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눈이 마지막으로... 언제 왔더라. ...몇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흐릿한 시선을 창밖에 던집니다. 메말랐다.) ...눈 보고 싶어?
엘로디 얀-베르트랑:잘 모르겠어. 눈 내리는 걸 좋아했던 것도 같은데, 다시 한 번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은 어때? 예뻐?
스노우:...그래? 그럼 눈이 내리길 빌어야겠어. 네가 눈을 볼 수 있게. ...(그것을 본 다면 달라질까... 하고 멍하니 생각하다.) 좋아하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구나.
눈? 예쁘지. 엄청... 순백색이 세상을 덮은 듯 포근해.
엘로디 얀-베르트랑:(창 밖으로부터 네게 시선 돌렸다. 눈, 순백색. 네 이름과 겨울이란 날씨를 번갈아 생각하다 곧 관둔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바다... 바다랑, 눈. (아까 내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던가? 엉망진창인 기억 회상은 그만하고 다시 달리는 기차 밖을 바라본다.)
역시나 화가인 만큼, 글씨는 예쁘게 써집니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캘리그라피 장인이 쓴 것만 같은 예술적임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이대로 우리가 여기에 왔던 건 영원히 남겠다. 좋은 것 같아.
스노우:그렇지? 왔다는 흔적이 계속 남는다는 것은 좋은 거 같아. 다시 추억을 되짚을 수 있잖아. (소중하다. 그리 생각하고 마는 것. 자물쇠를 걸어보려 합니다.)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으면 좋겠어. (기억도 다른 것들도 모두.)
엘로디 얀-베르트랑:(고개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스노우란 이름, 그런 사람은 낯설기만 하다. 영원히 남겠다고, 마음에 든다고 말했던 것도 결국엔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서 나온 말일 뿐이고. 친밀한 관계였다고는 하나 기억에서도, 감정에서도 그랬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마찬가지야.
스노우는 자물쇠를 겁니다.
찰그락 하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수많은 자물쇠들 속 두 사람의 자물쇠도 자리를 채웁니다.
그렇게 자물쇠를 채운 등대에서 멀어져 더 걷다보면...
산책로입니다.
✎:산책로는 나무 갑판으로 되어있어 걸을 때마다 발과 갑판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또각또각 울립니다.
산책로는 한참을 이어집니다.
가로등도 보이고, 문을 닫은 작은 매점도 지나갑니다.
파도소리를 배경삼아 하는 산책은 더할나위없이 잔잔하고 좋습니다.
날이 조금 더 따뜻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덕분에 서로의 온기를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엘로디는 춥다면서 부연 입김을 내뱉습니다.
산책로가 거의 끝나갈 즈음 웬 보트 여러대가 해안가 부두에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작은 요트들입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라고 하네요.
스노우:(고민...하다가도.) 엘로디, 요트 타 볼래? (의사먼저 물어보나.)
엘로디 얀-베르트랑:(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텅 빈 기억이 그렇듯 타본 기억은 없고, 새로운 경험은 좋은 거니까.)
두 사람에게로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보드카 병을 들고, 담배냄새가 진하게 나는 한 남자입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인가보네요.
다른 손엔 우쿠렐레를 들고 있습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 요트 타러 오셨소? 코스 도는 데 이십만원이오.
[재력] 판정 혹은 [대인관계] 판정으로 요트를 탈 수 있습니다.
스노우:(...싫어하는 향에 눈가 찌푸리다가도 어색히 웃나. 요트는 비싼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따름이다...) ...잠시만요.
재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런...
스노우, 돈을 숙소에 놓고 온 모양입니다.
요트점 주인은 말합니다.
요트 대여점 주인: 에잉쯧... 요트는 꿈도 꾸지 마시오. 대신 내 우쿠렐레나 연주해주리다. 요번에 아주 좋은 곡을 작곡했거든. 어린 분들이 와가지고는 요트도 못 타는 게 안타까워서 이 귀한 연주 들려주는 것이니 영광스럽게 들었으면 좋겠구만.
