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ure Time - BMO
BEFORE YOU EXIT

TRPG

[스노우 엘로디]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

1975°F 2022. 5. 29. 20:46

 

 아기눈송이는~
 
준비되었다면~
 
야옹!
 
그럼 출발합니다^^
 
스노우:...네?
...........................?
 
야옹~
 
스노우:..........야옹.
 
꺄아악
 
세계는 눈송이의 야옹으로 열리나봅니다~
 
그럼 출발할까요?
 
스노우:(꺄악........!!!!!!!!!!) 네!
 
.
 
.
 
.
 
✎:
 
✎:뉴스 아나운서의 조근조근한 문장이 스노우의 얕은 정신을 두드립니다.
눈꺼풀을 힘겹게 떠 깜박이면 여전한 흰 천장이 보이고,
이어서 스노우의 옆에 눈을 감고 있는 엘로디가 시야에 들어옵니다.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의 가슴께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어쩐지 속이 시큰거리기도 하네요.
백지 같은 얼굴을 하고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잠에 들어있습니다.
 
✎:정말 아무 일 없다는 듯이요.
 
...
 
엘로디가 기억을 잃은지도,
 
그리고 눈이 내리지 않기 시작한 것도 2년째에 들어섰습니다.
 
처음 그가 기억을 잃어버렸을 땐 금세 기억을 되찾을 거라 믿었지만
 
그의 기억은 날이면 날마다 사라져가고 투명해진 시선은 어느새 목적지조차 잃었습니다.
 
겨울이면 함께 눈을 맞던 기억도 이제는...
 
✎:그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한 스노우의 숱한 노력 또한 싸라기눈처럼 쌓였다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나요.
헤아릴 수도 없는 하루들이 지났습니다.
우리의 추억도, 우리의 관계도, 해가 뜨는 동시에 전부 잃어버리는 엘로디입니다.
그의 이마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
 
✎:걱정섞인 숨이 한 차례 지나가고 나면 엘로디가 눈을 천천히 뜹니다.
그리고 이어질 말은 분명..
 
“ 넌 누구야? “ 일 겁니다.
 
✎:매일 아침이 그랬습니다.
질리지도 않게 스노우를 못 알아보던 엘로디는…
 
엘로디 얀-베르트랑: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
 
하얀 입김에 부서지듯 나온 문장, 선명하고 말간 울림이었습니다.
 
바다, 겨울바다.
 
별안간 엘로디가 뱉은 그 말.
 
그 문장에 스노우는 홀린 듯이 깨닫습니다.
 
그래야만 한다. 바다에 가야 한다고요.
 
✎:하지만, 전에는 한 번도 먼저 말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스노우:...엘로디,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어? (...기억을 찾았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내가 누군지 알겠니?
 
엘로디 얀-베르트랑:(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은 채 말 내뱉는다.) 넌 누구야?
 
… 아, 역시나. 역시나입니다.
 
괜히 기대해버렸잖아요.
 
✎:설마 엘로디의 기억이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그럴리 없잖아요.
 
눈도 오지 않았는 걸요.
 
✎:오늘 아침 뉴스에서도 눈은 오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까 엘로디의 기억 또한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맞아요. 어제의 기억도 또 잊혀지고 만 거라고요. …
하지만, 하지만. 매일 같은 하루의 시작, 달라진 점이 생겼다는 것은
엘로디에게도 스노우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그래서 바다라고요...
 
. 잠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엘로디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난 누구고?
 
파도가 너울거리는 것 같은 너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래 바다에 가야겠다.
 
하고 결정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우리는, 뭐야?
 
네, 가보자고요. 그 겨울바다에요.
 
스노우:...(이내 슬픈 표정 짓고 웃는다.) 자, 난 스노우고... 넌 엘로디. (말 뚝뚝 끊어지듯) ...우리는 친밀한 사이였지. ...일단, 난 네가 소중하고... (말 끝 흐리더니)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한 거 맞지? 가자,원하는 것이면.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하고 이름 읊조려보았다. 이질적이고 낯선 발음.) 내가 그랬어? (...고개 돌려 창 밖 한 번 보고.) ...그래, 바다에 가자.
 
지금 출발하나요?
 
기차역으로 가야 할 겁니다.
 
스노우:(그런 당신 모습보며 부러 웃어 보인다.) 응, ...(무의식중에 말했나? 하고 의문 느끼더니) 그럼... 기차를 타고 가야겠네. (당신 가볍게 톡, 건들고. 기차역으로 향하려 합니다.)
 
엘로디는 고개를 끄덕이고, 옅게 웃습니다. 습관의 일종이에요.
 
매일 아침 우리가 누구인지 묻고, 항상 이렇게 웃었습니다.
 
오늘도 다를 바 없이 미소짓고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침 지금 출발하는 기차가 있습니다.
서둘러 표를 사고, 두 사람은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 밖으로 메마른 겨울의 풍경이 지나갑니다.
뺨을 차창에 기대면 뿌연 안개가 유리창에 내려앉습니다.
덜커덩, 덜커덩 하는 기차의 낮은 소음이 귓가를 울립니다.
기차의 좌석은 푹신해서 잠이 노곤하게 옵니다.
 
✎:스노우와 엘로디는 마주보며 앉아있습니다.
엘로디는 가만히 창 밖을 내다보며 말이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모습으로...
 
✎:도착까지는 한참 걸릴 겁니다.
저 멀리 보이는 기찻길은 수평선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이 무거운지 자꾸만 감깁니다. 잠시 잠을 청해도 될 거예요.
그렇게 희미한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으면...
 
나지막이 엘로디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마지막으로 눈을 본 게 언제야?
 
그 물음에 스노우는 문득 떠올려봅니다.
 
엘로디가 기억을 잃고나서 부터는 눈이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눈을 본 것은 아주 예전이 되겠지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이제는 폭폭하게 내리는 그 함박눈의 소리도, 뽀드득 밟히는 바닥의 느낌도...
 
이제는 폭폭하게 내리는 그 함박눈의 소리도, 뽀드득 밟히는 바닥의 느낌도...
 
스노우:...눈이 마지막으로... 언제 왔더라. ...몇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흐릿한 시선을 창밖에 던집니다. 메말랐다.) ...눈 보고 싶어?
 
엘로디 얀-베르트랑:잘 모르겠어. 눈 내리는 걸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다시 한 번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은 어때? 예뻐?
 
스노우:...그래? 그럼 눈이 내리길 빌어야겠어. 네가 눈을 볼 수 있게. ...(그것을 본 다면 달라질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다.) 좋아하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구나.
눈? 예쁘지. 엄청... 순백색이 세상을 덮은 듯 포근해.
 
엘로디 얀-베르트랑:(창 밖으로부터 네게 시선 돌렸다. 눈, 순백색. 네 이름과 겨울이란 날씨를 번갈아 생각하다 곧 관둔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바다... 바다랑, 눈. (아까 내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던가? 엉망진창인 기억 회상은 그만하고 다시 달리는 기차 밖을 바라본다.)
 
이야기가 한참 진행될 때 즈음,
 
유리창 밖으로 바다가 지나가고 곧이어 목적지인 섬에 도착합니다.
 
서리가 내려앉은 작은 섬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다 왔나 봐. 내릴까, 스노우.
 
스노우:(걱정 보이다가, 이내 밝은 낯하고) 내리자, 새로운 곳은 늘 설레잖아.
 
야트막하게 고개를 끄덕인 엘로디는 일어서 짐을 챙깁니다.
 
✎:여행가방을 이끌고 기차에서 내리면,
역의 표지판이 눈에 띕니다.
역은 아주 작고 고즈넉합니다.
사람들이 오가며 약간의 부산스러움이 있을 뿐입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표지판에는 코끼리 캐릭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곳곳에 칠이 벗겨져있으나, 코끼리란 건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예요. 별다른 건 없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예약해둔 숙소로 향합니다.
 
기차를 타고 왔기에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니면, 20분 정도 걸어가도 좋겠어요. 어떻게 할까요?
 
