐비넷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궜습니다.
 
당신은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캐비넷에 갇혔어요.
 
아트록스 벨리움:(눈가 붉어진 채로 무어라 할 새도 없이 손 꾹 쥐고 어두운 캐비넷 안에서 밖 소리 듣는다.)
 
캐비넷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웃는 엘렌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니, 울고 있나요?
 
입술을 잘근 씹어가며 표정을 엉망으로 구긴 엘렌이 당신에게 뭐라 중얼입니다.
 
디레스타 엘렌웰:... ...사랑해, 아트.
 
그렇게 말한 엘렌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입니다.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엘렌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I love you.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마트에서 인형을 챙길 때 부터 그는 좀비들을 소리로 유인할 작정이었나봅니다. 엘렌웰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끼익.
 
캐비넷이 열립니다.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엘렌웰이 서있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그를 바라보자, 당신의 머리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그래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그는... ...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이제 날 죽일 거야?
 
아트록스 벨리움:(숨긴 손에 쥔 단도가 뜨거우리만치 온기 있었다. 혈이며 상태를 보고...)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러겠어요. 엘렌, 저에게 선택권을 주지 마세요...
 
디레스타 엘렌웰:...그래, 아트. 너는 날 절대 못 죽이겠지. 네가 어떻게 그러겠어. (네 손을 잡고 캐비넷에서부터 부드럽게 끌어낸다. 무책임할 정도로 다정한 손길이 널 그러안았다.)
 
아트록스 벨리움:(누구보다, 심지어는 제 자신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당신은 구태여 물었다. 서늘한 공기였음에도 몸이 뜨거웠고, 그만큼의 넘칠 것 같은 위태로움을 의미한다. 항상, 언제나. 살아간다고 말하면서 이 책임도 증명도 없는 다정에 죽는다. 꼭 지금의 기분은... 목 매 죽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항상 그랬던 것처럼, 답을 정해두고 요구해주세요. 엘렌, 엘렌웰. (제발. 안긴 품이 찼다. 그리 어설프게 안은 채로 칼날 네 쪽 향하다 결국엔 약한 손 힘에 떨어트리고 만다. 바닥과 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디레스타 엘렌웰:(어느 순간부터 정답을 알고도 네 목소리로 답을 듣고 싶었다. 제 답을 네게 확신 받고 싶다는 욕심. 여느 연인들이 그런 사랑을 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서투르게 고백을 하듯. 심장에서부터 불규칙하게 열기가 퍼져나간다. 금방이라도 잿가루로 화해버릴 것 같음에도 다시 온기를 갈구한다.)(...그러니까, 제 서투름은 전부 너였다. 내 모든 것을 네가 부수고 다시 재정립해. 폭력도, 애정도, 지겨운 다정까지도 그게 전부 너였어. 아트, 나는... 늦어버린 사랑을 하고 싶어.) ... ...내가 언제 네 말을 들은 적이 있었나?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는 내 한 생을 불태워 죽도록 살아야 하잖아. 너는 지금껏 해왔던 대로, 안전지대로 가면 돼. 내가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어. (익숙하고도 유려한 발걸음이 너를 이끈다. 끌리듯 핏자국을 남기는 스텝.) ...자. 캘버리로 가자, 아트.
 
아트록스 벨리움:(매일 아팠다. 그게 어떤 의미든, 편히 잔 날 없었고 몸에 흉 지지 않은 날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비루하게 다시금 네 손을 마주잡는다는 건, 혹자는 부드럽게 끌어안는대로 안긴다는 것은. 이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이었다. 지극히도 이성적이라 사고를 외면했다. 지금이라고 다를 건 없다만, -오히려 그것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칼을 쥐여주고 목에 가져다 대어도, 총을 안겨주고 죽이라고 하여도.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 뿐만이 아닌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단 하나, 당신이라서. 어느 날은 그토록 죽어버리길 바랐고 또다른 날은 다정하게 굴면서 저를 바라봐주길 바랐던 한 계절의 하루살이 정도였다...) ...원하는 대로. (지독한 캘버리로 가요. 나를 몇 번이고 찔러 죽인, 살인자에게. 새장의 주인인 당신에게.)
 
두 사람은 학교를 빠져나옵니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읊조리듯, 하늘에 점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집니다.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초원에 난 흙길.
 
정확한 인과도 없이 다가오는 종장이, 그곳에 있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아트록스 벨리움:...네, 엘렌.
 
디레스타 엘렌웰:내가 너를 위해 내 온 생을 다해 치료제의 공식을 알아냈다고 하면, 넌 믿겠어?
 
아트록스 벨리움:(...정말로.)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믿지 않을 수가 있겠어, 당신이 나를 이렇게 진창에 몰아넣고서는 그렇게 물으면.)
 