산도 보이고, 건물들, 작은 주택들.. 해안가에 정박해 있는 낚시용 배들. 간간이 보이는 사람들이나 고양이도 있습니다.
날씨는 정말 춥습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온도인데 하늘은 그저 말라있습니다.
구름은 천천히 떠다닐 뿐이고요.
출렁이는 파도는 잔잔하게 부서집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저기... (간극 두다가, 이제야 다시 떠올렸단 듯 네 이름 불렀다. 스노우.) 요트 타거나 바다 본 적 있어? 너는.
스노우:(제 이름 들리자 언제나 그러하듯 웃어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라는 것은 제게 익숙한 것이고... 네겐 아니겠지.) ...없네. 처음인 거 같은데. (기억 더듬어 확인해보나. 없는 것 같았다.) ...바다와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은 있는 거 같아. (...)
엘로디 얀-베르트랑:(아... 고개 끄덕인다. 바로 옆에 있고, 대화를 나누는데도 매 순간 처음 보는 기분. 낯선 사람. 기분이 이상했다.) 그걸 제외하면 처음인 거네. 너와 나 둘 다. (다시 바닷바람이 치는 걸 본다. 거의 다 돈 모양이네. 속도가 줄어.) 의미있는 날이겠어, 오늘.
요트는 한 바퀴 돌아 다시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와 정박합니다.
내릴 때네요.
스노우:(내릴 때가 되었구나) 응, 정말 의미있는 날이야. (나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 둘 다 새로운 것이잖아.) ...내릴까. (먼저 내리고선 잡아줄까? 하는 모양으로 바라보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이 기억이, 추억도 아닌 그저 기억일 뿐인 게 여전히 안타까웠다. 너를 알지 못하더라도 분명 아름다웠다고.고개 끄덕였다. 잡아줄래? 하고 손 내민다.)
스노우:(뒤에, 다음 날이 다가온다면 이 기억이 잊혀지지 않기를. 계속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신이 있다면 들어주리라. 네 손 조심스럽게도 잡아 받는다. 도와줄게.)
스노우:...고마워, 미안. (다시 바로 서고. 도움받는 것이 익숙치 않는지 말이 나오기까지 시간 걸린다.) 난 네가 스케이트보다 더 잘 하는 것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또 저 혼자만 기억하는 이야기들을. 혹시라도 기억할까.)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런 너 보다가, 그냥 넘긴다.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이렇게나 적은데.) 잘 모르겠어. 옛날에 무얼 했었던가... (기억해내려고 애써도, 어렴풋이 잔상만 남아돌 뿐 명확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스노우:(쓰게 미소짓다가 이내 밝은 표정 짓고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분명 기억하리라, 제 이름도 잊지 않고 있는 거 같은데. 분명. 하고 희망을 잡습니다.) ...걱정 마. 분명 내일이면 기억날지도 모르니까. 아니면 다음 날... 아니면 또 다른 어느 날이더라도. 미래엔. (나지막히 웃음 뱉다가. 구태여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나를 계속 기억해주고,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다.
그래요, 희망을 가집시다. 어제보다 나아졌는걸요. 내일이면 더 나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언젠가는 스스로 기억해낼지도 모릅니다. 스노우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과 계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어느새 얼음을 능숙하게 미끄러지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초록색 보석 팔찌가 스치는 바람에 흔들립니다.
스케이트화의 날이 지나간 자리에 고아한 선이 그어지고 얼음이 갈리며 나는 삭삭 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스케이트장에는 어느새 클래식이 흐르고 있습니다. 느린템포의 곡이었다가도, 어느순간 가빠른 곡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가장자리 벽에 장식해둔 전구들은 번갈아가며 화려한 색으로 반짝거리네요.
두 사람은 충분히 빙판을 즐겼나요?
...