스노우:(고민... 20분 동안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될까?) (택시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둘은 택시를 잡아, 탑니다.
 
숙소로 향하는 길은 조용합니다.
 
섬은 한적하고 하늘에는 새가 작은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도로 바깥으로는 해안가가 드문드문 보입니다.
 
바다에 비치는 햇살이 유리조각처럼 반짝거립니다.
 
✎:숙소는 바다가 보이는 작은 펜션입니다.
독채이며 마당이 있고 흰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파란지붕으로 깔끔한 디자인이네요.
바로 앞으로 바다의 전경이 펼쳐져 있기에 파도소리가 가깝습니다.
기분이 절로 청아해지는 것 같네요.
펜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리 데워 놓았는지 온기가 은은하게 맴돌고 있습니다.
집 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부엌
 
 거실
 
 욕실
 
 침실
 
어디로 갈까요?
 
스노우:(풍경을 감상하다 엘로디 흘긋 보더니만 이내 부엌으로 가봅니다.)
 
엘로디는 바다의 전경만을 한없이 봅니다. 펜션에는 그닥... 관심 없어보이는군요.
 
✎:간단한 싱크대와 조리대가 있습니다.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어야 할 물건들은 다 제자리에 배치되어 있으니 필요하다면 꺼내서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냉장고에는 물과 음료 몇 개가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식탁과 의자도 배치되어 있으니 식사는 이곳에서 하면 되겠습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냉장고에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종이는 꽤 오래되어 보입니다.
옆에 별표가 되어있는 것을 보면 중요한 내용인가 봅니다.
 
스노우:(...이게 뭐에요.별 좋지 않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리같은(...) 것도 할 수 있겠다 생각하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어두운 색의 푹신한 소파가 있고 그 앞에 티비가 있습니다.
거실은 겨울날의 찬 햇살이 발코니를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방은 전체적으로 따듯한 분위기입니다.
카펫도 깔려있고, 훈훈함이 느껴집니다. 발코니 쪽으로 나가보면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햇살을 받아 청명하게 물결치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마음도 잔잔해집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티비 옆 전시장 안에 코끼리 조각상이 있습니다.
수제로 만들었는지 조금 거친 부분이 있습니다.
더 볼 것은 없어 보이네요.
 
스노우:코끼리가 마스코트인가... ... (발걸음 돌려 욕실을 확인해 봅니다.)
 
✎:코끼리는 정말 귀여운 동물입니다. 마스코트로도 나쁘지 않았겠죠.
스노우는 욕실로 향합니다.
기본적인 바디워시, 샴푸, 트리트먼트, 수건 등 있어야 할 것은 전부 있습니다.
욕조는 상당히 큰 크기이기에 두 사람이 들어가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말끔하고 흰 조명에 은은한 향이 맴돌고 있는 장소입니다.
 
스노우:여기는 코끼리가 없나 봐? (빤히 둘러보더니 이내 시선 떼고. 침실로 다가갑니다.)
 
✎:온통 코끼리뿐이면 디자인적으로 예쁘지는 않겠죠. 그래도 칫솔 색은 파란 코끼리색입니다.
침실에 들어가니, 적당한 크기의 침실입니다. 커다란 침대에는 요가 푹신하게 깔려있습니다.
옆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 두 개가 놓여있습니다.
탁자에는 무드등 하나가 놓여있네요. 독특한 향의 디퓨저도 있습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디퓨저의 향이 일반적인 향은 아님을 깨닫습니다. 약간 몽롱하네요.
 
✎:펜션은 전부 둘러봤나요? 더 볼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발코니 쪽에서 미약하게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스노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듣고나니 머리가 어질, 하며 핑 돕니다.
 
✎:`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였나요?``
 
순간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10초 가량이 지났을까요.
 
정신이 돌아옵니다.
 
✎:더 늦기 전에 바다를 보러 갈까요? 무의식일지도 모르지만, 엘로디는 겨울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노우:엘로디, 바다 보러갈까...? (네 소매 느릿하고 약하게 당겨보나. 동시에 걸음 느릿하게 옮긴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그래.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지.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네 목소리 들리니 천천히 고개 돌린다. 네가 걸음 옮기는대로, 따라 걸었다.) 오늘 날씨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야.
 
둘은 그렇게 바다로 향합니다.
 
✎:자박자박 자갈밭을 지나 바다에 도착하면 차가운 파도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겨울의 바다는 어쩐지 시린 감상을 줍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냉기를 뿜는 것만 같습니다.
바다내음 가득한 바람도 두 사람을 향해 힘껏 불어옵니다.
엘로디의 푼 머리칼과, 스노우의 머리카락이 사방팔방으로 휘날리네요.
 
숨을 들이키면 폐까지 찬 공기가 밀려들어옵니다.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는 고즈넉하고 몽돌 가득한 바닷가를 걷습니다.
 
...
 
엘로디는 황망한 겨울바다를 그저 가만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눈동자에도 파도가 일렁입니다.
 
무작정 오기는 했지만 파도를 보고 있으니 무언가가 쓸려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강행 가능합니다.
 
스노우:(다시 한 번... 잘 살펴봅니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이게 말이 돼?????)
 
원래 프랑스인은 삼세판이라고 했습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일 것도 같은데요...
 
스노우:(프랑스인은 삼세판이다. 스노우는 진짜 진짜 주변을 열심히 본다... 더 자세히 본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
 
엘로디의 옷자락에 붙어있는 눈송이를 발견합니다.
 
분명 눈 소식은 없었고, 내리지도 않는데...
 
스노우:엘로디, 잠시만... (놀라선 잘못봤나 싶어 눈송이로 생각되는 것을 바라본다. 가까히 다가가 본다.)
 
엘로디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스노우를 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바람에 눈송이는 녹아버립니다.
 
잘못 본 걸까 싶을 정도로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무슨 문제 있어?
 
스노우:...아니, 분명 눈송이가 엘로디한테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곧 눈이 내리려나요? (이런 것에 또 기대하는 모습이란,)
 
엘로디 얀-베르트랑:(눈송이...) 그럴 리 없잖아, 스노우. 눈은 내리지 않는 걸. 하늘도 잠잠하고. 하지만... 내렸으면 좋겠다. 네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고개를 젓다가 하늘을 힐긋 본다. 네 말을 믿어. 그러니까 곧 눈이 왔으면 좋겠어.)
 
물결치는 파도를 보며 해안가를 걷다가보면 저 멀리 등대가 보입니다.
 
가까이 가볼까요?
 
스노우:(가까이 다가가봅니다.)
 
등대에 가까이 가면 희고 빨간색으로 칠해진 높은 건물이 있고 그 주변으로 파도가 몰아칩니다.
 
방파제 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방파제를 매섭게 내려치는 거센 파도들이 내는 아우성이 들립니다.
 
등대 옆 울타리에는 자물쇠들이 잔뜩 걸려 있습니다.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이 와서 마음을 다지고 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우리도 저거 할까. (조금 유치한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엘로디와 스노우도 자물쇠를 걸어보는 건 어떤가요? 새 자물쇠는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스노우:(자물쇠 바라보다가 웃음소리 내뱉습니다.) 유치할리가 있나. (난 소원 팔찌 같은 것도 믿는데. 자판기에서 구매...해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소원팔찌... 네 손목 한 번 보고, 구태여 묻진 않고서 넘긴다. 기억날 리가 없으니까.)
 
자판기에 돈을 넣으니...
 
이런, 고를 수는 없나 봅니다. 랜덤 버튼이 있군요. 누를까요?
 
스노우:(...요즘 랜덤이 유행이야? 랜덤버튼을 누릅니다.)
 
달그락,
 
출구로 자물쇠 하나가 나옵니다.
 
스노우:(자물쇠 들곤 엘로디에게 다시 향하나... 불량이 아니라 다행이네... 하고 중얼거린다.) 같이 걸까?
 
자물쇠는 눈꽃 모양으로, 초록과 파란색이 반절씩 섞여 있습니다. 예쁘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러자. 이름은 네가 써줄래? (나는 손이...)
 