디레스타 엘렌웰:...하하, 신기하지?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내가 죽은 후의 네 인생이 평생 나를 애도하는 데 쓰이기를 바랐을 수도 있고, 이렇게라도 너의 트라우마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아트.
난 네가 좋았어. 딱 죽을 만큼.
 
엘렌은 평온한 낯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어떤 한 남자가 내 꿈에서 제안을 하더군. 치료제의 공식을 알려줄 테니 네가 대신 죽겠느냐고.
원래는 응할 생각이 없었어... 당연하잖아. 얼토당토 않았지.
그렇지만 이걸 해야지 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나는 결국에 널 살리고 싶었던 거야.
...그러니까, 아트.
나를 위해 살아남아 주지 않겠어?
 
아트록스 벨리움:(제가 살아서, 또다시 죽어가는 모습을 원해서. 살아도 살지 못한 생을 혼자 견뎌내게 하려는 거라고... 또 그렇게 생각했다. 온 몸 피부 전체에 깊게 패인 흉터보다도 아프고, 길기만 한 끔찍한 생을 이어가라는 것으로 들렸다. 네 발치에서 수십, 수천 번을 애원했던 말을 다시 뱉는다. 기도하듯이. 눈가가 뜨겁다. 애정이라고는 한 톨도 담지 않은 채로, 독한 집착과 이기심이 담긴 말인 것처럼.) 부탁이에요, 엘렌. 제발, 저를 사랑하지 말아주세요. 생애 단 한 번이라도... (그렇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터다. 죽고 싶지 않았고, 죽은 생이라도 살아가고 싶어서 앞으로 내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디레스타 엘렌웰:(어쩌면 정답이었다. 결국에 이 사랑은 당신 인생에 지독히 파고들어 평생을 망가트릴 것이고, 매일 밤 열띤 양협을 스치며 속삭이던 사랑 고백은 매일 악몽처럼 당신 귀에 울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신은 버겁게 당신을 짓누르는 애정을 떠안고, 나를 기억하며, 터무니 없이 망가져만 가겠지. 나는 그게 좋았다. 내 삶의 종지부를 당신 삶의 낙인으로 남기고 싶었다. 터오는 아침 동을 고요한 미소가 살라먹는다.)(잊지 마, 아트. 달이 공전을 하고 태양이 우리를 비추는 것 처럼 당연하게, 나를 네 삶의 완벽한 균열로 남겨 줘.) ...나는 온 생애에 걸쳐서 너를 사랑했어. 단 한번도, 널 사랑하지 않으며 잠든 나날이 없었을 정도로. (그리고 여느 영화에 나오는 낭만주의자들이 으레 그러하듯, 네 허리에 제 팔을 둘러 감싸 안는다. 흔연하게 웃는 입술.) 그리고 나는 너 역시, 생애 단 한 번이라도 나를 사랑했을 거라고 믿어. 나는 네가 그 순간 안에서 일생을 헤매며 살았으면 좋겠어.
 
아트록스 벨리움:(짙다. 말이, 공기가, 그리고 제게로 온 네가 짙다. 균열은 점차 퍼져 행복했던 내 생의 전부로 자리잡고 날 망쳤다. 이제는 되돌이킬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것만이 답이다. 이미 자신은 잠식된 시체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당신의 욕심은 성공한 격이다. 그것도, 완연하게. 영원히. 사랑과 집요함 끝맺어지지 못할 기억 속에서 평생을 비참하게 유영할 제 미래를 알기 때문에 전보다 배는 더 괴로웠다. 해가 눈동자에 비친다. 처음이자 마지막 색을 머금고, 강요된 상황에서 자처한 마지막 사랑도 입에 담았다. 떨려 마지않는 몸으로, 차마 안았다고 하지도 못할 만큼 어설프게. 그 다음 고개 들어올려 입 맞춘다. 이제 떠오르는 해가 당신과 자신 사이를 갈라놓았기 때문에 얼마나 깊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유 모르게 흐른 눈물 닦을 새도 없이 끝난 최후의 사랑이었다. 당신을 증오하는, 날 이루는 모든 게 당신을 향한 얄팍한 사랑이었다고. 입을 떨어트리고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눈 앞이 찬연한 아침 태양빛이다.)
 
두 사람은 서로 얄팍한 입맞춤을 나눕니다.
 
찰나였지만 영원이었고, 평생을 살아남은 자에게 낙인처럼 남겨질.
 
결국 당신은 남은 삶을 디레스타 엘렌웰, 단 한 사람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겁니다.
 
사랑했어, 사랑해, 사랑할게... ...
 
아주 강하게 당신을 끌어안는 힘과 함께, 지난하게 아름다운 단어들이 허공을 부유합니다.
 