어느정도 즐겼을 즈음, 두 사람의 코 끝으로 연한 커피향이 흘러들어옵니다.
가만보니 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카페가 있습니다.
추위에 잔뜩 얼어버린 몸을 따듯한 음료로 녹이는 것도 좋은 방법중에 하나겠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확신에 차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한 문장이다. 대신 속도를 늦추고, 카페를 눈짓했다.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고 싶었다.) 뭐라도 마실까?
스노우:(희망이랄 것을 아주 작게 존재해도 그것을 잡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내뱉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몇년 째라고 할지라도.) 좋아. ...따뜻하게 있는 것도 괜찮을 거 같으니까. (이내 발걸음 돌린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훈훈한 따스함이 스노우의 뺨 위로 내려앉습니다.
가게는 아주 작고 귀여운 인테리어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커다란 트리도 구석에 위치해있네요.
트리 뿐만이 아니라 이곳저곳 반짝이는 전구로 꾸며져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에 메뉴를 먼저 시킬까요. 유난히 스페셜 세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스노우:(응? 스페셜 메뉴 세트? 뭔지 바라보고...)
✎:하단에 작게, 이 카페만의 비밀 메뉴! 하고 적혀있네요.
스노우:(고민... 엘로디 바라봄...) 엘로디, 스페셜 메뉴 시켜볼까? (조금 흥미 생긴 낯)
엘로디 얀-베르트랑:(끄덕인다. 나도 궁금해.)
스노우:(직원 보더니 스페셜 메뉴 세트를 시킨다고 말을 건네 봅니다.)
직원은 주문을 받습니다. 주문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좌석을 고릅니다.
자리는 여기저기 많지만 그 중 눈에 띄는 자리는 창가에 위치한 흔들의자입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흔들의자 쪽 어때?
스노우:안 좋을리가 없지. (그럼 저기로 할까? 하면서 가기를...)
둘은 창가 흔들의자에 앉습니다. 창 밖으로 바다와 파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점원이 메뉴를 내옵니다.
✎:사과 파이와 녹차 조각 케이크, 블루베리 조각케이크입니다. 쪽지가 하나 놓여 있네요. 읽어볼까요?
스노우:(눈 깜박... 깜박... 언젠가의 기억과 많이 닮아있었기에 가만히 바라보기 밖에 못했다. 그리고 조심히 받더니, 고맙다고 말을 어색하게 한다. 아까 산 것을 네게 건네나.) 귀찌로 사는 것이 나았을까. ...나 잊지 마. (옅은 목소리.)
엘로디 얀-베르트랑:(얼른 귀 뚫어야겠다. 웃으면서 받아든다. 또 하나의 기억 잔해. 새겨진 추억과 희망을 잊지 않을 테다. 왜인지 기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지난날의 잔상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제 손목의 팔찌 한 번 바라보다 상점가 나가는 길로 걸었다.) 겨울이 지나도, 또다른 겨울이 와도 잊지 않을게.
상점가를 다 둘러보면 이제는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엘로디와 스노우는 그만 숙소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다시 펜션으로 돌아갑니다.
반짝거리는 얼음들의 표면은 무지개빛으로 반사되고, 거대한 얼음분수는 크고 웅장해서 기분이 벅차오는 것 같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겨울이란 게 실감나. 겨울인 지 한참이 지났을 텐데도...
스노우:그러니까 말이야. (...잠시 탄성 내뱉더니 이런 것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중얼거리기 마련.) 난 계절 중에 겨울이 제일 좋더라.
엘로디 얀-베르트랑:(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네 말에 동조했다.) 나도 그래. 왜인지 예전부터 이랬던 것도 같고. 내가 항상 겨울을 좋아했다는 건 알겠어.
역에서 나와 조금 지나면 마른 거리에 포차 하나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주변이 훈훈하네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저기 들어갈까? 오늘 둘 다 아무것도 안 먹었으니까.
스노우:(고개 끄덕거리나) ...그렇지, 우리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구나. (...!) 들어가자.