바로옆 테이블 위에 펜이 있습니다.
 
스노우:(네 손 흘긋 보고... 다시금 울상짓다가도. 펜 들어서 이름을 써내려갑니다. ...최대한 예쁘게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걱정이야, 걱정...
 
엘로디 얀-베르트랑:(얕게 웃고, 네가 글 쓰는 것 보았다. 기억이 다시 사라진대도 이건 남겠지, 하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기뻐지고.)
 
스노우:
예술 Roll
기준치: 85/42/17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나 화가인 만큼, 글씨는 예쁘게 써집니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캘리그라피 장인이 쓴 것만 같은 예술적임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이대로 우리가 여기에 왔던 건 영원히 남겠다. 좋은 것 같아.
 
스노우:그렇지? 왔다는 흔적이 계속 남는다는 것은 좋은 거 같아. 다시 추억을 되짚을 수 있잖아. (소중하다. 그리 생각하고 마는 것. 자물쇠를 걸어보려 합니다.)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으면 좋겠어. (기억도 다른 것들도 모두.)
 
엘로디 얀-베르트랑:(고개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스노우란 이름, 그런 사람은 낯설기만 하다. 영원히 남겠다고, 마음에 든다고 말했던 것도 결국엔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서 나온 말일 뿐이고. 친밀한 관계였다고는 하나 기억에서도, 감정에서도 그랬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야.
 
스노우는 자물쇠를 겁니다.
 
찰그락 하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자물쇠들 속 두 사람의 자물쇠도 자리를 채웁니다.
 
그렇게 자물쇠를 채운 등대에서 멀어져 더 걷다보면...
 
산책로입니다.
 
✎:산책로는 나무 갑판으로 되어있어 걸을 때마다 발과 갑판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또각또각 울립니다.
산책로는 한참을 이어집니다.
가로등도 보이고, 문을 닫은 작은 매점도 지나갑니다.
파도소리를 배경삼아 하는 산책은 더할나위없이 잔잔하고 좋습니다.
날이 조금 더 따뜻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덕분에 서로의 온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엘로디는 춥다면서 부연 입김을 내뱉습니다.
산책로가 거의 끝나갈 즈음 웬 보트 여러대가 해안가 부두에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작은 요트들입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라고 하네요.
 
스노우:(고민...하다가도.) 엘로디, 요트 타 볼래? (의사먼저 물어보나.)
 
엘로디 얀-베르트랑:(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텅 빈 기억이 그렇듯 타본 기억은 없고, 새로운 경험은 좋은 거니까.)
 
두 사람에게로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보드카 병을 들고, 담배냄새가 진하게 나는 한 남자입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인가보네요.
 
다른 손엔 우쿠렐레를 들고 있습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 요트 타러 오셨소? 코스 도는 데 이십만원이오.
 
[재력] 판정 혹은 [대인관계] 판정으로 요트를 탈 수 있습니다.
 
스노우:(...싫어하는 향에 눈가 찌푸리다가도 어색히 웃나. 요트는 비싼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잠시만요.
재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런...
 
스노우, 돈을 숙소에 놓고 온 모양입니다.
 
요트점 주인은 말합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 에잉쯧... 요트는 꿈도 꾸지 마시오. 대신 내 우쿠렐레나 연주해주리다. 요번에 아주 좋은 곡을 작곡했거든. 어린 분들이 와가지고는 요트도 못 타는 게 안타까워서 이 귀한 연주 들려주는 것이니 영광스럽게 들었으면 좋겠구만.
 
주인은 콧대가 높아져서는 큼큼, 목을 가다듬고...
 
딩...
 
딩!!!!!!!!! 딩!!!!!! 딩가딩!!!!!!!!
 
락도 이길 끔찍한 연주와 괴성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 오늘 코!!!끼리!!!!를봤네!!!!! 오~~ 성스러운 코끼리 아멘~!!!
 
노래는 삼십 분간 이어집니다......
 
...
 
귀가 터질 듯한 연주가 끝나고, 주인장은 뿌듯하게 우릴 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
 
스노우:(... ...예술적 가치와 배려 중에 고민하기는 또 처음이다.) ... ...멋지시네.
 
주인장은 하하 웃습니다.
 
가만, 이 사람... 칭찬에 약한 것 같군요?
 
요트 대여점 주인: 하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음치라고 했지만 그쪽은 내 진가를 알아보는 모양이구만.
 
칭찬 한 줌과 대인판정을 해볼까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뒤에서 눈 찌푸리고 있음...)
 
스노우:그럼요, ...(뒤 바라보더니... 못본 체 하고 주인장 봄... 웃음...) 정말 미래에 더 대단하신 사람이 될 거 같은 걸요. 멋지신 분이에요. (...)
말재주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요트 대여점 주인: 알아봐주니 기쁘구려. 기분이다! 그네들은 요트를 무료로 태워주겠소.
 
스노우는 천재적인 말재주로 요트를 얻어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와대박... 하는 눈으로 스노 보고)
 
스노우:(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봐요. 하는 눈. 엘로디 눈 마주하고 환히도 웃고) 그럼 탈까?
 
엘로디 얀-베르트랑:(네 웃음 보더니, 똑같이 따라 웃었다. 익숙해야만 할 것 같은데 또 낯선 이질감. 지금은 무시하자.) 좋아.
 
요트에 올라타면 공중에 올라가있는 기분이 듭니다.
 
배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기도 하네요.
 
두 사람이 좌석에 앉으면 요트는 출발합니다.
 
파도를 가르고 모터소리가 크게 이어지고, 옷자락이 펄럭거립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시원함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강하지만 힘차게 나아가는 요트에 앉아있으니 어딘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스노우: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요트는 안정적으로 나아갑니다.
 
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잔잔하고 적당한 속도로요. 주인장보다 요트가 더 낫습니다.
 
요트는 작은 섬을 한 바퀴 돕니다.
 
산도 보이고, 건물들, 작은 주택들.. 해안가에 정박해 있는 낚시용 배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이나 고양이도 있습니다.
 
날씨는 정말 춥습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온도인데 하늘은 그저 말라있습니다.
 
구름은 천천히 떠다닐 뿐이고요.
 
출렁이는 파도는 잔잔하게 부서집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저기... (간극 두다가, 이제야 다시 떠올렸단 듯 네 이름 불렀다. 스노우.) 요트 타거나 바다 본 적 있어? 너는.
 
스노우:(제 이름 들리자 언제나 그러하듯 웃어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라는 것은 제게 익숙한 것이고... 네겐 아니겠지.) ...없네. 처음인 거 같은데. (기억 더듬어 확인해보나. 없는 것 같았다.) ...바다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은 있는 거 같아. (...)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고개 끄덕인다. 바로 옆에 있고, 대화를 나누는데도 매 순간 처음 보는 기분. 낯선 사람. 기분이 이상했다.) 그걸 제외하면 처음인 거네. 너와 나 둘 다. (다시 바닷바람이 치는 걸 본다. 거의 다 돈 모양이네. 속도가 줄어.) 의미있는 날이겠어, 오늘.
 
요트는 한 바퀴 돌아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와 정박합니다.
 
내릴 때네요.
 
스노우:(내릴 때가 되었구나) 응, 정말 의미있는 날이야. (나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 둘 다 새로운 것이잖아.) ...내릴까. (먼저 내리고선 잡아줄까? 하는 모양으로 바라보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이 기억이, 추억도 아닌 그저 기억일 뿐인 게 여전히 안타까웠다. 너를 알지 못하더라도 분명 아름다웠다고.고개 끄덕였다. 잡아줄래? 하고 손 내민다.)
 
스노우:(뒤에, 다음 날이 다가온다면 이 기억이 잊혀지지 않기를. 계속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신이 있다면 들어주리라. 네 손 조심스럽게도 잡아 받는다. 도와줄게.)
 
엘로디는 스노우의 손을 붙잡고 내립니다.
 