자, 캘버리 교도소가 눈 앞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품에는 해독제의 공식이 적힌 수첩이 있어요.
 
앞으로 10분이면 이 지독한 족쇄가 끊어지고, 다시금 새로운 절망이 펼쳐질 겁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차가워진 엘렌의 손이 헐겁게 깍지 껴 와요.
 
디레스타 엘렌웰:...아트. 기뻐?
 
아트록스 벨리움:(일그러진 미소로 캘버리 교도소 한참을 일관하다 거짓 뱉는다.) 네, 기뻐요.
 
디레스타 엘렌웰:...이제 영영 못 볼 건데 마지막쯤은 진심으로 말해줘도 괜찮지 않아? (네 어깨에 조용히 기댄다.) 하하, 그래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잖아. 나는 네 안에서 한 세기의 지리멸렬한 증오이자 사랑으로 기억될 테고. (...) 네 마지막 사랑의 죽음을 목도하는 기분이 어때, 아트.
 
아트록스 벨리움:(아마 당신은 매일 저녁이면 저녁마다 아침이면 아침마다 제 곁에 있을 걸요. 부서지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 채로.) 진심 같은 것 애초에 있지도 않았는 걸요. 이미 다 묻혀서... (...) 기뻐요, 정말. 이제 저녁마다 제 피에 파묻혀 잘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아주 일부의 진심만 내뱉는다. 극히 일부 중 일부.) 디레스타 엘렌웰, 죽고 나면 저를 잊어주세요. (부디.)
 
디레스타 엘렌웰:...그래도 그런 점이 귀여운 거지. (웃으며 이마에 입술 내리누른다.) 그래, 그건 기쁘겠네. 하지만 그것도 전부 네가 넌더리를 치던 사랑이었어. 너는 그럴 때마다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 걸, 아트. (창백한 손가락 쓸어내리며.) ...하하, 내가 널 잊을 리가 있겠어? 무슨 수를 써서도 떠안고 갈 거야. 이 지독한 캘버리의 풍경, 네 눈물과 애정까지도.
 
아트록스 벨리움:(...마지막까지 넌더리 나는 사람이다. 애초부터 기대도 않았지만. 당신은 내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 후회라도 해주세요, 엘렌. 날 죽인 것에 대해서 아주 지독하게. 바람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마지막 속삭임이었다.)
 
...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엘렌은 다시금 입에서 혈액을 토해냅니다.
 
이제 정말 안녕을 고할 시간이에요.
 
그리고 억겁의 세월을, 증오와 그리움을 담아, 살아냅시다.
 
눈이 맞으면 엘렌이 무책임할 정도로 다정한 미소를 짓습니다.
 
디레스타 엘렌웰:...잘 가, 아트.
 
아트록스 벨리움:...좋은 아침, 엘렌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 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타앙.
 
등 뒤에서 가슴을 찢는 총성이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정말로 기분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당신은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명백히 죽었어요. 당신은 이제 해방입니다.
 
...기쁜가요? 마지막까지 당신을 사랑하다 죽은 애닳은 집착의 말로가?
 
이윽고 쿵, 하고 문이 닫히고...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반깁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당장이라도 이 평화를 만끽하고 싶은데, 당신은 왜 이렇게 목이 메일까요...
 
... ...
 
관리인: ...선생님께선 여기 처음 오십니까? 성함이?
 
아트록스 벨리움:아트록스 벨리움. 치료제 공식이 있어요.
 
관리인: 여기까지 혼자 온 겁니까?
 
아트록스 벨리움:......네. 어쩌다보니.
 
관리인: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 공식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
 
아트록스 벨리움:(노트... 꺼낸다.) 정말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봐야 알 것 같네요.
 
관리인은 그 노트를 받더니, 추후 다른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당신을 대피소 안으로 안내합니다.
 
관리인: 살아남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이윽고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의 가능성을 알아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차용한 실험이 진행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엘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엘렌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장,한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라틴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이 세기의 영웅이라며 칭송할 겁니다.
 
당신에게는 누구보다 증오스러울, 대의나 거창한 목적이 아닌 단지 제 사랑에 말미암아 희생을 결심한 그 사람을요.
 
팔락, 팔락.
 
종이가 넘어갈 때 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합니다.
 
어느새 어둠을 완전히 살라먹은 빛. 찬연하게 붉은 하늘.
 
그리고 몇 십 번이고 몇 백 번이고 당신이 속으로 뇌까릴 그 음성. ...
 
노트는 맨 마지막 장에 적힌 것은, ...
 
KPC 로스트. PC 생환.
 
보상: 노트 맨 마지막 장에 끼워진 한 쌍의 반지, 지리멸렬한 사랑 고백.
 
그리고... 해독제.
 
두 사람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지구는 마침내 재앙을 이겨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