✎:포차에 들어가면 분식을 이것저것 팝니다.
붕어빵같은 간식도 팔고 오뎅이나 떡볶이 같은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도 있네요.
스노우와 엘로디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포장해 족욕을 하러 가도 좋겠어요.
스노우:(붕어빵... 과 오뎅을 사갑니다...) 포장해서 갈까? 족욕... 열려있을지도 모르고. (...고민)
엘로디 얀-베르트랑:그러자. 지금 시간이면 충분히 열려있을 거야.
슈크림파인가요 팥파인가요?
스노우:(슈크림파 입니다 아 ㅠㅋ)
좋습니다. 엘로디도 슈크림파인 것 같군요^^
둘은 포장해서, 아까의 족욕온천으로 갑니다.
어느덧 하늘은 붉은색으로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열려있네요. 둘은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져온 걸 낮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앉습니다.
발을 족욕탕에 담구면 몸 전체로 따스한 기운이 올라옵니다,
기분이 노곤노곤해져요.
사람도 없고 고즈넉한 장소에 물 흐르는 소리만이 부스를 메우고 있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여기 오길 잘했어. 내가 바다 보고 싶다고 한 게 이런 것들 때문이었나봐. 어제랑, 그제도... 그리고 널 잊지도 않았고.
스노우:이게 다 바다덕인가? (속으로 감사하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고.) ...잊히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기쁘다. 몇년간... 계속 붙잡은 것이 허무가 아니여서. (웃음 뱉는다. 기뻐.)
엘로디 얀-베르트랑:붙잡아줘서 고마워. (너를 계속 기억할 수 있게 해줘서. 포기하지 않아서. 변하지 않아서. 할 말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찰나의 중얼거림으로 남겨두었다. 붕어빵 하나 집어들고 한 입...) 맛있네...
스노우:고마워할 거 까지야. 나도... 이런 네가 보고 싶어서 계속 잡고 있던건데. (...이기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멍하니 중얼거리더니. 당신을 바라본다. 이 순간을 영영 기억하겠다는 마냥.) 그렇지? ...이런 곳들을 방문하는 것이, 여행이란 것의 멋진 점이 아닐까... 전에는 생각 못했을. (저도 한 입 오물거리다가... 좋다고 생각하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정말? (후닥닥 일어나서 커튼을 완전히 걷었다. 눈이야.) 이게 그토록 보고 싶었나 봐, 나. 드디어 눈이 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섬의 산에 갈까? 우리가 가보지 않은 마지막 장소야.
스노우:(네 모습 바라보더니 키득거리며 웃고 맙니다. 그리 신날까. 물론 자기도 들뜨기 마련이겠지만 그 생각은 못하겠지...) ...나도, 좋다. 눈이 오는 것만을 보고 싶었는데. (모습을 눈에 담다가도) 산? 그래, 마지막 장소까지 다 가봐야지. 후회없이.
✎:두 사람은 산에 가기로 합니다.
펜션을 나와, 산을 향해 걷다가... 도착합니다.
산은 싸리눈이 내려서 온 땅이 흐리게 하얗습니다.
게다가 이 곳,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흰 바닥에 흰 나무. 정말 아름다운 조화입니다.
싸리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엘로디와 스노우의 어깨에도 쌀알과 같은 싸리눈의 조각이 얹어져 있습니다.
눈이 와서 그런지 온도는 전보다는 포근해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손 끝은 너무나 시립니다.
✎:산에 왔으니까 정상에 가볼까요? 그럼 답답한 속이 뚫릴지도 모르겠어요.
안그래도 어제 이상한 꿈을 꿔서 이유모를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두 사람이 직접 걸어서 산 위에 올라가도 좋겠지만, 체력도 그렇고... 눈이 오는 날은 걸어서 올라가는 경로가 금지됩니다.
옆에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편안하게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겠습니다.