요트에서 내리면 어느새 하늘이 점점 색을 바래고 있습니다.
 
바다는 어느새 주홍빛으로 물들어 젖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철썩이는 파도소리, 그 사이에서 두 사람은 멍하니 서녘을 바라봅니다.
 
두 사람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엘로디는 기억을 많이 되찾았나요?
 
...
 
바닷가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보면, 이제는 숙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스노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낮에 들었던 종소리입니다.
 
댕-댕-댕- 세 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습니다.
 
...
 
순간 스노우는 옆에 서 있는 엘로디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얼굴도, 시선도, 목소리도 내가 아는 엘로디가 맞는데...
 
낯설게 느껴집니다.
 
`내가 알던 엘로디가 맞나요? 그는 정말 엘로디인가요?
 
.
 
.
 
.
 
그대로인 엘로디입니다. 이제 그만 숙소로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엘로디 얀-베르트랑:돌아갈까? 이제 그만.
 
스노우:...그래, 숙소로 돌아가자. 파곤할 수도 있잖아. (눈동자 굴리다가 어색히 웃습니다.)
 
두 사람은 숙소로 돌아갑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공연히 눈앞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즐거웠잖아요.
 
처음부터 설명하는 건 이제 익숙합니다. 다시 설명하는 거예요.
 
✎:펜션의 문을 열면, 날만 어두워졌을 뿐 아까와 같습니다.
 
...다시 설명하는 건 힘들지 않습니다.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엘로디는 피곤한지 먼저 들어가보겠다고 말하고,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정리하고 이만 눈을 붙여요.
 
내일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
 
.
 
.
“ …스노우! “
흐린 정신 가운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스르륵 눈을 뜨면,
 
아.. 엘로디네요.
 
그는 어쩐지 밝은 얼굴로 스노우를 향해 웃고 있습니다.
 
창문 밖은 아직 어둠이 내려앉아있습니다.
 
어라, 한밤중인데요. 엘로디는 왜 이런 밤중에 스노우를 깨운 걸까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면...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같이 해돋이 보러 가자.
 
…해돋이. 생각해보면 바다에서 보는 일출은 정말 멋질 것입니다.
 
수평선을 따라 번지는 빛. 고요하게 울리는 파도소리.
 
천천히 나타나는 태양. 분명 넋을 놓고 보게 되겠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엘로디는 스노우를 다시금 채근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예쁠 거야, 스노우.
 
스노우:(눈 느릿하게 깜박거립니다. 몸 일으켜선 잠시 멍해지고...) 그래, 보러가자. (비몽사몽하니 이젠 침대에서 벗어나 일어나선 걸음 옮기다... ....방금 제 이름 부르지 않았어?)
 
스노우는 엘로디의 채근에 결국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다시 바다로 나갑니다.
 
그러고보니 기억을 잃지 않았네요.
 
아직 완전히 2년 전처럼 대하는 건 아니나...
 
어제의 일을 기억하고 있음은 틀림없습니다.
 
뺨이 다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입니다. 바람은 목도리 사이로 스며들고요.
 
입김은 나오자마자 서리로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온도입니다.
 
아...
 
잠시의 적막을 엘로디의 목소리가 갈라버립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해돋이 보고 오늘은 바다 반대쪽으로 가보자.
 
스노우:바다 반대편? 좋아. 바다 반대편에는 또 뭐가 있을지 궁금하네. (목소리에는 약간의 즐거움, 다른 것들이 섞이고) 좋은 것들, 아름다운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
 
엘로디 얀-베르트랑:응, 어제처럼. (아니면 조금 더 욕심내서 어제보다 더.) 처음 보는 바다인 만큼 제대로 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이제 네가 말한 그 친밀한 관계란 것도, 대강 알 것 같아. 오늘은 기분이 좋아.)
 
담소를 나누며 바다로 향하면 때마침 수평선이 붉게 물들고 있습니다.
 
빼꼼 태양이 비치더니 순식간에 하늘은 주홍빛으로 물들고 바다에 그림자처럼 번지는 햇살에 눈이 저절로 찌푸려지게 됩니다.
 
잊지 못할 순간이네요.
 
멍하니 해안가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엘로디가 스노우에게 바짝 붙어옵니다.
 
해가 완전히 바다 위에 떠오르면 엘로디가 말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자전거 탈까?
 
자전거가 있었던가?
 
스노우:(어제, 라는 이야기를 듣더니 기분 좋아진 마냥 화색입니다.) 여기에 자전거가 있어? ...난 못 봤던 거 같은데.
 
엘로디 얀-베르트랑:펜션 뒤쪽에 있더라고. 어제 돌아오면서 봤어.
 
엘로디는 스노우를 안내합니다.
 
뒤쪽으로 가니, 정말 무료 대여 자전거들이 늘어서있군요.
 
스노우: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네... (놀란 기색 보이더니만) 같이 타는 것이 낫겠지? (네 손 흘긋 바라보나. ...손 걱정이여서.)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그렇네. 깨달은 표정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면 같이 타자.
 
둘은 자전거 하나를 끌고 나옵니다.
 
곧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입니다...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엘로디가 뒤쪽에 탑니다. 자전거는 또 오랜만이네요.
스노우, 앉아볼까요. 목도리도 잘 추켜세우고요. 겨울바람은 차가우니까요.
 
스노우:(앞에 앉아선.... 자전거도 참 오랜만이구나 생각하고) 엘로디, 안 춥겠어?
 
엘로디 얀-베르트랑:괜찮아. 온도는 내려갔다고 했지만 어제보다 덜 추운 걸. 자전거 타다보면 나아지겠지.
 
자전거를 타고 두 사람은 빈 도로를 달립니다.
 
도로 바깥쪽으로는 앙상한 나무가 연달아 이어지고 드문드문 철새들이 무리지어 하늘을 날아갑니다.
 
✎:신호등은 주황색 불을 깜박이고 있습니다.
가로등은 하나, 둘 천천히 꺼지기 시작하네요.
뺨을 스치는 찬 공기에서는 바다의 향이 물씬입니다.
새벽공기는 시리지만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듭니다.
자전거를 탄지 10분정도가 흘렀을까요.
전구가 둘러져 깜박거리는 우체통이 하나 보이고, 그 뒤로 조금 큰 건물이 보입니다.
 
✎:곧 크리스마스라서 저렇게 꾸며두었나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엘로디가 뒤에서 작게 말을 꺼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저기 둘러보고 가자. 어때?
 
스노우:저기? (자전거의 속도 점점 늦춰 멈춥니다. 주변 봅니다.) 어디?
 
한 건물을 가르킵니다. 자전거가 멈추면, 엘로디가 찬찬히 내립니다.
 
일단 건물 안으로 가볼까요?
 
스노우:(건물 안으로 같이 ... 들어가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여긴 스케이트장이네요.
꽤 넓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매표소 안쪽에서 두 사람을 맞이하며 입장료는 3,000원이라고 합니다.
 
스노우:(그러면... 두 사람 몫의 것을 구매하려합니다.)
 
스노우:
재력
기준치: 60/30/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오늘도 두고 나왔니?)
 
주머니를 다시 한 번 잘 뒤져볼까요?
 
스노우:(...내가 두고 나왔을리 없는데... ...)
재력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역시 주머니에 블랙카드가 있습니다.
 
늘 들고 다니는 다섯 번째 블랙카드인데 놓고왔을 리 없죠.
 
두 사람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안으로 입장합니다.
 
우선 스케이트화를 신어야 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
 
스노우:
손놀림
기준치: 10/5/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천재 맞구나.)
 
스노우는 한번에 쉽게 신은 반면, 엘로디는 한참이 걸립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아오)(망할신발)
 
스노우:(...엘로디 도와줬으면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뒤늦게 함!)
 
어찌저찌 스케이트화를 착용하고, 둘은 빙판으로 나옵니다.
 
스케이트화를 얼음 위에 내딛으면, 아 생각보다는 많이 미끄럽네요.
 
스노우: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엘로디 얀-베르트랑: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넘어지지 않고 잘 내딛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스케이트 타본 적 있어?
 
스노우:...아니, 탈 시간도 없었는데. 꽤 괜찮은 거 같기도... 엘로디는... 아, (물어보려다 말고 눈동자 굴리길) 엘로디도 잘 타는 거 같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이어지다 만 말에 잠시 어색하게 웃고, 다시 주의 돌린다.) 많이 바빴나 봐. 무슨 일을 했길래... (잘 기억나지 않았다. 또... 잠시 시선 내렸다가 다시 빙판 위 천천히 내딛는다.) 재능 있나? 스케이트 선수나 해볼까 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스케이트장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겨울 햇볕은 따사로이 빙판위를 내리쬐고 있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스노우: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앗, 스노우가 삐끗하자...
 
엘로디가 어찌저찌 잘 잡습니다. 조심해야겠어요.
 
스노우:...고마워, 미안. (다시 바로 서고. 도움받는 것이 익숙치 않는지 말이 나오기까지 시간 걸린다.) 난 네가 스케이트보다 더 잘 하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또 저 혼자만 기억하는 이야기들을. 혹시라도 기억할까.)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런 너 보다가, 그냥 넘긴다.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이렇게나 적은데.) 잘 모르겠어. 옛날에 무얼 했었던가... (기억해내려고 애써도, 어렴풋이 잔상만 남아돌 뿐 명확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스노우:(쓰게 미소짓다가 이내 밝은 표정 짓고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분명 기억하리라, 제 이름도 잊지 않고 있는 거 같은데. 분명. 하고 희망을 잡습니다.) ...걱정 마. 분명 내일이면 기억날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다음 날... 아니면 또 다른 어느 날이더라도. 미래엔. (나지막히 웃음 뱉다가. 구태여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나를 계속 기억해주고,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다.
 
그래요, 희망을 가집시다. 어제보다 나아졌는걸요. 내일이면 더 나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언젠가는 스스로 기억해낼지도 모릅니다. 스노우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과 계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어느새 얼음을 능숙하게 미끄러지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초록색 보석 팔찌가 스치는 바람에 흔들립니다.
 
스케이트화의 날이 지나간 자리에 고아한 선이 그어지고 얼음이 갈리며 나는 삭삭 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스케이트장에는 어느새 클래식이 흐르고 있습니다. 느린템포의 곡이었다가도, 어느순간 가빠른 곡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가장자리 벽에 장식해둔 전구들은 번갈아가며 화려한 색으로 반짝거리네요.
 
두 사람은 충분히 빙판을 즐겼나요?
 
...
 
어느정도 즐겼을 즈음, 두 사람의 코 끝으로 연한 커피향이 흘러들어옵니다.
 
가만보니 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카페가 있습니다.
 
추위에 잔뜩 얼어버린 몸을 따듯한 음료로 녹이는 것도 좋은 방법중에 하나겠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확신에 차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한 문장이다. 대신 속도를 늦추고, 카페를 눈짓했다.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고 싶었다.) 뭐라도 마실까?
 
스노우:(희망이랄 것을 아주 작게 존재해도 그것을 잡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내뱉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몇년 째라고 할지라도.) 좋아. ...따뜻하게 있는 것도 괜찮을 거 같으니까. (이내 발걸음 돌린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훈훈한 따스함이 스노우의 뺨 위로 내려앉습니다.
가게는 아주 작고 귀여운 인테리어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커다란 트리도 구석에 위치해있네요.
트리 뿐만이 아니라 이곳저곳 반짝이는 전구로 꾸며져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메뉴를 먼저 시킬까요. 유난히 스페셜 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스노우:(응? 스페셜 메뉴 세트? 뭔지 바라보고...)
 
✎:하단에 작게, 이 카페만의 비밀 메뉴! 하고 적혀있네요.
 
스노우:(고민... 엘로디 바라봄...) 엘로디, 스페셜 메뉴 시켜볼까? (조금 흥미 생긴 낯)
 
엘로디 얀-베르트랑:(끄덕인다. 나도 궁금해.)
 
스노우:(직원 보더니 스페셜 메뉴 세트를 시킨다고 말을 건네 봅니다.)
 
직원은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좌석을 고릅니다.
 
자리는 여기저기 많지만 그 중 눈에 띄는 자리는 창가에 위치한 흔들의자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흔들의자 쪽 어때?
 
스노우:안 좋을리가 없지. (그럼 저기로 할까? 하면서 가기를...)
 
둘은 창가 흔들의자에 앉습니다. 창 밖으로 바다와 파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점원이 메뉴를 내옵니다.
 
✎:사과 파이와 녹차 조각 케이크, 블루베리 조각케이크입니다. 쪽지가 하나 놓여 있네요. 읽어볼까요?
 
스노우:(쪽지? 메뉴 보다가도 쪽지가 더 궁금한 나머지 열어서 확인해봅니다.)
 
이어 커피 한 잔과 밀크티 한 잔도 나오는군요.
 
스노우:...신기하네. 우리가 테마인 디저트라는 거지? (음식들 다 둘러보다가)
 
엘로디 얀-베르트랑:예쁘게 만들었네. 나 여기 마음에 들어. (다음에 또 오자. 잊지 않은 채로. 둘 다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변하지 않은 채로.)
 
스노우:그러니까. (포크 들어 녹차 조각 케이크 한 조각 잘라서 입에 넣어봅니다. 맛도 괜찮은 거 같고... 하는 표정 밝습니다.) (그래, 변하지 말자. 너든 나든.)
 
따듯한 음료와 파이, 케이크를 한 입 머금으면 뭉근한 기운이 온 몸에 퍼져갑니다.
 
배경음악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캐롤, 푹신한 방석, 따스한 온도.. 살짝 노곤해지는 기분이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신 뒤 밖으로 나오면 어느덧 해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와있습니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네요. 엘로디는 다시 자전거를 끌고 와 스노우에게 타라며 손짓을 합니다.
자전거에 올라타 나아가는 길은 겨울임에도 은근한 온기가 맴돕니다.
한참동안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갑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별안간 뺨에 차가운 것이 닿는 느낌이 듭니다.
 
✎:하늘을 보면...
비? 아니면 눈?
무언가가 내립니다.
 
아, 이건 진눈깨비예요.
 
✎:진눈깨비가 하늘에서 내립니다.
 
... 10분 쯤 지나면 상점가가 눈에 띕니다.
 
진눈깨비를 맞으면서, 상점가를 둘러봅니다. 어디로 가나요?
 
스노우:(고민... 사진관부터 들러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손을 내밀어 하늘에서 내리는 겨울의 첫장을 보고, 스노우와 같이 걸음 옮긴다.) 스노우, 있잖아, 눈이 오려나 봐.
 
스노우:...그러게. 눈이 내리려는 거 같아. 축복해주는 것만 같지 않아? (목소리에 즐거움 섞여 내리고) 곧... 펑펑 내리는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야외 사진관입니다. 진눈깨비와 함께 모습을 남기면 좋겠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런 것 같네, 정말로 눈이 많이 내리면 얼마나 예쁠까. (기대 찬 눈으로 사진기와 풍경 바라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것만 같은 눈이란...) 찍을까?
 
스노우:(네 모습에 끝내 웃음 소리 내뱉었을지도 모르겠다.) 찍으면 좋을 거 같네. 이것 또한 흔적의 일종이잖아. (퍽 다정한 것.) 몇년만의 눈과 함께...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래, 영원히 남을 또하나의 기억. 곧 추억. 그리고 희망. 즐겁단 듯 마저 웃고 사진기 앞에 섰다.)
 
3...
 
2...
 
1...
 
찰칵!
 
스노우:(??_
 
스노우:(아니 저기)
 
엘로디 얀-베르트랑:
외모
기준치: 90/45/18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스노우:(언제바꾸셨ㅅ어요)
 
네?
 
스노우: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 ㅠㅋ )
 
사진이 바로 나옵니다.
 