스노우와 엘로디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산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높은 곳에서 산을 내려다보면 희고 흰 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눈은 어느새 그쳤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케이블카가 있어서 다행이야. 걸어올라가는 건 어림도 없지... (창 밖 보다가, 스노우 마주보았다.) 바다가 보여, 저 아래. 겨울 바다야.
스노우:...(고개 끄덕인다.) 체력 안 될 거 같으니까. (아마... 라고 말하나 확신에 가깝다. 마주한 시선에 눈 슬 크게 뜬다.) 겨울 바다는 참 예쁘지 않나? ...부디 이 기억도 잊히지 않기를. 이제 잊히는 것은 끝나는 것으로 믿고 싶다. (제게 말하는 건지, 네게 말하는 건지.)
엘로디 얀-베르트랑:이상하게 확신이 들어. 원래 근거 없이는 말 안 하는데... 오늘은 왜인지 해야할 것 같아서. (그리고 말한다. 안에는 둘 뿐인데도, 작게 속삭이듯이. 잊지 않아. 현재도, 내 계절도, 그중 겨울도.) 다행이야. 내가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해서. (행복이란 기억함으로써 나오는 것. 그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사람과의, 바뀌지 않을 추억. 완연한 추억의 계절이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스노우와 엘로디, 야호 한 번 내지르는 건 어떨까요? 사람도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걸요.
스노우:(괜찮을까... 진짜 아무도 없는걸까... 고민하고 생각하다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엘로디에게도 물어보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좋아....... 괜히 아무도 없지만, 창 밖 한 번 둘러본다.) 야호... (이거 맞아? 저도 웃긴 듯 웃었다.)
스노우:(웃다가도... 다시 주변 보다가...) ... ...야호. (외치고, 조금 제 꼴이 우스운지 이내 제 모습보고 웃는 모양이고)
엘로디 얀-베르트랑:...스노우. (팔을 풀고, 한참이나 너를 보았다. 나는 기억하고 있어.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 한 마디에 정황도 자세히 모른 채인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장난 따위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엘로디야, 엘로디 베르트랑. 그리고 우리는 친밀한 사이고.
스노우:...응? (어색하게 웃음 내뱉을 뿐이다. 뭔가... 느꼈었던 거 같은데... 시선 바로 마주하지는 못한다. 당신 보는 체 허공 볼 뿐이겠지만, 예의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대하는 듯 웃는 것이다.) ...그래, 엘로디, 엘로디 베르트랑. ...친밀한 사이? 농담도.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맞나? 아닌가...? 참.)
엘로디 얀-베르트랑:(웃었다. 매번 네가 해주었던 것과 같이 웃는다. 그리고 네 어깨 살짝 돌려 함께 겨울바다 바라보게 하였다.) 정말이야, 스노우. 우리는 이 섬에 저 겨울 바다를 보러 놀러왔고. 며칠간 섬 전체를 여행하다가, 눈도 내렸는 걸. 2년간 내리지 않았던 눈이 내렸어.
엘로디는 다시금 스노우의 녹음을 봅니다.
그리고 팔찌가 흔들리는 그 손을 내민 채로, 말합니다.
엘로디 얀-베르트랑:돌아가자, 이제.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한 일상으로.
스노우:함께... 행복했던 일상? (...믿어서 나쁠 것 없을 거 같아요. 믿지 않을리가 없어요. 다만 신경쓰이는 것은.) 같이 있어 줄 거예요?
엘로디 얀-베르트랑:(손 내민 채로, 활짝 웃었다. 지금껏 지었던 그 어떤 표정보다도 밝게.) 원한다면 영원히. 어디 가지 않아. 너와 같이 있을게.
스노우:(네 말 듣더니 느리게 입꼬리 당긴다. 미소랄 것을 예쁘게도 지어 보인다. 네 손에 제 손 얹어 잡기를.) 같이 있어주겠다면... 거리낄 것도 없는데. 믿을게. (너와 함께 할게.)