화사하고 다채로운 채의 스노우와 봐줄만한 엘로디가 사진에 담겨 나왔습니다. 잘 찍었군요.
 
엘로디 얀-베르트랑: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스노우:(...사진에 뭔가 불만있는 것 마냥 뭔가 뒤바뀐 거 같은 느낌이 든 마냥 바라보고...) 그렇죠. 흔들리지 않아 다행인데...
 
그럼 이제 다음 코스로 가봅시다. ^^ 해가 지기 전에 다 해보아야죠.
 
스노우:(기묘함 느낍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선물가게로 갑니다...)
 
목걸이를 파는 가게입니다. 색색의 보석과 펜던트가 늘어서 있네요.
 
엘로디는 진지하게 진열대의 물건들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연파란색 네잎클로버 펜던트 목걸이 하나 골라서 샀다!)
 
스노우:(고민하다가... 옅은 색의 초록빛 원형 귀걸이 골라보나... 그리고 구매하기 마련이다.)
 
각각 원하는 물건을 고르면 직원이 예쁘게 포장을 해서 다시 두 사람에게 건네줍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가게에서 나와서, 네게 내밀었다. 파란색. 언제고 기억해달라고...) 여기 온 기념이야.
 
스노우:(눈 깜박... 깜박... 언젠가의 기억과 많이 닮아있었기에 가만히 바라보기 밖에 못했다. 그리고 조심히 받더니, 고맙다고 말을 어색하게 한다. 아까 산 것을 네게 건네나.) 귀찌로 사는 것이 나았을까. ...나 잊지 마. (옅은 목소리.)
 
엘로디 얀-베르트랑:(얼른 귀 뚫어야겠다. 웃으면서 받아든다. 또 하나의 기억 잔해. 새겨진 추억과 희망을 잊지 않을 테다. 왜인지 기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지난날의 잔상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제 손목의 팔찌 한 번 바라보다 상점가 나가는 길로 걸었다.) 겨울이 지나도, 또다른 겨울이 와도 잊지 않을게.
 
상점가를 다 둘러보면 이제는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엘로디와 스노우는 그만 숙소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은 서녘으로 하늘이 번져 분홍색 색감이 돋보입니다.
점점 파스텔 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구름 끝은 서녘에 젖어서 점점 색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초승달이 빼꼼하게 자신의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고,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스노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익숙한 종소리입니다.
 
세 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습니다.
 
...순간 엘로디와 관련된 자잘한 것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엘로디의 직업, 나이, 유년시절,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생일 등 말예요.
 
기억이 희미합니다.
 
...
 
✎:두 사람은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
 
.
 
.
 
베개에 머리를 뉘이며 스노우는 생각합니다.
 
오늘은 엘로디가 기억을 잃지 않았지만 이제 해가 졌으니 다시금 잊을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만약 그리 된다면 스노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안간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도 다시 처음부터 설명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그렇죠?
 
…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잠에 빠져듭니다.
 
✎:수많은 흰 동백꽃이 짙은 녹색의 잎 사이사이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동백꽃이 수없이 피어난 나무들.
그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는 두 사람은 향에 흠뻑 물듭니다.
 
느지막이 눈을 뜬 스노우와 엘로디는 오늘은 섬을 산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냥 발길 닿는대로 길을 나서는 겁니다.
그 사소한 시작에서 이렇게나 아름다운 동백꽃밭을 발견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붉은 동백꽃이 아닌 흰 동백꽃입니다. 꼭 눈꽃을 닮아있어요.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에 숙소에서 나올 때 5분정도 였나요.
 
잠깐 가랑눈이 내렸습니다. 얇은 눈송이는 하늘하늘 공중을 날아다녔지요.
 
이렇게 하얀 동백꽃을 보고있으면 그 눈이 내려서 희게 변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되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동백꽃의 꽃말을 알아?
 
스노우:(눈 깜박... 꽃에 대해 해박하지는 못한 거 같아요.) ...모르겠는데. 엘로디는 알아?
 
동백꽃의 꽃말, 글쎄요. 잘 알지 못합니다.
 
잠시 고민하고 있으면...
 
엘로디가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라며 알려줍니다.
 
둘은 그렇게 계속 걷습니다.
 
몇 걸음을 더 옮기면 굴뚝을 타고 뭉게구름이 올라오는 한 건물이 보입니다.
 
기차역입니다.
 
✎:그러고보면 첫날은 숙소에 가느라 역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죠.
역은 어딘가 예스러운 분위기가 남아있지만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깔끔하고 깨끗합니다.
기차역에서는...
 
 포차
 
✎: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스노우:(주변 슬 둘러보다가 엘로디에게 시선 향하고) 족욕온천부터 가 볼래?
 
엘로디 얀-베르트랑:좋아. 마침 제일 가까우니까...
 
작게 마련된 부스에서 따뜻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좋은 향초를 썼는지 향 또한 매우 좋습니다.
 
그러고 보면 손이랑 발이 너무 시려워요. 언뜻 보아도 물 상태도 매우 좋습니다.
 
다만... 부스가 잠겨있군요. 주인장이 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으로 향해야겠어요.
 
스노우:(잠시 뜸들이다가...) 얼음분수부터... 가야하겠는데?
 
엘로디는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얼음분수로 향합니다.
 
✎:역 바깥쪽으로 나가면 얼음분수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광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참을 넋놓고 보게 될 정도입니다.
반짝거리는 얼음들의 표면은 무지개빛으로 반사되고, 거대한 얼음분수는 크고 웅장해서 기분이 벅차오는 것 같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겨울이란 게 실감나. 겨울인 지 한참이 지났을 텐데도...
 
스노우:그러니까 말이야. (...잠시 탄성 내뱉더니 이런 것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중얼거리기 마련.) 난 계절 중에 겨울이 제일 좋더라.
 
엘로디 얀-베르트랑:(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네 말에 동조했다.) 나도 그래. 왜인지 예전부터 이랬던 것도 같고. 내가 항상 겨울을 좋아했다는 건 알겠어.
 
역에서 나와 조금 지나면 마른 거리에 포차 하나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주변이 훈훈하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저기 들어갈까? 오늘 둘 다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스노우:(고개 끄덕거리나) ...그렇지, 우리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구나. (...!) 들어가자.
 
✎:포차에 들어가면 분식을 이것저것 팝니다.
붕어빵같은 간식도 팔고 오뎅이나 떡볶이 같은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도 있네요.
스노우와 엘로디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포장해 족욕을 하러 가도 좋겠어요.
 
스노우:(붕어빵... 과 오뎅을 사갑니다...) 포장해서 갈까? 족욕... 열려있을지도 모르고. (...고민)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러자. 지금 시간이면 충분히 열려있을 거야.
 
슈크림파인가요 팥파인가요?
 
스노우:(슈크림파 입니다 아 ㅠㅋ)
 
좋습니다. 엘로디도 슈크림파인 것 같군요^^
 
둘은 포장해서, 아까의 족욕온천으로 갑니다.
 
어느덧 하늘은 붉은색으로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열려있네요. 둘은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져온 걸 낮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앉습니다.
발을 족욕탕에 담구면 몸 전체로 따스한 기운이 올라옵니다,
기분이 노곤노곤해져요.
사람도 없고 고즈넉한 장소에 물 흐르는 소리만이 부스를 메우고 있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여기 오길 잘했어. 내가 바다 보고 싶다고 한 게 이런 것들 때문이었나봐. 어제랑, 그제도... 그리고 널 잊지도 않았고.
 
스노우:이게 다 바다덕인가? (속으로 감사하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고.) ...잊히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기쁘다. 몇년간... 계속 붙잡은 것이 허무가 아니여서. (웃음 뱉는다. 기뻐.)
 
엘로디 얀-베르트랑:붙잡아줘서 고마워. (너를 계속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 포기하지 않아서. 변하지 않아서. 할 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찰나의 중얼거림으로 남겨두었다. 붕어빵 하나 집어들고 한 입...) 맛있네...
 
스노우:고마워할 거 까지야. 나도... 이런 네가 보고 싶어서 계속 잡고 있던건데. (...이기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멍하니 중얼거리더니. 당신을 바라본다. 이 순간을 영영 기억하겠다는 마냥.) 그렇지? ...이런 곳들을 방문하는 것이, 여행이란 것의 멋진 점이 아닐까... 전에는 생각 못했을. (저도 한 입 오물거리다가... 좋다고 생각하고...)
 
영영 기억에 남는다면 정말이지 더할나위없이 좋겠습니다.
 
하나하나가 전부 소중하다는 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기억과 추억이란 공존할 때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라는 걸 상기합니다.
 
✎:세 군데를 다 돌아본 뒤 다시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하늘은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까만 밤 하늘에서는 총총거리는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습니다.
가로등은 하나, 둘 자신을 밝히고요.
돌아가는 거리는 고즈넉합니다.
두 사람의 발소리만이 저벅저벅 주변을 울릴 뿐입니다.
 
✎:입김은 뿌옇게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고,
귓바퀴는 불그스레 해졌습니다.
밤이 되니까 더욱 춥네요.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다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춥니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가로등이 없는 길이 한동안 이어집니다.
 
달빛만이 가득한 조용한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곁에 있잖아요.
 
게다가 하늘에 저렇게나 많은 별들이 있는 걸요. 달빛도 아주 밝습니다.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스노우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다 유난히 밝은 별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저건.. 오리온자리네요. 겨울의 대표 별자리입니다.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도시에서는 이렇게나 많은 별을 볼 수 없었는 걸요.
 
하지만 무엇보다 의미있는 건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이 하늘 아래서 걷고 있다는 것일 테입니다.
 
✎:몇 분 정도 더 걸으면 시야에 펜션이 들어옵니다.
 
스노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세 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습니다.
 
이렇게나 늦은 밤인데도요.
 
.
 
.
 
.
 
...
 
엘로디와의 모든 기억이 날아가버렸다는 것을요.
 
첫만남부터, 섬에 오기 전까지의 기억.
 
` 그 전부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스노우가 기억하는 것은 섬에서의 기억과...
 
스노우가 엘로디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엘로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스노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엘로디의 기억은 온전하다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있었던 일들이 기억은 안 나지만...
적어도 엘로디는 기억을 되찾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족한 겁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오늘도 즐거웠어, 어제처럼. 섬에 오기 전에도 우리 틀림없이 이랬겠지?
 
스노우:...응? 어, 그랬어.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다 어색히 웃습니다. ...괜히 기억이 없다 말하고 싶진 않아요.) 내일도 기대...되지 않아? 아하하... (...)
 
엘로디 얀-베르트랑:(어색한 미소에 잠시 의아해하더니, 이내 지운다. 피곤한가... 섬에서의 기억은 모두 선명하니 시야가 트인 기분.) 그럼, 잘 자. 좋은 밤 보내길 바라.
 
스노우:(마른 세수하더니 이내 웃습니다. 그래요, 중요한 것은 지금... 엘로디의 기억이 아니겠나요. 다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뭐 방법이 있덥니까.) 엘로디도, 좋은 꿈꾸고. 내일 봐.
 
그날 밤, 스노우는 잠에 들고 나서 한참을 뒤척입니다.
 
✎:잠이 오지 않습니다.
날아가버린 기억, 되찾을 수 있을까요?
... 하지만 아무리 혼자 생각한들 변하는 것은 없을 겁니다.
내일 아침 엘로디가 기억을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스노우는 선잠에 듭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스노우의 앞에는 엘로디가 표정이 없이 서있습니다.
 
그의 얼굴은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문장이 있습니다.
 
정말 질리도록 들었던 그 말.
 
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눈물이 날 것만 같습니다.
 
내내 괜찮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스노우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엘로디는 스노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뒤돌아서 가버립니다.
 
그대로, 영영.. 영원히…
 
.
 
.
 
.
 
눈을 뜨면 펜션입니다.
 
주변은 소리를 먹어버린 것 마냥 고요합니다.
 
엘로디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이어질 뿐입니다.
 
✎:엘로디는 잠시 뒤척이다가, 일어납니다. 눈을 깜박여요.
 
스노우, 일어났어? 하고...
 
늘상 그랬듯, 이전보다 조금 더 밝게 웃습니다.
 
다행이랄지, 그의 기억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엘로디가 기억을 잃지 않게 된 지 나흘째가 되네요.
 
스노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엘로디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창문을 통해 스노우는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싸리눈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창 밖에 뭐 있어?
 
스노우:(멍하니 창밖 보더니...) 밖에... 눈이 오고 있어.
 
엘로디 얀-베르트랑:정말? (후닥닥 일어나서 커튼을 완전히 걷었다. 눈이야.) 이게 그토록 보고 싶었나 봐, 나. 드디어 눈이 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섬의 산에 갈까? 우리가 가보지 않은 마지막 장소야.
 
스노우:(네 모습 바라보더니 키득거리며 웃고 맙니다. 그리 신날까. 물론 자기도 들뜨기 마련이겠지만 그 생각은 못하겠지...) ...나도, 좋다. 눈이 오는 것만을 보고 싶었는데. (모습을 눈에 담다가도) 산? 그래, 마지막 장소까지 다 가봐야지. 후회없이.
 
✎:두 사람은 산에 가기로 합니다.
펜션을 나와, 산을 향해 걷다가... 도착합니다.
산은 싸리눈이 내려서 온 땅이 흐리게 하얗습니다.
게다가 이 곳,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흰 바닥에 흰 나무. 정말 아름다운 조화입니다.
싸리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엘로디와 스노우의 어깨에도 쌀알과 같은 싸리눈의 조각이 얹어져 있습니다.
눈이 와서 그런지 온도는 전보다는 포근해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 끝은 너무나 시립니다.
 
✎:산에 왔으니까 정상에 가볼까요? 그럼 답답한 속이 뚫릴지도 모르겠어요.
안그래도 어제 이상한 꿈을 꿔서 이유모를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두 사람이 직접 걸어서 산 위에 올라가도 좋겠지만, 체력도 그렇고... 눈이 오는 날은 걸어서 올라가는 경로가 금지됩니다.
옆에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편안하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겠습니다.
 
스노우와 엘로디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산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높은 곳에서 산을 내려다보면 희고 흰 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눈은 어느새 그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케이블카가 있어서 다행이야. 걸어올라가는 건 어림도 없지... (창 밖 보다가, 스노우 마주보았다.) 바다가 보여, 저 아래. 겨울 바다야.
 
스노우:...(고개 끄덕인다.) 체력 안 될 거 같으니까. (아마... 라고 말하나 확신에 가깝다. 마주한 시선에 눈 슬 크게 뜬다.) 겨울 바다는 참 예쁘지 않나? ...부디 이 기억도 잊히지 않기를. 이제 잊히는 것은 끝나는 것으로 믿고 싶다. (제게 말하는 건지, 네게 말하는 건지.)
 
엘로디 얀-베르트랑:이상하게 확신이 들어. 원래 근거 없이는 말 안 하는데... 오늘은 왜인지 해야할 것 같아서. (그리고 말한다. 안에는 둘 뿐인데도, 작게 속삭이듯이. 잊지 않아. 현재도, 내 계절도, 그중 겨울도.) 다행이야. 내가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해서. (행복이란 기억함으로써 나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과의, 바뀌지 않을 추억. 완연한 추억의 계절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스노우와 엘로디, 야호 한 번 내지르는 건 어떨까요? 사람도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걸요.
 
스노우:(괜찮을까... 진짜 아무도 없는걸까... 고민하고 생각하다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엘로디에게도 물어보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좋아....... 괜히 아무도 없지만, 창 밖 한 번 둘러본다.) 야호... (이거 맞아? 저도 웃긴 듯 웃었다.)
 
스노우:(웃다가도... 다시 주변 보다가...) ... ...야호. (외치고, 조금 제 꼴이 우스운지 이내 제 모습보고 웃는 모양이고)
 
야호, 하고 맑은 소리가 산 전체를 울립니다.
 
그 순간입니다.
 
스노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 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습니다.
 
이번 종소리는 마치 머릿속에서 직접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
 
잠시만요.
 
스노우는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 그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가 누구였지?
 
이름 뿐인가요?
 
어느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이 기억납니다.
 
스노우:
정신
기준치: 31/15/6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방금 전까지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았던가요?
 
...
 
그 사람이 분명 나의 -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주변을 돌아보면, 그가 사라져 있습니다.
 
케이블카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옵니다. 아래 끝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누군가가 방금까지 곁에 있었는데요.
 
발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얕게 남은 눈 잔해...
 
하지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상하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
 
케이블카에서 내립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에 신경쓸 겨를도 없이 거센 바람이 몰아칩니다.
 
바람은 아주 날카롭고 매섭습니다. 추위에 얼어 죽을지도 몰라요.
 
얼른 하산해야합니다. 이대로라면 조난당할지도 모릅니다.
 
스노우:(...뭘까. 다른 생각할 틈도 없습니다. 하산해야 알 수 있을 터. 다만... 발걸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어서 하산해요. ... ...)
 
스노우는 자작나무 숲 앞에 덩그러니 서있습니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이 곳에 있는 이유도,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도.
 
하지만..
 
스노우: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스노우는 그 사람을 찾기 위해
 
 펜션
 
 
 
 상가
 
에 갈 수 있습니다.
 
스노우:(...가만히 서있다가 이내 펜션으로 향합니다.) 소중한데 왜 기억이 안 날까...
 
✎:스노우가 펜션 안으로 들어서면 따듯한 기운이 온화하게 감싸옵니다.
두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있습니다.
캔버스와 두 개의 칫솔, 두 종류의 옷 그리고 두 개의 베개, 분명 두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요.
하지만 이토록 애절한 감정이라면,
스노우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것만은 확실해요. 이곳에는 그 사람이 없는 모양입니다.
 
_
 
스노우:왜 없는 거지... 어디 있다는 거지. (발돌려 스케이트 장으로 가봅니다.)
 
✎:스노우는 스케이트장으로 향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주인이 왜 저번의 그 파란 눈의 친구는 같이 안 왔는지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그래요. 전에는 두 명이서 이곳을 왔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고, 저기 보이는 카페에서 함께 음료도 마셨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 사람이 온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_
 
스노우:파란눈의... 사람. (제 팔찌와 연관 있을까... 하는 생각하다가. 역으로 향합니다.)
 
✎:역으로 가는 길에는 흰 동백꽃이 나무에 만발해 있습니다.
동백의 꽃말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 뜻조차도 그저 기억에서 스칠 뿐입니다.
역 안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뿐, 보아도 보아도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으니 가슴으로 찾는 겁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곳에는 없는 모양이에요.
 
_
 
스노우:(한 숨 내뱉다가... 여기에는 있지 않으까, 하는 마음으로 상가로 향해봅니다. 어디 있어.)
 
✎:상점가에 도착하면 어디선가 캐럴이 경쾌하게 흘러나옵니다.
순간 누군가와 함께 선물을 고르던 장면, 사진을 찍으려 포즈를 취하던 장면이 연이어 지나갑니다.
그 모든 것을 함께 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애석하게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머리를 아무리 쥐어짜내도 기억나지 않아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아닙니다.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여기에도 없어요.
 
_
 
스노우가 이 모든 곳을 다 둘러보고 나면 별안간 주머니에서 툭 떨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주워서 보면 사진입니다.
 
네, 그 소중한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
 
바다, 겨울바다.
 
가야 합니다. 바다로 가야 해요.
 
_
 
스노우:(목소리는 모르겠다만, 떠오르는 문장이 익숙하다고, 아니 익숙하지만은 않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곳에 있을 것만 같아요. 이번에는... 바다로 향합니다.)
 
✎:스노우는 바다로 향합니다.
뛰는 스노우의 주위로 한 올 한 올 눈송이가 지나갑니다.
눈송이는 그 수를 점점 늘리고.. 결국에는 함박눈으로 번집니다.
 
...
 
바다에 도착했을 때, 멀찍이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시린 온도에 뺨이 발갛게 언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 누군가입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얼굴도 사진에 의존했을 뿐입니다.
 
저 머리색, 저 옷,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체향.
 
그 어떤 것도 익숙하지 않은데 저 사람이 나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고개를 돌린 그는 환하게 웃어보입니다.
 
흰 눈은 우리 둘 사이를 가로지르며 폭폭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머리로, 뺨으로 하얀 눈송이가 쏟아져내립니다.
 
스노우는 그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입니다.
 
종이 세 번 울립니다.
 
그리고.. 스노우의 내닫던 걸음이 점점 느려집니다.
 
사그러져갑니다.
 
마음이, 감정이, 모든것이요.
 
아, 왠지 너무나 춥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내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을 보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는 스노우에게로 다가와 와락 끌어안습니다.
 
손을 잡습니다.
 
하지만 온도가 너무나 차디찹니다.
 
그 손의 온도가 따뜻하지 않습니다.
 
냄새가 낯설고요. 목소리가 이질적입니다.
 
처음 본 사람이 나를 안는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 문장이 스노우 스스로의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팔을 풀고, 한참이나 너를 보았다. 나는 기억하고 있어.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 한 마디에 정황도 자세히 모른 채인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장난 따위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엘로디야, 엘로디 베르트랑. 그리고 우리는 친밀한 사이고.
 
스노우:...응? (어색하게 웃음 내뱉을 뿐이다. 뭔가... 느꼈었던 거 같은데... 시선 바로 마주하지는 못한다. 당신 보는 체 허공 볼 뿐이겠지만, 예의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대하는 듯 웃는 것이다.) ...그래, 엘로디, 엘로디 베르트랑. ...친밀한 사이? 농담도.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맞나? 아닌가...? 참.)
 
엘로디 얀-베르트랑:(웃었다. 매번 네가 해주었던 것과 같이 웃는다. 그리고 네 어깨 살짝 돌려 함께 겨울바다 바라보게 하였다.) 정말이야, 스노우. 우리는 이 섬에 저 겨울 바다를 보러 놀러왔고. 며칠간 섬 전체를 여행하다가, 눈도 내렸는 걸. 2년간 내리지 않았던 눈이 내렸어.
 
엘로디는 다시금 스노우의 녹음을 봅니다.
 
그리고 팔찌가 흔들리는 그 손을 내민 채로, 말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돌아가자, 이제.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한 일상으로.
 
스노우:함께... 행복했던 일상? (...믿어서 나쁠 것 없을 거 같아요. 믿지 않을리가 없어요. 다만 신경쓰이는 것은.) 같이 있어 줄 거예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손 내민 채로, 활짝 웃었다. 지금껏 지었던 그 어떤 표정보다도 밝게.) 원한다면 영원히. 어디 가지 않아. 너와 같이 있을게.
 
스노우:(네 말 듣더니 느리게 입꼬리 당긴다. 미소랄 것을 예쁘게도 지어 보인다. 네 손에 제 손 얹어 잡기를.) 같이 있어주겠다면... 거리낄 것도 없는데. 믿을게. (너와 함께 할게.)
 
...
 
스노우는 엘로디의 손을 잡습니다.
 
함께 돌아가기로 한 겁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도, 누구라도 상관없는 건가요?
 
아닙니다. 이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라서 선택한 걸 겁니다.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파도소리는 귓가를 간질이며 겨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추운 계절이지요.
우리는 너무도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함께했고, 힘겨웠지만 행복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서로가 있었기에 모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아...
 
✎:눈이 내립니다.
 
너의 기억은 모두 돌아왔고, 그리고 이제는 ..
 
나의 기억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향기, 목소리.
 
우리가 함께 했던 전부의 시간들이 다시 머릿속으로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같이 돌아가요. 이제는 우리 평화로운 매일을 보내는 거예요.
 
지나온 추억에 더해서,
 
행복한 시간들을, 더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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